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 신뢰는 높아졌지만, 증세엔 비판적”

입력 2020.05.20 (21:24) 수정 2020.05.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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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 인식을 살펴보는 순섭니다.

감염병이 몰고 온 재난에 특히 복지 제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변한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 19 직전인 지난 연말만 해도 우리 복지제도에 대한 신뢰도, 50% 남짓이었는데 다섯달 새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런 저런 논란 있었던 국민 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67%를 넘었고요,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도는 87%를 넘어셨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코로나 이후에 건강보험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속에 건강보험의 효능을 체감했다는 얘기겠죠.

자세한 내용 공민경, 이유민 기자가 차례로 전합니다.

[리포트]

중국어 강사 유모 씨는 출산을 앞둔 지난 2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같이 식사했던 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두 달 가까이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은 끝에 다행히 완치됐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유OO/코로나19 완치자 : "38주 가까이 그때 딱 완치 판정받고 퇴원을 해가지고, 신생아실 교수님들 다 검사를 했는데 애는 음성이고, 그런 부분이 없어서 천만다행이고…"]

유 씨가 대구 동산병원에서 18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영수증입니다.

460만 원이 넘는 진료비 가운데 환자가 낸 건 서류 발급비, 3천 원 뿐입니다.

4백만 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했고, 환자가 내야 하는 66만 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했습니다.

감염병은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의료보험 가입이 필수인 우리나라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코로나19 확진자가 157만 명을 넘어선 미국, 국민의 8.5%는 의료 보험이 없습니다.

미국에 사는 이 여성도 코로나 19 확진을 받고 의료보험 없이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퇴원한 뒤 자신의 SNS에 치료비 내역을 공개했는데, 청구액은 3만 4천 9백 달러, 우리 돈 4천만 원이 넘습니다.

미국의 한 건강 관련 단체는 보험이 없는 사람이 6일 동안 코로나19 입원 치료를 받으면, 평균 7만 3천 3백 달러, 우리 돈 9천만 원 넘게 내야한다고 예측했습니다.

[김상현/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 의사 : "심각하게 호흡곤란도 오시고 인공호흡기도 필요하고 그렇다고 그러면 하루 들게 되는 경비가 3~4배가 뛰게 되죠. 그것보다. 그래서 8천불, 9천불 이상이 들게 됩니다. 하루에."]

KBS 뉴스 공민경입니다.

▼“재난이 지나면 불평등이 커진다”▼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에 사회 보험의 위력과 필요성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롭니다.

KBS가 시사IN, 서울대학교와 함께 조사해보니, 응답자 60% 이상이 사회보험 확대를 원했고, 특히 코로나19로 생긴 소득 감소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지원을 하겠으니 세금을 더 내겠냐는 질문엔 절반 이상이 싫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42%는 정부가 증세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했고, 40%는 세금을 더 낼 여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가량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데에는 동의했습니다.

코로나 19 가 불러올 경제 위기를 앞두고 적잖은 사회적 진통이 예견되는 대목입니다.

이같은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홍진아 기자입니다.

▼후쿠야마 “한국, 높은 신뢰 성취, 하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어”▼

자신의 책 '트러스트'에서 한국을 신뢰가 낮은 국가로 분류했던 미국 미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계기로 한국 사회 신뢰 수준을 다시 평가했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미국 미래정치학자/스탠퍼드대 교수 : "제 책 '트러스트'에서는 주로 시민간 수평적 신뢰를 다뤘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국가와 시민 사이의 수직적 신뢰관계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한국이 코로나 19 사태에서 상당히 높은 신뢰를 성취했다고 봅니다."]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신뢰'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후쿠야마 : "감염병 대유행은 재난이 얼마나 차별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줍니다. 노동 약자들은 중산층보다 위험을 더 감수해야 합니다. 이같은 불평등 해소가 (코로나 19 이후) 한국의 주요한 논제가 될 것입니다."]

'재난이 지난 뒤 불평등이 커졌던' 역사의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는 조언도 이어졌습니다.

[자크 아탈리/프랑스 경제학자 : "전세계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희생될 위험이 크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국의) 콜센터 감염은 한 가지 사례일 뿐입니다."]

[리프킨/미국 문명비평가 : "고용과 부(富)의, 보다 평등한 분배가 필요합니다. 제공받는 서비스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야합니다."]

서로를 경계할 수 밖에 없는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공동체의 힘을 믿고 연대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리프킨/미국 문명비평가 : "(한국의 모든 개인이) 민주적이고 사회활동을 통해 모든 지역과 가정, 산업이 공평한 기반에서 정의롭고 인간적인 한국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합니다. 한국이 21세기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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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제도 신뢰는 높아졌지만, 증세엔 비판적”
    • 입력 2020-05-20 21:30:44
    • 수정2020-05-20 22:08:34
    뉴스 9
[앵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 인식을 살펴보는 순섭니다.

감염병이 몰고 온 재난에 특히 복지 제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변한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 19 직전인 지난 연말만 해도 우리 복지제도에 대한 신뢰도, 50% 남짓이었는데 다섯달 새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런 저런 논란 있었던 국민 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67%를 넘었고요,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도는 87%를 넘어셨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코로나 이후에 건강보험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속에 건강보험의 효능을 체감했다는 얘기겠죠.

자세한 내용 공민경, 이유민 기자가 차례로 전합니다.

[리포트]

중국어 강사 유모 씨는 출산을 앞둔 지난 2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같이 식사했던 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두 달 가까이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은 끝에 다행히 완치됐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유OO/코로나19 완치자 : "38주 가까이 그때 딱 완치 판정받고 퇴원을 해가지고, 신생아실 교수님들 다 검사를 했는데 애는 음성이고, 그런 부분이 없어서 천만다행이고…"]

유 씨가 대구 동산병원에서 18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영수증입니다.

460만 원이 넘는 진료비 가운데 환자가 낸 건 서류 발급비, 3천 원 뿐입니다.

4백만 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했고, 환자가 내야 하는 66만 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했습니다.

감염병은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의료보험 가입이 필수인 우리나라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코로나19 확진자가 157만 명을 넘어선 미국, 국민의 8.5%는 의료 보험이 없습니다.

미국에 사는 이 여성도 코로나 19 확진을 받고 의료보험 없이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퇴원한 뒤 자신의 SNS에 치료비 내역을 공개했는데, 청구액은 3만 4천 9백 달러, 우리 돈 4천만 원이 넘습니다.

미국의 한 건강 관련 단체는 보험이 없는 사람이 6일 동안 코로나19 입원 치료를 받으면, 평균 7만 3천 3백 달러, 우리 돈 9천만 원 넘게 내야한다고 예측했습니다.

[김상현/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 의사 : "심각하게 호흡곤란도 오시고 인공호흡기도 필요하고 그렇다고 그러면 하루 들게 되는 경비가 3~4배가 뛰게 되죠. 그것보다. 그래서 8천불, 9천불 이상이 들게 됩니다. 하루에."]

KBS 뉴스 공민경입니다.

▼“재난이 지나면 불평등이 커진다”▼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에 사회 보험의 위력과 필요성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롭니다.

KBS가 시사IN, 서울대학교와 함께 조사해보니, 응답자 60% 이상이 사회보험 확대를 원했고, 특히 코로나19로 생긴 소득 감소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지원을 하겠으니 세금을 더 내겠냐는 질문엔 절반 이상이 싫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42%는 정부가 증세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했고, 40%는 세금을 더 낼 여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가량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데에는 동의했습니다.

코로나 19 가 불러올 경제 위기를 앞두고 적잖은 사회적 진통이 예견되는 대목입니다.

이같은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홍진아 기자입니다.

▼후쿠야마 “한국, 높은 신뢰 성취, 하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어”▼

자신의 책 '트러스트'에서 한국을 신뢰가 낮은 국가로 분류했던 미국 미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계기로 한국 사회 신뢰 수준을 다시 평가했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미국 미래정치학자/스탠퍼드대 교수 : "제 책 '트러스트'에서는 주로 시민간 수평적 신뢰를 다뤘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국가와 시민 사이의 수직적 신뢰관계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한국이 코로나 19 사태에서 상당히 높은 신뢰를 성취했다고 봅니다."]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신뢰'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후쿠야마 : "감염병 대유행은 재난이 얼마나 차별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줍니다. 노동 약자들은 중산층보다 위험을 더 감수해야 합니다. 이같은 불평등 해소가 (코로나 19 이후) 한국의 주요한 논제가 될 것입니다."]

'재난이 지난 뒤 불평등이 커졌던' 역사의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는 조언도 이어졌습니다.

[자크 아탈리/프랑스 경제학자 : "전세계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희생될 위험이 크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국의) 콜센터 감염은 한 가지 사례일 뿐입니다."]

[리프킨/미국 문명비평가 : "고용과 부(富)의, 보다 평등한 분배가 필요합니다. 제공받는 서비스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야합니다."]

서로를 경계할 수 밖에 없는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공동체의 힘을 믿고 연대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리프킨/미국 문명비평가 : "(한국의 모든 개인이) 민주적이고 사회활동을 통해 모든 지역과 가정, 산업이 공평한 기반에서 정의롭고 인간적인 한국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합니다. 한국이 21세기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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