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호소하려 해도 돈 있어야”…‘패소자 부담’ 논란
입력 2021.04.26 (06:45)
수정 2021.04.2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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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법의 날'을 맞아 한 가지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현재는 소송을 냈다가 질 경우 소송을 낸 사람이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물어내도록 돼 있습니다.
억울해도 돈이 없으면 법에 호소하기가 쉽지 않은 건데요.
공익 소송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제기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넘게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55살 이진섭 씨.
2011년 직장암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아내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고, 아들은 선천성 자폐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진섭/고리원전 인근 거주자 : "그 당시에 병원에 갔을 때 우리 동네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이 동네 사람들 암 발생률이 왜 높으냐고 얘기하니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씨는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방사능 노출 피해를 제대로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2012년에 시작된 소송은 8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로 끝났습니다.
질병과 방사능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패소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3심까지 간 소송비용을 모두 합하면 이 씨가 낼 돈은 2천3백여만 원에 달합니다.
[이진섭 : "저는 국가기관에 대해서 왜 내 몸이 이렇게 됐냐고 묻고 싶은 건데 거기에 대해서 돈으로 한다고 그러면 앞으로 이런 소송은 영원히 한 명도 할 사람이 없습니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패소한 당사자가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일률적으로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패소 가능성이 높은 공익소송을 위축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용문/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 "인권·환경과 관련된 공익소송의 경우와 정보공개 소송, 그리고 경제적 자력이 부족한 경우 등에 대해서 '패소자부담원칙'에 대한 예외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소송비용 부담에 예외를 두기 앞서 어디까지를 공익소송으로 볼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유용규/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김석훈 최민영 김현석 김지훈
어제 '법의 날'을 맞아 한 가지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현재는 소송을 냈다가 질 경우 소송을 낸 사람이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물어내도록 돼 있습니다.
억울해도 돈이 없으면 법에 호소하기가 쉽지 않은 건데요.
공익 소송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제기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넘게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55살 이진섭 씨.
2011년 직장암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아내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고, 아들은 선천성 자폐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진섭/고리원전 인근 거주자 : "그 당시에 병원에 갔을 때 우리 동네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이 동네 사람들 암 발생률이 왜 높으냐고 얘기하니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씨는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방사능 노출 피해를 제대로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2012년에 시작된 소송은 8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로 끝났습니다.
질병과 방사능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패소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3심까지 간 소송비용을 모두 합하면 이 씨가 낼 돈은 2천3백여만 원에 달합니다.
[이진섭 : "저는 국가기관에 대해서 왜 내 몸이 이렇게 됐냐고 묻고 싶은 건데 거기에 대해서 돈으로 한다고 그러면 앞으로 이런 소송은 영원히 한 명도 할 사람이 없습니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패소한 당사자가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일률적으로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패소 가능성이 높은 공익소송을 위축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용문/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 "인권·환경과 관련된 공익소송의 경우와 정보공개 소송, 그리고 경제적 자력이 부족한 경우 등에 대해서 '패소자부담원칙'에 대한 예외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소송비용 부담에 예외를 두기 앞서 어디까지를 공익소송으로 볼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유용규/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김석훈 최민영 김현석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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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법의 날'을 맞아 한 가지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현재는 소송을 냈다가 질 경우 소송을 낸 사람이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물어내도록 돼 있습니다.
억울해도 돈이 없으면 법에 호소하기가 쉽지 않은 건데요.
공익 소송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제기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넘게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55살 이진섭 씨.
2011년 직장암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아내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고, 아들은 선천성 자폐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진섭/고리원전 인근 거주자 : "그 당시에 병원에 갔을 때 우리 동네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이 동네 사람들 암 발생률이 왜 높으냐고 얘기하니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씨는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방사능 노출 피해를 제대로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2012년에 시작된 소송은 8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로 끝났습니다.
질병과 방사능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패소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3심까지 간 소송비용을 모두 합하면 이 씨가 낼 돈은 2천3백여만 원에 달합니다.
[이진섭 : "저는 국가기관에 대해서 왜 내 몸이 이렇게 됐냐고 묻고 싶은 건데 거기에 대해서 돈으로 한다고 그러면 앞으로 이런 소송은 영원히 한 명도 할 사람이 없습니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패소한 당사자가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일률적으로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패소 가능성이 높은 공익소송을 위축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용문/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 "인권·환경과 관련된 공익소송의 경우와 정보공개 소송, 그리고 경제적 자력이 부족한 경우 등에 대해서 '패소자부담원칙'에 대한 예외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소송비용 부담에 예외를 두기 앞서 어디까지를 공익소송으로 볼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유용규/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김석훈 최민영 김현석 김지훈
어제 '법의 날'을 맞아 한 가지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현재는 소송을 냈다가 질 경우 소송을 낸 사람이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물어내도록 돼 있습니다.
억울해도 돈이 없으면 법에 호소하기가 쉽지 않은 건데요.
공익 소송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제기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넘게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55살 이진섭 씨.
2011년 직장암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아내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고, 아들은 선천성 자폐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진섭/고리원전 인근 거주자 : "그 당시에 병원에 갔을 때 우리 동네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이 동네 사람들 암 발생률이 왜 높으냐고 얘기하니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씨는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방사능 노출 피해를 제대로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2012년에 시작된 소송은 8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로 끝났습니다.
질병과 방사능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패소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3심까지 간 소송비용을 모두 합하면 이 씨가 낼 돈은 2천3백여만 원에 달합니다.
[이진섭 : "저는 국가기관에 대해서 왜 내 몸이 이렇게 됐냐고 묻고 싶은 건데 거기에 대해서 돈으로 한다고 그러면 앞으로 이런 소송은 영원히 한 명도 할 사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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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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