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쓰레기 무단 투기…몸살 앓는 ‘재개발 예정지’

입력 2020.10.26 (19:32) 수정 2020.10.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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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이런 거. 문제라고요. 이런 거, 집 뜯은 것 같은 거 이런 거. 저 침대 같은 거. 저거 문제라고요, 진짜."]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2가와 효자동 1가가 맞물려 있는 도로변.

깨지고 부서진 온갖 잡동사니들로 흡사 거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합니다.

폐건축 자재에서부터 변기통이며 의자, 침대 매트리스까지.

지난 2018년, 한 건설회사에서 임대아파트 신축 예정 지역을 매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살던 주민들이 이주할 때 버리고 떠난 것들입니다.

심지어 빈 건물마다 마구잡이로 던져놓은 쓰레기는, 담장 밖에서도 보일 만큼 산더미를 이룬 데다 악취까지 진동합니다.

[김명선/전주시 효자동 : "지금 집이 다 비었어요. 다 이사 가고. 그러니까 그 집에다가 막 던진 거예요. 음식 쓰레기 같은 거. 그러니까 엄청 악취가 난다니까요."]

주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아무도 치우지 않고, 설상가상 사업 구역 외 사람들마저 쓰레기를 차에 싣고 와 무단으로 버리고 가는 상황.

[주변 주민 :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번 사람이 버리면 쓰레기장이 되는 거예요. 그래가지고는 와서 몰래 차로 갖고 와서 버려요. 한 번은 이 옆집에다가 트럭이 와서 집 뜯은 거 있잖아요. 벽돌 같은 걸 두 차를 붓는 것을…."]

CCTV 하나 없는 이 지역 근처 주민들은 문이 열려 있는 빈집이 증가함에 따라 자칫 우범지대로 변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변 주민 : "아무래도 우범지역이라고 할까, 그런 것도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집들이 대문도 열려 있고, 집들이 비어 있어서 조금 두려운 마음은 있어요. 밤늦게요."]

더욱 위험한 것은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석면 슬레이트가 불법 투기된 채 2년 넘게 방치되어 있다는 것.

일명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은 오랜 기간 눈·비에 노출되면, 풍화와 부식작용을 일으켜 공기 중에 먼지 등의 형태로 떠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갈 위험이 큽니다.

취재진이 찾아가고 난 이후에서야 포장 처리해 두긴 했지만, 폐형광등은 여전히 깨지고 부서진 채로 나뒹굴고, 수거함마저 흉물로 버려진 지 오래.

폐형광등 1개에는 토끼 한 마리의 치사량에 해당하는 0.25mg의 수은이 함유되어 있어,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석면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시민들의 행태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인근 주민들의 원성은 결국 해당 지자체로 향합니다.

[김영일/전주시 중화산동 : "이렇게 쓰레기를 방치해 놓으니까 사람들의 발걸음이 좀 적어지지요. 적어지니까 장사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놓고 생태도시, 사람 사는 도시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조금 의문점이 갑니다."]

하지만 담당 구청은 수차례 민원이 제기되었음에도 주민들의 호소를 방치・방관하면서 행정력 부재를 드러냈습니다.

해당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도 피할 수 없습니다.

건설업체 측은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주시가 아파트 신축공사 승인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또한 도로변에 버려진 쓰레기는 담당 구청이 치워야 한다며 사실상 손을 놓았습니다

[건설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쓰레기를 적재해놓은 것을 확인을 해봤어요. 그래서 보니까 지금 현재 전부 도로 담벼락 밑에 이렇게 해놨어요. 관할 구청에서 도로 부분에 대해서는 관리를 해야 되는 그런 부분이잖아요."]

개발사업 내 도로의 경우 관리주체는 사업 승인 전에는 행정기관이, 승인 후에는 사업 구역으로 편입되어 개발업체로 넘어갑니다.

담당 구청은 뒤늦게 도롯가 쓰레기 처리 및 치안에 대한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양창원/전주시 완산구 자원위생과장 : "도로변에 나와 있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기동반을 투입해서 처리하도록 하고, 슬레이트나 폐형광등 같은 것도 금주 내에 처리할 계획에 있습니다."]

아울러 도로를 제외한 곳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부지를 사들인 건설업체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창원/전주시 완산구 자원위생과장 : "해당 업체에다가 매입한 부지 내에서는 청결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의 책무가 있기 때문에 폐기물관리법에 의해서 권고하고 독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재개발 예정지는 대개 사업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이처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감나무골.

주택가 도로변에 놓여 있는 생활폐기물들이 각각 분리·정돈되어 있습니다.

재개발 지정 구역인 이곳 역시 불과 일주일 전까지 생활 폐기물들로 몸살을 앓던 곳입니다.

[방현숙/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감나무골 : "정리정돈을 잘 해놓고 가야지. 우리가 떠날 때 뒷자리가 깨끗해야 되잖아."]

지금은 재개발조합에서 폐기물마다 처리 안내문을 붙이고, 곳곳에 설치한 CCTV만 해도 70여 대.

중화산동·효자동 일원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고창학/감나무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삶의 터전이었던 이 지역이 떠난 뒤에도 깔끔하고 아름답게 남는 것을 뜻하는 의미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차원에서 CCTV를 설치했고요."]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라 일컫는 전주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지구만 모두 25곳.

쓰레기를 몰래 함부로 버리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과 사업 승인 전이라며 내버려두고 있는 업체, 민원을 소홀히 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행정.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만 있을 뿐, 인근 지역 주거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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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쓰레기 무단 투기…몸살 앓는 ‘재개발 예정지’
    • 입력 2020-10-26 19:32:52
    • 수정2020-10-26 20:13:54
    뉴스7(전주)
["이런 거, 이런 거. 문제라고요. 이런 거, 집 뜯은 것 같은 거 이런 거. 저 침대 같은 거. 저거 문제라고요, 진짜."]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2가와 효자동 1가가 맞물려 있는 도로변.

깨지고 부서진 온갖 잡동사니들로 흡사 거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합니다.

폐건축 자재에서부터 변기통이며 의자, 침대 매트리스까지.

지난 2018년, 한 건설회사에서 임대아파트 신축 예정 지역을 매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살던 주민들이 이주할 때 버리고 떠난 것들입니다.

심지어 빈 건물마다 마구잡이로 던져놓은 쓰레기는, 담장 밖에서도 보일 만큼 산더미를 이룬 데다 악취까지 진동합니다.

[김명선/전주시 효자동 : "지금 집이 다 비었어요. 다 이사 가고. 그러니까 그 집에다가 막 던진 거예요. 음식 쓰레기 같은 거. 그러니까 엄청 악취가 난다니까요."]

주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아무도 치우지 않고, 설상가상 사업 구역 외 사람들마저 쓰레기를 차에 싣고 와 무단으로 버리고 가는 상황.

[주변 주민 :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번 사람이 버리면 쓰레기장이 되는 거예요. 그래가지고는 와서 몰래 차로 갖고 와서 버려요. 한 번은 이 옆집에다가 트럭이 와서 집 뜯은 거 있잖아요. 벽돌 같은 걸 두 차를 붓는 것을…."]

CCTV 하나 없는 이 지역 근처 주민들은 문이 열려 있는 빈집이 증가함에 따라 자칫 우범지대로 변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변 주민 : "아무래도 우범지역이라고 할까, 그런 것도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집들이 대문도 열려 있고, 집들이 비어 있어서 조금 두려운 마음은 있어요. 밤늦게요."]

더욱 위험한 것은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석면 슬레이트가 불법 투기된 채 2년 넘게 방치되어 있다는 것.

일명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은 오랜 기간 눈·비에 노출되면, 풍화와 부식작용을 일으켜 공기 중에 먼지 등의 형태로 떠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갈 위험이 큽니다.

취재진이 찾아가고 난 이후에서야 포장 처리해 두긴 했지만, 폐형광등은 여전히 깨지고 부서진 채로 나뒹굴고, 수거함마저 흉물로 버려진 지 오래.

폐형광등 1개에는 토끼 한 마리의 치사량에 해당하는 0.25mg의 수은이 함유되어 있어,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석면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시민들의 행태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인근 주민들의 원성은 결국 해당 지자체로 향합니다.

[김영일/전주시 중화산동 : "이렇게 쓰레기를 방치해 놓으니까 사람들의 발걸음이 좀 적어지지요. 적어지니까 장사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놓고 생태도시, 사람 사는 도시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조금 의문점이 갑니다."]

하지만 담당 구청은 수차례 민원이 제기되었음에도 주민들의 호소를 방치・방관하면서 행정력 부재를 드러냈습니다.

해당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도 피할 수 없습니다.

건설업체 측은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주시가 아파트 신축공사 승인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또한 도로변에 버려진 쓰레기는 담당 구청이 치워야 한다며 사실상 손을 놓았습니다

[건설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쓰레기를 적재해놓은 것을 확인을 해봤어요. 그래서 보니까 지금 현재 전부 도로 담벼락 밑에 이렇게 해놨어요. 관할 구청에서 도로 부분에 대해서는 관리를 해야 되는 그런 부분이잖아요."]

개발사업 내 도로의 경우 관리주체는 사업 승인 전에는 행정기관이, 승인 후에는 사업 구역으로 편입되어 개발업체로 넘어갑니다.

담당 구청은 뒤늦게 도롯가 쓰레기 처리 및 치안에 대한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양창원/전주시 완산구 자원위생과장 : "도로변에 나와 있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기동반을 투입해서 처리하도록 하고, 슬레이트나 폐형광등 같은 것도 금주 내에 처리할 계획에 있습니다."]

아울러 도로를 제외한 곳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부지를 사들인 건설업체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창원/전주시 완산구 자원위생과장 : "해당 업체에다가 매입한 부지 내에서는 청결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의 책무가 있기 때문에 폐기물관리법에 의해서 권고하고 독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재개발 예정지는 대개 사업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이처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감나무골.

주택가 도로변에 놓여 있는 생활폐기물들이 각각 분리·정돈되어 있습니다.

재개발 지정 구역인 이곳 역시 불과 일주일 전까지 생활 폐기물들로 몸살을 앓던 곳입니다.

[방현숙/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감나무골 : "정리정돈을 잘 해놓고 가야지. 우리가 떠날 때 뒷자리가 깨끗해야 되잖아."]

지금은 재개발조합에서 폐기물마다 처리 안내문을 붙이고, 곳곳에 설치한 CCTV만 해도 70여 대.

중화산동·효자동 일원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고창학/감나무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삶의 터전이었던 이 지역이 떠난 뒤에도 깔끔하고 아름답게 남는 것을 뜻하는 의미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차원에서 CCTV를 설치했고요."]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라 일컫는 전주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지구만 모두 25곳.

쓰레기를 몰래 함부로 버리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과 사업 승인 전이라며 내버려두고 있는 업체, 민원을 소홀히 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행정.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만 있을 뿐, 인근 지역 주거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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