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전주 서점거리 명맥 잇는 동문의 서점들
입력 2021.01.04 (19:32)
수정 2021.01.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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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전주시 풍남동 : "책을 구하려면 다 이리로 왔어야 돼요. 그리고 모든 책방들이 새책방은 두 군데 있었고, 나머지는 다 헌책방 집이었어요."]
팔달로로 연결되는 전주 동문길.
1km 남짓 이어지는 거리에 200여 곳이 넘는 책방들이 양쪽으로 줄을 이어 전주를 책의 도시로 이끈 거리.
일대가 변화가인 데다 주변에 초・중・고등학교들이 있어 하나, 둘 서점이 생기면서 학생과 시민들에게 '책방골목'으로 널리 알려졌던 곳입니다.
["지금은 사실 삭막하잖아요. 책방거리가 없어지고 가게도 많이 비어 있지만, 일단 다른 것이 들어와 잠식하면서 책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지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빼곡했던 책방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단 3곳.
그 중 1963년에 문을 열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홍지서림이 있습니다.
[유홍선/전주시 서서학동 : "전주 하면 홍지서림이 또 상징적이니까. 그래서 전주사람으로서 자부심도 있고요. 이렇게 오래된 서점이 있다는 거에 대해서…."]
홍지서림의 출발은 전북 서점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천병로 명예회장에 의해섭니다.
당시 방 한 칸 딸린 판잣집으로 시작하여 동문거리와 함께 책방골목의 역사가 된 곳.
사실 홍지서림의 지난 발자취를 보면, 우리나라의 시대별 흐름까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강성수/홍지서림 판매부장 : "70년도 같은 경우에는 인문 쪽. 이런 쪽이 많이 나갔었어요. 양서 읽는 분들이 그런 종류를 많이 찾으셨었고, 그 당시에는 또 학습물 쪽도, 대학교재라든가…."]
19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들어서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서적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자기계발을 꾀하거나 주식이나 재테크 등 돈을 버는 방법을 소개하는 서적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점이 급격히 하향세를 타면서 서점 운영이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98년도에 부도 위기가 한 번 있었어요. 그 때 양귀자 선생님이라고 전주 작가이신 분이 전북 최대서점이 없어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 때 인수를 해서…."]
전주 출신 양귀자 선생의 홍지서림 인수는 문학의 발판이 되어주었던 서점이 식당이나 주점이 되는 게 안타까워 내린 결정입니다.
문학을 꿈꾸는 전북의 젊은 문학도들에게 문학 산실이 되어주었던 홍지서림.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 선생이나, 박범신, 안도현, 은희경 등 한국 문단의 거장들의 숨결도 함께 묻어 있습니다.
[안 도/시인 : "아마 우리 고장 출신의 모든 문학가들은 홍지서림이 본바탕이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시인으로 등단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안 도 시인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어린 시절에 영국 속담을 보면 ‘돈 많은 부잣집보다는 책 많은 마굿간이 낫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홍지서림을 들렀더니 아, 이거 책이 이렇게 많구나. 이 책을 나도 한 번 다 읽어볼 수는 없나…."]
시인은 젊은 시절, 홍지서림으로 매일같이 출근하다시피 하며 돈이 없어 사지 못한 책들을 읽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책과 더불어 책만을 지켜온 홍지서림의 뚝심은 한켠에 전북 문인들만의 책 진열대를 마련하여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문길의 터줏대감은 사실 홍지서림과 이웃해 있는 헌책방 <한가네서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장까지 닿아 있는 약 5만여 권의 책에서 빛바랜 종이 특유의 향기가 묻어납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이 헌책방을 발판 삼아 5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동문거리를 지키고 있는 올해 나이 71살의 최창근 대표.
[최창근/한가네서점 대표 : "이게 몸이 뱄나 봐요. 사십 칠팔년 하다보니까. 아침에 이렇게 책방을 들어오면 이 고유의 헌책방 냄새랄까 그것이 있어요. 그러면 이 안에 오면 안정이 되고, 내 집 같은 생각이 들어요."]
최 대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대형서점에 밀려 지금은 옛 책방골목의 정취를 느껴보기는 힘들지만, 누군가는 이 거리를 이끌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안 없어지고 누구라도, 나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라도 유지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별다른 문화공간이 없었던 천구백 칠팔십년대, 전주 시민들에게는 서점 이상의 의미를 주었던 추억과 감성의 거리.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문거리 책방골목은 판소리와 먹거리,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도시 전주의 시대와 역사, 자존심이 맥을 잇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친 영혼을 책 한 권의 여유로 치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팔달로로 연결되는 전주 동문길.
1km 남짓 이어지는 거리에 200여 곳이 넘는 책방들이 양쪽으로 줄을 이어 전주를 책의 도시로 이끈 거리.
일대가 변화가인 데다 주변에 초・중・고등학교들이 있어 하나, 둘 서점이 생기면서 학생과 시민들에게 '책방골목'으로 널리 알려졌던 곳입니다.
["지금은 사실 삭막하잖아요. 책방거리가 없어지고 가게도 많이 비어 있지만, 일단 다른 것이 들어와 잠식하면서 책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지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빼곡했던 책방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단 3곳.
그 중 1963년에 문을 열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홍지서림이 있습니다.
[유홍선/전주시 서서학동 : "전주 하면 홍지서림이 또 상징적이니까. 그래서 전주사람으로서 자부심도 있고요. 이렇게 오래된 서점이 있다는 거에 대해서…."]
홍지서림의 출발은 전북 서점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천병로 명예회장에 의해섭니다.
당시 방 한 칸 딸린 판잣집으로 시작하여 동문거리와 함께 책방골목의 역사가 된 곳.
사실 홍지서림의 지난 발자취를 보면, 우리나라의 시대별 흐름까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강성수/홍지서림 판매부장 : "70년도 같은 경우에는 인문 쪽. 이런 쪽이 많이 나갔었어요. 양서 읽는 분들이 그런 종류를 많이 찾으셨었고, 그 당시에는 또 학습물 쪽도, 대학교재라든가…."]
19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들어서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서적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자기계발을 꾀하거나 주식이나 재테크 등 돈을 버는 방법을 소개하는 서적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점이 급격히 하향세를 타면서 서점 운영이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98년도에 부도 위기가 한 번 있었어요. 그 때 양귀자 선생님이라고 전주 작가이신 분이 전북 최대서점이 없어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 때 인수를 해서…."]
전주 출신 양귀자 선생의 홍지서림 인수는 문학의 발판이 되어주었던 서점이 식당이나 주점이 되는 게 안타까워 내린 결정입니다.
문학을 꿈꾸는 전북의 젊은 문학도들에게 문학 산실이 되어주었던 홍지서림.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 선생이나, 박범신, 안도현, 은희경 등 한국 문단의 거장들의 숨결도 함께 묻어 있습니다.
[안 도/시인 : "아마 우리 고장 출신의 모든 문학가들은 홍지서림이 본바탕이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시인으로 등단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안 도 시인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어린 시절에 영국 속담을 보면 ‘돈 많은 부잣집보다는 책 많은 마굿간이 낫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홍지서림을 들렀더니 아, 이거 책이 이렇게 많구나. 이 책을 나도 한 번 다 읽어볼 수는 없나…."]
시인은 젊은 시절, 홍지서림으로 매일같이 출근하다시피 하며 돈이 없어 사지 못한 책들을 읽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책과 더불어 책만을 지켜온 홍지서림의 뚝심은 한켠에 전북 문인들만의 책 진열대를 마련하여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문길의 터줏대감은 사실 홍지서림과 이웃해 있는 헌책방 <한가네서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장까지 닿아 있는 약 5만여 권의 책에서 빛바랜 종이 특유의 향기가 묻어납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이 헌책방을 발판 삼아 5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동문거리를 지키고 있는 올해 나이 71살의 최창근 대표.
[최창근/한가네서점 대표 : "이게 몸이 뱄나 봐요. 사십 칠팔년 하다보니까. 아침에 이렇게 책방을 들어오면 이 고유의 헌책방 냄새랄까 그것이 있어요. 그러면 이 안에 오면 안정이 되고, 내 집 같은 생각이 들어요."]
최 대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대형서점에 밀려 지금은 옛 책방골목의 정취를 느껴보기는 힘들지만, 누군가는 이 거리를 이끌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안 없어지고 누구라도, 나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라도 유지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별다른 문화공간이 없었던 천구백 칠팔십년대, 전주 시민들에게는 서점 이상의 의미를 주었던 추억과 감성의 거리.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문거리 책방골목은 판소리와 먹거리,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도시 전주의 시대와 역사, 자존심이 맥을 잇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친 영혼을 책 한 권의 여유로 치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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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전주시 풍남동 : "책을 구하려면 다 이리로 왔어야 돼요. 그리고 모든 책방들이 새책방은 두 군데 있었고, 나머지는 다 헌책방 집이었어요."]
팔달로로 연결되는 전주 동문길.
1km 남짓 이어지는 거리에 200여 곳이 넘는 책방들이 양쪽으로 줄을 이어 전주를 책의 도시로 이끈 거리.
일대가 변화가인 데다 주변에 초・중・고등학교들이 있어 하나, 둘 서점이 생기면서 학생과 시민들에게 '책방골목'으로 널리 알려졌던 곳입니다.
["지금은 사실 삭막하잖아요. 책방거리가 없어지고 가게도 많이 비어 있지만, 일단 다른 것이 들어와 잠식하면서 책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지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빼곡했던 책방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단 3곳.
그 중 1963년에 문을 열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홍지서림이 있습니다.
[유홍선/전주시 서서학동 : "전주 하면 홍지서림이 또 상징적이니까. 그래서 전주사람으로서 자부심도 있고요. 이렇게 오래된 서점이 있다는 거에 대해서…."]
홍지서림의 출발은 전북 서점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천병로 명예회장에 의해섭니다.
당시 방 한 칸 딸린 판잣집으로 시작하여 동문거리와 함께 책방골목의 역사가 된 곳.
사실 홍지서림의 지난 발자취를 보면, 우리나라의 시대별 흐름까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강성수/홍지서림 판매부장 : "70년도 같은 경우에는 인문 쪽. 이런 쪽이 많이 나갔었어요. 양서 읽는 분들이 그런 종류를 많이 찾으셨었고, 그 당시에는 또 학습물 쪽도, 대학교재라든가…."]
19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들어서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서적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자기계발을 꾀하거나 주식이나 재테크 등 돈을 버는 방법을 소개하는 서적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점이 급격히 하향세를 타면서 서점 운영이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98년도에 부도 위기가 한 번 있었어요. 그 때 양귀자 선생님이라고 전주 작가이신 분이 전북 최대서점이 없어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 때 인수를 해서…."]
전주 출신 양귀자 선생의 홍지서림 인수는 문학의 발판이 되어주었던 서점이 식당이나 주점이 되는 게 안타까워 내린 결정입니다.
문학을 꿈꾸는 전북의 젊은 문학도들에게 문학 산실이 되어주었던 홍지서림.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 선생이나, 박범신, 안도현, 은희경 등 한국 문단의 거장들의 숨결도 함께 묻어 있습니다.
[안 도/시인 : "아마 우리 고장 출신의 모든 문학가들은 홍지서림이 본바탕이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시인으로 등단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안 도 시인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어린 시절에 영국 속담을 보면 ‘돈 많은 부잣집보다는 책 많은 마굿간이 낫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홍지서림을 들렀더니 아, 이거 책이 이렇게 많구나. 이 책을 나도 한 번 다 읽어볼 수는 없나…."]
시인은 젊은 시절, 홍지서림으로 매일같이 출근하다시피 하며 돈이 없어 사지 못한 책들을 읽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책과 더불어 책만을 지켜온 홍지서림의 뚝심은 한켠에 전북 문인들만의 책 진열대를 마련하여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문길의 터줏대감은 사실 홍지서림과 이웃해 있는 헌책방 <한가네서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장까지 닿아 있는 약 5만여 권의 책에서 빛바랜 종이 특유의 향기가 묻어납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이 헌책방을 발판 삼아 5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동문거리를 지키고 있는 올해 나이 71살의 최창근 대표.
[최창근/한가네서점 대표 : "이게 몸이 뱄나 봐요. 사십 칠팔년 하다보니까. 아침에 이렇게 책방을 들어오면 이 고유의 헌책방 냄새랄까 그것이 있어요. 그러면 이 안에 오면 안정이 되고, 내 집 같은 생각이 들어요."]
최 대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대형서점에 밀려 지금은 옛 책방골목의 정취를 느껴보기는 힘들지만, 누군가는 이 거리를 이끌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안 없어지고 누구라도, 나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라도 유지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별다른 문화공간이 없었던 천구백 칠팔십년대, 전주 시민들에게는 서점 이상의 의미를 주었던 추억과 감성의 거리.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문거리 책방골목은 판소리와 먹거리,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도시 전주의 시대와 역사, 자존심이 맥을 잇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친 영혼을 책 한 권의 여유로 치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팔달로로 연결되는 전주 동문길.
1km 남짓 이어지는 거리에 200여 곳이 넘는 책방들이 양쪽으로 줄을 이어 전주를 책의 도시로 이끈 거리.
일대가 변화가인 데다 주변에 초・중・고등학교들이 있어 하나, 둘 서점이 생기면서 학생과 시민들에게 '책방골목'으로 널리 알려졌던 곳입니다.
["지금은 사실 삭막하잖아요. 책방거리가 없어지고 가게도 많이 비어 있지만, 일단 다른 것이 들어와 잠식하면서 책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지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빼곡했던 책방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단 3곳.
그 중 1963년에 문을 열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홍지서림이 있습니다.
[유홍선/전주시 서서학동 : "전주 하면 홍지서림이 또 상징적이니까. 그래서 전주사람으로서 자부심도 있고요. 이렇게 오래된 서점이 있다는 거에 대해서…."]
홍지서림의 출발은 전북 서점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천병로 명예회장에 의해섭니다.
당시 방 한 칸 딸린 판잣집으로 시작하여 동문거리와 함께 책방골목의 역사가 된 곳.
사실 홍지서림의 지난 발자취를 보면, 우리나라의 시대별 흐름까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강성수/홍지서림 판매부장 : "70년도 같은 경우에는 인문 쪽. 이런 쪽이 많이 나갔었어요. 양서 읽는 분들이 그런 종류를 많이 찾으셨었고, 그 당시에는 또 학습물 쪽도, 대학교재라든가…."]
19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들어서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서적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자기계발을 꾀하거나 주식이나 재테크 등 돈을 버는 방법을 소개하는 서적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점이 급격히 하향세를 타면서 서점 운영이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98년도에 부도 위기가 한 번 있었어요. 그 때 양귀자 선생님이라고 전주 작가이신 분이 전북 최대서점이 없어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 때 인수를 해서…."]
전주 출신 양귀자 선생의 홍지서림 인수는 문학의 발판이 되어주었던 서점이 식당이나 주점이 되는 게 안타까워 내린 결정입니다.
문학을 꿈꾸는 전북의 젊은 문학도들에게 문학 산실이 되어주었던 홍지서림.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 선생이나, 박범신, 안도현, 은희경 등 한국 문단의 거장들의 숨결도 함께 묻어 있습니다.
[안 도/시인 : "아마 우리 고장 출신의 모든 문학가들은 홍지서림이 본바탕이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시인으로 등단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안 도 시인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어린 시절에 영국 속담을 보면 ‘돈 많은 부잣집보다는 책 많은 마굿간이 낫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홍지서림을 들렀더니 아, 이거 책이 이렇게 많구나. 이 책을 나도 한 번 다 읽어볼 수는 없나…."]
시인은 젊은 시절, 홍지서림으로 매일같이 출근하다시피 하며 돈이 없어 사지 못한 책들을 읽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책과 더불어 책만을 지켜온 홍지서림의 뚝심은 한켠에 전북 문인들만의 책 진열대를 마련하여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문길의 터줏대감은 사실 홍지서림과 이웃해 있는 헌책방 <한가네서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장까지 닿아 있는 약 5만여 권의 책에서 빛바랜 종이 특유의 향기가 묻어납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이 헌책방을 발판 삼아 5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동문거리를 지키고 있는 올해 나이 71살의 최창근 대표.
[최창근/한가네서점 대표 : "이게 몸이 뱄나 봐요. 사십 칠팔년 하다보니까. 아침에 이렇게 책방을 들어오면 이 고유의 헌책방 냄새랄까 그것이 있어요. 그러면 이 안에 오면 안정이 되고, 내 집 같은 생각이 들어요."]
최 대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대형서점에 밀려 지금은 옛 책방골목의 정취를 느껴보기는 힘들지만, 누군가는 이 거리를 이끌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안 없어지고 누구라도, 나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라도 유지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별다른 문화공간이 없었던 천구백 칠팔십년대, 전주 시민들에게는 서점 이상의 의미를 주었던 추억과 감성의 거리.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문거리 책방골목은 판소리와 먹거리,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도시 전주의 시대와 역사, 자존심이 맥을 잇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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