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항일·수탈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다

입력 2021.03.11 (19:33) 수정 2021.03.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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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문화 K 시간입니다.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죠.

잊어서도 안 되고요.

오늘은 항일·수탈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화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마당 한가득 쌀가마니가 쌓여 있는 옛 군산세관.

이 쌀을 일본으로 싣고 갈 배가 모여있는 군산항.

흑백 사진 속에는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두 해 전 문을 연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100여 년 전 아픈 역사가 곳곳에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문희진/서울시 청림동 : "일제 강점기 때 있는 사진이나 유서나 이런 것을 볼 수 있어서 그냥 책에서만 보던 거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문규찬/서울시 청림동 : "잊혀질래야 잊힐 수가 없는 역사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들이 더 그런 걸(역사를) 배우고 과거의 있었던 일을 경험 삼아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대비도 하고…."]

치욕스러운 역사도 되돌아보고 기억해야 한다는 김부식 역사관장.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아프지 않은 역사를 가진 나라는 없어요. 이제 아픈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아픈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전시관 맨 앞에 친일파 이완용이 쓴 시를 걸었습니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지금은 너희들이 나를 손가락질 하지만 내가 너희들을 대일본 제국의 백성이 되게 해주지 않았느냐'라고 큰 자만심을 가지고 썼던 거지요. 두 번 다시 저희가 광복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했을 겁니다."]

역사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 친일파가 쓴 잘못된 역사를 보며 올바른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과거에는 부끄러워서 감추려고 했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아프지만 냉철하게 반성하고 되짚어 봐야 되지 않느냐…."]

친일뿐만 아니라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는 항일 열사들의 희생입니다.

항일의병의 선두에 섰던 최익현.

저항문학에 앞장선 한용운.

독립운동가들의 역사 정신도 계승해야 합니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내가 목숨을 버린다고 해서 이 땅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톨이라도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하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전북이 잊어서는 안 되는 이름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관장님. 이 자료는 어떤 자료인가요?) 이 코너는 특별히 전라북도 출신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김창규, 김철수, 박준승.

전북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입니다.

일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기억 창고.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에는 지난 두 해 동안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습니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학부모들께서 어린 자녀들에게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고 설명할 때 저희가 우연히 지나가면서 들을 때 그럴 때 참 긍지와 자부심과 보람을 갖게 됩니다."]

지금의 군산시인 일제 강점기 군산부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당시 군산에 사는 외국인의 직업을 알 수 있습니다.

1927년 일제에 맞선 군산 옥구농민항쟁에 뛰어들었다 옥고를 치른 농민에 대한 판결문입니다.

[김중규/군산근대역사박물관 관장 : "일제 강점기때 있었던 우리 군산 시민들이 어떻게 살아왔었고 어떻게 어려움을 겪었었고 그걸 또 어떻게 이겨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로 아흔다섯. 군산 향토사학자 김양규 선생이 평생 모은 자료들입니다.

일본 강점기 힘든 학창시절을 겪어내면서 역사에 눈을 떴습니다.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일제시대 일본 아이들한테 압박과 서러움이 있었고. 또 제가 사학과를 나와서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지."]

군산 향토사학자의 길로 들어선 뒤에는 특히 옥구농민항쟁 참여자들과 후손들의 역사를 모으고 기록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옥구농민항쟁 후손들이) 군산에서는 재판소에 불 나서 자료가 다 없고 부산에서 가져온 것이 있다. (재판) 기록을 봤어요. 내가 거꾸로 절 했어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후손들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게 되니까 어떻게 기쁜지…."]

힘없고 가난했던 민중들에게서 나라 사랑의 숭고한 정신을 배웠다는 김양규 선생.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많이 배운 사람들도 아니고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고 무학인데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이런 정신이 무엇이냐. 나라 사랑이라는 것이 배우고 안 배우고가 문제가 아니구나. 참 훌륭한 분들이다."]

발품 팔아 모은 자료들은 박물관에 기증해 더 많은 사람이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김중규/군산근대역사박물관 관장 : "지역의 역사에 있어서 1세대분이십니다. 지금 연세도 아주 고령이시지만 지금도 아주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고. 선생님께서 앞에 걸어가 주신 그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희가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 사명감 하나로 일생을 살아왔습니다.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역사는 살아있다. 그래요. 이런 것을(역사를) 알리지 않으면 누가 아느냐. 그래서 이런 것을 찾아서 기록하고 이것을 읽히고 알린다는 것 이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죠."]

가혹했던 시대, 꿋꿋하게 지켜냈던 뜨거운 민족 정신만은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합니다.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젊은이들한테 제가 호소하고 싶네요. 교육자들한테 호소하고 싶어요. (어떤 말씀을 호소하고 싶으세요?) 나라를 뺏긴 날, 나라를 찾고자 들고 일어난 날. 그걸 (기억) 하다 보면 자연히 어떻게 했는가, 어느 정도 했는가 이런 것도 알려고 하는 호기심도 생겨나고…."]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이현권/편집:공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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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3-11 2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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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문화 K 시간입니다.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죠.

잊어서도 안 되고요.

오늘은 항일·수탈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화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마당 한가득 쌀가마니가 쌓여 있는 옛 군산세관.

이 쌀을 일본으로 싣고 갈 배가 모여있는 군산항.

흑백 사진 속에는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두 해 전 문을 연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100여 년 전 아픈 역사가 곳곳에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문희진/서울시 청림동 : "일제 강점기 때 있는 사진이나 유서나 이런 것을 볼 수 있어서 그냥 책에서만 보던 거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문규찬/서울시 청림동 : "잊혀질래야 잊힐 수가 없는 역사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들이 더 그런 걸(역사를) 배우고 과거의 있었던 일을 경험 삼아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대비도 하고…."]

치욕스러운 역사도 되돌아보고 기억해야 한다는 김부식 역사관장.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아프지 않은 역사를 가진 나라는 없어요. 이제 아픈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아픈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전시관 맨 앞에 친일파 이완용이 쓴 시를 걸었습니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지금은 너희들이 나를 손가락질 하지만 내가 너희들을 대일본 제국의 백성이 되게 해주지 않았느냐'라고 큰 자만심을 가지고 썼던 거지요. 두 번 다시 저희가 광복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했을 겁니다."]

역사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 친일파가 쓴 잘못된 역사를 보며 올바른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과거에는 부끄러워서 감추려고 했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아프지만 냉철하게 반성하고 되짚어 봐야 되지 않느냐…."]

친일뿐만 아니라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는 항일 열사들의 희생입니다.

항일의병의 선두에 섰던 최익현.

저항문학에 앞장선 한용운.

독립운동가들의 역사 정신도 계승해야 합니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내가 목숨을 버린다고 해서 이 땅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톨이라도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하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전북이 잊어서는 안 되는 이름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관장님. 이 자료는 어떤 자료인가요?) 이 코너는 특별히 전라북도 출신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김창규, 김철수, 박준승.

전북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입니다.

일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기억 창고.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에는 지난 두 해 동안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습니다.

[김부식/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관장 : "학부모들께서 어린 자녀들에게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고 설명할 때 저희가 우연히 지나가면서 들을 때 그럴 때 참 긍지와 자부심과 보람을 갖게 됩니다."]

지금의 군산시인 일제 강점기 군산부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당시 군산에 사는 외국인의 직업을 알 수 있습니다.

1927년 일제에 맞선 군산 옥구농민항쟁에 뛰어들었다 옥고를 치른 농민에 대한 판결문입니다.

[김중규/군산근대역사박물관 관장 : "일제 강점기때 있었던 우리 군산 시민들이 어떻게 살아왔었고 어떻게 어려움을 겪었었고 그걸 또 어떻게 이겨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로 아흔다섯. 군산 향토사학자 김양규 선생이 평생 모은 자료들입니다.

일본 강점기 힘든 학창시절을 겪어내면서 역사에 눈을 떴습니다.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일제시대 일본 아이들한테 압박과 서러움이 있었고. 또 제가 사학과를 나와서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지."]

군산 향토사학자의 길로 들어선 뒤에는 특히 옥구농민항쟁 참여자들과 후손들의 역사를 모으고 기록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옥구농민항쟁 후손들이) 군산에서는 재판소에 불 나서 자료가 다 없고 부산에서 가져온 것이 있다. (재판) 기록을 봤어요. 내가 거꾸로 절 했어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후손들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게 되니까 어떻게 기쁜지…."]

힘없고 가난했던 민중들에게서 나라 사랑의 숭고한 정신을 배웠다는 김양규 선생.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많이 배운 사람들도 아니고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고 무학인데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이런 정신이 무엇이냐. 나라 사랑이라는 것이 배우고 안 배우고가 문제가 아니구나. 참 훌륭한 분들이다."]

발품 팔아 모은 자료들은 박물관에 기증해 더 많은 사람이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김중규/군산근대역사박물관 관장 : "지역의 역사에 있어서 1세대분이십니다. 지금 연세도 아주 고령이시지만 지금도 아주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고. 선생님께서 앞에 걸어가 주신 그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희가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 사명감 하나로 일생을 살아왔습니다.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역사는 살아있다. 그래요. 이런 것을(역사를) 알리지 않으면 누가 아느냐. 그래서 이런 것을 찾아서 기록하고 이것을 읽히고 알린다는 것 이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죠."]

가혹했던 시대, 꿋꿋하게 지켜냈던 뜨거운 민족 정신만은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합니다.

[김양규/군산 향토사학자 : "젊은이들한테 제가 호소하고 싶네요. 교육자들한테 호소하고 싶어요. (어떤 말씀을 호소하고 싶으세요?) 나라를 뺏긴 날, 나라를 찾고자 들고 일어난 날. 그걸 (기억) 하다 보면 자연히 어떻게 했는가, 어느 정도 했는가 이런 것도 알려고 하는 호기심도 생겨나고…."]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이현권/편집:공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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