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합천 농민들이 ‘친환경 에너지’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입력 2021.04.13 (19:28) 수정 2021.04.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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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남부발전이 합천군 일원에 추진 중인 LNG·태양광 발전소를 놓고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합천군은 LNG 발전소를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환경권이 위협받는다고 호소합니다.

합천 LNG· 태양광 발전소를 둘러싼 갈등, 경남 업그레이드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절대 반대한다! 친환경 농업단지에 발전소가 웬 말이냐!!"]

고요했던 농촌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농사일밖에 몰랐던 마을 주민들, 몇 달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합천군이 지난 2018년부터 3년 가까이 추진 중인 '청정에너지 융복합 발전단지'.

그들은 왜 '청정에너지'를 반대하고 나선 걸까요?

대를 이어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지어 온 75살 류재일 씨.

대대손손 일궈 온 농토에 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류재일/합천군 삼가면 동리 주민 : "저는 이 땅에서 태어나서 객지에 한발도 안 나가보고, 내가 나이가 75살인데 여태까지 여기서 농사짓고 살았죠. 많이 속상하죠. 이 토지에다 태양광을 설치한다는 거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고..."]

발전단지가 들어설 쌍백면과 삼가면 일대 농경지입니다.

한국남부발전은 이 드넓은 터에 약 330만 제곱미터 에너지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축구장 460여 개 규모로, 사업비만 1조 5천억 원이 넘습니다.

LNG가 500메가와트, 태양광 200메가와트 수소 연료전지 80메가와트 급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당초 합천군이 '청정에너지'라고 홍보한 천연액화가스, LNG 발전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기존 석탄 대신 LNG를 태워서 만들어지는 뜨거운 바람을 가스 터빈에 불어넣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문제는 가스 터빈을 껐다가 켰다가 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연소'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이 대량 방출된다는 겁니다.

감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 보고서입니다.

신인천 LNG 복합발전의 가동 초기 오염물질 배출농도 최대치를 보면 질소산화물이 132.6ppm 검출됐는데, 이는 허용 기준치인 20~80ppm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서울 LNG 복합발전소의 일산화탄소 배출 최대 농도는 2,412ppm에 달했는데, 환경부가 정한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 기준인 50ppm의 약 48배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에너지 복합단지가 예정 터로 가봤습니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입니다.

인근 합천호의 영향으로 자주 짙은 안개가 발생합니다.

주민들은 분지 특성상 LNG 발전소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될 것을 우려합니다.

[강준구/LNG 반대투쟁위원회 : "여기 보시다시피 분지이지 않습니까. 연기가 올라가면 시동 걸 때는 연기 올라가는 게 바로 보이지만 수증기와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하고 같이 여기에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은 이거도 청정에너지가 아니고 화석연료를 떼는 겁니다."]

예정부지 바로 옆은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홍근대/LNG 반대투쟁위원회 홍보국장 : "그러면 여기에 수달도 살고 있고, 저쪽 정량 늪 같은 경우는 정말 우포늪 못지 않게 늪지대로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그런 지역이거든요. 그런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여기에 LNG가 들어왔을 때 영향을 다 받게 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거죠. 여기가 산으로 다 둘러싸여 있으니까."]

태양광 발전단지가 예정된 터는 친환경 농업지역으로 해마다 540톤의 쌀이 생산됩니다.

태양광이 깔리면, 평생 농사일을 해 온 고령의 농민들은 이 농토를 잃게 됩니다.

예정 지역 주민의 90% 이상인 550여 명이 반대 서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강신무/합천군 삼가면 동리 주민 : "태양광을 동네 전체에 덮어 깐다면은 결국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도 잃는 거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농토 없으면 살 수 있습니까. 안 그래요? 다 줘버리면..."]

남부발전은 LNG 발전이 유해물질을 배출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석탄 화력발전에 비해 미미하며 현재로써는 가장 합리적인 발전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최고 수준의 저감기술로 유해물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합천군은 '소멸위기'의 군을 살리기 위해 발전소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방 세수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인구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한다는 겁니다.

[이규학/합천군 미래전략실장 : "합천군의 미래를 위해서는 갈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반대쪽에 있는 분들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또 소통위원회를 통해서 그 의견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저희들은 갈 계획입니다."]

탈원전·탈석탄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선언한 정부는 LNG와 태양광 발전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LNG 발전설비가 내뿜는 유해물질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환경권과 평생을 일구어 온 농토를 빼앗지 말아 달라고 호소합니다.

경남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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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UP!] 합천 농민들이 ‘친환경 에너지’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 입력 2021-04-13 19:28:23
    • 수정2021-04-13 20:06:16
    뉴스7(창원)
[앵커]

한국남부발전이 합천군 일원에 추진 중인 LNG·태양광 발전소를 놓고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합천군은 LNG 발전소를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환경권이 위협받는다고 호소합니다.

합천 LNG· 태양광 발전소를 둘러싼 갈등, 경남 업그레이드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절대 반대한다! 친환경 농업단지에 발전소가 웬 말이냐!!"]

고요했던 농촌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농사일밖에 몰랐던 마을 주민들, 몇 달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합천군이 지난 2018년부터 3년 가까이 추진 중인 '청정에너지 융복합 발전단지'.

그들은 왜 '청정에너지'를 반대하고 나선 걸까요?

대를 이어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지어 온 75살 류재일 씨.

대대손손 일궈 온 농토에 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류재일/합천군 삼가면 동리 주민 : "저는 이 땅에서 태어나서 객지에 한발도 안 나가보고, 내가 나이가 75살인데 여태까지 여기서 농사짓고 살았죠. 많이 속상하죠. 이 토지에다 태양광을 설치한다는 거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고..."]

발전단지가 들어설 쌍백면과 삼가면 일대 농경지입니다.

한국남부발전은 이 드넓은 터에 약 330만 제곱미터 에너지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축구장 460여 개 규모로, 사업비만 1조 5천억 원이 넘습니다.

LNG가 500메가와트, 태양광 200메가와트 수소 연료전지 80메가와트 급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당초 합천군이 '청정에너지'라고 홍보한 천연액화가스, LNG 발전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기존 석탄 대신 LNG를 태워서 만들어지는 뜨거운 바람을 가스 터빈에 불어넣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문제는 가스 터빈을 껐다가 켰다가 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연소'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이 대량 방출된다는 겁니다.

감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 보고서입니다.

신인천 LNG 복합발전의 가동 초기 오염물질 배출농도 최대치를 보면 질소산화물이 132.6ppm 검출됐는데, 이는 허용 기준치인 20~80ppm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서울 LNG 복합발전소의 일산화탄소 배출 최대 농도는 2,412ppm에 달했는데, 환경부가 정한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 기준인 50ppm의 약 48배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에너지 복합단지가 예정 터로 가봤습니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입니다.

인근 합천호의 영향으로 자주 짙은 안개가 발생합니다.

주민들은 분지 특성상 LNG 발전소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될 것을 우려합니다.

[강준구/LNG 반대투쟁위원회 : "여기 보시다시피 분지이지 않습니까. 연기가 올라가면 시동 걸 때는 연기 올라가는 게 바로 보이지만 수증기와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하고 같이 여기에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은 이거도 청정에너지가 아니고 화석연료를 떼는 겁니다."]

예정부지 바로 옆은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홍근대/LNG 반대투쟁위원회 홍보국장 : "그러면 여기에 수달도 살고 있고, 저쪽 정량 늪 같은 경우는 정말 우포늪 못지 않게 늪지대로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그런 지역이거든요. 그런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여기에 LNG가 들어왔을 때 영향을 다 받게 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거죠. 여기가 산으로 다 둘러싸여 있으니까."]

태양광 발전단지가 예정된 터는 친환경 농업지역으로 해마다 540톤의 쌀이 생산됩니다.

태양광이 깔리면, 평생 농사일을 해 온 고령의 농민들은 이 농토를 잃게 됩니다.

예정 지역 주민의 90% 이상인 550여 명이 반대 서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강신무/합천군 삼가면 동리 주민 : "태양광을 동네 전체에 덮어 깐다면은 결국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도 잃는 거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농토 없으면 살 수 있습니까. 안 그래요? 다 줘버리면..."]

남부발전은 LNG 발전이 유해물질을 배출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석탄 화력발전에 비해 미미하며 현재로써는 가장 합리적인 발전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최고 수준의 저감기술로 유해물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합천군은 '소멸위기'의 군을 살리기 위해 발전소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방 세수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인구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한다는 겁니다.

[이규학/합천군 미래전략실장 : "합천군의 미래를 위해서는 갈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반대쪽에 있는 분들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또 소통위원회를 통해서 그 의견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저희들은 갈 계획입니다."]

탈원전·탈석탄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선언한 정부는 LNG와 태양광 발전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LNG 발전설비가 내뿜는 유해물질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환경권과 평생을 일구어 온 농토를 빼앗지 말아 달라고 호소합니다.

경남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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