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 라면으로 때워요”…탈북학생에 더 가혹한 ‘원격 수업’

입력 2020.12.21 (07:38) 수정 2020.12.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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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중 하나로 수도권 모든 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습니다.

탈북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요.

그동안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식사를 해오던 학생들은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신지수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남산 자락의 3층 건물, 고등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탈북민 대안학교, '여명학교'입니다.

학생들로 가득했을 교실이 코로나19로 텅 비었습니다.

대신 학생들은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지 1년밖에 안 된 최 모 양.

수학 공식도 아직 낯설지만 물어볼 사람 한 명 없습니다.

혼자 머리를 싸매고 씨름할 뿐입니다.

["아, 이해가 안 돼..."]

컴퓨터로 하는 과제는 더 어렵습니다.

[최○○/여명학교 학생 : "수업에 접속하는 건 괜찮았는데 수행평가나 뭐 이런거 할 때 다 온라인으로 하잖아요. 그니까 이걸 어떻게 하지 그냥 당황하는 거예요."]

비슷한 시기 한국에 온 임가현 군은 컴퓨터로 캡처하는 방법을 몰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공부합니다.

한국에 가족 한 명 없는 임 군은 끼니도 대충 때웁니다.

[임가현/여명학교 학생 : "진짜 배고파서 견디기 힘들다 할 때면 그냥 밥을 해먹고 하는데 제일 간단한 방법이 라면밖에 없잖아요."]

그나마 등교할 땐 학교 급식으로 세 끼 다 해결했지만 원격 수업을 하면서 그마저 힘들어진 겁니다.

교사들도 학생들 밥 걱정이 제일 큽니다.

["두 끼 먹은 사람 손 들어봐. 아무도 없어?"]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일하러 나가다 보니 집에선 늘 혼자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도시락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전체 운영비의 절반 정도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기부에 의존하는데 코로나19로 후원금마저 줄고 있습니다.

[조명숙/여명학교 교감 : "(하루에) 평균 한 5통 정도 (전화가) 오는 것 같아요. '내년부터는 후원이 어렵다' 이렇게 이야기 하시는데, 아이들은 계속 입학을 하는 거잖아요."]

올해 미납된 개인 후원금만 7천4백만 원, 후원 중단 문의도 100명 넘게 들어오면서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이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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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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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한 끼 라면으로 때워요”…탈북학생에 더 가혹한 ‘원격 수업’
    • 입력 2020-12-21 07:38:28
    • 수정2020-12-21 1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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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중 하나로 수도권 모든 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습니다.

탈북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요.

그동안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식사를 해오던 학생들은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신지수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남산 자락의 3층 건물, 고등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탈북민 대안학교, '여명학교'입니다.

학생들로 가득했을 교실이 코로나19로 텅 비었습니다.

대신 학생들은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지 1년밖에 안 된 최 모 양.

수학 공식도 아직 낯설지만 물어볼 사람 한 명 없습니다.

혼자 머리를 싸매고 씨름할 뿐입니다.

["아, 이해가 안 돼..."]

컴퓨터로 하는 과제는 더 어렵습니다.

[최○○/여명학교 학생 : "수업에 접속하는 건 괜찮았는데 수행평가나 뭐 이런거 할 때 다 온라인으로 하잖아요. 그니까 이걸 어떻게 하지 그냥 당황하는 거예요."]

비슷한 시기 한국에 온 임가현 군은 컴퓨터로 캡처하는 방법을 몰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공부합니다.

한국에 가족 한 명 없는 임 군은 끼니도 대충 때웁니다.

[임가현/여명학교 학생 : "진짜 배고파서 견디기 힘들다 할 때면 그냥 밥을 해먹고 하는데 제일 간단한 방법이 라면밖에 없잖아요."]

그나마 등교할 땐 학교 급식으로 세 끼 다 해결했지만 원격 수업을 하면서 그마저 힘들어진 겁니다.

교사들도 학생들 밥 걱정이 제일 큽니다.

["두 끼 먹은 사람 손 들어봐. 아무도 없어?"]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일하러 나가다 보니 집에선 늘 혼자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도시락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전체 운영비의 절반 정도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기부에 의존하는데 코로나19로 후원금마저 줄고 있습니다.

[조명숙/여명학교 교감 : "(하루에) 평균 한 5통 정도 (전화가) 오는 것 같아요. '내년부터는 후원이 어렵다' 이렇게 이야기 하시는데, 아이들은 계속 입학을 하는 거잖아요."]

올해 미납된 개인 후원금만 7천4백만 원, 후원 중단 문의도 100명 넘게 들어오면서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이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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