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업계는 ‘원가절감’, 검사는 ‘생색내기’…대책은?

입력 2021.03.24 (21:33) 수정 2021.03.2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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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C인증 수도꼭지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KBS의 시험 결과 보도, 오늘(24일)은 마지막 순서로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취재를 해봤더니 제조사는 제조사대로, 또 감독 당국은 당국대로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지 정새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꼭지를 만들 때 납을 넣는 이유는 제품 가공을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납을 많이 넣으면 가공이 쉬워져 생산성이 높아지고, 재료 원가도 낮아집니다.

입찰가를 낮추거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원가 절감 유혹에 시달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좋은 물건으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누가 그런 짓을 하겠어요.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저가를 받아야 되니까….”]

국내 수도꼭지 제조 업체는 170여 곳.

대부분이 50인 미만의 영세한 규모입니다.

자체 품질검사 인력이 없고 스스로 생산하는 대신 부품만 사서 조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전부 다 아웃소싱을 받으니까… 이거 국산, 이건 중국산, 사실 저가 만드는 공장들은 이거(부품) 하나만 국산입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 감독하는 방법 뿐입니다.

이 때문에 국가통합인증인 KC 인증 제도를 강화해 2017년부터는 정기 검사 말고도 수시 검사를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수시검사에 배정되는 예산은 수도꼭지를 포함해 수도용 제품 전체에 연간 7~8억 원 선.

지난해 수도용 제품 수시검사 규모는 160건, 이 가운데 수도꼭지는 13건에 그쳤습니다.

[최용/한국물기술인증원 팀장 : “(수시 검사를) 10% 미만으로 하고 있죠. 지난해는 수도꼭지가 좀 문제가 돼서, 이번에는 수도꼭지 제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려고….”]

시제품으로 일단 KC 인증을 받고 실제로는 저질 제품을 만들다 적발되면 더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는 인증 통과 후 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 해당 제품 인증을 취소하고 수거 명령을 내리지만, 재인증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최승일/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 “(인증 통과 후) 품질이 낮은 제품을 유통시킨 업체는 어떻게 보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정도의 강한 퇴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수도용 제품 등에 대한 KC 인증 제도가 놓친 점은 없는지 재검토도 필요합니다.

KBS 실험 결과 고온수에서 납 검출이 최대 18배까지 치솟았지만 현행 수도꼭지 인증 시험에는 유사한 검사 항목이 없습니다.

[최용/한국물기술인증원 팀장 : “연구용역을 지금 발주 중이고요. 온수 같은 경우는 제품 대상 범위를 어떤 정도로 확대할 것인지 일단 검토를 하려고….”]

수도용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납 함량 제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용 자재 납 함량 기준은 최대 3%, 미국과 일본, 타이완은 0.25%입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 박상욱/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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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4 21:33:38
    • 수정2021-03-24 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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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C인증 수도꼭지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KBS의 시험 결과 보도, 오늘(24일)은 마지막 순서로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취재를 해봤더니 제조사는 제조사대로, 또 감독 당국은 당국대로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지 정새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꼭지를 만들 때 납을 넣는 이유는 제품 가공을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납을 많이 넣으면 가공이 쉬워져 생산성이 높아지고, 재료 원가도 낮아집니다.

입찰가를 낮추거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원가 절감 유혹에 시달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좋은 물건으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누가 그런 짓을 하겠어요.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저가를 받아야 되니까….”]

국내 수도꼭지 제조 업체는 170여 곳.

대부분이 50인 미만의 영세한 규모입니다.

자체 품질검사 인력이 없고 스스로 생산하는 대신 부품만 사서 조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전부 다 아웃소싱을 받으니까… 이거 국산, 이건 중국산, 사실 저가 만드는 공장들은 이거(부품) 하나만 국산입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 감독하는 방법 뿐입니다.

이 때문에 국가통합인증인 KC 인증 제도를 강화해 2017년부터는 정기 검사 말고도 수시 검사를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수시검사에 배정되는 예산은 수도꼭지를 포함해 수도용 제품 전체에 연간 7~8억 원 선.

지난해 수도용 제품 수시검사 규모는 160건, 이 가운데 수도꼭지는 13건에 그쳤습니다.

[최용/한국물기술인증원 팀장 : “(수시 검사를) 10% 미만으로 하고 있죠. 지난해는 수도꼭지가 좀 문제가 돼서, 이번에는 수도꼭지 제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려고….”]

시제품으로 일단 KC 인증을 받고 실제로는 저질 제품을 만들다 적발되면 더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는 인증 통과 후 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 해당 제품 인증을 취소하고 수거 명령을 내리지만, 재인증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최승일/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 “(인증 통과 후) 품질이 낮은 제품을 유통시킨 업체는 어떻게 보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정도의 강한 퇴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수도용 제품 등에 대한 KC 인증 제도가 놓친 점은 없는지 재검토도 필요합니다.

KBS 실험 결과 고온수에서 납 검출이 최대 18배까지 치솟았지만 현행 수도꼭지 인증 시험에는 유사한 검사 항목이 없습니다.

[최용/한국물기술인증원 팀장 : “연구용역을 지금 발주 중이고요. 온수 같은 경우는 제품 대상 범위를 어떤 정도로 확대할 것인지 일단 검토를 하려고….”]

수도용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납 함량 제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용 자재 납 함량 기준은 최대 3%, 미국과 일본, 타이완은 0.25%입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 박상욱/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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