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연쇄총격…나흘의 기록

입력 2021.03.20 (21:46) 수정 2021.03.2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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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애틀랜타에선 연쇄 총격으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 6명 등 모두 8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빚어졌습니다.

20대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 적용 여부를 놓고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현지 연결합니다.

김기현 특파원, 먼저 이번에 희생된 우리 한인 여성이 4명이나 되는데, 이들의 신원이 공개가 되었지요?

[기자]

네, 애틀랜타 경찰은 한인 여성 4명의 이름과 나이, 사인 등을 공개했습니다.

사인은 모두 총격이라고 밝혔습니다.

희생자들 연령대는 74살 박 모 씨 등 모두 50대에서 70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23살 랜디 박 씨는 싱글맘으로 자식만 바라보며 살던 어머니가 희생됐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지 오늘로 나흘짼데, 현장에서 직접 접하는 여론의 흐름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수사와는 별도로 이번 사건은 짧은 기간 안에 미국 사회 내부의 혐오와 갈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나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고, 여론은 어떻게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동부 시간으로 지난 16일 오후, 911 응급신고센터에 한국 여성으로 추정되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업소에 무장 강도가 들었다면서 조속한 출동을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미 911 신고 전화 녹취 : "제발... 서둘러 주세요. (인상착의가 어떤가요?) 지금 숨어 있어야 합니다. (남녀 구분은 되나요?) 총을 갖고 있어요."]

세 군데 마사지 업소에서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숨진 대형 총격 참사의 시작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21살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을 긴급체포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현장에 출동한 경찰 가운데 일부는 인근 6군데 업소를 돌며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경고를 전달했습니다.

얼마 후 참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는 에런 롱의 얼굴과 함께 교회 관련 활동 내용 등이 담긴 화면이 급속하게 퍼져 나갔습니다.

에런 롱이 다녔던 교회를 찾아가는 길.

도로 양옆으로는 잘 가꿔진 숲과 커다란 저택들이 즐비했습니다.

연쇄 총격 피의자가 다녔던 교회는 애틀랜타 교외의 부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교회 측은 현재 외부인과 접촉을 전면 차단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폐쇄한 채 이메일로만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탭니다.

실제, 취재진이 해당 교회를 찾았을 때도 관련자들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 총기 난사범이 다녔던 교회로 알려진 상황에서 추가 노출은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피의자가 다녔던 교회 관계자 : "(직접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교회가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성명서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초동 수사가 시작된 지 열네 시간 만에 열린 첫 언론 브리핑.

경찰은 전날 인근 업소를 돌며 진행했던 경고 내용과 달리 에런 롱의 진술을 토대로 '성중독'을 범행 동기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랭크 레이놀즈/미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 : "자신이 성중독 등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면서 해당 업소들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상대로 한 혐오 범죄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입니다.

[찰스 햄튼/미 애틀랜타경찰서 부서장 : "(증오범죄도 조사하나요? 배제하나요?) 현재 전방위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수사 대상에서 배제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 참사 발생 초기 피의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던 SNS상의 중국인 혐오글은 허위 거짓정보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 문제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습니다.

미국 사회 내부에 소수자들을 향한 적대적 시선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샘 박/미 조지아주 하원의원 :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희생양이었습니다. 이는 관련 범죄와 폭력 등을 증가시켰고 지역 사회는 현재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 과정과 결과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보니 윤/인권 변호사 : "보세요. 공격당한 모든 업소에 아시아 여성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요."]

급기야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조 바이든/미 대통령 : "FBI와 법무부가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19일 조지아주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일정을 변경해 아시아계 인사들과 만나는 시간을 따로 갖기도 했습니다.

한인 여성 4명이 숨진 현장은 미국 애틀랜타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15분 거립니다.

인근 주민들은 한인 업소 관계자들을 조용한 이웃으로 기억하며, 충격과 함께 안타깝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도니 컬페퍼/인근 상점 근무 : "여기 주차장에서 자주 그녀를 봤어요. 좋은 사람이었어요."]

[넬리 홀렌만/인근 상점 근무 : "가까운 교류는 없었지만 여기는 서로 챙겨주는 곳입니다."]

참사 나흘 만에 총격 현장에는 어느덧 희생자를 기리는 꽃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수많은 총격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애틀랜타 참사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는 언제든 폭발 가능한 여론의 화약고로 남을 전망입니다.

애틀랜타에서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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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틀랜타 연쇄총격…나흘의 기록
    • 입력 2021-03-20 21:46:41
    • 수정2021-03-20 22:32:26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미국 애틀랜타에선 연쇄 총격으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 6명 등 모두 8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빚어졌습니다.

20대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 적용 여부를 놓고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현지 연결합니다.

김기현 특파원, 먼저 이번에 희생된 우리 한인 여성이 4명이나 되는데, 이들의 신원이 공개가 되었지요?

[기자]

네, 애틀랜타 경찰은 한인 여성 4명의 이름과 나이, 사인 등을 공개했습니다.

사인은 모두 총격이라고 밝혔습니다.

희생자들 연령대는 74살 박 모 씨 등 모두 50대에서 70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23살 랜디 박 씨는 싱글맘으로 자식만 바라보며 살던 어머니가 희생됐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지 오늘로 나흘짼데, 현장에서 직접 접하는 여론의 흐름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수사와는 별도로 이번 사건은 짧은 기간 안에 미국 사회 내부의 혐오와 갈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나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고, 여론은 어떻게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동부 시간으로 지난 16일 오후, 911 응급신고센터에 한국 여성으로 추정되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업소에 무장 강도가 들었다면서 조속한 출동을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미 911 신고 전화 녹취 : "제발... 서둘러 주세요. (인상착의가 어떤가요?) 지금 숨어 있어야 합니다. (남녀 구분은 되나요?) 총을 갖고 있어요."]

세 군데 마사지 업소에서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숨진 대형 총격 참사의 시작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21살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을 긴급체포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현장에 출동한 경찰 가운데 일부는 인근 6군데 업소를 돌며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경고를 전달했습니다.

얼마 후 참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는 에런 롱의 얼굴과 함께 교회 관련 활동 내용 등이 담긴 화면이 급속하게 퍼져 나갔습니다.

에런 롱이 다녔던 교회를 찾아가는 길.

도로 양옆으로는 잘 가꿔진 숲과 커다란 저택들이 즐비했습니다.

연쇄 총격 피의자가 다녔던 교회는 애틀랜타 교외의 부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교회 측은 현재 외부인과 접촉을 전면 차단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폐쇄한 채 이메일로만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탭니다.

실제, 취재진이 해당 교회를 찾았을 때도 관련자들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 총기 난사범이 다녔던 교회로 알려진 상황에서 추가 노출은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피의자가 다녔던 교회 관계자 : "(직접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교회가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성명서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초동 수사가 시작된 지 열네 시간 만에 열린 첫 언론 브리핑.

경찰은 전날 인근 업소를 돌며 진행했던 경고 내용과 달리 에런 롱의 진술을 토대로 '성중독'을 범행 동기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랭크 레이놀즈/미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 : "자신이 성중독 등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면서 해당 업소들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상대로 한 혐오 범죄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입니다.

[찰스 햄튼/미 애틀랜타경찰서 부서장 : "(증오범죄도 조사하나요? 배제하나요?) 현재 전방위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수사 대상에서 배제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 참사 발생 초기 피의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던 SNS상의 중국인 혐오글은 허위 거짓정보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 문제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습니다.

미국 사회 내부에 소수자들을 향한 적대적 시선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샘 박/미 조지아주 하원의원 :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희생양이었습니다. 이는 관련 범죄와 폭력 등을 증가시켰고 지역 사회는 현재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 과정과 결과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보니 윤/인권 변호사 : "보세요. 공격당한 모든 업소에 아시아 여성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요."]

급기야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조 바이든/미 대통령 : "FBI와 법무부가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19일 조지아주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일정을 변경해 아시아계 인사들과 만나는 시간을 따로 갖기도 했습니다.

한인 여성 4명이 숨진 현장은 미국 애틀랜타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15분 거립니다.

인근 주민들은 한인 업소 관계자들을 조용한 이웃으로 기억하며, 충격과 함께 안타깝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도니 컬페퍼/인근 상점 근무 : "여기 주차장에서 자주 그녀를 봤어요. 좋은 사람이었어요."]

[넬리 홀렌만/인근 상점 근무 : "가까운 교류는 없었지만 여기는 서로 챙겨주는 곳입니다."]

참사 나흘 만에 총격 현장에는 어느덧 희생자를 기리는 꽃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수많은 총격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애틀랜타 참사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는 언제든 폭발 가능한 여론의 화약고로 남을 전망입니다.

애틀랜타에서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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