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메이데이 컬러화]③ “경찰 아닌 군인”…“미군 책임 더 명확”

입력 2021.04.02 (09:52) 수정 2021.04.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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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책임 규명이 꼽히는데요.

이처럼 메이데이 영상이 제 색깔을 찾으며 오라리 방화사건 영상 속 경찰로 인식됐던 남성들도 군인으로 재확인됐습니다.

메이데이 영상의 컬러 복원 의미와 미군의 촬영 의도를 짚어 봅니다.

강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시 오라리 마을이 불에 타 짙은 연기를 내뿜고, 방화사건을 진압하려는 듯 트럭 가득 탄 20명가량의 남성들.

이들은 4·3 관련 각종 기록에도 경찰로 인식되어졌는데, 컬러 복원을 통해 군인으로 재확인됐습니다.

영상 속 경찰과 경비대의 모표를 비교해봤습니다.

경찰은 무궁화 위에 독수리이고 경비대는 무궁화를 월계수로 감싼 모양입니다.

4·28 평화협상이 있기 직전 주한 미군 사령관인 하지 장군의 지시사항.

경비대는 즉심 임무를 수행하고, 모든 종류의 시민 무질서를 종식 시키라는 점 등을 볼 때 영상 속 진격 남성들이 군인이고 미군이 강경 진압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종민/전 4.3 중앙위원회 전문위원 : "부산에서 파견되온 5연대 군인들로 하여금 진압작전을 펼치도록 한 거죠. 그것은 (미군이) 강경작전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화면에 나온 것처럼 제주도의 얼굴들이 아니죠."]

이 밖에 불타는 초가지붕 진화를 위해 덮어진 멍석.

상황이 끝났음을 보여주지만 군인들은 총을 겨누고 있고, 또 다른 장면에선 총을 멘 군인이 오히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이 아닌 연출이란 걸 보여줍니다.

고초를 치른 듯 절뚝거리는 주민 두 명, 옆에서 한 남성이 히죽거리고.

화면에 포착된 미군으로 보이는 손짓, 구식 무기들과 여성의 주검은 이들이 무장대로 보이게 편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75년 존 메릴 국무부 전 실장의 논문 '제주도의 반란'에서도 메이데이 속 오라리 방화사건의 장면과 관련해 무장대에 대한 '가상공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김종민/전 4.3 중앙위원회 전문위원 : "(방화와 살상이)무장대의 짓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이 됐다. 그것은 나중에 곧이어서 벌어질 강경 진압 작전을 합리화 정당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을 밑자락에 깐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촬영 후 닷새가 지나 5·10 선거가 무산되고 미군의 강경 진압과 대학살의 전주곡이 된 13분짜리 흑백 무성 영상 한 편.

73년 만에 제 색을 찾으며 4·3 자료 확보의 중요성과 추가진상규명을 통한 미국의 책임 규명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그래픽: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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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메이데이 컬러화]③ “경찰 아닌 군인”…“미군 책임 더 명확”
    • 입력 2021-04-02 09:52:28
    • 수정2021-04-02 10:18:15
    930뉴스(제주)
[앵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책임 규명이 꼽히는데요.

이처럼 메이데이 영상이 제 색깔을 찾으며 오라리 방화사건 영상 속 경찰로 인식됐던 남성들도 군인으로 재확인됐습니다.

메이데이 영상의 컬러 복원 의미와 미군의 촬영 의도를 짚어 봅니다.

강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시 오라리 마을이 불에 타 짙은 연기를 내뿜고, 방화사건을 진압하려는 듯 트럭 가득 탄 20명가량의 남성들.

이들은 4·3 관련 각종 기록에도 경찰로 인식되어졌는데, 컬러 복원을 통해 군인으로 재확인됐습니다.

영상 속 경찰과 경비대의 모표를 비교해봤습니다.

경찰은 무궁화 위에 독수리이고 경비대는 무궁화를 월계수로 감싼 모양입니다.

4·28 평화협상이 있기 직전 주한 미군 사령관인 하지 장군의 지시사항.

경비대는 즉심 임무를 수행하고, 모든 종류의 시민 무질서를 종식 시키라는 점 등을 볼 때 영상 속 진격 남성들이 군인이고 미군이 강경 진압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종민/전 4.3 중앙위원회 전문위원 : "부산에서 파견되온 5연대 군인들로 하여금 진압작전을 펼치도록 한 거죠. 그것은 (미군이) 강경작전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화면에 나온 것처럼 제주도의 얼굴들이 아니죠."]

이 밖에 불타는 초가지붕 진화를 위해 덮어진 멍석.

상황이 끝났음을 보여주지만 군인들은 총을 겨누고 있고, 또 다른 장면에선 총을 멘 군인이 오히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이 아닌 연출이란 걸 보여줍니다.

고초를 치른 듯 절뚝거리는 주민 두 명, 옆에서 한 남성이 히죽거리고.

화면에 포착된 미군으로 보이는 손짓, 구식 무기들과 여성의 주검은 이들이 무장대로 보이게 편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75년 존 메릴 국무부 전 실장의 논문 '제주도의 반란'에서도 메이데이 속 오라리 방화사건의 장면과 관련해 무장대에 대한 '가상공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김종민/전 4.3 중앙위원회 전문위원 : "(방화와 살상이)무장대의 짓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이 됐다. 그것은 나중에 곧이어서 벌어질 강경 진압 작전을 합리화 정당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을 밑자락에 깐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촬영 후 닷새가 지나 5·10 선거가 무산되고 미군의 강경 진압과 대학살의 전주곡이 된 13분짜리 흑백 무성 영상 한 편.

73년 만에 제 색을 찾으며 4·3 자료 확보의 중요성과 추가진상규명을 통한 미국의 책임 규명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그래픽: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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