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공립학교 개칭 취소…美 달군 ‘취소 문화’ 논쟁

입력 2021.04.09 (10:54) 수정 2021.04.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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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는 유명인들의 이름을 딴 공립학교 44곳의 교명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식민 지배와 노예 제도, 인종 차별 등에 연관된 인물들의 이름을 학교에 쓰지 말자는 취지였는데요.

이 결정이 두 달여 만에 뒤집어지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에 프랭클린 루스벨트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립학교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역대 미국 대통령인데요.

샌프란시스코 교육이사회가 지난 6일 투표를 걸쳐 이들 유명인의 이름을 딴 학교의 이름을 계속 쓸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지난 1월 말, 이들의 이름을 딴 학교 44곳의 명칭을 바꾸라고 해 놓고 두 달여 만에 결정을 번복한 겁니다.

[가브리엘라 로페스/샌프란시스코 교육이사회 회장/지난 1월 : "넓게는 인종차별의 상징을 비난하는 메시지입니다. 청소년들이 이 메시지를 배우고 변화에 참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 1월 당시 샌프란시스코 교육이사회는 당시 워싱턴과 제퍼슨, 루스벨트는 노예를 거느렸다는 이유로 교명 개칭 대상에 올렸습니다.

링컨은 노예제에는 반대했지만 백인의 우월성을 인정한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개칭 대상이 됐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 학부모들은 일부 소수의 의견만 듣고 당사자의 의사는 제대로 묻지 않았다며 반발했습니다.

[시유 모/시민연합 대표 : "더 많은 사람이 토론에 참여했어야 합니다. 소수의 위원이 아니라 주민들, 학부모, 선생님, 심지어 학생들까지도요."]

개칭 절차에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미국의 인종주의 역사를 너무 멀리까지 소급해 청산하려 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헤럴드 홀처/역사학자 : "2백 년 전의 인물에게 21세기의 도덕기준을 들이대는 위험을 저질렀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이름 바꾸기보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는데요.

결국 재투표가 결정됐고, 개칭 문제는 등교가 정상화된 뒤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학교 이름 개칭 등 미국 내 인종차별 흔적 지우기는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에 의해 사망한 이후 본격화한 일종의 '취소 문화'입니다.

'취소 문화'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는 공인이나 단체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철회하는 활동인데요.

지난달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그림책 '닥터 수스'에 등장한 캐릭터가 유색인종 비하 논란에 휩싸여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속을 주장했던 미국 내 남부 연합군 관련 동상 등이 대거 철거되고 있는 것도 취소 문화의 일환입니다.

[레시아 브룩스/남부 빈곤 법률센터 : "2020년은 미국 전역에서 남부 연합군 관련 동상이 철거된 경이로운 해였습니다. 총 168개가 철거돼 이전 4년간 철거된 동상 수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세를 떨치고 있는 취소 문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건데요.

역사 검증과 공개 논의 없이 결정됐다 철회된 샌프란시스코 시의 공립학교 개칭 논란 역시 취소 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난 사례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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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9 10:54:15
    • 수정2021-04-09 10: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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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는 유명인들의 이름을 딴 공립학교 44곳의 교명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식민 지배와 노예 제도, 인종 차별 등에 연관된 인물들의 이름을 학교에 쓰지 말자는 취지였는데요.

이 결정이 두 달여 만에 뒤집어지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에 프랭클린 루스벨트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립학교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역대 미국 대통령인데요.

샌프란시스코 교육이사회가 지난 6일 투표를 걸쳐 이들 유명인의 이름을 딴 학교의 이름을 계속 쓸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지난 1월 말, 이들의 이름을 딴 학교 44곳의 명칭을 바꾸라고 해 놓고 두 달여 만에 결정을 번복한 겁니다.

[가브리엘라 로페스/샌프란시스코 교육이사회 회장/지난 1월 : "넓게는 인종차별의 상징을 비난하는 메시지입니다. 청소년들이 이 메시지를 배우고 변화에 참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 1월 당시 샌프란시스코 교육이사회는 당시 워싱턴과 제퍼슨, 루스벨트는 노예를 거느렸다는 이유로 교명 개칭 대상에 올렸습니다.

링컨은 노예제에는 반대했지만 백인의 우월성을 인정한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개칭 대상이 됐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 학부모들은 일부 소수의 의견만 듣고 당사자의 의사는 제대로 묻지 않았다며 반발했습니다.

[시유 모/시민연합 대표 : "더 많은 사람이 토론에 참여했어야 합니다. 소수의 위원이 아니라 주민들, 학부모, 선생님, 심지어 학생들까지도요."]

개칭 절차에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미국의 인종주의 역사를 너무 멀리까지 소급해 청산하려 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헤럴드 홀처/역사학자 : "2백 년 전의 인물에게 21세기의 도덕기준을 들이대는 위험을 저질렀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이름 바꾸기보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는데요.

결국 재투표가 결정됐고, 개칭 문제는 등교가 정상화된 뒤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학교 이름 개칭 등 미국 내 인종차별 흔적 지우기는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에 의해 사망한 이후 본격화한 일종의 '취소 문화'입니다.

'취소 문화'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는 공인이나 단체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철회하는 활동인데요.

지난달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그림책 '닥터 수스'에 등장한 캐릭터가 유색인종 비하 논란에 휩싸여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속을 주장했던 미국 내 남부 연합군 관련 동상 등이 대거 철거되고 있는 것도 취소 문화의 일환입니다.

[레시아 브룩스/남부 빈곤 법률센터 : "2020년은 미국 전역에서 남부 연합군 관련 동상이 철거된 경이로운 해였습니다. 총 168개가 철거돼 이전 4년간 철거된 동상 수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세를 떨치고 있는 취소 문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건데요.

역사 검증과 공개 논의 없이 결정됐다 철회된 샌프란시스코 시의 공립학교 개칭 논란 역시 취소 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난 사례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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