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힘 키울 것”…남북 관계 중대 기로

입력 2020.06.13 (07:50) 수정 2020.06.13 (08: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비해 힘을 키우겠다고 했고, 더 이상 대가 없이 미국에 치적 보따리를 안겨주지 않겠다'라고 했는데요.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북미 협상 파기를 선언하진 않았고 ‘대가’를 언급했단 점에서 여전히 협상의 여지는 남긴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남측과는 대북 전단을 빌미로 긴장구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마스크를 낀 북한 주민들이 주먹을 휘두르며 행진합니다.

남측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이 적힌 현수막과 팻말도 눈에 띕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뒤 북한에서는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양 시민 :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한 불한당들의 대갈통에 청년들의 불벼락을 퍼붓자고, 그것이 바로 우리 청년들의 의지입니다."]

북한 관영 매체에는 남측을 비난하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습니다.

대외선전 매체들은 남한 당국의 친미 사대로 인해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 "민족 내부 문제를 조미(북미) 관계와 엮어 놓았으니 지식도 상식도 무(無)! 건건이 상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승인받으러 다녔으니 주견도 결단력도 무(無)!"]

또 다른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도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는데, 해당 영상이 문제가 돼 계정이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첫 보복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유지되던 통신선을 전부 차단한 겁니다.

남북 정상 간 직통연락선은 물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상선 공용망 등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조선중앙TV :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다."]

북한은 또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우리 측을 적으로 규정한 건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시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남북 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연락망을 끊어버리며 대남 압박을 이어왔습니다.

[이명박/전 대통령/2010년 5월 :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 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천안함 피격에 대응해 정부가 도입한 5.24 대북제재 조치.

당시 북한은 이를 비난하며 판문점 채널을 7개월 동안 닫아 걸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전개되자 북한은 남북 채널을 폐쇄하며 불만을 드러냈고,

[조선중앙TV/2013년 3월 : "임의의 시각에 전쟁의 불집이 터지게 되어있는 상황에서 쌍방 군부 사이에 개설된 북남 군 통신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2016년 2월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에 남측이 개성공단 운영 중단으로 대응하자 또다시 판문점 채널과 군 통신선을 끊었습니다.

[조선중앙TV/2013년 2월 : "우리가 자력자강으로 핵강국이 되었고 우주강국이 되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데 그것을 모르는 청와대의 촌닭인 박근혜가 불쌍하기 그지없다."]

[조성렬/국가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라고 하는 것은 초보단계의 신뢰구축 조치입니다. 북한이 이런 통신 연락선을 끊는다는 것은 남쪽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는 의미가 되고요. 소통의 통로를 막았다는 되겠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문제로 삼은 것은 바로 대북전단입니다.

전단에 어떤 표현이 있는지 한번 볼까요?

김정남 피살사건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을 악마, 인간 백정이라고 꼬집는가 하면, 김 위원장이 해마다 10대 소녀 300명을 기쁨조로 선발한다는 내용도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은 왜 해묵은 대북전단 문제를 지금, 이 시기에 꺼내든 걸까요?

강화군 석모도.

바닷가로 나가는 길목을 굴착기 한 대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뿌리째 뽑힌 나무들도 쌓여 있습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쌀 보내기 행사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벌여놓은 겁니다.

[김윤태/강화군 삼산면 이장 : "첫째, 불안하고요. 혹시 그쪽(북한)에서 오판을 할까 불안해하고 두 번째는 쓰레기 문제 때문에 심각합니다. 쓰레기가 저희들이 전부 다 치워야 되고 바다 근처에 가면 저런 쓰레기가 굉장히 많아요."]

주민과 경찰의 제지로 탈북민 단체들의 쌀 보내기 행사는 잇달아 무산됐습니다.

[박종오/탈북자 단체 : "(매달 해왔는데) 왜 이제 와서…막는 사람은 다 빨갱이로 되어 보여요."]

휴전선 인근 접경 지역에서 대형 풍선에 넣어 날려 보내는 대북 전단에는 3대 세습 등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로 적혀있습니다.

[이철은/2016년 탈북/황해남도에서 대북 전단 수거 : "북한은 멀지 않아 망하게 된다는 딱 보는 순간에 충격이 오더라고요. 이게 뭐야? 그다음에 어린애가 나라를 이끌 수 있나 이런 식의 내용과 조금 이따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 이런 내용이 충격을 많이 받았죠. 그때 당시에는 반반이었어요.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고 있다 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진짜 저 사람이 지도자 후계자로 나서 가지고 바로 됐잖아요. 뭐 얼마 진짜 걸리지 않았거든요. 저 집안에 터가 있을까? 이런 생각 갑자기 딱 드는 거 있죠."]

식량과 의료품, 미국 달러화는 물론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저장된 USB가 풍선에 담기기도 합니다.

[이철은/2016년 탈북/황해남도에서 대북 전단 수거 : "전단지를 봤다가는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신고하기 때문에 자기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으니까 안 보는데 USB는 주머니에 쓱 감춰가지고 갈 수도 있어요. 그럼 거기서 다 보죠. 한국 영화 많이 보죠. 실제로 대한민국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그냥 다 잘 사는 나라라는 건 다 알죠 이제..."]

과거에도 북한은 대북 전단을 빌미로 긴장을 고조시키곤 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는 위협을 넘어 실제 군사 행동도 취했습니다.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겁니다.

[조평통 서기국 보도/2014년 10월: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삐라 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 관계는 또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이후 정부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을 근거로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왔습니다.

법원도 2016년 주민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최근 강한 비난을 쏟아낸 건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있는 데다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해 놓았는데, 남측이 이를 2년 넘게 수수방관해 왔다는 불만으로 보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무엇보다도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정상이 만나서 합의했던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상호 비방을 중단하는 것이에요. 상호 비방을 중단하는 가장 가시적이고 상징인 조치가 대북 전단지 살포를 중단하는 건데, 이게 다시 탈북 단체들에 의해서 다시 보내지니까 북한이 발끈하면서 반응을 보인 거예요."]

대북 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은 코로나19와 경제성과 부진 등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란 분석도 있습니다.

[정세현/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제대로 성과적으로 빛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그렇지 않아도 속이 터져서 뭔가 지금 화를 내고 싶은데 남쪽 삐라가 걸린 겁니다. 적대감이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쓰고 있어요. 대남 적대감으로 지금 똘똘 뭉쳐서 정면돌파해야할 정도로 북한 내부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려되는 건 북한의 다음 수순입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개성공단 완전 철거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도 각오하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조성렬/국가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이걸 빌미로 해서 여러 가지 어떤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죠. 대표적으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다든지, 아니면 다탄두 중거리 미사일을 쏜다든지 해서 직접적으로 우리 공격하는 건 아니지만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승인 없이 북한에 전단을 살포하고 쌀을 보낸 탈북민 단체 두 곳을 경찰에 고발하고, 비영리 법인 설립 허가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고 탈북 청소년을 돕겠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남북 간 긴장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섭니다.

[김유근/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입니다."]

대남 비난 수위를 끌어올린 북한이 이번에는 미국까지 겨냥하는 모습입니다.

미 국무부가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북한 외무성이 남북 관계에 참견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대남 언급 없이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8일 북한 노동신문 1면입니다.

15일 만에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화학공업 발전과 평양 시민의 생활 향상 방향을 언급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정치국 회의에서는) 나라의 자립경제를 더욱 발전시키며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서 나서는 일련의 중대한 문제들이 심도 있게 토의됐습니다."]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민생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인 겁니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해 쓴소리도 쏟아냈습니다.

리선권 외무상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은 12일, 북한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미국을 향해 남북관계에 참견하지 말라고 한 데 이어 비난 수위를 한층 높인 겁니다.

리 외무상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치적 쌓기에만 매달려 왔다며 다시는 아무런 대가 없이 치적 선전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은 아니고, 대가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협상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란 분석도 나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북미 간 싱가포르의 약속 실현을 위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고리로 남측을 압박한 데 이어 미국에도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비난수위는 조절하는 모습이어서 북미 대화 교착 상황에서도 추이를 지켜보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한반도] 北 “힘 키울 것”…남북 관계 중대 기로
    • 입력 2020-06-13 08:36:35
    • 수정2020-06-13 08:58:55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비해 힘을 키우겠다고 했고, 더 이상 대가 없이 미국에 치적 보따리를 안겨주지 않겠다'라고 했는데요.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북미 협상 파기를 선언하진 않았고 ‘대가’를 언급했단 점에서 여전히 협상의 여지는 남긴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남측과는 대북 전단을 빌미로 긴장구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마스크를 낀 북한 주민들이 주먹을 휘두르며 행진합니다.

남측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이 적힌 현수막과 팻말도 눈에 띕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뒤 북한에서는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양 시민 :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한 불한당들의 대갈통에 청년들의 불벼락을 퍼붓자고, 그것이 바로 우리 청년들의 의지입니다."]

북한 관영 매체에는 남측을 비난하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습니다.

대외선전 매체들은 남한 당국의 친미 사대로 인해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 "민족 내부 문제를 조미(북미) 관계와 엮어 놓았으니 지식도 상식도 무(無)! 건건이 상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승인받으러 다녔으니 주견도 결단력도 무(無)!"]

또 다른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도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는데, 해당 영상이 문제가 돼 계정이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첫 보복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유지되던 통신선을 전부 차단한 겁니다.

남북 정상 간 직통연락선은 물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상선 공용망 등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조선중앙TV :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다."]

북한은 또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우리 측을 적으로 규정한 건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시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남북 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연락망을 끊어버리며 대남 압박을 이어왔습니다.

[이명박/전 대통령/2010년 5월 :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 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천안함 피격에 대응해 정부가 도입한 5.24 대북제재 조치.

당시 북한은 이를 비난하며 판문점 채널을 7개월 동안 닫아 걸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전개되자 북한은 남북 채널을 폐쇄하며 불만을 드러냈고,

[조선중앙TV/2013년 3월 : "임의의 시각에 전쟁의 불집이 터지게 되어있는 상황에서 쌍방 군부 사이에 개설된 북남 군 통신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2016년 2월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에 남측이 개성공단 운영 중단으로 대응하자 또다시 판문점 채널과 군 통신선을 끊었습니다.

[조선중앙TV/2013년 2월 : "우리가 자력자강으로 핵강국이 되었고 우주강국이 되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데 그것을 모르는 청와대의 촌닭인 박근혜가 불쌍하기 그지없다."]

[조성렬/국가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라고 하는 것은 초보단계의 신뢰구축 조치입니다. 북한이 이런 통신 연락선을 끊는다는 것은 남쪽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는 의미가 되고요. 소통의 통로를 막았다는 되겠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문제로 삼은 것은 바로 대북전단입니다.

전단에 어떤 표현이 있는지 한번 볼까요?

김정남 피살사건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을 악마, 인간 백정이라고 꼬집는가 하면, 김 위원장이 해마다 10대 소녀 300명을 기쁨조로 선발한다는 내용도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은 왜 해묵은 대북전단 문제를 지금, 이 시기에 꺼내든 걸까요?

강화군 석모도.

바닷가로 나가는 길목을 굴착기 한 대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뿌리째 뽑힌 나무들도 쌓여 있습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쌀 보내기 행사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벌여놓은 겁니다.

[김윤태/강화군 삼산면 이장 : "첫째, 불안하고요. 혹시 그쪽(북한)에서 오판을 할까 불안해하고 두 번째는 쓰레기 문제 때문에 심각합니다. 쓰레기가 저희들이 전부 다 치워야 되고 바다 근처에 가면 저런 쓰레기가 굉장히 많아요."]

주민과 경찰의 제지로 탈북민 단체들의 쌀 보내기 행사는 잇달아 무산됐습니다.

[박종오/탈북자 단체 : "(매달 해왔는데) 왜 이제 와서…막는 사람은 다 빨갱이로 되어 보여요."]

휴전선 인근 접경 지역에서 대형 풍선에 넣어 날려 보내는 대북 전단에는 3대 세습 등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로 적혀있습니다.

[이철은/2016년 탈북/황해남도에서 대북 전단 수거 : "북한은 멀지 않아 망하게 된다는 딱 보는 순간에 충격이 오더라고요. 이게 뭐야? 그다음에 어린애가 나라를 이끌 수 있나 이런 식의 내용과 조금 이따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 이런 내용이 충격을 많이 받았죠. 그때 당시에는 반반이었어요.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고 있다 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진짜 저 사람이 지도자 후계자로 나서 가지고 바로 됐잖아요. 뭐 얼마 진짜 걸리지 않았거든요. 저 집안에 터가 있을까? 이런 생각 갑자기 딱 드는 거 있죠."]

식량과 의료품, 미국 달러화는 물론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저장된 USB가 풍선에 담기기도 합니다.

[이철은/2016년 탈북/황해남도에서 대북 전단 수거 : "전단지를 봤다가는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신고하기 때문에 자기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으니까 안 보는데 USB는 주머니에 쓱 감춰가지고 갈 수도 있어요. 그럼 거기서 다 보죠. 한국 영화 많이 보죠. 실제로 대한민국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그냥 다 잘 사는 나라라는 건 다 알죠 이제..."]

과거에도 북한은 대북 전단을 빌미로 긴장을 고조시키곤 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는 위협을 넘어 실제 군사 행동도 취했습니다.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겁니다.

[조평통 서기국 보도/2014년 10월: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삐라 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 관계는 또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이후 정부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을 근거로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왔습니다.

법원도 2016년 주민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최근 강한 비난을 쏟아낸 건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있는 데다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해 놓았는데, 남측이 이를 2년 넘게 수수방관해 왔다는 불만으로 보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무엇보다도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정상이 만나서 합의했던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상호 비방을 중단하는 것이에요. 상호 비방을 중단하는 가장 가시적이고 상징인 조치가 대북 전단지 살포를 중단하는 건데, 이게 다시 탈북 단체들에 의해서 다시 보내지니까 북한이 발끈하면서 반응을 보인 거예요."]

대북 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은 코로나19와 경제성과 부진 등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란 분석도 있습니다.

[정세현/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제대로 성과적으로 빛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그렇지 않아도 속이 터져서 뭔가 지금 화를 내고 싶은데 남쪽 삐라가 걸린 겁니다. 적대감이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쓰고 있어요. 대남 적대감으로 지금 똘똘 뭉쳐서 정면돌파해야할 정도로 북한 내부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려되는 건 북한의 다음 수순입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개성공단 완전 철거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도 각오하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조성렬/국가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이걸 빌미로 해서 여러 가지 어떤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죠. 대표적으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다든지, 아니면 다탄두 중거리 미사일을 쏜다든지 해서 직접적으로 우리 공격하는 건 아니지만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승인 없이 북한에 전단을 살포하고 쌀을 보낸 탈북민 단체 두 곳을 경찰에 고발하고, 비영리 법인 설립 허가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고 탈북 청소년을 돕겠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남북 간 긴장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섭니다.

[김유근/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입니다."]

대남 비난 수위를 끌어올린 북한이 이번에는 미국까지 겨냥하는 모습입니다.

미 국무부가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북한 외무성이 남북 관계에 참견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대남 언급 없이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8일 북한 노동신문 1면입니다.

15일 만에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화학공업 발전과 평양 시민의 생활 향상 방향을 언급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정치국 회의에서는) 나라의 자립경제를 더욱 발전시키며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서 나서는 일련의 중대한 문제들이 심도 있게 토의됐습니다."]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민생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인 겁니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해 쓴소리도 쏟아냈습니다.

리선권 외무상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은 12일, 북한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미국을 향해 남북관계에 참견하지 말라고 한 데 이어 비난 수위를 한층 높인 겁니다.

리 외무상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치적 쌓기에만 매달려 왔다며 다시는 아무런 대가 없이 치적 선전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은 아니고, 대가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협상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란 분석도 나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북미 간 싱가포르의 약속 실현을 위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고리로 남측을 압박한 데 이어 미국에도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비난수위는 조절하는 모습이어서 북미 대화 교착 상황에서도 추이를 지켜보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