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밭’ 만들고 퇴비라고?…지자체 복구 명령도 무시

입력 2021.04.20 (07:27) 수정 2021.04.20 (07: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전국 곳곳에 이른바 '쓰레기 산'이 생겨서 사회적인 문제가 됐었죠.

이번엔 땅을 빌린 뒤 채소 쓰레기를 마구 버려 거대한 쓰레기 밭이 만들어진 현장을 고발합니다.

축구장 2개 크기 땅에서 양파며 대파 껍질 등이 아무렇게나 썩고 있는데 퇴비라고 주장합니다.

김재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여주 한 야산.

상자를 가득 실은 화물차 한 대가 나타납니다.

차에서 내린 남성이 상자를 하나하나 꺼내 그대로 땅에 부어 버립니다.

한 명이 더 내려 일을 거들면서 모두 50상자 가까이 버렸습니다.

뭘 버렸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대파 껍질들입니다.

주변을 더 살펴봤습니다.

폐기물을 몰래 버린 현장입니다.

아직 제대로 묻히지 않은 양파껍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이런 식자재 쓰레기로 뒤덮인 땅은 만 2천여 제곱미터, 축구장 2개 넓이입니다.

땅 관리자를 찾아가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이 누군지 묻자 식자재 업체 직원들이고, 본인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2년 전부터 자신이 직접 쓰레기를 차에 실어다 대신 버려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고 당당하게 밝힙니다.

[이OO 땅 관리자/음성변조 : "경비는 받지. 기본적으로 내가 기름값은 받아야 할 거 아니에요. 최소한의 경비는 받아야 될 거 아닙니까."]

식자재 업체들에서 나오는 양파껍질 등은 폐기물로 분류돼 허가된 업체를 통해 운반해 소각하거나 퇴비 등으로 재가공해야 합니다.

TGA/ 합법적 처리 비용은 통상 5톤 화물차 대당 130만 원, 쓰레기 밭에 그냥 버리면 관리인에게 100만 원만 주면 됩니다.

30만 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폐기물 수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불법 투기를) 한 번 갖고 오면 백만 원 이상 (벌어요). 그 사람들이 자꾸 그렇게 싸게 하니까 우리가 일이 없는 거예요."]

여주시는 이 땅을 원상 복구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관리인은 쓰레기를 계속 버리도록 방치하고 있습니다.

퇴비를 만드는 거라고 반박하지만, 환경단체 말은 다릅니다.

[정명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 "공기하고 닿지 않고 썩어야만 거름화 작업이 가능하다고 해요. 침출수나 악취나 원래 거기서는 발생하지 않아야 되는 반환경적인 요소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여주시청은 이 씨를 불법 폐기물 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 씨에게 쓰레기를 떠넘긴 의혹을 받고 있는 식자재 업체 세 곳은 관할 지자체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그래픽:김지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쓰레기 밭’ 만들고 퇴비라고?…지자체 복구 명령도 무시
    • 입력 2021-04-20 07:27:23
    • 수정2021-04-20 07:58:37
    뉴스광장
[앵커]

최근 전국 곳곳에 이른바 '쓰레기 산'이 생겨서 사회적인 문제가 됐었죠.

이번엔 땅을 빌린 뒤 채소 쓰레기를 마구 버려 거대한 쓰레기 밭이 만들어진 현장을 고발합니다.

축구장 2개 크기 땅에서 양파며 대파 껍질 등이 아무렇게나 썩고 있는데 퇴비라고 주장합니다.

김재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여주 한 야산.

상자를 가득 실은 화물차 한 대가 나타납니다.

차에서 내린 남성이 상자를 하나하나 꺼내 그대로 땅에 부어 버립니다.

한 명이 더 내려 일을 거들면서 모두 50상자 가까이 버렸습니다.

뭘 버렸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대파 껍질들입니다.

주변을 더 살펴봤습니다.

폐기물을 몰래 버린 현장입니다.

아직 제대로 묻히지 않은 양파껍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이런 식자재 쓰레기로 뒤덮인 땅은 만 2천여 제곱미터, 축구장 2개 넓이입니다.

땅 관리자를 찾아가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이 누군지 묻자 식자재 업체 직원들이고, 본인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2년 전부터 자신이 직접 쓰레기를 차에 실어다 대신 버려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고 당당하게 밝힙니다.

[이OO 땅 관리자/음성변조 : "경비는 받지. 기본적으로 내가 기름값은 받아야 할 거 아니에요. 최소한의 경비는 받아야 될 거 아닙니까."]

식자재 업체들에서 나오는 양파껍질 등은 폐기물로 분류돼 허가된 업체를 통해 운반해 소각하거나 퇴비 등으로 재가공해야 합니다.

TGA/ 합법적 처리 비용은 통상 5톤 화물차 대당 130만 원, 쓰레기 밭에 그냥 버리면 관리인에게 100만 원만 주면 됩니다.

30만 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폐기물 수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불법 투기를) 한 번 갖고 오면 백만 원 이상 (벌어요). 그 사람들이 자꾸 그렇게 싸게 하니까 우리가 일이 없는 거예요."]

여주시는 이 땅을 원상 복구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관리인은 쓰레기를 계속 버리도록 방치하고 있습니다.

퇴비를 만드는 거라고 반박하지만, 환경단체 말은 다릅니다.

[정명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 "공기하고 닿지 않고 썩어야만 거름화 작업이 가능하다고 해요. 침출수나 악취나 원래 거기서는 발생하지 않아야 되는 반환경적인 요소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여주시청은 이 씨를 불법 폐기물 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 씨에게 쓰레기를 떠넘긴 의혹을 받고 있는 식자재 업체 세 곳은 관할 지자체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그래픽:김지혜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