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대장정…한지, 꽃으로 피어나다

입력 2020.11.16 (06:57) 수정 2020.11.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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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 옛날 궁중 연회나 잔치에서 떡이나 과일 같은 음식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었던 것, 바로 한지로 만든 꽃 '지화'였습니다.

고려 시대부터 만들어졌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데다 한때 50여 종에 이를 정도로 그 종류도 다양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한지 꽃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는 장인을 선재희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창가에 다소곳하게 핀 꽃들의 향연.

얼핏 보면 진짜 같지만 실은 우리 전통 한지로 만든 꽃 '지화'입니다.

한지 꽃을 만드는 첫 작업은 '염색'.

빨강은 소목이란 나무에서, 파랑은 쪽이란 식물, 노랑은 치자 열매에서 얻습니다.

[석용/스님/경기도 무형문화재 63호 지화장 : "담그고 마르면 다시 또 담그고, 이걸 반복, 반복해 가지고 색을 더 진하게 만들어 줍니다."]

꽃을 만드는 기법은 살 접기와 접기, 말기, 끌기 등 크게 네 가지.

예리한 칼로 일일이 꾹꾹 눌러 정교한 주름을 잡는 '살 접기' 기법이 가장 어렵습니다.

손에 힘이 조금만 더 실려도 한지가 찢어지기 때문입니다.

[석용/스님/제주 문강사 : "손이 마디마디가 많이 시리고, 아프기도 하고. 직업병 같은 게 온 것 같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궁궐 연회에서 한지 꽃이 널리 사용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환갑 등 민간 잔치에서도 두루 쓰였습니다.

하지만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기록은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40여 년 동안 전국의 장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지 꽃 만드는 방법을 물어물어 배우고 익힌 이윱니다.

[석용/스님/경기도 무형문화재 63호 지화장 : "(예전에는) 56종의 꽃이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지금 제가 구사하고 있는 게, 스물 몇 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걸 다 복원해서 다 만드는 게 저의 의무이고..."]

워낙 손이 많이 가는 데다 돈도 안 되는 일이라 전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

하지만, 인내와 고뇌로 피우는 우리 전통 한지 꽃의 명맥을 잇겠다는 일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합니다.

[석용/스님/경기도 무형문화재 63호 지화장 : "다시 꽃 안 만들 거야, 하다가도 세월 지나면 다시 만들고, 만들고... 지금까지 그렇게 온 거죠."]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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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내의 대장정…한지, 꽃으로 피어나다
    • 입력 2020-11-16 06:57:55
    • 수정2020-11-16 0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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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 옛날 궁중 연회나 잔치에서 떡이나 과일 같은 음식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었던 것, 바로 한지로 만든 꽃 '지화'였습니다.

고려 시대부터 만들어졌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데다 한때 50여 종에 이를 정도로 그 종류도 다양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한지 꽃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는 장인을 선재희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창가에 다소곳하게 핀 꽃들의 향연.

얼핏 보면 진짜 같지만 실은 우리 전통 한지로 만든 꽃 '지화'입니다.

한지 꽃을 만드는 첫 작업은 '염색'.

빨강은 소목이란 나무에서, 파랑은 쪽이란 식물, 노랑은 치자 열매에서 얻습니다.

[석용/스님/경기도 무형문화재 63호 지화장 : "담그고 마르면 다시 또 담그고, 이걸 반복, 반복해 가지고 색을 더 진하게 만들어 줍니다."]

꽃을 만드는 기법은 살 접기와 접기, 말기, 끌기 등 크게 네 가지.

예리한 칼로 일일이 꾹꾹 눌러 정교한 주름을 잡는 '살 접기' 기법이 가장 어렵습니다.

손에 힘이 조금만 더 실려도 한지가 찢어지기 때문입니다.

[석용/스님/제주 문강사 : "손이 마디마디가 많이 시리고, 아프기도 하고. 직업병 같은 게 온 것 같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궁궐 연회에서 한지 꽃이 널리 사용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환갑 등 민간 잔치에서도 두루 쓰였습니다.

하지만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기록은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40여 년 동안 전국의 장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지 꽃 만드는 방법을 물어물어 배우고 익힌 이윱니다.

[석용/스님/경기도 무형문화재 63호 지화장 : "(예전에는) 56종의 꽃이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지금 제가 구사하고 있는 게, 스물 몇 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걸 다 복원해서 다 만드는 게 저의 의무이고..."]

워낙 손이 많이 가는 데다 돈도 안 되는 일이라 전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

하지만, 인내와 고뇌로 피우는 우리 전통 한지 꽃의 명맥을 잇겠다는 일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합니다.

[석용/스님/경기도 무형문화재 63호 지화장 : "다시 꽃 안 만들 거야, 하다가도 세월 지나면 다시 만들고, 만들고... 지금까지 그렇게 온 거죠."]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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