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中 금값 돼지고기 “내년쯤 안정”…“식량 안보” 배경에도?

입력 2020.09.03 (18:03) 수정 2020.09.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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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이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각별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너무 올라, 서민들은 먹기 어려운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징 연결합니다.

최영은 기자! 돼지고기 가격이 얼마나 올랐길래 그런가요?

[기자]

중국 옛말에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돼지고기와 양곡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뜻입니다.

돼지고기를 즐겨먹는 중국에선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돼지고기 수급을 잘 관리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단 것일 텐데요.

그런데 최근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을 살펴볼까요?

2018년 4월 500그램에 10위안, 우리 돈 1700원 정도 하던 것이 20개월 만인 지난해 말 4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들어 좀 꺾이는가 싶더니 다시 여름이 되자 급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진 건가요?

[기자]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몇 년 주기로 가격이 출렁이는 대표적인 품목입니다.

중국인들이 워낙 돼지고기를 좋아하다 보니까 가격이 오르면 양돈업자들이 사육량을 늘리고, 가격이 내려가면 다시 개체 수를 줄이는 식입니다.

그러다가 돼지의 사육량이 줄어든 시점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을 강타하면서 일차적으로 가격 폭등을 불러왔습니다.

여기에 올해 안정세로 접어들려던 가격이 중남부 지역 홍수로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고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이거든요.

또 다음 달 8일간의 국경절 긴 연휴를 앞두고 있어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을 부르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 정부도 돼지고기 가격을 잡는데 비상이겠어요?

[기자]

그래서 중국 정부가 창고에 비축해 놓은 냉동 돼지고기를 풀고 있습니다.

최근 8,600여 톤을 시중에 풀었고, 올해 들어 방출한 돼지고기는 30차례에 걸쳐 41만 톤에 달합니다.

하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황당한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장쑤성에서는 냉동 돼지고기를 싣고 달리던 화물트럭이 전복되는 교통사고가 났는데, 이때 쏟아진 돼지고기를 인근 주민들이 앞다퉈 훔쳐가 버렸습니다.

치솟은 돼지고기 가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돼지고기 가격이 언제쯤 잡힐까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앞으로도 한동안은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입니다.

중국 정협위원이자 농축산 대기업인 신시왕 그룹의 류융하오 회장의 말 들어보시죠.

[류융하오/중국 정협위원 : "내년 중반 이후에 돼지고기가격이 정상가격으로 회복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소고기와 가격 차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소고기로 눈을 돌릴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소고기 시장 가격 역시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주 연속 올라 중국 서민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시진핑 주석이 "음식물 낭비를 막아라" 하면서 '식량 안보' 강조하고 있잖아요.

이 배경에 돼지고기도 주요하게 관련 있어 보인다고요?

[기자]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곡물 비축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밀이나 쌀, 옥수수 등에 해당하는 말이고요.

돼지 사료로 쓰는 대두는 상황이 다릅니다.

대두는 대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미국 등에서 수입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해외 코로나19 상황이 녹록지 않아 생산 차질이 올 수 있는 데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중국과학원 상하이식물생물학연구센터 주임인 주젠캉은 중국 매체 제일재경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식량 안보는 사람들의 식량뿐 아니라 가축의 사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농부들에게 대두 농사를 장려하고 있고, 대두를 대체할 작물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즉 '저량안천하'를 위해 돼지고기의 사료 수급에서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대비해야 하는 것도 식량 안보의 한 축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편집:정재숙/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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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3 18:08:03
    • 수정2020-09-03 18: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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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이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각별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너무 올라, 서민들은 먹기 어려운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징 연결합니다.

최영은 기자! 돼지고기 가격이 얼마나 올랐길래 그런가요?

[기자]

중국 옛말에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돼지고기와 양곡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뜻입니다.

돼지고기를 즐겨먹는 중국에선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돼지고기 수급을 잘 관리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단 것일 텐데요.

그런데 최근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을 살펴볼까요?

2018년 4월 500그램에 10위안, 우리 돈 1700원 정도 하던 것이 20개월 만인 지난해 말 4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들어 좀 꺾이는가 싶더니 다시 여름이 되자 급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진 건가요?

[기자]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몇 년 주기로 가격이 출렁이는 대표적인 품목입니다.

중국인들이 워낙 돼지고기를 좋아하다 보니까 가격이 오르면 양돈업자들이 사육량을 늘리고, 가격이 내려가면 다시 개체 수를 줄이는 식입니다.

그러다가 돼지의 사육량이 줄어든 시점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을 강타하면서 일차적으로 가격 폭등을 불러왔습니다.

여기에 올해 안정세로 접어들려던 가격이 중남부 지역 홍수로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고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이거든요.

또 다음 달 8일간의 국경절 긴 연휴를 앞두고 있어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을 부르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 정부도 돼지고기 가격을 잡는데 비상이겠어요?

[기자]

그래서 중국 정부가 창고에 비축해 놓은 냉동 돼지고기를 풀고 있습니다.

최근 8,600여 톤을 시중에 풀었고, 올해 들어 방출한 돼지고기는 30차례에 걸쳐 41만 톤에 달합니다.

하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황당한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장쑤성에서는 냉동 돼지고기를 싣고 달리던 화물트럭이 전복되는 교통사고가 났는데, 이때 쏟아진 돼지고기를 인근 주민들이 앞다퉈 훔쳐가 버렸습니다.

치솟은 돼지고기 가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돼지고기 가격이 언제쯤 잡힐까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앞으로도 한동안은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입니다.

중국 정협위원이자 농축산 대기업인 신시왕 그룹의 류융하오 회장의 말 들어보시죠.

[류융하오/중국 정협위원 : "내년 중반 이후에 돼지고기가격이 정상가격으로 회복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소고기와 가격 차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소고기로 눈을 돌릴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소고기 시장 가격 역시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주 연속 올라 중국 서민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시진핑 주석이 "음식물 낭비를 막아라" 하면서 '식량 안보' 강조하고 있잖아요.

이 배경에 돼지고기도 주요하게 관련 있어 보인다고요?

[기자]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곡물 비축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밀이나 쌀, 옥수수 등에 해당하는 말이고요.

돼지 사료로 쓰는 대두는 상황이 다릅니다.

대두는 대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미국 등에서 수입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해외 코로나19 상황이 녹록지 않아 생산 차질이 올 수 있는 데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중국과학원 상하이식물생물학연구센터 주임인 주젠캉은 중국 매체 제일재경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식량 안보는 사람들의 식량뿐 아니라 가축의 사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농부들에게 대두 농사를 장려하고 있고, 대두를 대체할 작물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즉 '저량안천하'를 위해 돼지고기의 사료 수급에서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대비해야 하는 것도 식량 안보의 한 축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편집:정재숙/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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