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손짓·표정으로 말한다”…‘수어 통역’의 세계

입력 2021.04.20 (17:53) 수정 2021.04.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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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ET WHY?
■ 방송시간 : 4월20일(화) 17:50~18:25 KBS2
■ 출연자 : 권동호 수어통역사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1.4.20

[앵커]
핵심 이슈의 궁금증 풀어보는 ET WHY 출발하겠습니다. 네, 방금 수어로 인사를 건네신 분, 질병관리청 브리핑 때마다 청각장애인들의 귀가 되어 주시는 수어통역사입니다. 권동호 씨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답변]
안녕하세요? 수어통역사 권동호입니다.

[앵커]
뉴스에서 매일 뵙는 분인데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네요. 음성도 좋으시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생방송이 좀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이 많이 되는데 칭찬해 주시니까 긴장이 좀 풀리네요.

[앵커]
질병관리청 브리핑 수어통역사로 활동하신 지 벌써 1년이 지났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작년 2월 4일에 정확히 시작했는데 1년 2개월이 지났네요. 제가 겨울 코트를 한 번 더 입게 될 줄 몰랐는데 벌써 시간이 또 이렇게 지났네요.

[앵커]
그때 브리핑 첫날 수어통역사 첫 타자로 들어가신 게 바로 권동호 통역사님이셨잖아요. 긴장 많이 하셨었겠어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첫 재난 브리핑이고 전국에 중계되는 것도 처음이고 화면에 크게 잡히는 것도 처음이어서 심적 부담감도 상당했고 일단 원고도 없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 어려운 의학용어들을 들으면서 진땀을 흘린 기억이 좀 납니다.

[앵커]
브리핑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표정을 보면 뭐라고 할까요? 좀 이렇게 살아 있다고 할까요? 정말 리얼하세요.

[답변]
수어는 보통 손으로만 이루어지는 언어라고 많이 알고 계신데 손뿐만 아니라 머리, 표정, 눈, 입, 어깨, 몸짓,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야 정확한 의미 전달이 됩니다.

[앵커]
그래서 어떤 분은 이 수어가 종합예술이다, 이런 말도 하시더라고요. 말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무게까지 전하려면 모든 걸 다 종합해야 한다.

[답변]
네, 그 말씀에 100% 동의합니다.

[앵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인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수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표정도 함께해야 한다고 방금 말씀드렸는데, 표정에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이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우리 목소리로 치면 억양을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가리면 시청자분들께서 TV를 보실 때 음소거를 하고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보통 수어라고 하는 게 사실 가족 중에 청각장애를 갖고 계신 분이 계시거나 아니면 남다른 사명감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배우기가 쉽지 않은 거잖아요? 어떻게 이 수어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셨어요?

[답변]
저는 사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대학생 때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대학 동아리에 들어간 게 처음 수어를 만난 계기였는데요. 수어를 하면서 전공을 잊을 만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고.

[앵커]
전공이 뭐였는데요?

[답변]
전공이 유아교육학이었습니다.

[앵커]
청일점이셨겠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하지만 노동을 더 많이 하긴 했는데 유아교육학을 접어둘 정도로 수어에 열중했었는데요. 결국에는 수어 자격증을 따고 이쪽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앵커]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그런지 표정에서 더 그런 어떤 순수함, 이런 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답변]
유아교육 때 배웠던 것들이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네요.

[앵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어 통역하시는 분들은 항상 작은 캡슐 같은 모양, 조그마한 동그라미에 갇혀 있었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해서 화면의 거의 한 2분할,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수어 통역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사각지대는 여전하다고 보시겠죠?

[답변]
맞습니다. 작년 코로나 브리핑 이후로 수어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는데요.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매일 뉴스만 보지는 않잖아요? TV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예능 혹은 영화, 드라마. 제가 일일드라마, KBS 일일연속극을 좋아하는데, 아내랑 같이 보는 걸 즐겨 하는데 이 부분에도 수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가져봅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은 연예인분들도 그런 수어 통역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고 계신 것 같아요. 자기 노래를 직접 수어로 부르기도 하시고. 가수 폴 킴 씨 노래 혹시 들어보셨나요?

[답변]
네, 들어본 적 있습니다.

[앵커]
직접 수어로 하시는 장면.

[답변]
직접 봤는데요. 아무래도 수어통역사 개인이 수어를 많이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저렇게 흔히 말하는 셀럽분들께서 수어를 직접 표현함으로써 수어가 많이 알려지는 좋은 영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속으로 너무 감사한 생각이죠.

[앵커]
나오신 김에 우리 수어 한두 가지 배워볼까요? 개인적으로 우리 권동호 통역사님이 가장 좋아하는 수어 표현.

[답변]
방금 말씀하셨던 것 중에 힌트가 있는데요. ‘좋다’라는 표현을 제가 수어로 알려드리고 싶은데요. 간단합니다. 어원까지는 제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오른손 주먹을 쥐시고 코 위에다가 얹으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좋다’라는 표현이 되는데요. 우리가 ‘좋다’라는 얘기를 할 때 좋다, 무뚝뚝하게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좋다는 표정을 함께 지어주시고 만약에 너무 좋다고 하시면 손을 흔들어주셔도 좋아요.

[앵커]
아이 좋아, 이거예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정확한 표현입니다.

[앵커]
또 다른 거 하나 정도.

[답변]
우리가 비대면 시대에 인사하는 방법이 사실 고개를 숙이는 것, 주먹을 부딪치는 것 외에 수어로써 비대면 시대에 맞는 정확한 인사법을 하나 알려드리고 싶은데요. 농인을 만나면 이 수어를 해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사하는 방법인데요. 먼저 왼손을 올리시고 오른손바닥으로 팔을 쓸어주시고, 이게 ‘잘’이라는 표현이고요. 양손 주먹을 살짝 쥐신 다음에 상하로 흔들어주시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법이 됩니다. 제가 다시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앵커]
잘 계셨습니까?

[답변]
잘 계셨습니까? ‘안녕하세요’ 표현을 이렇게 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수어 통역이라는 게 잘 보면 굉장히 어렵고 섬세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브리핑 때 보면 어려운 전문적인 의학 용어 많이 나와서 당황했던 경험 많으셨을 것 같아요.

[답변]
아무래도 국어의 단어 수 차이와 수어의 단어 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수어에 없는 표현들이 상당히 많아요. 특히 의학 용어 같은 경우에는 자가격리라는 표현이 없어서 일부러 만들어내야 했을 정도로.

[앵커]
어떻게 표현하죠?

[답변]
자가격리라는 표현은 내 집에 격리되어 있다는 표현을 연결해서, 이렇게 자가격리라는 표현을 만들어냈고요. 이것도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국립국어원에 새수어모임, 코로나 브리핑이 시작되면서 수어도 빨리 만들 필요성을 느껴서 국립국어원 안에 새수어모임이 생겼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그 상황에 맞는, 이슈에 맞는 중요한 단어들을 빨리빨리 합의해서 만들어서 배포하는 과정을 지금 거치고 있습니다.

[앵커]
저는 한 가지 궁금한 게, 아나필락시스, 이런 용어 있잖아요? 이건 수어로 어떻게 표현합니까?

[답변]
일단은 수어에 없는 표현이기 때문에, 대신해서 우리 공간에다가 한글 자음, 모음. 기역, 니은, 디귿. 아, 야, 어, 여를 사용해서 노트에 필기하듯이 공간에 써주는 것을 지문자라고 하는데요. 수어에 없기 때문에 공간에 일단 아나필락시스라고 써준 다음에 아나필락시스의 예시를 들어서 설명한다거나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나필락시스라는 게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인데 그 증상을 또 수어로 표현하시겠네요.

[답변]
맞습니다. 증상 중에 호흡곤란이 있을 수 있고 두드러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수어로 표현해보면 호흡, 숨이 들어가는 거예요. 호흡, 어렵다는 표현이 되고. 온몸에, 전신에 두드러기가 난다고 할 때는 몸에 두드러기, 이렇게 표현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현재 중앙정부 브리핑을 맡은) 수어통역사분들이 한 여섯 분 정도 계신 것 같아요. 돌아가면서 매일 얼굴이 바뀌시더라고요. 대부분 프리랜서시죠?

[답변]
네, 다 프리랜서 수어통역사분들이시고요. 일정은 매월 말에 다음 달 일정을 정해서 그다음 달에 교대로 주에 한 2회 정도 오송과 세종에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궁금한 게, 항상 저렇게 검은색, 어두운색 옷을 입고 나오시더라고요. 남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요?

[답변]
아무래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수어의 요소는 손과 몸짓, 얼굴 다 포함돼서 아무래도 보시는 분들, 수어 사용자분들께서 잘 보시려면 옷이 너무 밝거나 혹은 액세서리가 있거나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부수적인 방해 요소들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옷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시계나 목걸이나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앵커]
가장 기다리시는 수어는 코로나 종식됐습니다, 이게 아닐까 싶어요.

[답변]
맞습니다.

[앵커]
바로 표현하실 수 있나요?

[답변]
정말 제가 너무 하고 싶은 수어인데요. ‘코로나 사라졌다.’라는 표현입니다.

[앵커]
끝으로 ET 시청자분들한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수어로 하셔도 좋고요.

[답변]
제가 개인적으로 수어통역사로서 바라는 것은 딱 두 가지인데요. 한 가지는 우리 수어 정책이 확대되면서 수어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선별진료소나 예방접종센터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아서 농인분들이 곤란해하시고 있거든요? 이 부분이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고,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꼭 써달라고 제가 수어를 해보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마스크 꼭 쓰세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T WHY, 수어통역사 권동호 씨와 함께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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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손짓·표정으로 말한다”…‘수어 통역’의 세계
    • 입력 2021-04-20 17:53:14
    • 수정2021-04-21 18: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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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핵심 이슈의 궁금증 풀어보는 ET WHY 출발하겠습니다. 네, 방금 수어로 인사를 건네신 분, 질병관리청 브리핑 때마다 청각장애인들의 귀가 되어 주시는 수어통역사입니다. 권동호 씨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답변]
안녕하세요? 수어통역사 권동호입니다.

[앵커]
뉴스에서 매일 뵙는 분인데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네요. 음성도 좋으시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생방송이 좀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이 많이 되는데 칭찬해 주시니까 긴장이 좀 풀리네요.

[앵커]
질병관리청 브리핑 수어통역사로 활동하신 지 벌써 1년이 지났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작년 2월 4일에 정확히 시작했는데 1년 2개월이 지났네요. 제가 겨울 코트를 한 번 더 입게 될 줄 몰랐는데 벌써 시간이 또 이렇게 지났네요.

[앵커]
그때 브리핑 첫날 수어통역사 첫 타자로 들어가신 게 바로 권동호 통역사님이셨잖아요. 긴장 많이 하셨었겠어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첫 재난 브리핑이고 전국에 중계되는 것도 처음이고 화면에 크게 잡히는 것도 처음이어서 심적 부담감도 상당했고 일단 원고도 없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 어려운 의학용어들을 들으면서 진땀을 흘린 기억이 좀 납니다.

[앵커]
브리핑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표정을 보면 뭐라고 할까요? 좀 이렇게 살아 있다고 할까요? 정말 리얼하세요.

[답변]
수어는 보통 손으로만 이루어지는 언어라고 많이 알고 계신데 손뿐만 아니라 머리, 표정, 눈, 입, 어깨, 몸짓,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야 정확한 의미 전달이 됩니다.

[앵커]
그래서 어떤 분은 이 수어가 종합예술이다, 이런 말도 하시더라고요. 말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무게까지 전하려면 모든 걸 다 종합해야 한다.

[답변]
네, 그 말씀에 100% 동의합니다.

[앵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인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수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표정도 함께해야 한다고 방금 말씀드렸는데, 표정에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이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우리 목소리로 치면 억양을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가리면 시청자분들께서 TV를 보실 때 음소거를 하고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보통 수어라고 하는 게 사실 가족 중에 청각장애를 갖고 계신 분이 계시거나 아니면 남다른 사명감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배우기가 쉽지 않은 거잖아요? 어떻게 이 수어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셨어요?

[답변]
저는 사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대학생 때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대학 동아리에 들어간 게 처음 수어를 만난 계기였는데요. 수어를 하면서 전공을 잊을 만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고.

[앵커]
전공이 뭐였는데요?

[답변]
전공이 유아교육학이었습니다.

[앵커]
청일점이셨겠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하지만 노동을 더 많이 하긴 했는데 유아교육학을 접어둘 정도로 수어에 열중했었는데요. 결국에는 수어 자격증을 따고 이쪽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앵커]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그런지 표정에서 더 그런 어떤 순수함, 이런 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답변]
유아교육 때 배웠던 것들이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네요.

[앵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어 통역하시는 분들은 항상 작은 캡슐 같은 모양, 조그마한 동그라미에 갇혀 있었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해서 화면의 거의 한 2분할,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수어 통역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사각지대는 여전하다고 보시겠죠?

[답변]
맞습니다. 작년 코로나 브리핑 이후로 수어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는데요.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매일 뉴스만 보지는 않잖아요? TV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예능 혹은 영화, 드라마. 제가 일일드라마, KBS 일일연속극을 좋아하는데, 아내랑 같이 보는 걸 즐겨 하는데 이 부분에도 수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가져봅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은 연예인분들도 그런 수어 통역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고 계신 것 같아요. 자기 노래를 직접 수어로 부르기도 하시고. 가수 폴 킴 씨 노래 혹시 들어보셨나요?

[답변]
네, 들어본 적 있습니다.

[앵커]
직접 수어로 하시는 장면.

[답변]
직접 봤는데요. 아무래도 수어통역사 개인이 수어를 많이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저렇게 흔히 말하는 셀럽분들께서 수어를 직접 표현함으로써 수어가 많이 알려지는 좋은 영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속으로 너무 감사한 생각이죠.

[앵커]
나오신 김에 우리 수어 한두 가지 배워볼까요? 개인적으로 우리 권동호 통역사님이 가장 좋아하는 수어 표현.

[답변]
방금 말씀하셨던 것 중에 힌트가 있는데요. ‘좋다’라는 표현을 제가 수어로 알려드리고 싶은데요. 간단합니다. 어원까지는 제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오른손 주먹을 쥐시고 코 위에다가 얹으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좋다’라는 표현이 되는데요. 우리가 ‘좋다’라는 얘기를 할 때 좋다, 무뚝뚝하게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좋다는 표정을 함께 지어주시고 만약에 너무 좋다고 하시면 손을 흔들어주셔도 좋아요.

[앵커]
아이 좋아, 이거예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정확한 표현입니다.

[앵커]
또 다른 거 하나 정도.

[답변]
우리가 비대면 시대에 인사하는 방법이 사실 고개를 숙이는 것, 주먹을 부딪치는 것 외에 수어로써 비대면 시대에 맞는 정확한 인사법을 하나 알려드리고 싶은데요. 농인을 만나면 이 수어를 해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사하는 방법인데요. 먼저 왼손을 올리시고 오른손바닥으로 팔을 쓸어주시고, 이게 ‘잘’이라는 표현이고요. 양손 주먹을 살짝 쥐신 다음에 상하로 흔들어주시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법이 됩니다. 제가 다시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앵커]
잘 계셨습니까?

[답변]
잘 계셨습니까? ‘안녕하세요’ 표현을 이렇게 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수어 통역이라는 게 잘 보면 굉장히 어렵고 섬세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브리핑 때 보면 어려운 전문적인 의학 용어 많이 나와서 당황했던 경험 많으셨을 것 같아요.

[답변]
아무래도 국어의 단어 수 차이와 수어의 단어 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수어에 없는 표현들이 상당히 많아요. 특히 의학 용어 같은 경우에는 자가격리라는 표현이 없어서 일부러 만들어내야 했을 정도로.

[앵커]
어떻게 표현하죠?

[답변]
자가격리라는 표현은 내 집에 격리되어 있다는 표현을 연결해서, 이렇게 자가격리라는 표현을 만들어냈고요. 이것도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국립국어원에 새수어모임, 코로나 브리핑이 시작되면서 수어도 빨리 만들 필요성을 느껴서 국립국어원 안에 새수어모임이 생겼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그 상황에 맞는, 이슈에 맞는 중요한 단어들을 빨리빨리 합의해서 만들어서 배포하는 과정을 지금 거치고 있습니다.

[앵커]
저는 한 가지 궁금한 게, 아나필락시스, 이런 용어 있잖아요? 이건 수어로 어떻게 표현합니까?

[답변]
일단은 수어에 없는 표현이기 때문에, 대신해서 우리 공간에다가 한글 자음, 모음. 기역, 니은, 디귿. 아, 야, 어, 여를 사용해서 노트에 필기하듯이 공간에 써주는 것을 지문자라고 하는데요. 수어에 없기 때문에 공간에 일단 아나필락시스라고 써준 다음에 아나필락시스의 예시를 들어서 설명한다거나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나필락시스라는 게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인데 그 증상을 또 수어로 표현하시겠네요.

[답변]
맞습니다. 증상 중에 호흡곤란이 있을 수 있고 두드러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수어로 표현해보면 호흡, 숨이 들어가는 거예요. 호흡, 어렵다는 표현이 되고. 온몸에, 전신에 두드러기가 난다고 할 때는 몸에 두드러기, 이렇게 표현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현재 중앙정부 브리핑을 맡은) 수어통역사분들이 한 여섯 분 정도 계신 것 같아요. 돌아가면서 매일 얼굴이 바뀌시더라고요. 대부분 프리랜서시죠?

[답변]
네, 다 프리랜서 수어통역사분들이시고요. 일정은 매월 말에 다음 달 일정을 정해서 그다음 달에 교대로 주에 한 2회 정도 오송과 세종에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궁금한 게, 항상 저렇게 검은색, 어두운색 옷을 입고 나오시더라고요. 남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요?

[답변]
아무래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수어의 요소는 손과 몸짓, 얼굴 다 포함돼서 아무래도 보시는 분들, 수어 사용자분들께서 잘 보시려면 옷이 너무 밝거나 혹은 액세서리가 있거나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부수적인 방해 요소들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옷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시계나 목걸이나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앵커]
가장 기다리시는 수어는 코로나 종식됐습니다, 이게 아닐까 싶어요.

[답변]
맞습니다.

[앵커]
바로 표현하실 수 있나요?

[답변]
정말 제가 너무 하고 싶은 수어인데요. ‘코로나 사라졌다.’라는 표현입니다.

[앵커]
끝으로 ET 시청자분들한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수어로 하셔도 좋고요.

[답변]
제가 개인적으로 수어통역사로서 바라는 것은 딱 두 가지인데요. 한 가지는 우리 수어 정책이 확대되면서 수어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선별진료소나 예방접종센터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아서 농인분들이 곤란해하시고 있거든요? 이 부분이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고,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꼭 써달라고 제가 수어를 해보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마스크 꼭 쓰세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T WHY, 수어통역사 권동호 씨와 함께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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