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제구실 못해

입력 2003.07.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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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범죄를 막기 위해 설치된 CCTV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며칠 전에는 CCTV가 설치된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는데 강도의 모습을 단 한 컷도 잡아내지 못한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앵커: 범죄에 무방비로 방치된 CCTV의 사각지대를 긴급점검했습니다.
한재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5월 말 새벽 강도가 들어 현금 170만 원을 빼앗긴 편의점입니다.
이곳에는 2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새벽 시간에는 테이프관리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CCTV를 꺼놓았기 때문입니다.
⊙김 모군(피의자): (CCTV를) 돌릴 때도 있고 안 돌릴 때도 있었는데, 돌린다고 가정하고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어요.
⊙기자: 녹화된 테이프도 내용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60분짜리 테이프 2개를 수없이 반복해서 사용한 탓입니다.
⊙편의점 주인: 공무원이나 기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테이프를 계속 살 수 없어요.
2개를 계속 지웠다 사용하고 그럴 수밖에 없어요.
⊙기자: 다른 편의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곳에도 2대의 CCTV가 있지만 계산대와 매장 한쪽만을 감시하고 있어 사각지대가 여러 곳입니다.
지금 CCTV가 제 모습을 녹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옆으로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CCTV는 더 이상 저를 잡지 못합니다.
아예 CCTV가 한 대도 없는 편의점도 있습니다. 설치비가 4, 500만 원이나 들고 관리도 번거로운 데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주들의 얘기입니다.
⊙황은아(편의점 주인): 비용이 일단 비싸고요, 거기에 반해서 효율성을 크게 못 느끼겠고.
⊙기자: 아파트 지하 주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150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이 지하주차장에는 CCTV가 160대입니다.
숫자상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 통로만 감시할 뿐 모서리 등 사각지대에는 속수무책입니다.
비용문제 때문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CCTV 설치) 내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
조합에서 부담할 것이냐, 아니면 주민들이 부담할 것이냐...
⊙기자: 녹화한 테이프도 수없이 돌려 써 화면상태가 불량합니다.
더구나 주차장이 어려워 번호판조차 식별이 안 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테이프를) 잘해야 한 달 정도...
한 달도 못 쓸 거예요.
테이프가 늘어져서 보려고 해도 잘 안 보여요.
⊙기자: CCTV가 한 대도 없는 지하 주차장도 있습니다.
CCTV가 작동중이라는 팻말은 있지만 실제로 CCTV는 없습니다.
30대 이상을 세울 수 있는 지하주차장에는 반드시 CCTV를 설치해야 하는 데도 지키지 않습니다.
⊙정나나(서울 방학동):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기가 좀 CCTV가 없기 때문에 좀 위험하고요, 또 여자들이 밤에는 더 무서워서 보통 엄마들이 안 댄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자: 경찰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전국 1만 5000여 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조사한 결과 CCTV가 부족한 곳이 3600여 곳, 한 대도 없는 곳이 430여 곳이나 됐습니다.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CCTV, 비용과 관리 문제에 부딪쳐 설치를 미루는 사이 또 다른 범행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KBS뉴스 한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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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CTV 제구실 못해
    • 입력 2003-07-08 20:00:00
    뉴스타임
⊙앵커: 범죄를 막기 위해 설치된 CCTV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며칠 전에는 CCTV가 설치된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는데 강도의 모습을 단 한 컷도 잡아내지 못한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앵커: 범죄에 무방비로 방치된 CCTV의 사각지대를 긴급점검했습니다. 한재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5월 말 새벽 강도가 들어 현금 170만 원을 빼앗긴 편의점입니다. 이곳에는 2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새벽 시간에는 테이프관리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CCTV를 꺼놓았기 때문입니다. ⊙김 모군(피의자): (CCTV를) 돌릴 때도 있고 안 돌릴 때도 있었는데, 돌린다고 가정하고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어요. ⊙기자: 녹화된 테이프도 내용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60분짜리 테이프 2개를 수없이 반복해서 사용한 탓입니다. ⊙편의점 주인: 공무원이나 기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테이프를 계속 살 수 없어요. 2개를 계속 지웠다 사용하고 그럴 수밖에 없어요. ⊙기자: 다른 편의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곳에도 2대의 CCTV가 있지만 계산대와 매장 한쪽만을 감시하고 있어 사각지대가 여러 곳입니다. 지금 CCTV가 제 모습을 녹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옆으로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CCTV는 더 이상 저를 잡지 못합니다. 아예 CCTV가 한 대도 없는 편의점도 있습니다. 설치비가 4, 500만 원이나 들고 관리도 번거로운 데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주들의 얘기입니다. ⊙황은아(편의점 주인): 비용이 일단 비싸고요, 거기에 반해서 효율성을 크게 못 느끼겠고. ⊙기자: 아파트 지하 주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150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이 지하주차장에는 CCTV가 160대입니다. 숫자상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 통로만 감시할 뿐 모서리 등 사각지대에는 속수무책입니다. 비용문제 때문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CCTV 설치) 내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 조합에서 부담할 것이냐, 아니면 주민들이 부담할 것이냐... ⊙기자: 녹화한 테이프도 수없이 돌려 써 화면상태가 불량합니다. 더구나 주차장이 어려워 번호판조차 식별이 안 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테이프를) 잘해야 한 달 정도... 한 달도 못 쓸 거예요. 테이프가 늘어져서 보려고 해도 잘 안 보여요. ⊙기자: CCTV가 한 대도 없는 지하 주차장도 있습니다. CCTV가 작동중이라는 팻말은 있지만 실제로 CCTV는 없습니다. 30대 이상을 세울 수 있는 지하주차장에는 반드시 CCTV를 설치해야 하는 데도 지키지 않습니다. ⊙정나나(서울 방학동):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기가 좀 CCTV가 없기 때문에 좀 위험하고요, 또 여자들이 밤에는 더 무서워서 보통 엄마들이 안 댄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자: 경찰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전국 1만 5000여 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조사한 결과 CCTV가 부족한 곳이 3600여 곳, 한 대도 없는 곳이 430여 곳이나 됐습니다.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CCTV, 비용과 관리 문제에 부딪쳐 설치를 미루는 사이 또 다른 범행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KBS뉴스 한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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