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쿠팡-와우맘’ 상표권 분쟁, 남일같지 않다면?
입력 2021.03.10 (14:07)
수정 2021.03.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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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중소 화장품 업체 브랜드 '와우맘'과 쿠팡의 상표권 분쟁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5년간 키워온 브랜드의 상표권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는 화장품 업체 대표의 제보로 시작된 보도였습니다.
이 사연은 어제(9일) 쿠팡 측이 상표권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마무리됐습니다.
[연관기사] “5년간 키워온 중소기업 브랜드”…상표 취소하라는 ‘쿠팡’ (2020.02.26. KBS1TV 뉴스9)
[연관기사] 결국 ‘와우맘’ 상표권 포기한 쿠팡…“시간·돈 모두 잃었다” (2020.03.09. KBS1TV 뉴스9)
두 기사로 다 전하지 못한 사건의 내막, 비슷한 일을 직면하게 됐을 때의 대처법을 [취재후]에 담았습니다.
■ 발로 뛰며 키운 브랜드인데…3년간 쓰인 적 없다?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2017년 임산부 전용 화장품을 개발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친동생이 지어준 '와우맘'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외국인에게도 친숙한 상표가 되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입니다. 5년 간 직원 하나 없이 발로 뛰며 홍보한 끝에, 해외 7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도 이뤘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쿠팡 측은 이 상표를 쓰겠다며 특허청에 상표권 취소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와우맘'이라는 상표가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으니 상표 등록을 취소해달란 요지였습니다. 심판 청구를 전후해 쿠팡은 '와우맘'이라는 이름을 활용한 자체 행사를 진행했고, 비슷한 상표 8개를 출원했습니다.
올해에만 상품을 천 개 이상 판매한 만큼, 상표가 3년간 쓰인 적 없다는 주장이 이 씨로선 당황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게다가 쿠팡 측이 '비용은 피청구인이 부담한다'는 조건을 달아 상표권 취소 심판을 청구했던 만큼, 부담은 배가 됐습니다.
입증자료가 충분한데도 이 씨가 불안했던 이유, '비용'과 '법률적 지식'이 쿠팡보다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몰라 법률 사무소로 문의해보니 수임료가 2천만 원 가량 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포기하는 게 빠를까?"라는 생각이 앞섰던 이유입니다.
쿠팡이 ‘와우맘’ 상표권자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취소 심판 청구서
■ 쿠팡 "와우맘 합법적 사용 확인…심판 청구 취하"
취재가 시작됐을 무렵, 쿠팡 측은 "등록된 상표권자가 '와우맘'의 상표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상표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설명했습니다. 심판 청구에 대한 특허청의 결정을 따르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표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쿠팡 측 주장과 별개로, '와우맘' 화장품은 현재 쿠팡에서 팔리는 상품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 '와우맘' 화장품을 검색하면 이 씨가 등록한 상품 8개가 나오고, 실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후기도 여러 건 올라와 있습니다.
'와우맘'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화장품을 파는 업체는 이 씨 회사 뿐인 데다, 쿠팡의 판매자로 등록된 만큼 이 씨에게 상표권 사용 여부를 문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심지어 심판 청구 직후 이 씨는 쿠팡 측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상표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보도 이후 열흘 만인 지난 8일, 쿠팡은 "쿠팡에서 판매되는 '와우맘' 제품이 등록된 상표권자의 허락에 의한 합법적 사용이라는 점이 확인돼 심판 청구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허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겁니다.
쿠팡이 출원한 ‘와우맘’ 유사 상표 (출처 : 특허청 키프리스)
■ 시간·비용·스트레스 삼중고…대처법은?
두 달간의 분쟁 끝에 이 씨는 5년간 키워온 자신의 브랜드를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씨는 어제(9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방송 이후에 비슷한 사례를 겪으신 분들이 저희한테 전화하셔서 하소연도 해주시고 큰 힘이 됐다"며 많은 응원을 보내준 시청자들께 감사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분쟁 과정에서 생채기가 남았습니다. 심판 청구가 중간에 취하됐더라도 변리사 수임료 수백만 원을 내야 하고, 그간 받은 스트레스도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쿠팡 측에 민사 소송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더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여기서 만족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와우맘' 사건의 경우 이 씨 측이 사전에 상표권을 등록해놓았고, 판매기록 등 입증 자료가 충분했기 때문에 애써 키운 브랜드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뒤집어보면, 이런 대비가 되어있지 않을 경우 상표권을 뺏기는 것은 물론 최대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와우맘’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신현호 KBS 자문 변호사는 "상표 등록 취소 결정이 난다면 피청구인인 영세업자가 대기업의 심판 청구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며 "약자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세업자라도 자체 개발한 상표를 특허청에 정식 출원하고, 판매 기록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놓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허청은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국선대리인 무료 선임 제도와 공익변리사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소송과 관련된 대리비용을 지원받는 제도도 마련돼 있어 필요한 경우 제도를 활용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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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쿠팡-와우맘’ 상표권 분쟁, 남일같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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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3-10 14:07:12
- 수정2021-03-10 15:49:52
KBS는 중소 화장품 업체 브랜드 '와우맘'과 쿠팡의 상표권 분쟁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5년간 키워온 브랜드의 상표권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는 화장품 업체 대표의 제보로 시작된 보도였습니다.
이 사연은 어제(9일) 쿠팡 측이 상표권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마무리됐습니다.
[연관기사] “5년간 키워온 중소기업 브랜드”…상표 취소하라는 ‘쿠팡’ (2020.02.26. KBS1TV 뉴스9)
[연관기사] 결국 ‘와우맘’ 상표권 포기한 쿠팡…“시간·돈 모두 잃었다” (2020.03.09. KBS1TV 뉴스9)
두 기사로 다 전하지 못한 사건의 내막, 비슷한 일을 직면하게 됐을 때의 대처법을 [취재후]에 담았습니다.
■ 발로 뛰며 키운 브랜드인데…3년간 쓰인 적 없다?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2017년 임산부 전용 화장품을 개발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친동생이 지어준 '와우맘'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외국인에게도 친숙한 상표가 되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입니다. 5년 간 직원 하나 없이 발로 뛰며 홍보한 끝에, 해외 7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도 이뤘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쿠팡 측은 이 상표를 쓰겠다며 특허청에 상표권 취소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와우맘'이라는 상표가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으니 상표 등록을 취소해달란 요지였습니다. 심판 청구를 전후해 쿠팡은 '와우맘'이라는 이름을 활용한 자체 행사를 진행했고, 비슷한 상표 8개를 출원했습니다.
올해에만 상품을 천 개 이상 판매한 만큼, 상표가 3년간 쓰인 적 없다는 주장이 이 씨로선 당황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게다가 쿠팡 측이 '비용은 피청구인이 부담한다'는 조건을 달아 상표권 취소 심판을 청구했던 만큼, 부담은 배가 됐습니다.
입증자료가 충분한데도 이 씨가 불안했던 이유, '비용'과 '법률적 지식'이 쿠팡보다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몰라 법률 사무소로 문의해보니 수임료가 2천만 원 가량 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포기하는 게 빠를까?"라는 생각이 앞섰던 이유입니다.
■ 쿠팡 "와우맘 합법적 사용 확인…심판 청구 취하"
취재가 시작됐을 무렵, 쿠팡 측은 "등록된 상표권자가 '와우맘'의 상표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상표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설명했습니다. 심판 청구에 대한 특허청의 결정을 따르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표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쿠팡 측 주장과 별개로, '와우맘' 화장품은 현재 쿠팡에서 팔리는 상품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 '와우맘' 화장품을 검색하면 이 씨가 등록한 상품 8개가 나오고, 실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후기도 여러 건 올라와 있습니다.
'와우맘'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화장품을 파는 업체는 이 씨 회사 뿐인 데다, 쿠팡의 판매자로 등록된 만큼 이 씨에게 상표권 사용 여부를 문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심지어 심판 청구 직후 이 씨는 쿠팡 측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상표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보도 이후 열흘 만인 지난 8일, 쿠팡은 "쿠팡에서 판매되는 '와우맘' 제품이 등록된 상표권자의 허락에 의한 합법적 사용이라는 점이 확인돼 심판 청구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허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겁니다.
■ 시간·비용·스트레스 삼중고…대처법은?
두 달간의 분쟁 끝에 이 씨는 5년간 키워온 자신의 브랜드를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씨는 어제(9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방송 이후에 비슷한 사례를 겪으신 분들이 저희한테 전화하셔서 하소연도 해주시고 큰 힘이 됐다"며 많은 응원을 보내준 시청자들께 감사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분쟁 과정에서 생채기가 남았습니다. 심판 청구가 중간에 취하됐더라도 변리사 수임료 수백만 원을 내야 하고, 그간 받은 스트레스도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쿠팡 측에 민사 소송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더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여기서 만족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와우맘' 사건의 경우 이 씨 측이 사전에 상표권을 등록해놓았고, 판매기록 등 입증 자료가 충분했기 때문에 애써 키운 브랜드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뒤집어보면, 이런 대비가 되어있지 않을 경우 상표권을 뺏기는 것은 물론 최대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신현호 KBS 자문 변호사는 "상표 등록 취소 결정이 난다면 피청구인인 영세업자가 대기업의 심판 청구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며 "약자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세업자라도 자체 개발한 상표를 특허청에 정식 출원하고, 판매 기록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놓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허청은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국선대리인 무료 선임 제도와 공익변리사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소송과 관련된 대리비용을 지원받는 제도도 마련돼 있어 필요한 경우 제도를 활용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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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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