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이 가져온 자부심, ‘한국은 이미 선진국’”

입력 2020.05.19 (21:25) 수정 2020.05.1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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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이후 우리 일상은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개인의 삶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도 많이 변하고 있죠.

오늘은 시민 모두가 함께 한 방역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우한솔, 윤지연 기자가 차례로 짚어봅니다.

[리포트]

코로나 19가 한국인의 일상을 송두리채 바꿔놓았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말은 아닐 텐데요,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KBS가 시사IN, 그리고 서울대학교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먼저 한국인의 방역 태도, 점검해 봤습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정부 방역지침을 잘 지키냐는 말에, 나 스스로도 잘 하고 있다고 답했고 우리 국민 전체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마음 속을 좀 더 들여다 볼까요.

내가 감염될까 두렵다는 생각 많았지만, 혹여라도 내가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진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20년 넘게 국밥집을 운영해온 고명자 씨가 처음 얻은 휴가는 다름 아닌 '자가 격리'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들른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밥집이 임시 폐쇄된 겁니다.

[고명자/국밥집 운영 : "어? 처음에 깜짝 놀랐어요. 점심 시간에는 처음 들어오신 분이라 딱 어떤 분인지 알겠더라고요."]

불안했던 2주 동안, 큰 힘이 된 건 이웃의 응원입니다.

["'힘드시지만 용기를 갖고 이겨내시라' (써있었어요) 마음 찡하잖아요. 서러워서 운 건 아니에요. 감동 받아서요. 감동 받아서 제가..."]

무사히 자가격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다시 연 것도, 확진자가 마스크를 잘 써준 덕분이라며 연신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 분(확진자)이 주의를 많이 해줘서 저한테는 큰 피해를 안줬구나.그게 진짜 고맙기도 하고요."]

인천의 한 코로나 19 확진자가 적어둔 일집니다.

처음 몸에 이상을 느낀 건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크지 않았던 지난 1월 말, 즉시, 체온 변화와 증상, 만난 사람, 들른 장소까지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써내려 간 게 모두 38장. 마지막 장을 쓰고 한 시간 쯤 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밀접 접촉자 23명, 추가 감염자는 없었습니다.

[일지 작성 확진자 : "뉴스로 역학조사관들의 업무가 굉장히 힘들다는 거를 알고 있었거든요. (혹시라도 내가 감염됐다면) 그분들 일이 조금 더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자마자 다시 불거진 지역사회 감염.

지치고 힘이 빠질 법 한데도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한다면' 동참하겠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렇게 한국인 모두가 만들어낸 K-방역의 성과에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미국 미래학자 : "(미국 언론에서는) 코로나19 대응 한국 성공 모델과 미국의 실패를 계속 비교하고 있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자크 아탈리/프랑스 경제학자 : "한국은 과거 감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이같은 재난에 대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유럽은 이제서야 비슷한 경험을 겪는 중이고, 준비가 안돼 있었습니다."]

[리포트]

세계가 놀란 K-방역의 성과는 우리 안의 생각까지 바꿔놨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말이 있습니다.

'한국은 희망이 없는 헬조선 사회'

결과 볼까요.

'그렇지 않다'는 답변, 70%에 육박합니다.

코로나 19 이전인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2배 가까이 늘어난 눈칩니다.

감염병 대유행 수속에서 우리 사회가 한결 더 단합하고 있다는 지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 자부심 측면을 보겠습니다.

한국의 국가 역량이 해외 선진국보다 더 높다고 평가했는데, 시민 역량을 보면 다른 선진국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그만큼 함께 코로나 19를 버텨내고 있는 이웃들의 힘을 믿는다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저명한 프랑스 학자 기 소르망은 K-방역의 성과를 격찬하면서도 '집단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 '감시받는데 익숙한 사회'라 그렇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지만 조사 결과 서구 일각의 이런 시선과 달리 민주적 시민 성향이 높을수록 오히려 방역에 더 적극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동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KBS-시사IN 여론조사 분석 자문 :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방역에 열심히 참여한 것으로 나오고..."]

코로나19는 우리 스스로도 잊고 있던 우리의 저력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나라 밖의 석학들은 우리의 저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홍진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먼저 '노동의 종말'로 잘 알려진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에게 K-방역의 원동력에 대해 물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미국 미래학자 : "한국은 방역과 검사를 잘 수행하면서, 세계 각국에 당황하지 않고 할 일은 수행하는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서로 책임이 있다는 정신이 한국의 DNA입니다. 미국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까요."]

프랑스 대표 학자 자크 아탈리는 코로나 19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19 대응으로 한국이 국제사회나 아시아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하시나요?"]

[자크 아탈리/프랑스 경제학자 : "한국은 기술과 소프트파워에 통달했다는 점에서 이미 세계 선두국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 19 위기는 소프트 파워의 위기기도 한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소프트 파워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코로나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지만 정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조언도 잇따랐습니다.

[스티글리츠/미 컬럼비아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 "(코로나 19 이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 보험으로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개인과 경제가 너무 큰고통을 겪게 해선 안됩니다."]

[제러미 리프킨/미국 미래학자 : "위기 때만 소외계층을 도와주겠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빈곤층의 삶의 개선하기 위한 더 나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앵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세 집 중 두 집이 이미 받아갔습니다.

사용처가 제한돼 있는 만큼 전통시장과 동네마트 찾는 걸음도 눈에 띄게 늘어났죠.

덕분에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온 동네의 작은 상점들, 다시 보게 됐다는 분들 많습니다.

집 근처 상점들 다녀보니 뜻밖에 싼 가격과 남다른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몰랐던 장점들이 보이는 겁니다.

'재난 지원금 환영' 이란 글귀 붙여둔 상점들 역시,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사람들 발길에 다소 위안이 됩니다.

재난을 극복하는 특별한 DNA...

사실 별다른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주변을 재발견하고 인연을 이어가는 이런 든든한 마음들이 아닐까요.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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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방역이 가져온 자부심, ‘한국은 이미 선진국’”
    • 입력 2020-05-19 21:32:33
    • 수정2020-05-19 22: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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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이후 우리 일상은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개인의 삶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도 많이 변하고 있죠.

오늘은 시민 모두가 함께 한 방역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우한솔, 윤지연 기자가 차례로 짚어봅니다.

[리포트]

코로나 19가 한국인의 일상을 송두리채 바꿔놓았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말은 아닐 텐데요,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KBS가 시사IN, 그리고 서울대학교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먼저 한국인의 방역 태도, 점검해 봤습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정부 방역지침을 잘 지키냐는 말에, 나 스스로도 잘 하고 있다고 답했고 우리 국민 전체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마음 속을 좀 더 들여다 볼까요.

내가 감염될까 두렵다는 생각 많았지만, 혹여라도 내가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진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20년 넘게 국밥집을 운영해온 고명자 씨가 처음 얻은 휴가는 다름 아닌 '자가 격리'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들른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밥집이 임시 폐쇄된 겁니다.

[고명자/국밥집 운영 : "어? 처음에 깜짝 놀랐어요. 점심 시간에는 처음 들어오신 분이라 딱 어떤 분인지 알겠더라고요."]

불안했던 2주 동안, 큰 힘이 된 건 이웃의 응원입니다.

["'힘드시지만 용기를 갖고 이겨내시라' (써있었어요) 마음 찡하잖아요. 서러워서 운 건 아니에요. 감동 받아서요. 감동 받아서 제가..."]

무사히 자가격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다시 연 것도, 확진자가 마스크를 잘 써준 덕분이라며 연신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 분(확진자)이 주의를 많이 해줘서 저한테는 큰 피해를 안줬구나.그게 진짜 고맙기도 하고요."]

인천의 한 코로나 19 확진자가 적어둔 일집니다.

처음 몸에 이상을 느낀 건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크지 않았던 지난 1월 말, 즉시, 체온 변화와 증상, 만난 사람, 들른 장소까지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써내려 간 게 모두 38장. 마지막 장을 쓰고 한 시간 쯤 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밀접 접촉자 23명, 추가 감염자는 없었습니다.

[일지 작성 확진자 : "뉴스로 역학조사관들의 업무가 굉장히 힘들다는 거를 알고 있었거든요. (혹시라도 내가 감염됐다면) 그분들 일이 조금 더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자마자 다시 불거진 지역사회 감염.

지치고 힘이 빠질 법 한데도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한다면' 동참하겠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렇게 한국인 모두가 만들어낸 K-방역의 성과에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미국 미래학자 : "(미국 언론에서는) 코로나19 대응 한국 성공 모델과 미국의 실패를 계속 비교하고 있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자크 아탈리/프랑스 경제학자 : "한국은 과거 감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이같은 재난에 대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유럽은 이제서야 비슷한 경험을 겪는 중이고, 준비가 안돼 있었습니다."]

[리포트]

세계가 놀란 K-방역의 성과는 우리 안의 생각까지 바꿔놨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말이 있습니다.

'한국은 희망이 없는 헬조선 사회'

결과 볼까요.

'그렇지 않다'는 답변, 70%에 육박합니다.

코로나 19 이전인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2배 가까이 늘어난 눈칩니다.

감염병 대유행 수속에서 우리 사회가 한결 더 단합하고 있다는 지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 자부심 측면을 보겠습니다.

한국의 국가 역량이 해외 선진국보다 더 높다고 평가했는데, 시민 역량을 보면 다른 선진국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그만큼 함께 코로나 19를 버텨내고 있는 이웃들의 힘을 믿는다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저명한 프랑스 학자 기 소르망은 K-방역의 성과를 격찬하면서도 '집단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 '감시받는데 익숙한 사회'라 그렇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지만 조사 결과 서구 일각의 이런 시선과 달리 민주적 시민 성향이 높을수록 오히려 방역에 더 적극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동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KBS-시사IN 여론조사 분석 자문 :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방역에 열심히 참여한 것으로 나오고..."]

코로나19는 우리 스스로도 잊고 있던 우리의 저력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나라 밖의 석학들은 우리의 저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홍진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먼저 '노동의 종말'로 잘 알려진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에게 K-방역의 원동력에 대해 물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미국 미래학자 : "한국은 방역과 검사를 잘 수행하면서, 세계 각국에 당황하지 않고 할 일은 수행하는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서로 책임이 있다는 정신이 한국의 DNA입니다. 미국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까요."]

프랑스 대표 학자 자크 아탈리는 코로나 19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19 대응으로 한국이 국제사회나 아시아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하시나요?"]

[자크 아탈리/프랑스 경제학자 : "한국은 기술과 소프트파워에 통달했다는 점에서 이미 세계 선두국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 19 위기는 소프트 파워의 위기기도 한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소프트 파워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코로나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지만 정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조언도 잇따랐습니다.

[스티글리츠/미 컬럼비아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 "(코로나 19 이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 보험으로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개인과 경제가 너무 큰고통을 겪게 해선 안됩니다."]

[제러미 리프킨/미국 미래학자 : "위기 때만 소외계층을 도와주겠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빈곤층의 삶의 개선하기 위한 더 나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앵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세 집 중 두 집이 이미 받아갔습니다.

사용처가 제한돼 있는 만큼 전통시장과 동네마트 찾는 걸음도 눈에 띄게 늘어났죠.

덕분에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온 동네의 작은 상점들, 다시 보게 됐다는 분들 많습니다.

집 근처 상점들 다녀보니 뜻밖에 싼 가격과 남다른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몰랐던 장점들이 보이는 겁니다.

'재난 지원금 환영' 이란 글귀 붙여둔 상점들 역시,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사람들 발길에 다소 위안이 됩니다.

재난을 극복하는 특별한 DNA...

사실 별다른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주변을 재발견하고 인연을 이어가는 이런 든든한 마음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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