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경제성과 쥐어짜는 北…한미훈련에는‘무반응’

입력 2021.03.13 (07:52) 수정 2021.03.1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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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연일 주민들에게 경제성과를 낼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지방의 말단 간부들을 교육하는가 하면, 경제 간부들의 릴레이 반성문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한미훈련이 시작된 지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매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북한이 이번에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소화된 훈련에 견제 수위를 낮췄을 가능성, 또 경제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을 대동하고 노동당 본부청사로 향합니다.

무언가 흡족한 듯 얼굴엔 미소가 끊이질 않습니다.

연단을 가득 채운 200여 명의 간부는 우리의 시장 군수에 해당하는 각 지방의 당 책임비서들.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맨 앞줄이 아닌 세 번째 줄에 서서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도·시·군당 책임 비서들은 총비서 동지를 격정 속에 우러르며 뜨거운 감사와 충성의 마음을 담아 열광적인 만세의 환호를 터쳐 올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는 나흘 동안 진행됐습니다.

북한 매체도 ‘당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힐 만큼 이례적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 "시·군당 조직들의 기능과 역할을 비상히 높여 전당의 전투력을 다지고 지방경제와 인민 생활을 발전, 향상시키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됩니다."]

김 위원장은 강습회 개강사부터 결론, 폐강사까지 회의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며 특별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강습회에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부터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 오수용 당 경제비서 등 당 핵심 간부들도 총출동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현재 김정은 체제는 대북제재 장기화, 코로나19, 수해 등으로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고요.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기반 5개년 발전도 사실상 수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과거의 정책을 다시 반복 하는 상황에서 가장 말단 조직까지 지금 대중 동원과 체제 결속에 동원하는 모양새를 보이거든요."]

김 위원장이 강습회에서 한 발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선차적인 경제 과업은 농업 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주문한 겁니다.

특히, 생산량을 허위로 보고하는 행태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 : "특히 농업 부문에 뿌리 깊이 배겨있는 허풍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여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역 균형 발전의 중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사실상 각자도생 방식으로 발전해 온 북한의 지방 경제를 이제는 국가가 직접 챙기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됩니다.

[이관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 "삼중고로 인해 경제가 거의 망가지다시피 된 상황을 극복하다 보니 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자율적으로 풀어가는 흐름이 사실은 꺾이고 국가경제관리 지도를 중심으로 국가가 통제하고 국가가 지원하고 이렇게 중심으로 중앙집권적인 자력갱생으로 전환 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비사회주의와의 투쟁과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각성도 촉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자기 자신이 당 앞에, 인민 앞에 결백할 뿐 아니라 가족, 친척들도 절대로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못하게 신칙(타이르고 경계함)하며..."]

김 위원장이 제시한 시군 당 차원의 정책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의 지방경제 발전 방안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농업생산 증대, 지방건설 촉진, 축산과 양어 활성화 등 기존 정책들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관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 "지방에 농촌에 농업의 생산이 증대가 안 되고 자급자족이 안 되는 상태에서 다른 경제 얘기란 것이 얼마나 힘을 받겠습니까. 그래서 지방의 육성, 농촌의 육성, 식량이나 농업생산의 증대, 이것이 단순한 거 같지만 사실은 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핵심적인 주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똑같은 얘기지만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 간부들이 경제 실패를 공개적으로 시인하며 연달아 반성문 작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제 간부들의 반성문은 노동신문이 새로 만든‘지상 연단’이란 코너에 실렸는데요.

결의를 다지는 간부들 기고문과 자아비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경제 간부들을 무섭게 질책했던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TV/2월 12일 : "경제 부문 일꾼들이 조건과 환경을 걸고 숨 고르기를 하면서 흉내나 내려는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입니다."]

쥐 죽은 듯한 분위기 속에 김 위원장의 말을 받아 적기 바빴던 당 간부들이 릴레이 반성문 쓰기에 나섰습니다.

형식주의와 탁상행정 등 그동안 김 위원장의 지적사항을 경쟁하듯 고백하며 자아비판에 나선 겁니다.

[조선중앙TV : "‘새롭게 혁신하고 대담하게 창조하며 부단히 전진하자’ 이런 고정 표제를 달고 당 대회 결정을 높이 받들고..."]

조용덕 북한 내각 국장은 지난 9일 노동신문‘지상 연단’기고문에서 “금속, 전력, 석탄공업, 철도운수를 비롯한 나라의 주요 경제 부문 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산에 지장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부문별, 기업별로 각자 목표 달성에만 골몰한 나머지 중복 투자에 따른 낭비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조용덕/북한 내각 국장/대독 : "비상한 각오로 경제적 난관과 애로들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을 대담하게 전개했다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먹구구식으로, 되는대로 사업하던 지난시기의 그릇된 일본새(업무방식)와 완전히 결별하겠다."]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는 실물 경제의 현장에서도 나왔습니다.

최영일 순천지구 청년탄광기업소 지배인은 탄광에서 올려 보낸 자료에만 의지해 막장 실태를 안일하게 파악해 왔다며, 앞으로 탄광에 직접 뛰어들어 생산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철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 지배인은 감속기를 교체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타박만 했다가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김영철/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 지배인/대독 : "총화가 이렇듯 미적지근하게 진행 되다 보니 며칠 후 (탄광) 하차 직장에서는 같은 현상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김 위원장이 지난 전원회의에서 경제 간부들을 크게 질책한 만큼 시정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경제 일꾼들의 반성문이 북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창화력기업 연합기업소 지배인이 반성문을 쓴 거를 보면 감속기를 제때 교체하지 못해서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그런데 감속기는 지배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감속기라는 중요 부품의 상당 부분은 사실은 수입에 의존합니다 중국에서... 결국 제때 교체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지만 사실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거거든요."]

북한이 연일 경제성과 독려에 매진하는 가운데 지난 8일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열흘 일정의 이번 훈련은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했던 북한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미훈련이 시작되자 대외 선전 매체들을 동원해 전쟁 위기까지 언급했던 북한.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 북미 대화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8차 당 대회 사업보고 :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 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훈련이 시작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북한 대내외 매체 모두 잠잠한 분위깁니다.

한미가 실기동 없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규모가 축소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발표하며 합참은 이례적으로 야외 기동훈련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남북 관계 복원을 추진 중인 정부는 북한의 호의적 반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종주/통일부 대변인/3월 8일 :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상응해서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북한이 한반도 주변 정세보다는 경제 재건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관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 "제한된 자원을 총집중해서 내적인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 전선을 핀다든가 문제를 만들어서 투쟁한다든가 협상한다든가 이렇게 하기에는 내적으로 정리가 덜 된 거죠."]

이런 가운데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북한을 미국이 당면한 가장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데이비슨/美 인도태평양사령관 :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5대 안보 위협 가운데 4개가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 그리고 폭력적인 극단주의 집단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미국에 호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8일 서울에서 한미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 간 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조율한 첫 대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도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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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경제성과 쥐어짜는 北…한미훈련에는‘무반응’
    • 입력 2021-03-13 07:52:28
    • 수정2021-03-13 08:17:13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연일 주민들에게 경제성과를 낼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지방의 말단 간부들을 교육하는가 하면, 경제 간부들의 릴레이 반성문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한미훈련이 시작된 지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매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북한이 이번에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소화된 훈련에 견제 수위를 낮췄을 가능성, 또 경제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을 대동하고 노동당 본부청사로 향합니다.

무언가 흡족한 듯 얼굴엔 미소가 끊이질 않습니다.

연단을 가득 채운 200여 명의 간부는 우리의 시장 군수에 해당하는 각 지방의 당 책임비서들.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맨 앞줄이 아닌 세 번째 줄에 서서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도·시·군당 책임 비서들은 총비서 동지를 격정 속에 우러르며 뜨거운 감사와 충성의 마음을 담아 열광적인 만세의 환호를 터쳐 올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는 나흘 동안 진행됐습니다.

북한 매체도 ‘당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힐 만큼 이례적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 "시·군당 조직들의 기능과 역할을 비상히 높여 전당의 전투력을 다지고 지방경제와 인민 생활을 발전, 향상시키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됩니다."]

김 위원장은 강습회 개강사부터 결론, 폐강사까지 회의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며 특별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강습회에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부터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 오수용 당 경제비서 등 당 핵심 간부들도 총출동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현재 김정은 체제는 대북제재 장기화, 코로나19, 수해 등으로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고요.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기반 5개년 발전도 사실상 수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과거의 정책을 다시 반복 하는 상황에서 가장 말단 조직까지 지금 대중 동원과 체제 결속에 동원하는 모양새를 보이거든요."]

김 위원장이 강습회에서 한 발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선차적인 경제 과업은 농업 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주문한 겁니다.

특히, 생산량을 허위로 보고하는 행태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 : "특히 농업 부문에 뿌리 깊이 배겨있는 허풍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여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역 균형 발전의 중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사실상 각자도생 방식으로 발전해 온 북한의 지방 경제를 이제는 국가가 직접 챙기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됩니다.

[이관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 "삼중고로 인해 경제가 거의 망가지다시피 된 상황을 극복하다 보니 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자율적으로 풀어가는 흐름이 사실은 꺾이고 국가경제관리 지도를 중심으로 국가가 통제하고 국가가 지원하고 이렇게 중심으로 중앙집권적인 자력갱생으로 전환 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비사회주의와의 투쟁과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각성도 촉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자기 자신이 당 앞에, 인민 앞에 결백할 뿐 아니라 가족, 친척들도 절대로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못하게 신칙(타이르고 경계함)하며..."]

김 위원장이 제시한 시군 당 차원의 정책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의 지방경제 발전 방안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농업생산 증대, 지방건설 촉진, 축산과 양어 활성화 등 기존 정책들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관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 "지방에 농촌에 농업의 생산이 증대가 안 되고 자급자족이 안 되는 상태에서 다른 경제 얘기란 것이 얼마나 힘을 받겠습니까. 그래서 지방의 육성, 농촌의 육성, 식량이나 농업생산의 증대, 이것이 단순한 거 같지만 사실은 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핵심적인 주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똑같은 얘기지만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 간부들이 경제 실패를 공개적으로 시인하며 연달아 반성문 작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제 간부들의 반성문은 노동신문이 새로 만든‘지상 연단’이란 코너에 실렸는데요.

결의를 다지는 간부들 기고문과 자아비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경제 간부들을 무섭게 질책했던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TV/2월 12일 : "경제 부문 일꾼들이 조건과 환경을 걸고 숨 고르기를 하면서 흉내나 내려는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입니다."]

쥐 죽은 듯한 분위기 속에 김 위원장의 말을 받아 적기 바빴던 당 간부들이 릴레이 반성문 쓰기에 나섰습니다.

형식주의와 탁상행정 등 그동안 김 위원장의 지적사항을 경쟁하듯 고백하며 자아비판에 나선 겁니다.

[조선중앙TV : "‘새롭게 혁신하고 대담하게 창조하며 부단히 전진하자’ 이런 고정 표제를 달고 당 대회 결정을 높이 받들고..."]

조용덕 북한 내각 국장은 지난 9일 노동신문‘지상 연단’기고문에서 “금속, 전력, 석탄공업, 철도운수를 비롯한 나라의 주요 경제 부문 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산에 지장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부문별, 기업별로 각자 목표 달성에만 골몰한 나머지 중복 투자에 따른 낭비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조용덕/북한 내각 국장/대독 : "비상한 각오로 경제적 난관과 애로들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을 대담하게 전개했다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먹구구식으로, 되는대로 사업하던 지난시기의 그릇된 일본새(업무방식)와 완전히 결별하겠다."]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는 실물 경제의 현장에서도 나왔습니다.

최영일 순천지구 청년탄광기업소 지배인은 탄광에서 올려 보낸 자료에만 의지해 막장 실태를 안일하게 파악해 왔다며, 앞으로 탄광에 직접 뛰어들어 생산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철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 지배인은 감속기를 교체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타박만 했다가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김영철/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 지배인/대독 : "총화가 이렇듯 미적지근하게 진행 되다 보니 며칠 후 (탄광) 하차 직장에서는 같은 현상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김 위원장이 지난 전원회의에서 경제 간부들을 크게 질책한 만큼 시정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경제 일꾼들의 반성문이 북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창화력기업 연합기업소 지배인이 반성문을 쓴 거를 보면 감속기를 제때 교체하지 못해서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그런데 감속기는 지배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감속기라는 중요 부품의 상당 부분은 사실은 수입에 의존합니다 중국에서... 결국 제때 교체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지만 사실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거거든요."]

북한이 연일 경제성과 독려에 매진하는 가운데 지난 8일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열흘 일정의 이번 훈련은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했던 북한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미훈련이 시작되자 대외 선전 매체들을 동원해 전쟁 위기까지 언급했던 북한.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 북미 대화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8차 당 대회 사업보고 :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 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훈련이 시작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북한 대내외 매체 모두 잠잠한 분위깁니다.

한미가 실기동 없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규모가 축소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발표하며 합참은 이례적으로 야외 기동훈련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남북 관계 복원을 추진 중인 정부는 북한의 호의적 반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종주/통일부 대변인/3월 8일 :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상응해서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북한이 한반도 주변 정세보다는 경제 재건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관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 "제한된 자원을 총집중해서 내적인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 전선을 핀다든가 문제를 만들어서 투쟁한다든가 협상한다든가 이렇게 하기에는 내적으로 정리가 덜 된 거죠."]

이런 가운데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북한을 미국이 당면한 가장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데이비슨/美 인도태평양사령관 :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5대 안보 위협 가운데 4개가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 그리고 폭력적인 극단주의 집단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미국에 호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8일 서울에서 한미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 간 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조율한 첫 대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도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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