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입주민 갑질에 경비원 “억울” 유서…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0.05.13 (08:26) 수정 2020.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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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0일,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던 경비원 최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죠.

최 씨는 죽음 직전까지 ‘억울하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인의 발인까지 미루며 해당 입주민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주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제까지 열고 있는데요.

이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비원 최 모 씨의 근무지였던 서울시 강북구의 한 아파트.

임시로 마련된 경비실 앞 추모공간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손편지들이 가득합니다.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까지 먼저 나서 청소할 정도로 근면 성실했다는 최 씨.

입주민들은 그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입주민 : "새벽 4시면 여기 다 쓸고 계세요. 아저씨 이거 왜 이렇게 쓸고 계시냐고, 안 피곤하시냐고 하면, 이거 내가 이렇게 2시간이라도 쓸어야 그다음 경비 아저씨가 편하다고."]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입주민들이 이중 주차를 하곤 했다는데요.

[입주민 : "저희 주차할 때 보시면 간격 있죠. 이렇게 주차를 하시면 저녁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차를 못 해요. 밖으로 나가야 하거나 댈 데가 없어요. 아저씨는 (차량을) 하나하나 미세요. 그래서 뒤에 주차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입주민 A 씨와 주차 시비가 있던 지난달 21일 역시 평소처럼 이중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주차공간을 만들려고 미니까 입주민이 와서 왜 남의 차를 미느냐고 그래서 다시 원위치시키니까 왜 또 미느냐고 해서. CCTV 보니까 (입주민이) 데리고 가서 주민 말 안 듣는 사람이니 사표 받으라고 옥신각신하니까."]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 씨를 폭행하고 관리사무소까지 끌고 가 해고를 요구했다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입주민께서) 경비원의 사표를 받아야만 해결이 된다는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니까. (제가) 직원한테 사표를 내라 마라 할 권한도 없고, 퇴직 사유가 된다고 하면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계속 빨리 사표를 내라(고 요구를….)"]

그러다 지난달 27일엔 A씨가 지나가는 최 씨를 쫓아가 화장실에 가두고 또다시 폭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입주민 :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서 (화장실)문을 딱 닫아서 그때부터 구타를 했다는 거예요."]

당시 최 씨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쳤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A 씨는 오히려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지난 4일, 최 씨에게 문자로 진단서를 보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동생이 걱정하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나한테도 그렇게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알고 보니 해당 진단서는 경비원 최 씨와 상관없는 지난해 A 씨의 교통사고 후유장해 진단서였는데요.

[경비원 최 씨 형 : "2019년 8월 1일 (날짜를) 보고 알았죠. 그거 보니까 교통사고가 나서 자기가 입원해서 장해 진단받은 거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씨를 ‘머슴’이라고 조롱했고, 자신을 모욕했다며 도리어 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는데요.

최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형 나 죽겠어. 죽을래.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근무하던 아파트 가서 떨어져 죽는다고. 그 뒤부터 전화 안 받는 거야."]

[송인찬/입주민 : "자정 정도에 갑자기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서 밖에 나오니까 경비 아저씨께서 정말 억울하다. 나 무서워서 못 살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밧줄을 두꺼운 걸 가지고 오셔서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아파트 앞에 모여 계신 분들이 괜찮다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안심을 시켜드리고 아파트 입주민 한 분이 같이 병원에서 하룻밤 주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입주민들, 이튿날 긴급회의까지 열었는데요.

하지만 며칠 뒤 최 씨는 결국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입주민 : "너무 억울하고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두 딸을 키워왔던 60대 최 씨.

지난 2년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경비치고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주민이 감동을 할 정도였죠. 너무 열심히 잘하고 인사성도 밝으니까 사람들이 좋은 아저씨다 이랬는데."]

최 씨의 죽음이 안타까운 입주민들은 지난 11일,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입주민 : "밤새 깨어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던 당신. 이제야 당신의 사연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우리가 드릴 선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입주민 A 씨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유가족은 예정된 발인까지 미룬 상황.

[경비원 최 씨 형 : "간접살인이라고요. 자기가 조금이라도 양심을 가진 사람 같으면 와서 인사하고 여기 오면 따뜻하게 맞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 고인도 좋은 곳에서 영면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작진은 입주민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과 더불어 진실은 곧 밝혀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강북경찰서는 입주민 A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번 주 중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데요.

[강북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수사 진행 확인 중이에요. 계속 수사진행 중이라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고요."]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사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온 상황에서 그의 죽음이 또다시 허망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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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입주민 갑질에 경비원 “억울” 유서…무슨 일 있었나?
    • 입력 2020-05-13 08:27:53
    • 수정2020-05-13 09: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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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0일,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던 경비원 최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죠.

최 씨는 죽음 직전까지 ‘억울하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인의 발인까지 미루며 해당 입주민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주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제까지 열고 있는데요.

이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비원 최 모 씨의 근무지였던 서울시 강북구의 한 아파트.

임시로 마련된 경비실 앞 추모공간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손편지들이 가득합니다.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까지 먼저 나서 청소할 정도로 근면 성실했다는 최 씨.

입주민들은 그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입주민 : "새벽 4시면 여기 다 쓸고 계세요. 아저씨 이거 왜 이렇게 쓸고 계시냐고, 안 피곤하시냐고 하면, 이거 내가 이렇게 2시간이라도 쓸어야 그다음 경비 아저씨가 편하다고."]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입주민들이 이중 주차를 하곤 했다는데요.

[입주민 : "저희 주차할 때 보시면 간격 있죠. 이렇게 주차를 하시면 저녁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차를 못 해요. 밖으로 나가야 하거나 댈 데가 없어요. 아저씨는 (차량을) 하나하나 미세요. 그래서 뒤에 주차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입주민 A 씨와 주차 시비가 있던 지난달 21일 역시 평소처럼 이중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주차공간을 만들려고 미니까 입주민이 와서 왜 남의 차를 미느냐고 그래서 다시 원위치시키니까 왜 또 미느냐고 해서. CCTV 보니까 (입주민이) 데리고 가서 주민 말 안 듣는 사람이니 사표 받으라고 옥신각신하니까."]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 씨를 폭행하고 관리사무소까지 끌고 가 해고를 요구했다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입주민께서) 경비원의 사표를 받아야만 해결이 된다는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니까. (제가) 직원한테 사표를 내라 마라 할 권한도 없고, 퇴직 사유가 된다고 하면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계속 빨리 사표를 내라(고 요구를….)"]

그러다 지난달 27일엔 A씨가 지나가는 최 씨를 쫓아가 화장실에 가두고 또다시 폭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입주민 :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서 (화장실)문을 딱 닫아서 그때부터 구타를 했다는 거예요."]

당시 최 씨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쳤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A 씨는 오히려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지난 4일, 최 씨에게 문자로 진단서를 보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동생이 걱정하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나한테도 그렇게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알고 보니 해당 진단서는 경비원 최 씨와 상관없는 지난해 A 씨의 교통사고 후유장해 진단서였는데요.

[경비원 최 씨 형 : "2019년 8월 1일 (날짜를) 보고 알았죠. 그거 보니까 교통사고가 나서 자기가 입원해서 장해 진단받은 거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비원 최씨를 ‘머슴’이라고 조롱했고, 자신을 모욕했다며 도리어 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는데요.

최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경비원 최 씨 형 : "형 나 죽겠어. 죽을래.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근무하던 아파트 가서 떨어져 죽는다고. 그 뒤부터 전화 안 받는 거야."]

[송인찬/입주민 : "자정 정도에 갑자기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서 밖에 나오니까 경비 아저씨께서 정말 억울하다. 나 무서워서 못 살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밧줄을 두꺼운 걸 가지고 오셔서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아파트 앞에 모여 계신 분들이 괜찮다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안심을 시켜드리고 아파트 입주민 한 분이 같이 병원에서 하룻밤 주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입주민들, 이튿날 긴급회의까지 열었는데요.

하지만 며칠 뒤 최 씨는 결국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입주민 : "너무 억울하고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두 딸을 키워왔던 60대 최 씨.

지난 2년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경비치고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주민이 감동을 할 정도였죠. 너무 열심히 잘하고 인사성도 밝으니까 사람들이 좋은 아저씨다 이랬는데."]

최 씨의 죽음이 안타까운 입주민들은 지난 11일,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입주민 : "밤새 깨어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던 당신. 이제야 당신의 사연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우리가 드릴 선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입주민 A 씨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유가족은 예정된 발인까지 미룬 상황.

[경비원 최 씨 형 : "간접살인이라고요. 자기가 조금이라도 양심을 가진 사람 같으면 와서 인사하고 여기 오면 따뜻하게 맞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 고인도 좋은 곳에서 영면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작진은 입주민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과 더불어 진실은 곧 밝혀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강북경찰서는 입주민 A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번 주 중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데요.

[강북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수사 진행 확인 중이에요. 계속 수사진행 중이라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고요."]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사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온 상황에서 그의 죽음이 또다시 허망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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