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보고서]①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입력 2021.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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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9%에 이릅니다.

원전 비중을 당장 확 낮출 수는 없으니, 안전하게 써야겠죠. 그럼 원전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요?

KBS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원전에서 중대한 사고가 일어났을때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안전설비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연속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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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고 있다(KBS)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고 있다(KBS)

■ 후쿠시마 원전 사고 계기, 수소 폭발 대책 마련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세계 원자력계에 수소 폭발의 위험성을 환기시켰습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은 연료봉인 노심이 녹아내렸고, 이에 따라 격납 건물 안에 수소가 가득차면서 결국 폭발로 이어졌습니다. 수소는 공기 중 농도 4%만 넘어가도 폭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는 이 수소를 제거하는 환기 설비가 있었지만, 전원 차단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의 중대사고 시 수소 폭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설비 확보를 권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후속조치 수립을 위해 민관으로 구성된 국내원전 안전점검단은 IAEA 권고안에 따른 이행계획으로서 전원없이 수소 제거가 가능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PAR: Passive Autocatalytic Recombiner)의 설치를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요구했습니다.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등 사고가 발생해 원자로 안에 수소가 차오를 경우, 수소가 이 장치의 촉매를 통과하면서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고, 결과적으로 공기 중 수소가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이에 한수원은 291억 원을 들여 2015년까지 전국 모든 원전에 이 장치의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 PAR 성능 평가했더니…"구매 규격에도 미달"

그런데 한수원은 지난 2018년 9월, 업체 한 곳이 납품한 이 장치의 2분의 1 축소 모형을 공신력 있는 독일의 한 시험 업체에 보냈습니다. 이어 '수소위협 완화 실증 실험'을 합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한 객관적인 기술 자료를 확보하겠다며, 장치 성능을 검증한 겁니다.

실험 결과는 한수원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섭씨 60도, 1.5기압 환경에서 초당 0.2g의 수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수소 제거량이 예상의 30~60%에 그쳤습니다. KBS가 입수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는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장치 성능이 구매 규격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실험에서도 '미달' 판정…후속 조치는 없어

이에 한수원은 2019년 4월, 해당 제품을 납품한 업체와 함께 재실험을 했습니다.

재실험에서 한수원 측은 수소 제거율이 구매규격의 50% 수준이라고 판정했고,
반면 업체 측은 규격을 충족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업체 측 실험방법이 잘못됐고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수원은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독일 실험이 구매를 위한 인허가 목적이 아니라 심층 연구를 위해 추가적으로 한 것일 뿐이고, 장치의 이상 여부는 정기적인 성능 시험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연관기사]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448
한수원, 보고서 축소 의혹…원안위에도 안 알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449
“실험은 연구용”이라더니…실험 결과 홍보 활용한 한수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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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보고서]①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 입력 2021-02-02 05:00:07
    취재K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9%에 이릅니다.

원전 비중을 당장 확 낮출 수는 없으니, 안전하게 써야겠죠. 그럼 원전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요?

KBS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원전에서 중대한 사고가 일어났을때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안전설비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연속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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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고 있다(KBS)
■ 후쿠시마 원전 사고 계기, 수소 폭발 대책 마련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세계 원자력계에 수소 폭발의 위험성을 환기시켰습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은 연료봉인 노심이 녹아내렸고, 이에 따라 격납 건물 안에 수소가 가득차면서 결국 폭발로 이어졌습니다. 수소는 공기 중 농도 4%만 넘어가도 폭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는 이 수소를 제거하는 환기 설비가 있었지만, 전원 차단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의 중대사고 시 수소 폭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설비 확보를 권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후속조치 수립을 위해 민관으로 구성된 국내원전 안전점검단은 IAEA 권고안에 따른 이행계획으로서 전원없이 수소 제거가 가능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PAR: Passive Autocatalytic Recombiner)의 설치를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요구했습니다.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등 사고가 발생해 원자로 안에 수소가 차오를 경우, 수소가 이 장치의 촉매를 통과하면서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고, 결과적으로 공기 중 수소가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이에 한수원은 291억 원을 들여 2015년까지 전국 모든 원전에 이 장치의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 PAR 성능 평가했더니…"구매 규격에도 미달"

그런데 한수원은 지난 2018년 9월, 업체 한 곳이 납품한 이 장치의 2분의 1 축소 모형을 공신력 있는 독일의 한 시험 업체에 보냈습니다. 이어 '수소위협 완화 실증 실험'을 합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한 객관적인 기술 자료를 확보하겠다며, 장치 성능을 검증한 겁니다.

실험 결과는 한수원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섭씨 60도, 1.5기압 환경에서 초당 0.2g의 수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수소 제거량이 예상의 30~60%에 그쳤습니다. KBS가 입수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는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장치 성능이 구매 규격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실험에서도 '미달' 판정…후속 조치는 없어

이에 한수원은 2019년 4월, 해당 제품을 납품한 업체와 함께 재실험을 했습니다.

재실험에서 한수원 측은 수소 제거율이 구매규격의 50% 수준이라고 판정했고,
반면 업체 측은 규격을 충족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업체 측 실험방법이 잘못됐고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수원은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독일 실험이 구매를 위한 인허가 목적이 아니라 심층 연구를 위해 추가적으로 한 것일 뿐이고, 장치의 이상 여부는 정기적인 성능 시험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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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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