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없이 멀쩡한 가로수 2천 그루 ‘뎅강’

입력 2020.10.27 (21:49) 수정 2020.10.27 (21: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은 수목 보호를 위해 자치단체가 도심 가로수 한 그루 베어낼 때도 전문가 확인을 거치기 마련인데요

세종시가 이런 과정 없이 12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2천 그루가 넘는 가로수를 한꺼번에 베어 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선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종시청 앞 도로 주변.

조경업체가 새 가로수를 심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 상인은 멀쩡한 나무를 베어 죽이고 왜 다시 심냐고 말합니다.

[주변상인 : "멀쩡한 애들을 다 뽑길래…. 그날은 왜 멀쩡한 걸 왜 잘라버리냐…. 저희 가게 앞에는 나무가 원래 좋은 애였어요."]

최근 석달 동안 이렇게 세종시가 베어내거나 뽑아낸 가로수는 2천 백여 그루.

고사한 나무는 베어내고 토양이 좋지 않아 생육 불량인 나무 중 살릴 수 있는 건 옮겨 심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6월 세종시와 LH가 공동 실시한 현장 조사 보고서를 보니, 살릴 수 있는 나무와 고사목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세종시 산림공원과 관계자/음성변조 : "그걸 교체하는데 LH가 생육불량이라고 해서 이식을 하든…. 그냥 저희는 새로운 나무만 심어 놓으면 되는 상황이고…."]

베어낸 가로수를 모아놓은 곳을 찾아가 봤더니 나무 밑둥들 사이에 뿌리를 흙과 단단히 결합시키는 '결속끈'이 그대로인 나무도 있습니다.

[LH 관계자/음성변조 : "업체에서 자체 판단해서 이 나무를 심으면 또 검수과정에서 준공할 때 빠지니(탈락하니) 자기네들이 갖다 놓은 것 같다라고…."]

전문가들은 면밀한 사전 진단 없이 이렇게 많은 나무를 베어버린 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박관수/충남대 수목진단센터장/산림자원학과 교수 : "대전시나 유성구청 같은 경우에서는 가로수 한 그루를 베려고 해도 교수나 전문가의 현장 확인 그리고 사인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와 LH가 가로수 교체에 쓴 예산은 12억 원.

멀쩡한 나무를 베었다는 시민 제보가 잇따르는 가운데 예산 낭비가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전문가 진단 없이 멀쩡한 가로수 2천 그루 ‘뎅강’
    • 입력 2020-10-27 21:49:45
    • 수정2020-10-27 21:56:21
    뉴스9(대전)
[앵커]

요즘은 수목 보호를 위해 자치단체가 도심 가로수 한 그루 베어낼 때도 전문가 확인을 거치기 마련인데요

세종시가 이런 과정 없이 12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2천 그루가 넘는 가로수를 한꺼번에 베어 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선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종시청 앞 도로 주변.

조경업체가 새 가로수를 심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 상인은 멀쩡한 나무를 베어 죽이고 왜 다시 심냐고 말합니다.

[주변상인 : "멀쩡한 애들을 다 뽑길래…. 그날은 왜 멀쩡한 걸 왜 잘라버리냐…. 저희 가게 앞에는 나무가 원래 좋은 애였어요."]

최근 석달 동안 이렇게 세종시가 베어내거나 뽑아낸 가로수는 2천 백여 그루.

고사한 나무는 베어내고 토양이 좋지 않아 생육 불량인 나무 중 살릴 수 있는 건 옮겨 심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6월 세종시와 LH가 공동 실시한 현장 조사 보고서를 보니, 살릴 수 있는 나무와 고사목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세종시 산림공원과 관계자/음성변조 : "그걸 교체하는데 LH가 생육불량이라고 해서 이식을 하든…. 그냥 저희는 새로운 나무만 심어 놓으면 되는 상황이고…."]

베어낸 가로수를 모아놓은 곳을 찾아가 봤더니 나무 밑둥들 사이에 뿌리를 흙과 단단히 결합시키는 '결속끈'이 그대로인 나무도 있습니다.

[LH 관계자/음성변조 : "업체에서 자체 판단해서 이 나무를 심으면 또 검수과정에서 준공할 때 빠지니(탈락하니) 자기네들이 갖다 놓은 것 같다라고…."]

전문가들은 면밀한 사전 진단 없이 이렇게 많은 나무를 베어버린 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박관수/충남대 수목진단센터장/산림자원학과 교수 : "대전시나 유성구청 같은 경우에서는 가로수 한 그루를 베려고 해도 교수나 전문가의 현장 확인 그리고 사인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와 LH가 가로수 교체에 쓴 예산은 12억 원.

멀쩡한 나무를 베었다는 시민 제보가 잇따르는 가운데 예산 낭비가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대전-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