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청년 앞세우는 北…‘경제 발전·사상 재무장’

입력 2021.03.20 (08:24) 수정 2021.03.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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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매체들의 ‘청년세대’띄우기가 한창입니다.

북한 경제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진출한 이들을 청년 영웅이라 부르는가 하면 사회주의 사상무장도 당부하고 있는데요, 북한 매체는 8차 당 대회 이후 전국적으로 1300여 명의 청년이 탄광이나 농촌으로 자원해 떠났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 청년 앞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평양 김일성 광장. 어둠 속 수만 개의 횃불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조선중앙TV/2020년 10월 : "조선노동당창건 75돌 경축 청년 학생들의 횃불 행진을 시작하겠습니다. 당을 따라 곧바로 힘차게 앞으로!"]

함성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횃불들.

순식간에 선전 문구들이 완성된다.

횃불 행진에 동원된 청년들은 모두 3만 7천여 명.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만들며 충성을 다짐했다.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북한 매체는 일제히 청년들의 사상무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중앙TV/2020년 10월 : "우리 청년들은 역사의 풍파 속에서도 사상의 변색, 탈색을 모르고 당이 가리킨 붉은 화살표 따라 폭풍 노도처럼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전례 없이 화려했던 횃불 행진.

청년들은 김 위원장을 찬양하며 끝을 맺었다.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북한 매체는 북한 전역이 ‘청년탄원운동’으로 들끓고 있다는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조선중앙TV/3월 14일 : "전국적으로 천여 명의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부문으로 탄원했고, 지금도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탄원’은 ‘어렵고 힘든 부문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도시를 떠나 농장이나 탄광은 물론 산림복구 현장에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북한 청년들. 당에 대한 충성과 보은을 지원 이유로 꼽았다.

[리권우/축산농장 지원자 : "당의 품속에서 행복만을 알고 자란 우리가 당이 부르는 곳으로 가는 것은 응당한 것입니다."]

[신유진/탄광 지원자 : "앞으로 어렵고 힘들 때마다 저를 이렇게 따뜻이 바래준 동지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더 높은 석탄산을 쌓아가는 데 적은 힘이나마 다 바치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새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 노동력의 핵심축인 청년들을 내세워 경제발전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코로나나 대북제재로 인해서 경제적인 상황도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내부의 많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그럼 결국은 젊은이들이 노동이라든가 건설이라든가 이런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걸 통해서 실제로 체제 친화적인 모습들을 만들어 내는데도 기여할 거라고 체제는 생각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실제적으로도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 거죠."]

실제 북한 청년들은 주요 고비마다 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6·25전쟁 직후 북한 당국은 청년들을 전후 복구에 적극 동참시켰고,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경제난이 극심했던 1990년대에도 청년들을 각종 건설 현장에 동원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부터 여러 건설, 경제 분야에 청년들을 앞세웠다. 마식령 스키장, 백두산 영웅 청년발전소 등 대표적인 치적사업들이 모두 청년들 손으로 완성됐다.

김 위원장이 청년층에 보인 각별한 관심도 주목할 부분이다.

집권 초인 2012년 6월,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해 공개 연설을 했다.

[김정은/당시 당 제1비서/2016년 6월 :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새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으라."]

두 달 뒤 청년절 경축 행사 때는 전국 각지의 청년 대표 만여 명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20년 넘게 중단됐던 ‘전국 청년 미풍 선구자대회’도 부활 시켜 사회적으로 모범이 된 청년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제2차 전국 청년 미풍 선구자대회 : "위대한 김정은 시대의 청년 강국의 위용을 온 세상에 떨치는 청년 영웅이 되어 만날 것을 다시 한번 부탁합니다."]

급기야 ‘청년 강국’ 구호까지 내세우며 청년층 감싸 안기에 나선 김정은 위원장.

여기엔 사회주의 배급 체제 대신 장마당 경제에 익숙한 청년 세대의 특징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약 1990년대 전후 정도에 태어난 세대고요. 이 세대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장에서 자란 세대인 거죠. 국가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에 완전히 종속된 것도 아닌 굉장히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성격을 가진 세대로서 젊은 청년들을 주목하고 있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이 청년 세대를 감싸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상과 이념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단속, 강력한 처벌도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사회주의라 불리는 ‘한류’다.

디지털 기술 확산과 함께 북한에도 외부 문화가 유입되면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도 높아졌다.

그리고 이 외부문화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가 바로 청년들이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이 친구는 어디 가서 함부로 입 발설 안 한다. 우리끼리는 비밀을 공유한다. 이런 친구들 모임에서는 늘 이야기되었던 게 한국 드라마고 한국 연예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드라마를 정말 많이 봤는데 특히나 젊은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은 '청년 사상 단속'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념과 사상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이 되는 만큼 불순한 문화 유입을 억제겠다는 의지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청년이 가진 특성상 약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그것을 약간 잘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체제는 계속 그런 식의 통제를 바로 느슨하게 하긴 어렵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북제재와 국경봉쇄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세대를 전면에 내세워 경제발전과 사상 재무장을 꾀하는 북한.

그러나 변화에 민감한 장마당 세대들이 경제 현장 투입을 자원하고 있다는 북한 매체 보도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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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청년 앞세우는 北…‘경제 발전·사상 재무장’
    • 입력 2021-03-20 08:24:12
    • 수정2021-03-20 08: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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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매체들의 ‘청년세대’띄우기가 한창입니다.

북한 경제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진출한 이들을 청년 영웅이라 부르는가 하면 사회주의 사상무장도 당부하고 있는데요, 북한 매체는 8차 당 대회 이후 전국적으로 1300여 명의 청년이 탄광이나 농촌으로 자원해 떠났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 청년 앞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평양 김일성 광장. 어둠 속 수만 개의 횃불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조선중앙TV/2020년 10월 : "조선노동당창건 75돌 경축 청년 학생들의 횃불 행진을 시작하겠습니다. 당을 따라 곧바로 힘차게 앞으로!"]

함성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횃불들.

순식간에 선전 문구들이 완성된다.

횃불 행진에 동원된 청년들은 모두 3만 7천여 명.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만들며 충성을 다짐했다.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북한 매체는 일제히 청년들의 사상무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중앙TV/2020년 10월 : "우리 청년들은 역사의 풍파 속에서도 사상의 변색, 탈색을 모르고 당이 가리킨 붉은 화살표 따라 폭풍 노도처럼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전례 없이 화려했던 횃불 행진.

청년들은 김 위원장을 찬양하며 끝을 맺었다.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북한 매체는 북한 전역이 ‘청년탄원운동’으로 들끓고 있다는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조선중앙TV/3월 14일 : "전국적으로 천여 명의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부문으로 탄원했고, 지금도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탄원’은 ‘어렵고 힘든 부문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도시를 떠나 농장이나 탄광은 물론 산림복구 현장에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북한 청년들. 당에 대한 충성과 보은을 지원 이유로 꼽았다.

[리권우/축산농장 지원자 : "당의 품속에서 행복만을 알고 자란 우리가 당이 부르는 곳으로 가는 것은 응당한 것입니다."]

[신유진/탄광 지원자 : "앞으로 어렵고 힘들 때마다 저를 이렇게 따뜻이 바래준 동지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더 높은 석탄산을 쌓아가는 데 적은 힘이나마 다 바치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새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 노동력의 핵심축인 청년들을 내세워 경제발전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코로나나 대북제재로 인해서 경제적인 상황도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내부의 많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그럼 결국은 젊은이들이 노동이라든가 건설이라든가 이런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걸 통해서 실제로 체제 친화적인 모습들을 만들어 내는데도 기여할 거라고 체제는 생각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실제적으로도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 거죠."]

실제 북한 청년들은 주요 고비마다 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6·25전쟁 직후 북한 당국은 청년들을 전후 복구에 적극 동참시켰고,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경제난이 극심했던 1990년대에도 청년들을 각종 건설 현장에 동원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부터 여러 건설, 경제 분야에 청년들을 앞세웠다. 마식령 스키장, 백두산 영웅 청년발전소 등 대표적인 치적사업들이 모두 청년들 손으로 완성됐다.

김 위원장이 청년층에 보인 각별한 관심도 주목할 부분이다.

집권 초인 2012년 6월,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해 공개 연설을 했다.

[김정은/당시 당 제1비서/2016년 6월 :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새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으라."]

두 달 뒤 청년절 경축 행사 때는 전국 각지의 청년 대표 만여 명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20년 넘게 중단됐던 ‘전국 청년 미풍 선구자대회’도 부활 시켜 사회적으로 모범이 된 청년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제2차 전국 청년 미풍 선구자대회 : "위대한 김정은 시대의 청년 강국의 위용을 온 세상에 떨치는 청년 영웅이 되어 만날 것을 다시 한번 부탁합니다."]

급기야 ‘청년 강국’ 구호까지 내세우며 청년층 감싸 안기에 나선 김정은 위원장.

여기엔 사회주의 배급 체제 대신 장마당 경제에 익숙한 청년 세대의 특징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약 1990년대 전후 정도에 태어난 세대고요. 이 세대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장에서 자란 세대인 거죠. 국가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에 완전히 종속된 것도 아닌 굉장히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성격을 가진 세대로서 젊은 청년들을 주목하고 있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이 청년 세대를 감싸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상과 이념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단속, 강력한 처벌도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사회주의라 불리는 ‘한류’다.

디지털 기술 확산과 함께 북한에도 외부 문화가 유입되면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도 높아졌다.

그리고 이 외부문화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가 바로 청년들이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이 친구는 어디 가서 함부로 입 발설 안 한다. 우리끼리는 비밀을 공유한다. 이런 친구들 모임에서는 늘 이야기되었던 게 한국 드라마고 한국 연예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드라마를 정말 많이 봤는데 특히나 젊은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은 '청년 사상 단속'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념과 사상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이 되는 만큼 불순한 문화 유입을 억제겠다는 의지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청년이 가진 특성상 약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그것을 약간 잘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체제는 계속 그런 식의 통제를 바로 느슨하게 하긴 어렵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북제재와 국경봉쇄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세대를 전면에 내세워 경제발전과 사상 재무장을 꾀하는 북한.

그러나 변화에 민감한 장마당 세대들이 경제 현장 투입을 자원하고 있다는 북한 매체 보도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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