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전남] 도로 계획만 30년째…“재산권 침해 심각”

입력 2020.11.03 (20:26) 수정 2020.11.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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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트워크 취재현장, 전남 동부권으로 갑니다.

김다은 앵커, 도로나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오랫동안 실행되지 못한 사유지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요?

[답변]

네, 시·군마다 도시 전체의 밑그림 격인 '도시계획'을 갖고 있죠.

여기에 따라서 도로나 공원 등을 놓을 자리가 결정되는데요.

이런 공적인 시설물이 들어설 계획이 있는 땅은, 개인 소유더라도 마구 개발되면 안 되니까요.

정부나 자치단체가 땅을 사들일 때까지 건물 신축과 용도 변경을 제한하는 등 여러 규제에 묶여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재산권을 어느 정도 희생한 건데요.

문제는 도시계획이 예산 등의 문제로 오랫동안, 그러니까 수십 년 동안 실행되지 못할 때 생깁니다.

토지보상도, 개발도 못 하면서 땅 주인들의 재산권이 장기간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1999년, 헌법재판소가 보상 없이 무기한으로 계획만 세우는 게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20년 이상 시행되지 않은 '장기 미집행 시설'의 계획을 해제하는 이른바 '일몰제'가 올해 7월 시행됐는데요.

일몰제 시행에도 여전히 도시계획이 유지되고 있는 사유지 곳곳에서 토지 소유주와 자치단체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양항 근처 4차로 도로입니다.

여기에 폭 50미터, 10차로 규모의 도로를 내겠다는 계획이 세워진 건 1991년.

이에 따라 주변 사유지는 건물을 짓거나 용도를 변경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예정대로 도로가 놓였다면 토지 보상이라도 이뤄졌겠지만 30년 가까이 지나서도 공사는 감감무소식.

땅 주인들은 재산권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합니다.

[김동만/토지 소유주 :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담보 제공을 하고 대출이 가장 (필요한데) 일체 할 수가 없어요. 가설건축물이 되어서."]

이런 '장기 미집행 시설' 상당수는 지난 7월 자동으로 효력을 잃었습니다.

장기간 계획만 세워두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정부가 20년이 지나면 도시계획을 푸는 이른바 '일몰제'를 시행한 겁니다.

하지만 광양시가 일몰제 시행 직전 30년 전 계획대로 도로를 만들겠다며 '실시계획 인가'를 내면서 땅은 여전히 도시계획에 묶인 상탭니다.

일몰제만 기다리던 땅 주인들은 광양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경운/토지 소유주 : "집행할 능력도 없고 예산도 없고, 더 이상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는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광양시는 도로 확장이 필요한 만큼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공사를 하겠다며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손봉호/광양시 도시계획팀장 : "도시계획 시설들이 비용이 많이 들어요. 필요성이 없어서 못 한다는 것보다는 재정적인 부분 때문에 많이 못 했던 거고..."]

이처럼 전남 장기 미집행 시설 중 일몰제 대상인데도 계획이 유지되는 곳은 절반 가까이에 이릅니다.

전국에서도 비슷한 처지의 땅 주인들이 위헌소송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습니다.

[강훈호/전국도시공원피해자연합 대표 : "오래된 도시계획 시설은 예산도 없이 수십년 간 방치되거든요. 그럼으로 인해서 토지주가 재산권을 침해받거든요."]

막대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도시계획이 실행되지 못하는 사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

자치단체의 예산 규모와 변화하는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해서 도시계획의 틀을 다시 짜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호준/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 "재산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부가 어떤 행위를 할 때나 규제를 할 때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 조금 더 조심해서 다뤄야 하고요."]

장기 미집행 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몰제가 시행된 뒤에도 이어지고 있는 갈등.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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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전남] 도로 계획만 30년째…“재산권 침해 심각”
    • 입력 2020-11-03 20:26:43
    • 수정2020-11-03 20:32:55
    뉴스7(광주)
[앵커]

네트워크 취재현장, 전남 동부권으로 갑니다.

김다은 앵커, 도로나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오랫동안 실행되지 못한 사유지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요?

[답변]

네, 시·군마다 도시 전체의 밑그림 격인 '도시계획'을 갖고 있죠.

여기에 따라서 도로나 공원 등을 놓을 자리가 결정되는데요.

이런 공적인 시설물이 들어설 계획이 있는 땅은, 개인 소유더라도 마구 개발되면 안 되니까요.

정부나 자치단체가 땅을 사들일 때까지 건물 신축과 용도 변경을 제한하는 등 여러 규제에 묶여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재산권을 어느 정도 희생한 건데요.

문제는 도시계획이 예산 등의 문제로 오랫동안, 그러니까 수십 년 동안 실행되지 못할 때 생깁니다.

토지보상도, 개발도 못 하면서 땅 주인들의 재산권이 장기간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1999년, 헌법재판소가 보상 없이 무기한으로 계획만 세우는 게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20년 이상 시행되지 않은 '장기 미집행 시설'의 계획을 해제하는 이른바 '일몰제'가 올해 7월 시행됐는데요.

일몰제 시행에도 여전히 도시계획이 유지되고 있는 사유지 곳곳에서 토지 소유주와 자치단체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양항 근처 4차로 도로입니다.

여기에 폭 50미터, 10차로 규모의 도로를 내겠다는 계획이 세워진 건 1991년.

이에 따라 주변 사유지는 건물을 짓거나 용도를 변경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예정대로 도로가 놓였다면 토지 보상이라도 이뤄졌겠지만 30년 가까이 지나서도 공사는 감감무소식.

땅 주인들은 재산권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합니다.

[김동만/토지 소유주 :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담보 제공을 하고 대출이 가장 (필요한데) 일체 할 수가 없어요. 가설건축물이 되어서."]

이런 '장기 미집행 시설' 상당수는 지난 7월 자동으로 효력을 잃었습니다.

장기간 계획만 세워두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정부가 20년이 지나면 도시계획을 푸는 이른바 '일몰제'를 시행한 겁니다.

하지만 광양시가 일몰제 시행 직전 30년 전 계획대로 도로를 만들겠다며 '실시계획 인가'를 내면서 땅은 여전히 도시계획에 묶인 상탭니다.

일몰제만 기다리던 땅 주인들은 광양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경운/토지 소유주 : "집행할 능력도 없고 예산도 없고, 더 이상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는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광양시는 도로 확장이 필요한 만큼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공사를 하겠다며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손봉호/광양시 도시계획팀장 : "도시계획 시설들이 비용이 많이 들어요. 필요성이 없어서 못 한다는 것보다는 재정적인 부분 때문에 많이 못 했던 거고..."]

이처럼 전남 장기 미집행 시설 중 일몰제 대상인데도 계획이 유지되는 곳은 절반 가까이에 이릅니다.

전국에서도 비슷한 처지의 땅 주인들이 위헌소송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습니다.

[강훈호/전국도시공원피해자연합 대표 : "오래된 도시계획 시설은 예산도 없이 수십년 간 방치되거든요. 그럼으로 인해서 토지주가 재산권을 침해받거든요."]

막대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도시계획이 실행되지 못하는 사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

자치단체의 예산 규모와 변화하는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해서 도시계획의 틀을 다시 짜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호준/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 "재산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부가 어떤 행위를 할 때나 규제를 할 때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 조금 더 조심해서 다뤄야 하고요."]

장기 미집행 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몰제가 시행된 뒤에도 이어지고 있는 갈등.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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