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데이트 폭력② 제주 데이트 폭력 판결문 분석해보니

입력 2020.11.18 (19:08) 수정 2020.11.1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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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발 방지 대책은 없는지 심층취재한 기획뉴스 순서입니다.

제주에서도 해마다 백 명 안팎의 데이트 폭력범이 검거된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제주에선 어떤 유형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을까요?

허지영 기자가 최근 5년간 제주지역 데이트 폭력 사건 판결문을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전 연인을 잇따라 감금·폭행해 제주 사회 충격을 줬던 37살 강 모 씨.

강 씨를 포함해 제주에서 매해 백 명 안팎의 데이트 폭력범이 검거됐습니다.

데이트 폭력 실태는 어떨까?

취재진이 법원 판결서 열람 시스템을 통해 최근 5년간 제주지역 데이트 폭력 사건 판결문 31건을 분석해봤습니다.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폭행해 피해자를 숨지게 하거나, '너도 끝을 보라'며 수백 차례 협박 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찍어 위협하는 등 범죄 유형은 다양했습니다.

판결문 31건의 피해자,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60%가량은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이러한 피해를 겪었는데요,

두드러지는 건 피해자의 절반가량이 가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반의사불벌죄, 즉 폭행이나 협박 등 일부 혐의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가해자의 절반가량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자의 합의가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고홍자/제주여성상담소 소장 : "(가해자가) 피해자분의 모든 신상을 다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2차(피해)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그리고 지역 사회가 좁다 보니까."]

가해자들의 전과도 눈에 띕니다.

전과 여부를 알 수 없는 5건을 제외하고 가해자 절반에게 동종 전과가 있었습니다.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피해자에 재산상 피해를 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다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도 있었습니다.

폭력은 반복되는 만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신고를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까 동종 전과가 없지. 전과라는 건 신고를 해야 생기는 거 아닌가요? 폭력은 습벽이기 때문에 이유가 필요 없어요. 그냥 처벌해야 해요. (데이트) 폭력은 사랑으로 포장될 수 없다. 폭력은 심각한 형사 사건이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한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거나, 되려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가해자와 합의하는 현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한 이윱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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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데이트 폭력② 제주 데이트 폭력 판결문 분석해보니
    • 입력 2020-11-18 19:08:07
    • 수정2020-11-18 19:31:56
    뉴스7(제주)
[앵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발 방지 대책은 없는지 심층취재한 기획뉴스 순서입니다.

제주에서도 해마다 백 명 안팎의 데이트 폭력범이 검거된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제주에선 어떤 유형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을까요?

허지영 기자가 최근 5년간 제주지역 데이트 폭력 사건 판결문을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전 연인을 잇따라 감금·폭행해 제주 사회 충격을 줬던 37살 강 모 씨.

강 씨를 포함해 제주에서 매해 백 명 안팎의 데이트 폭력범이 검거됐습니다.

데이트 폭력 실태는 어떨까?

취재진이 법원 판결서 열람 시스템을 통해 최근 5년간 제주지역 데이트 폭력 사건 판결문 31건을 분석해봤습니다.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폭행해 피해자를 숨지게 하거나, '너도 끝을 보라'며 수백 차례 협박 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찍어 위협하는 등 범죄 유형은 다양했습니다.

판결문 31건의 피해자,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60%가량은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이러한 피해를 겪었는데요,

두드러지는 건 피해자의 절반가량이 가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반의사불벌죄, 즉 폭행이나 협박 등 일부 혐의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가해자의 절반가량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자의 합의가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고홍자/제주여성상담소 소장 : "(가해자가) 피해자분의 모든 신상을 다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2차(피해)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그리고 지역 사회가 좁다 보니까."]

가해자들의 전과도 눈에 띕니다.

전과 여부를 알 수 없는 5건을 제외하고 가해자 절반에게 동종 전과가 있었습니다.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피해자에 재산상 피해를 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다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도 있었습니다.

폭력은 반복되는 만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신고를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까 동종 전과가 없지. 전과라는 건 신고를 해야 생기는 거 아닌가요? 폭력은 습벽이기 때문에 이유가 필요 없어요. 그냥 처벌해야 해요. (데이트) 폭력은 사랑으로 포장될 수 없다. 폭력은 심각한 형사 사건이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한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거나, 되려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가해자와 합의하는 현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한 이윱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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