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잇따른 고양이 학대 사건…왜 이런 일이?

입력 2020.06.19 (08:25) 수정 2020.06.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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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열흘 전, 서울 마포에서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사건, 전해드렸었는데요.

이번에는 서울 관악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또, 종로 동묘 시장에서는 길고양이 학대 논란으로 SNS가 떠들썩하기도 했는데요.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동물 학대 사건,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의 동묘시장,

갑자기 가게 안에 고양이가 뛰어들자, 상인들은 고양이를 쫓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나가려 하질 않자 올가미를 씌워 가게 밖으로 끌어내는데요.

목이 졸려 발버둥치는 고양이.

상인들은 고양이를 꼬챙이로 찔러보더니 상자 안에 욱여넣습니다.

상자까지 발로 밟는 상인들, 상자는 찢어질 정도로 구겨지는데요.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이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유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알려졌습니다.

[윤지숙/고양이 카페 회원 : "행동들이 너무 좀 잔인하니까 삽시간에 모든 SNS와 동물단체에 자연스럽게 퍼진 거죠."]

상인들은 고양이가 담긴 상자를 청계천 근처에 버려뒀고, 이를 본 시민들의 신고로 소방서 등이 출동하면서 고양이는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최민경/'동물권행동 카라'활동가 : "고양이는 굉장히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그런 상태에서 개구호흡을 하고 침을 많이 흘리고 있는 상태였고요. 현장에서 바로 서울시 협력병원으로 인계해서 급히 이동했습니다. 당시에 아마 신체적인 고통을 굉장히 많이 당했던 거로 보이고요. 복부와 발바닥 이런 데에 찰과상이 굉장히 많고 혈흔 등이 발견되었고요."]

해당 상인은 가게에서 고양이를 내보내려 했을 뿐 악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는데요

[동묘시장 상인회장 : "고양이가 안에서 있고 자기 아내는 떨고 있고. 자꾸 내보내도 안 나오고 안에 이렇게 박혀있고. 119에도 신고하고 하니까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해서 시간이 지체되니까 자기가 엉겁결에 그렇게 꺼내다 보니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그래요."]

하지만 이유를 불문하고 대응이 지나쳤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윤지숙/고양이 카페 회원 : "내 가게에 왔으니까 빨리 내보내고 싶고 그러셨겠지만 행동이 좀 지나치셨다. 고양이를 막 쑤시고 발로 밟고 줄을 갖다 질질 끌고서 마치 고양이를 공개처형 하듯……."]

한 동물보호단체는 지난 15일 하루만에 시민 1200 명의 위임장을 받아 해당 상인을 중앙지검에 고발했는데요.

[유주연/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대표 : "공공연하게 이제 대낮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 당연히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나아가서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고……."]

그런가 하면 서울 관악구에서는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관악구 난곡동의 길가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됐는데요.

[제보자/음성변조 : "일단 얼굴도 멀쩡했고 팔다리도 다 멀쩡했지만 배가…….장기가 다 보이게끔 해놓고……."]

임신한 고양이의 배를 훼손하고 새끼까지 밖으로 꺼내 놓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평소 동네에서 죽은 고양이와 자주 마주쳤다는 제보자. 그 충격에 병원까지 다닐 정도라는데요.

[제보자/음성변조 : "제가 아는 고양이였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충격이 한 네다섯 배 오는 거예요. 살아있을 때와 죽어있을 때가 자꾸 겹쳐서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잠을 못 자서 지금 수면제를 먹어야지 그나마 잠을 자거든요."]

그런데 약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30일. 이곳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서 또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핏자국이 되게 여러 개 있었어요. 아기 고양이 다리 한쪽이 뒷다리가 잘려져 있어서……."]

그런데, 두 사건 모두 고양이 사체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윤재원/수의사 : "절개라인이 굉장히 깨끗해요. 커터칼로 이렇게 했다? 절대 이렇게 안 잘려요. 전용 칼이나 그런 걸로 한방에 쭉 절개한 거예요."]

경찰은 부검을 의뢰하고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별로 진척이 없어요. 목격자라든가 CCTV라든가 이런 게 전혀 없으니까……."]

그런데 이 동네에서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석 달 전 인근 야산에선 배가 갈라진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고, 그로부터 1주일 후, 다리가 불에 탄 고양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는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며칠 뒤 사망했는데요.

[목격자/음성변조 : "발목 쪽 여기는 그냥 불로 이렇게 지진 것처럼, 지져서 이게 꼬불꼬불 탔어. 머리카락 타면 이렇게 우그러지잖아. 그런 식……."]

최근 마포구 일대에 이어 관악구 일대조차 훼손된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집 계약 끝나면 딴 데로 이사를 갈까 너무 무섭잖아요. 계속 그런 일이 여기서도 다른 동에서도 일어나고 하니까 불안해서 진짜 좀 다른 데로 이사 가려고도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 5년 사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총 1900여 건.

하지만 구속된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한데요.

이처럼 처벌이 약하다 보니 동물 학대 범죄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명수/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변호사 : "(그동안)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이제 단순히 재물로만 봤기 때문에 이런 (처벌이 약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 같고 동물 학대 행위는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반사회적인 행위이고 결국 우리 사회에도 사회 구성원에게도 해를 미칠 수 있는 그런 범죄입니다.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그 이면에는 늘어나는 동물 학대사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생명 경시 행태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동물학대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처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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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9 08:28:59
    • 수정2020-06-19 09: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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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서울 마포에서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사건, 전해드렸었는데요.

이번에는 서울 관악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또, 종로 동묘 시장에서는 길고양이 학대 논란으로 SNS가 떠들썩하기도 했는데요.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동물 학대 사건,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의 동묘시장,

갑자기 가게 안에 고양이가 뛰어들자, 상인들은 고양이를 쫓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나가려 하질 않자 올가미를 씌워 가게 밖으로 끌어내는데요.

목이 졸려 발버둥치는 고양이.

상인들은 고양이를 꼬챙이로 찔러보더니 상자 안에 욱여넣습니다.

상자까지 발로 밟는 상인들, 상자는 찢어질 정도로 구겨지는데요.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이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유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알려졌습니다.

[윤지숙/고양이 카페 회원 : "행동들이 너무 좀 잔인하니까 삽시간에 모든 SNS와 동물단체에 자연스럽게 퍼진 거죠."]

상인들은 고양이가 담긴 상자를 청계천 근처에 버려뒀고, 이를 본 시민들의 신고로 소방서 등이 출동하면서 고양이는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최민경/'동물권행동 카라'활동가 : "고양이는 굉장히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그런 상태에서 개구호흡을 하고 침을 많이 흘리고 있는 상태였고요. 현장에서 바로 서울시 협력병원으로 인계해서 급히 이동했습니다. 당시에 아마 신체적인 고통을 굉장히 많이 당했던 거로 보이고요. 복부와 발바닥 이런 데에 찰과상이 굉장히 많고 혈흔 등이 발견되었고요."]

해당 상인은 가게에서 고양이를 내보내려 했을 뿐 악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는데요

[동묘시장 상인회장 : "고양이가 안에서 있고 자기 아내는 떨고 있고. 자꾸 내보내도 안 나오고 안에 이렇게 박혀있고. 119에도 신고하고 하니까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해서 시간이 지체되니까 자기가 엉겁결에 그렇게 꺼내다 보니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그래요."]

하지만 이유를 불문하고 대응이 지나쳤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윤지숙/고양이 카페 회원 : "내 가게에 왔으니까 빨리 내보내고 싶고 그러셨겠지만 행동이 좀 지나치셨다. 고양이를 막 쑤시고 발로 밟고 줄을 갖다 질질 끌고서 마치 고양이를 공개처형 하듯……."]

한 동물보호단체는 지난 15일 하루만에 시민 1200 명의 위임장을 받아 해당 상인을 중앙지검에 고발했는데요.

[유주연/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대표 : "공공연하게 이제 대낮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 당연히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나아가서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고……."]

그런가 하면 서울 관악구에서는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관악구 난곡동의 길가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됐는데요.

[제보자/음성변조 : "일단 얼굴도 멀쩡했고 팔다리도 다 멀쩡했지만 배가…….장기가 다 보이게끔 해놓고……."]

임신한 고양이의 배를 훼손하고 새끼까지 밖으로 꺼내 놓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평소 동네에서 죽은 고양이와 자주 마주쳤다는 제보자. 그 충격에 병원까지 다닐 정도라는데요.

[제보자/음성변조 : "제가 아는 고양이였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충격이 한 네다섯 배 오는 거예요. 살아있을 때와 죽어있을 때가 자꾸 겹쳐서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잠을 못 자서 지금 수면제를 먹어야지 그나마 잠을 자거든요."]

그런데 약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30일. 이곳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서 또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핏자국이 되게 여러 개 있었어요. 아기 고양이 다리 한쪽이 뒷다리가 잘려져 있어서……."]

그런데, 두 사건 모두 고양이 사체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윤재원/수의사 : "절개라인이 굉장히 깨끗해요. 커터칼로 이렇게 했다? 절대 이렇게 안 잘려요. 전용 칼이나 그런 걸로 한방에 쭉 절개한 거예요."]

경찰은 부검을 의뢰하고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별로 진척이 없어요. 목격자라든가 CCTV라든가 이런 게 전혀 없으니까……."]

그런데 이 동네에서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석 달 전 인근 야산에선 배가 갈라진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고, 그로부터 1주일 후, 다리가 불에 탄 고양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는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며칠 뒤 사망했는데요.

[목격자/음성변조 : "발목 쪽 여기는 그냥 불로 이렇게 지진 것처럼, 지져서 이게 꼬불꼬불 탔어. 머리카락 타면 이렇게 우그러지잖아. 그런 식……."]

최근 마포구 일대에 이어 관악구 일대조차 훼손된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집 계약 끝나면 딴 데로 이사를 갈까 너무 무섭잖아요. 계속 그런 일이 여기서도 다른 동에서도 일어나고 하니까 불안해서 진짜 좀 다른 데로 이사 가려고도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 5년 사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총 1900여 건.

하지만 구속된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한데요.

이처럼 처벌이 약하다 보니 동물 학대 범죄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명수/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변호사 : "(그동안)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이제 단순히 재물로만 봤기 때문에 이런 (처벌이 약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 같고 동물 학대 행위는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반사회적인 행위이고 결국 우리 사회에도 사회 구성원에게도 해를 미칠 수 있는 그런 범죄입니다.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그 이면에는 늘어나는 동물 학대사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생명 경시 행태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동물학대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처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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