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에 장애인시설 취업 기회 준 법원·검찰…법 적용 ‘깜빡’

입력 2020.06.02 (19:32) 수정 2020.06.0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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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법원이 성추행범 판결을 파기 환송했는데, 그 이유가 참 어이없습니다.

앞선 재판에서 검찰과 법원이 실수로 성추행범의 장애인 시설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를 적용해 다시 판단하라고 한 건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재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018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 씨.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3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추행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도 덧붙였습니다.

반면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2심, 그런데 1심 과정에서 놓친 처벌 조항이 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1심 선고 일주일 전 개정된 관련 법에 따라 성범죄로 형을 선고할 때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금지 명령도 함께 이뤄졌어야 했지만 법원과 검찰 모두 깜빡한 겁니다.

늦게나마 이를 알아챈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에 더해 A 씨에게 장애인시설 취업 금지 명령까지 선고했습니다.

원심보다 더 무거워진 2심의 형량.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이 '불이익변경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파기 환송했습니다.

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만 항소를 했는데 이럴 경우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장애인 시설 취업제한 명령 부분만 따로 파기하는 것도 불가능해, 대법원은 사건 전체를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재판결 전까지 A 씨는 마음만 먹으면 장애인 시설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시설까지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법원은 빠른 시일 내에 파기 환송심 판결을 내릴 계획입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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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자에 장애인시설 취업 기회 준 법원·검찰…법 적용 ‘깜빡’
    • 입력 2020-06-02 19:34:17
    • 수정2020-06-02 19: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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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법원이 성추행범 판결을 파기 환송했는데, 그 이유가 참 어이없습니다.

앞선 재판에서 검찰과 법원이 실수로 성추행범의 장애인 시설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를 적용해 다시 판단하라고 한 건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재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018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 씨.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3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추행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도 덧붙였습니다.

반면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2심, 그런데 1심 과정에서 놓친 처벌 조항이 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1심 선고 일주일 전 개정된 관련 법에 따라 성범죄로 형을 선고할 때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금지 명령도 함께 이뤄졌어야 했지만 법원과 검찰 모두 깜빡한 겁니다.

늦게나마 이를 알아챈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에 더해 A 씨에게 장애인시설 취업 금지 명령까지 선고했습니다.

원심보다 더 무거워진 2심의 형량.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이 '불이익변경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파기 환송했습니다.

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만 항소를 했는데 이럴 경우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장애인 시설 취업제한 명령 부분만 따로 파기하는 것도 불가능해, 대법원은 사건 전체를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재판결 전까지 A 씨는 마음만 먹으면 장애인 시설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시설까지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법원은 빠른 시일 내에 파기 환송심 판결을 내릴 계획입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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