[뉴스 따라잡기] 입주민 갑질에 경비원 “억울” 유서…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0.05.13 (08:26)
수정 2020.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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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0일,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던 경비원 최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죠.
최 씨는 죽음 직전까지 ‘억울하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인의 발인까지 미루며 해당 입주민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주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제까지 열고 있는데요.
이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비원 최 모 씨의 근무지였던 서울시 강북구의 한 아파트.
임시로 마련된 경비실 앞 추모공간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손편지들이 가득합니다.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까지 먼저 나서 청소할 정도로 근면 성실했다는 최 씨.
입주민들은 그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입주민 : "새벽 4시면 여기 다 쓸고 계세요. 아저씨 이거 왜 이렇게 쓸고 계시냐고, 안 피곤하시냐고 하면, 이거 내가 이렇게 2시간이라도 쓸어야 그다음 경비 아저씨가 편하다고."]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입주민들이 이중 주차를 하곤 했다는데요.
[입주민 : "저희 주차할 때 보시면 간격 있죠. 이렇게 주차를 하시면 저녁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차를 못 해요. 밖으로 나가야 하거나 댈 데가 없어요. 아저씨는 (차량을) 하나하나 미세요. 그래서 뒤에 주차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입주민 A 씨와 주차 시비가 있던 지난달 21일 역시 평소처럼 이중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주차공간을 만들려고 미니까 입주민이 와서 왜 남의 차를 미느냐고 그래서 다시 원위치시키니까 왜 또 미느냐고 해서. CCTV 보니까 (입주민이) 데리고 가서 주민 말 안 듣는 사람이니 사표 받으라고 옥신각신하니까."]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 씨를 폭행하고 관리사무소까지 끌고 가 해고를 요구했다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입주민께서) 경비원의 사표를 받아야만 해결이 된다는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니까. (제가) 직원한테 사표를 내라 마라 할 권한도 없고, 퇴직 사유가 된다고 하면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계속 빨리 사표를 내라(고 요구를….)"]
그러다 지난달 27일엔 A씨가 지나가는 최 씨를 쫓아가 화장실에 가두고 또다시 폭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입주민 :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서 (화장실)문을 딱 닫아서 그때부터 구타를 했다는 거예요."]
당시 최 씨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쳤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A 씨는 오히려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지난 4일, 최 씨에게 문자로 진단서를 보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동생이 걱정하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나한테도 그렇게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알고 보니 해당 진단서는 경비원 최 씨와 상관없는 지난해 A 씨의 교통사고 후유장해 진단서였는데요.
[경비원 최 씨 형 : "2019년 8월 1일 (날짜를) 보고 알았죠. 그거 보니까 교통사고가 나서 자기가 입원해서 장해 진단받은 거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씨를 ‘머슴’이라고 조롱했고, 자신을 모욕했다며 도리어 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는데요.
최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형 나 죽겠어. 죽을래.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근무하던 아파트 가서 떨어져 죽는다고. 그 뒤부터 전화 안 받는 거야."]
[송인찬/입주민 : "자정 정도에 갑자기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서 밖에 나오니까 경비 아저씨께서 정말 억울하다. 나 무서워서 못 살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밧줄을 두꺼운 걸 가지고 오셔서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아파트 앞에 모여 계신 분들이 괜찮다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안심을 시켜드리고 아파트 입주민 한 분이 같이 병원에서 하룻밤 주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입주민들, 이튿날 긴급회의까지 열었는데요.
하지만 며칠 뒤 최 씨는 결국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입주민 : "너무 억울하고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두 딸을 키워왔던 60대 최 씨.
지난 2년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경비치고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주민이 감동을 할 정도였죠. 너무 열심히 잘하고 인사성도 밝으니까 사람들이 좋은 아저씨다 이랬는데."]
최 씨의 죽음이 안타까운 입주민들은 지난 11일,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입주민 : "밤새 깨어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던 당신. 이제야 당신의 사연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우리가 드릴 선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입주민 A 씨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유가족은 예정된 발인까지 미룬 상황.
[경비원 최 씨 형 : "간접살인이라고요. 자기가 조금이라도 양심을 가진 사람 같으면 와서 인사하고 여기 오면 따뜻하게 맞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 고인도 좋은 곳에서 영면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작진은 입주민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과 더불어 진실은 곧 밝혀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강북경찰서는 입주민 A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번 주 중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데요.
[강북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수사 진행 확인 중이에요. 계속 수사진행 중이라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고요."]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사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온 상황에서 그의 죽음이 또다시 허망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10일,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던 경비원 최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죠.
최 씨는 죽음 직전까지 ‘억울하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인의 발인까지 미루며 해당 입주민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주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제까지 열고 있는데요.
이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비원 최 모 씨의 근무지였던 서울시 강북구의 한 아파트.
임시로 마련된 경비실 앞 추모공간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손편지들이 가득합니다.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까지 먼저 나서 청소할 정도로 근면 성실했다는 최 씨.
입주민들은 그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입주민 : "새벽 4시면 여기 다 쓸고 계세요. 아저씨 이거 왜 이렇게 쓸고 계시냐고, 안 피곤하시냐고 하면, 이거 내가 이렇게 2시간이라도 쓸어야 그다음 경비 아저씨가 편하다고."]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입주민들이 이중 주차를 하곤 했다는데요.
[입주민 : "저희 주차할 때 보시면 간격 있죠. 이렇게 주차를 하시면 저녁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차를 못 해요. 밖으로 나가야 하거나 댈 데가 없어요. 아저씨는 (차량을) 하나하나 미세요. 그래서 뒤에 주차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입주민 A 씨와 주차 시비가 있던 지난달 21일 역시 평소처럼 이중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주차공간을 만들려고 미니까 입주민이 와서 왜 남의 차를 미느냐고 그래서 다시 원위치시키니까 왜 또 미느냐고 해서. CCTV 보니까 (입주민이) 데리고 가서 주민 말 안 듣는 사람이니 사표 받으라고 옥신각신하니까."]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 씨를 폭행하고 관리사무소까지 끌고 가 해고를 요구했다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입주민께서) 경비원의 사표를 받아야만 해결이 된다는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니까. (제가) 직원한테 사표를 내라 마라 할 권한도 없고, 퇴직 사유가 된다고 하면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계속 빨리 사표를 내라(고 요구를….)"]
그러다 지난달 27일엔 A씨가 지나가는 최 씨를 쫓아가 화장실에 가두고 또다시 폭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입주민 :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서 (화장실)문을 딱 닫아서 그때부터 구타를 했다는 거예요."]
당시 최 씨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쳤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A 씨는 오히려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지난 4일, 최 씨에게 문자로 진단서를 보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동생이 걱정하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나한테도 그렇게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알고 보니 해당 진단서는 경비원 최 씨와 상관없는 지난해 A 씨의 교통사고 후유장해 진단서였는데요.
[경비원 최 씨 형 : "2019년 8월 1일 (날짜를) 보고 알았죠. 그거 보니까 교통사고가 나서 자기가 입원해서 장해 진단받은 거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씨를 ‘머슴’이라고 조롱했고, 자신을 모욕했다며 도리어 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는데요.
최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형 나 죽겠어. 죽을래.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근무하던 아파트 가서 떨어져 죽는다고. 그 뒤부터 전화 안 받는 거야."]
[송인찬/입주민 : "자정 정도에 갑자기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서 밖에 나오니까 경비 아저씨께서 정말 억울하다. 나 무서워서 못 살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밧줄을 두꺼운 걸 가지고 오셔서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아파트 앞에 모여 계신 분들이 괜찮다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안심을 시켜드리고 아파트 입주민 한 분이 같이 병원에서 하룻밤 주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입주민들, 이튿날 긴급회의까지 열었는데요.
하지만 며칠 뒤 최 씨는 결국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입주민 : "너무 억울하고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두 딸을 키워왔던 60대 최 씨.
지난 2년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경비치고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주민이 감동을 할 정도였죠. 너무 열심히 잘하고 인사성도 밝으니까 사람들이 좋은 아저씨다 이랬는데."]
최 씨의 죽음이 안타까운 입주민들은 지난 11일,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입주민 : "밤새 깨어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던 당신. 이제야 당신의 사연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우리가 드릴 선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입주민 A 씨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유가족은 예정된 발인까지 미룬 상황.
[경비원 최 씨 형 : "간접살인이라고요. 자기가 조금이라도 양심을 가진 사람 같으면 와서 인사하고 여기 오면 따뜻하게 맞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 고인도 좋은 곳에서 영면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작진은 입주민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과 더불어 진실은 곧 밝혀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강북경찰서는 입주민 A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번 주 중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데요.
[강북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수사 진행 확인 중이에요. 계속 수사진행 중이라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고요."]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사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온 상황에서 그의 죽음이 또다시 허망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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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5-13 08:27:53
- 수정2020-05-13 09:00:59

[기자]
지난 10일,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던 경비원 최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죠.
최 씨는 죽음 직전까지 ‘억울하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인의 발인까지 미루며 해당 입주민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주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제까지 열고 있는데요.
이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비원 최 모 씨의 근무지였던 서울시 강북구의 한 아파트.
임시로 마련된 경비실 앞 추모공간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손편지들이 가득합니다.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까지 먼저 나서 청소할 정도로 근면 성실했다는 최 씨.
입주민들은 그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입주민 : "새벽 4시면 여기 다 쓸고 계세요. 아저씨 이거 왜 이렇게 쓸고 계시냐고, 안 피곤하시냐고 하면, 이거 내가 이렇게 2시간이라도 쓸어야 그다음 경비 아저씨가 편하다고."]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입주민들이 이중 주차를 하곤 했다는데요.
[입주민 : "저희 주차할 때 보시면 간격 있죠. 이렇게 주차를 하시면 저녁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차를 못 해요. 밖으로 나가야 하거나 댈 데가 없어요. 아저씨는 (차량을) 하나하나 미세요. 그래서 뒤에 주차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입주민 A 씨와 주차 시비가 있던 지난달 21일 역시 평소처럼 이중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주차공간을 만들려고 미니까 입주민이 와서 왜 남의 차를 미느냐고 그래서 다시 원위치시키니까 왜 또 미느냐고 해서. CCTV 보니까 (입주민이) 데리고 가서 주민 말 안 듣는 사람이니 사표 받으라고 옥신각신하니까."]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 씨를 폭행하고 관리사무소까지 끌고 가 해고를 요구했다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입주민께서) 경비원의 사표를 받아야만 해결이 된다는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니까. (제가) 직원한테 사표를 내라 마라 할 권한도 없고, 퇴직 사유가 된다고 하면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계속 빨리 사표를 내라(고 요구를….)"]
그러다 지난달 27일엔 A씨가 지나가는 최 씨를 쫓아가 화장실에 가두고 또다시 폭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입주민 :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서 (화장실)문을 딱 닫아서 그때부터 구타를 했다는 거예요."]
당시 최 씨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쳤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A 씨는 오히려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지난 4일, 최 씨에게 문자로 진단서를 보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동생이 걱정하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나한테도 그렇게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알고 보니 해당 진단서는 경비원 최 씨와 상관없는 지난해 A 씨의 교통사고 후유장해 진단서였는데요.
[경비원 최 씨 형 : "2019년 8월 1일 (날짜를) 보고 알았죠. 그거 보니까 교통사고가 나서 자기가 입원해서 장해 진단받은 거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씨를 ‘머슴’이라고 조롱했고, 자신을 모욕했다며 도리어 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는데요.
최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형 나 죽겠어. 죽을래.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근무하던 아파트 가서 떨어져 죽는다고. 그 뒤부터 전화 안 받는 거야."]
[송인찬/입주민 : "자정 정도에 갑자기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서 밖에 나오니까 경비 아저씨께서 정말 억울하다. 나 무서워서 못 살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밧줄을 두꺼운 걸 가지고 오셔서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아파트 앞에 모여 계신 분들이 괜찮다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안심을 시켜드리고 아파트 입주민 한 분이 같이 병원에서 하룻밤 주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입주민들, 이튿날 긴급회의까지 열었는데요.
하지만 며칠 뒤 최 씨는 결국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입주민 : "너무 억울하고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두 딸을 키워왔던 60대 최 씨.
지난 2년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경비치고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주민이 감동을 할 정도였죠. 너무 열심히 잘하고 인사성도 밝으니까 사람들이 좋은 아저씨다 이랬는데."]
최 씨의 죽음이 안타까운 입주민들은 지난 11일,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입주민 : "밤새 깨어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던 당신. 이제야 당신의 사연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우리가 드릴 선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입주민 A 씨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유가족은 예정된 발인까지 미룬 상황.
[경비원 최 씨 형 : "간접살인이라고요. 자기가 조금이라도 양심을 가진 사람 같으면 와서 인사하고 여기 오면 따뜻하게 맞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 고인도 좋은 곳에서 영면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작진은 입주민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과 더불어 진실은 곧 밝혀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강북경찰서는 입주민 A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번 주 중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데요.
[강북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수사 진행 확인 중이에요. 계속 수사진행 중이라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고요."]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사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온 상황에서 그의 죽음이 또다시 허망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10일,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던 경비원 최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죠.
최 씨는 죽음 직전까지 ‘억울하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인의 발인까지 미루며 해당 입주민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주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제까지 열고 있는데요.
이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비원 최 모 씨의 근무지였던 서울시 강북구의 한 아파트.
임시로 마련된 경비실 앞 추모공간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손편지들이 가득합니다.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까지 먼저 나서 청소할 정도로 근면 성실했다는 최 씨.
입주민들은 그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입주민 : "새벽 4시면 여기 다 쓸고 계세요. 아저씨 이거 왜 이렇게 쓸고 계시냐고, 안 피곤하시냐고 하면, 이거 내가 이렇게 2시간이라도 쓸어야 그다음 경비 아저씨가 편하다고."]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입주민들이 이중 주차를 하곤 했다는데요.
[입주민 : "저희 주차할 때 보시면 간격 있죠. 이렇게 주차를 하시면 저녁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차를 못 해요. 밖으로 나가야 하거나 댈 데가 없어요. 아저씨는 (차량을) 하나하나 미세요. 그래서 뒤에 주차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입주민 A 씨와 주차 시비가 있던 지난달 21일 역시 평소처럼 이중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주차공간을 만들려고 미니까 입주민이 와서 왜 남의 차를 미느냐고 그래서 다시 원위치시키니까 왜 또 미느냐고 해서. CCTV 보니까 (입주민이) 데리고 가서 주민 말 안 듣는 사람이니 사표 받으라고 옥신각신하니까."]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 씨를 폭행하고 관리사무소까지 끌고 가 해고를 요구했다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입주민께서) 경비원의 사표를 받아야만 해결이 된다는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니까. (제가) 직원한테 사표를 내라 마라 할 권한도 없고, 퇴직 사유가 된다고 하면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계속 빨리 사표를 내라(고 요구를….)"]
그러다 지난달 27일엔 A씨가 지나가는 최 씨를 쫓아가 화장실에 가두고 또다시 폭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입주민 :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서 (화장실)문을 딱 닫아서 그때부터 구타를 했다는 거예요."]
당시 최 씨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쳤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A 씨는 오히려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지난 4일, 최 씨에게 문자로 진단서를 보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동생이 걱정하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나한테도 그렇게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알고 보니 해당 진단서는 경비원 최 씨와 상관없는 지난해 A 씨의 교통사고 후유장해 진단서였는데요.
[경비원 최 씨 형 : "2019년 8월 1일 (날짜를) 보고 알았죠. 그거 보니까 교통사고가 나서 자기가 입원해서 장해 진단받은 거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씨를 ‘머슴’이라고 조롱했고, 자신을 모욕했다며 도리어 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는데요.
최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형 나 죽겠어. 죽을래.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근무하던 아파트 가서 떨어져 죽는다고. 그 뒤부터 전화 안 받는 거야."]
[송인찬/입주민 : "자정 정도에 갑자기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서 밖에 나오니까 경비 아저씨께서 정말 억울하다. 나 무서워서 못 살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밧줄을 두꺼운 걸 가지고 오셔서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아파트 앞에 모여 계신 분들이 괜찮다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안심을 시켜드리고 아파트 입주민 한 분이 같이 병원에서 하룻밤 주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입주민들, 이튿날 긴급회의까지 열었는데요.
하지만 며칠 뒤 최 씨는 결국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입주민 : "너무 억울하고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두 딸을 키워왔던 60대 최 씨.
지난 2년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경비치고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주민이 감동을 할 정도였죠. 너무 열심히 잘하고 인사성도 밝으니까 사람들이 좋은 아저씨다 이랬는데."]
최 씨의 죽음이 안타까운 입주민들은 지난 11일,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입주민 : "밤새 깨어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던 당신. 이제야 당신의 사연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우리가 드릴 선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입주민 A 씨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유가족은 예정된 발인까지 미룬 상황.
[경비원 최 씨 형 : "간접살인이라고요. 자기가 조금이라도 양심을 가진 사람 같으면 와서 인사하고 여기 오면 따뜻하게 맞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 고인도 좋은 곳에서 영면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작진은 입주민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과 더불어 진실은 곧 밝혀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강북경찰서는 입주민 A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번 주 중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데요.
[강북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수사 진행 확인 중이에요. 계속 수사진행 중이라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고요."]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사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온 상황에서 그의 죽음이 또다시 허망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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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ine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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