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1원까지 같은 호텔 최저가의 비밀

입력 2021.03.23 (18:05) 수정 2021.03.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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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국내 여행 가는 분들 부쩍 늘었죠.

여행 가기 전 숙소 검색하고 예약할 때 온라인 여행 플랫폼 많이 쓰는데요.

이 플랫폼들이 호텔과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과학부 석민수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석 기자, 우선 호텔 플랫폼들은 어떤 게 있는지 먼저 알아볼까요?

[기자]

네, 광고에서도 많이 보시고 또 실제로도 많이 이용해 보셨을 텐데요.

익스피디아, 아고다, 호텔스닷컴, 인터파크, 부킹닷컴 등입니다.

[앵커]

석 기자, 사실 예약할 땐 이런 플랫폼 너무 편리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거죠?

[기자]

이해가 쉽게 CG를 준비해 봤는데요.

제가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서 제주도의 한 호텔을 검색한 건데요.

보시는 것처럼 숙박비가 거의 비슷하고요.

심지어 1원 단위까지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플랫폼들이 모여서 담합을 한 건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수많은 호텔, 또 그 호텔에 있는 수많은 객실 가격을 담합으로 실시간으로 짜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공정위가 조사해 봤는데 결과는 플랫폼들의 이른바 '갑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저가 보장제'를 운영하기 위해 호텔들과 계약하면서 불공정한 조항을 내건 것이었습니다.

[앵커]

'최저가 보장제'라면 가장 싸게 판다는 얘긴데, 어떻게 불공정한 거죠?

[기자]

네, 최저가 보장제는 말그대로 이 호텔 방값을 우리 플랫폼에서 가장 싸게 팔겠단 겁니다.

'충성 고객을 더 확보하자' 라는 취지로 만든 건데, 문제는 최저가를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플랫폼이 호텔과 계약할 때 "다른 플랫폼이 우리 플랫폼보다 더 유리한 조건에 거래할 수 없다", 이런 걸 '최혜국 대우'라고 하는데 이 조항을 넣은 겁니다.

플랫폼에서 최저가를 보장한다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 더 싼 값이 나오면 소비자한테 그만큼 차액을 물어주고 할인쿠폰, 포인트 같은 보상도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플랫폼은 큰 손실을 입게 되겠죠?

그래서 미리 이런 조항을 집어넣어서 더 싼 가격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앵커]

그러면 호텔에는 불리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최저가를 보장받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기자]

네, "지금 보는 가격이 최저가다" 이러면 예약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히 혹하실 텐데요.

실제로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땐 '소비자의 가격 신뢰도가 높아졌다' 이런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 결국 플랫폼에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를 끌기 위한 자기들끼리의 경쟁이 사라지기 때문인데요.

만약 경쟁이 치열하다면 서로 가격도 낮추고, 혜택도 늘렸을 텐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거죠.

소비자 입장에선 한마디로 "더 싼 값에 예약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잃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라는 게 공정위 설명입니다.

[앵커]

그럼 이런 플랫폼들은 어떤 제재를 받았나요?

[기자]

네, 일단 공정위는 제재보다는 문제의 계약을 개선하는 걸 목표로 했는데요.

플랫폼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플랫폼끼리 최저가를 보장하는 조항을 폐지하도록 한 겁니다.

[앵커]

그럼 계약 내용을 수정하면 우리는 더 싼값에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이렇게 봐도 되나요?

[기자]

네, 그럴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봐야겠습니다.

이런 조치는 우리나라가 처음은 아닌데요.

앞서 유럽연합과 스위스, 브라질, 뉴질랜드, 홍콩 등이 이런 조치를 내렸습니다.

EU에서 플랫폼 간 최혜국 대우를 금지한 다음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실증 분석을 해봤는데요.

'예약 플랫폼 사이에 가격 차별화가 많이 일어났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가격 차별화, 다시 말해 가격이 다르다는 건 경쟁이 활발하다는 얘기고요.

이런 상황이면 공격적인 사업자가 가격을 더 낮출 여지도 생긴 겁니다.

국내에서는 지적받은 5개 업체 모두 문제 조항을 이미 삭제했는데, 경쟁이 더 활발해져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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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1원까지 같은 호텔 최저가의 비밀
    • 입력 2021-03-23 18:05:21
    • 수정2021-03-23 18: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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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국내 여행 가는 분들 부쩍 늘었죠.

여행 가기 전 숙소 검색하고 예약할 때 온라인 여행 플랫폼 많이 쓰는데요.

이 플랫폼들이 호텔과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과학부 석민수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석 기자, 우선 호텔 플랫폼들은 어떤 게 있는지 먼저 알아볼까요?

[기자]

네, 광고에서도 많이 보시고 또 실제로도 많이 이용해 보셨을 텐데요.

익스피디아, 아고다, 호텔스닷컴, 인터파크, 부킹닷컴 등입니다.

[앵커]

석 기자, 사실 예약할 땐 이런 플랫폼 너무 편리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거죠?

[기자]

이해가 쉽게 CG를 준비해 봤는데요.

제가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서 제주도의 한 호텔을 검색한 건데요.

보시는 것처럼 숙박비가 거의 비슷하고요.

심지어 1원 단위까지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플랫폼들이 모여서 담합을 한 건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수많은 호텔, 또 그 호텔에 있는 수많은 객실 가격을 담합으로 실시간으로 짜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공정위가 조사해 봤는데 결과는 플랫폼들의 이른바 '갑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저가 보장제'를 운영하기 위해 호텔들과 계약하면서 불공정한 조항을 내건 것이었습니다.

[앵커]

'최저가 보장제'라면 가장 싸게 판다는 얘긴데, 어떻게 불공정한 거죠?

[기자]

네, 최저가 보장제는 말그대로 이 호텔 방값을 우리 플랫폼에서 가장 싸게 팔겠단 겁니다.

'충성 고객을 더 확보하자' 라는 취지로 만든 건데, 문제는 최저가를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플랫폼이 호텔과 계약할 때 "다른 플랫폼이 우리 플랫폼보다 더 유리한 조건에 거래할 수 없다", 이런 걸 '최혜국 대우'라고 하는데 이 조항을 넣은 겁니다.

플랫폼에서 최저가를 보장한다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 더 싼 값이 나오면 소비자한테 그만큼 차액을 물어주고 할인쿠폰, 포인트 같은 보상도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플랫폼은 큰 손실을 입게 되겠죠?

그래서 미리 이런 조항을 집어넣어서 더 싼 가격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앵커]

그러면 호텔에는 불리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최저가를 보장받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기자]

네, "지금 보는 가격이 최저가다" 이러면 예약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히 혹하실 텐데요.

실제로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땐 '소비자의 가격 신뢰도가 높아졌다' 이런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 결국 플랫폼에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를 끌기 위한 자기들끼리의 경쟁이 사라지기 때문인데요.

만약 경쟁이 치열하다면 서로 가격도 낮추고, 혜택도 늘렸을 텐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거죠.

소비자 입장에선 한마디로 "더 싼 값에 예약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잃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라는 게 공정위 설명입니다.

[앵커]

그럼 이런 플랫폼들은 어떤 제재를 받았나요?

[기자]

네, 일단 공정위는 제재보다는 문제의 계약을 개선하는 걸 목표로 했는데요.

플랫폼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플랫폼끼리 최저가를 보장하는 조항을 폐지하도록 한 겁니다.

[앵커]

그럼 계약 내용을 수정하면 우리는 더 싼값에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이렇게 봐도 되나요?

[기자]

네, 그럴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봐야겠습니다.

이런 조치는 우리나라가 처음은 아닌데요.

앞서 유럽연합과 스위스, 브라질, 뉴질랜드, 홍콩 등이 이런 조치를 내렸습니다.

EU에서 플랫폼 간 최혜국 대우를 금지한 다음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실증 분석을 해봤는데요.

'예약 플랫폼 사이에 가격 차별화가 많이 일어났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가격 차별화, 다시 말해 가격이 다르다는 건 경쟁이 활발하다는 얘기고요.

이런 상황이면 공격적인 사업자가 가격을 더 낮출 여지도 생긴 겁니다.

국내에서는 지적받은 5개 업체 모두 문제 조항을 이미 삭제했는데, 경쟁이 더 활발해져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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