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어촌 정착 “탈북민이 도와요”

입력 2020.05.16 (08:19) 수정 2020.05.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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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스트레스나 농촌 생활의 동경 등으로 귀농, 귀촌을 결심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 어촌에 들어가 이젠 베테랑 전복 양식업자가 된 탈북민이 있는데요, 모범 정착사례로도 손꼽히는 이은영 씨입니다.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제는 가족들뿐 아니라 동료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데요,

어촌 체험 프로그램과 전복가공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모습을 채유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전라남도 강진군, 탈북 20년 차 이은영 씨의 집에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싱싱한 전복과 문어로 만든 아침 식사는 바로 전복죽!

밥상에 탈북 한 달도 채 안 된 은영 씨의 친동생과 사촌 동생, 그리고 남편이 함께 둘러앉았습니다.

"(맛있어?) 응. (언니 비위 맞춰준다고 맛있다고 그런 거 아니지?) 아니. 못 먹어봤으니까. 북한에는 없잖아."

특별한 아침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바다로 나섭니다.

[이은영/탈북민 : "전복 양식장 가고 있어요. 다시마 따가지고 전복 밥 주려고 가고 있습니다."]

전복양식으로 어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모범 사례로 여러 차례 꼽히기도 했던 이 씨.

일터로 가는 길이 오늘은 특별합니다.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동생 수용 씨와 수용 씨 딸이 함께 나섰기 때문입니다.

["바다 처음 보지? (한 번 봤지.) 어디서 봤어? 처음이지. (거기서 봤잖아. 다리 건널 적에.)"]

지금의 성공을 이루기까지 10년 동안 하루 4시간 자고 바닷일을 하며 숱한 노력을 해왔던 은영 씨.

오늘은 정착 20년 만에 처음으로 탈북민들과 함께 특별한 체험을 시작했다는데요.

그 현장 함께 가보실까요.

부둣가에 또 다른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연진아!"]

서울과 경기, 전라남도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탈북민들입니다.

은영 씨가 올해부터 시작한 탈북민 대상 어촌 체험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은영/탈북민 : "(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인천이나 경기도 서울 쪽에 거주를 희망해요. 도시 쪽을 선호하고 받다 보니까 이 좋은 세상을 몰라요. (어촌) 체험도 하고 저 일하는 거 일상을 보여주려고 함께 바다로 나갑니다."]

1시간 남짓 뱃길을 달려 다시마 양식장에 도착했습니다. 다시마는 전복의 먹이로 사용됩니다.

[조윤진/ 49세/탈북민 : "(사장님, 처음 보셨을 것 같은데 신기하진 않으세요?) 예. 너무 신기합니다. 저는 마트에 가서 다시마를 사 먹어봤는데 다시마가 이렇게 나오는구나. 너무 신기해요."]

배 위의 모든 과정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갓 채취한 다시마를 맛보기도 합니다.

["진짜 맛있어? 우리 영이. 진짜 맛있어? 처음 먹어보는데?"]

[김영/초3 : "북한에 있긴 있는데 이걸 생 걸로 먹는 건 처음이야."]

[김영/초3 : "(왜 계속 먹어요?) 맛있어서요."]

다시마를 배에 한가득 싣고 이제는 전복 양식장으로 이동합니다.

전복 양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채취한 다시마를 전복 양식장에 넣어주고…. 이제는 직접 전복을 구경할 차례. 4년 동안 키운 전복을 직접 따봅니다.

[조윤진/49세/탈북민 : "안 떨어지네! 이거."]

["손으로 떼니까 안 되네요. (얘네가 힘이 굉장히 세요. (전복이) 붙어있는 힘이. 그래서 잘 안 돼요.)"]

[전수완/59세/탈북민 : "힘이 엄청나고요. 야.. 이런 전복 처음 봅니다. 4년 키우셨다는데 사장님도 정성이 대단합니다. 자식 같아요."]

어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선배 탈북민은 모습은 신선한 자극이 됐습니다.

[조윤진 탈북민 : "실제 체험을 해보니까 내가 노력한 만큼 배신은 없구나! 이걸 제가 느꼈습니다."]

[조순금/탈북민 : "행복도 성공도 모든 것이 우리 손끝에서 창조되고 열매 맺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노력한 만큼 이 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확신을 가진 거예요."]

은영 씨는 이날 체험으로 어촌 정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됐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은영/탈북민 : "그 친구들이 현실적인 삶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가르쳐주고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바다 곁에 자리 잡는데 성공했지만 여기서 그치지는 않겠답니다.

지금은 수공업 수준인 전복 가공을 체계화하는 게 은영 씨의 꿈이라는데요.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사장님 지금 뭐 하고 계셨어요?) 전복장 만들려고 소스 준비하고 있어요. 재료 준비. 제가 양식하고 직접 키워서 가공까지 한 번 해보려고요."]

["(맛있어요?) 엄청 맛있어요."]

사과, 생강, 청양고추 등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만 총 9가지. 지금의 장맛을 내기까지 1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행착오는 몇 번이나 겪으신 거예요?) 11번. 제가 해서 버리긴 11번. 시도한 건 작년부터 시도했는데, 안됐었어요. 이제는 전복 요리만큼은 제가 자신해요."]

오래도록 불 앞에서 정성을 기울여야 양념이 탄생합니다.

이제 손질해 찐 전복에 양념을 부어주면 전복장이 완성됩니다.

["3일 숙성돼야 전복 속 안까지 맛이 들어서 그때 맛있어요."]

이 씨가 전복가공업까지 시작한 것은 동료 탈북민들의 일자리를 조금이나마 더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은영/탈북민 :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일자리 창출을 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친구들한테 스스로 자립해서 나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같은 탈북민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탈북민의 곤란함이 있을지 모릅니다.

탈북민들의 정착을 스스로 돕고 나선 이 씨의 모습은 그래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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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어촌 정착 “탈북민이 도와요”
    • 입력 2020-05-16 08:20:47
    • 수정2020-05-18 10:59:31
    남북의 창
[앵커]

직장 스트레스나 농촌 생활의 동경 등으로 귀농, 귀촌을 결심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 어촌에 들어가 이젠 베테랑 전복 양식업자가 된 탈북민이 있는데요, 모범 정착사례로도 손꼽히는 이은영 씨입니다.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제는 가족들뿐 아니라 동료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데요,

어촌 체험 프로그램과 전복가공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모습을 채유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전라남도 강진군, 탈북 20년 차 이은영 씨의 집에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싱싱한 전복과 문어로 만든 아침 식사는 바로 전복죽!

밥상에 탈북 한 달도 채 안 된 은영 씨의 친동생과 사촌 동생, 그리고 남편이 함께 둘러앉았습니다.

"(맛있어?) 응. (언니 비위 맞춰준다고 맛있다고 그런 거 아니지?) 아니. 못 먹어봤으니까. 북한에는 없잖아."

특별한 아침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바다로 나섭니다.

[이은영/탈북민 : "전복 양식장 가고 있어요. 다시마 따가지고 전복 밥 주려고 가고 있습니다."]

전복양식으로 어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모범 사례로 여러 차례 꼽히기도 했던 이 씨.

일터로 가는 길이 오늘은 특별합니다.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동생 수용 씨와 수용 씨 딸이 함께 나섰기 때문입니다.

["바다 처음 보지? (한 번 봤지.) 어디서 봤어? 처음이지. (거기서 봤잖아. 다리 건널 적에.)"]

지금의 성공을 이루기까지 10년 동안 하루 4시간 자고 바닷일을 하며 숱한 노력을 해왔던 은영 씨.

오늘은 정착 20년 만에 처음으로 탈북민들과 함께 특별한 체험을 시작했다는데요.

그 현장 함께 가보실까요.

부둣가에 또 다른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연진아!"]

서울과 경기, 전라남도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탈북민들입니다.

은영 씨가 올해부터 시작한 탈북민 대상 어촌 체험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은영/탈북민 : "(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인천이나 경기도 서울 쪽에 거주를 희망해요. 도시 쪽을 선호하고 받다 보니까 이 좋은 세상을 몰라요. (어촌) 체험도 하고 저 일하는 거 일상을 보여주려고 함께 바다로 나갑니다."]

1시간 남짓 뱃길을 달려 다시마 양식장에 도착했습니다. 다시마는 전복의 먹이로 사용됩니다.

[조윤진/ 49세/탈북민 : "(사장님, 처음 보셨을 것 같은데 신기하진 않으세요?) 예. 너무 신기합니다. 저는 마트에 가서 다시마를 사 먹어봤는데 다시마가 이렇게 나오는구나. 너무 신기해요."]

배 위의 모든 과정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갓 채취한 다시마를 맛보기도 합니다.

["진짜 맛있어? 우리 영이. 진짜 맛있어? 처음 먹어보는데?"]

[김영/초3 : "북한에 있긴 있는데 이걸 생 걸로 먹는 건 처음이야."]

[김영/초3 : "(왜 계속 먹어요?) 맛있어서요."]

다시마를 배에 한가득 싣고 이제는 전복 양식장으로 이동합니다.

전복 양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채취한 다시마를 전복 양식장에 넣어주고…. 이제는 직접 전복을 구경할 차례. 4년 동안 키운 전복을 직접 따봅니다.

[조윤진/49세/탈북민 : "안 떨어지네! 이거."]

["손으로 떼니까 안 되네요. (얘네가 힘이 굉장히 세요. (전복이) 붙어있는 힘이. 그래서 잘 안 돼요.)"]

[전수완/59세/탈북민 : "힘이 엄청나고요. 야.. 이런 전복 처음 봅니다. 4년 키우셨다는데 사장님도 정성이 대단합니다. 자식 같아요."]

어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선배 탈북민은 모습은 신선한 자극이 됐습니다.

[조윤진 탈북민 : "실제 체험을 해보니까 내가 노력한 만큼 배신은 없구나! 이걸 제가 느꼈습니다."]

[조순금/탈북민 : "행복도 성공도 모든 것이 우리 손끝에서 창조되고 열매 맺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노력한 만큼 이 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확신을 가진 거예요."]

은영 씨는 이날 체험으로 어촌 정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됐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은영/탈북민 : "그 친구들이 현실적인 삶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가르쳐주고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바다 곁에 자리 잡는데 성공했지만 여기서 그치지는 않겠답니다.

지금은 수공업 수준인 전복 가공을 체계화하는 게 은영 씨의 꿈이라는데요.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사장님 지금 뭐 하고 계셨어요?) 전복장 만들려고 소스 준비하고 있어요. 재료 준비. 제가 양식하고 직접 키워서 가공까지 한 번 해보려고요."]

["(맛있어요?) 엄청 맛있어요."]

사과, 생강, 청양고추 등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만 총 9가지. 지금의 장맛을 내기까지 1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행착오는 몇 번이나 겪으신 거예요?) 11번. 제가 해서 버리긴 11번. 시도한 건 작년부터 시도했는데, 안됐었어요. 이제는 전복 요리만큼은 제가 자신해요."]

오래도록 불 앞에서 정성을 기울여야 양념이 탄생합니다.

이제 손질해 찐 전복에 양념을 부어주면 전복장이 완성됩니다.

["3일 숙성돼야 전복 속 안까지 맛이 들어서 그때 맛있어요."]

이 씨가 전복가공업까지 시작한 것은 동료 탈북민들의 일자리를 조금이나마 더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은영/탈북민 :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일자리 창출을 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친구들한테 스스로 자립해서 나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같은 탈북민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탈북민의 곤란함이 있을지 모릅니다.

탈북민들의 정착을 스스로 돕고 나선 이 씨의 모습은 그래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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