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그래도 자식 걱정”

입력 2021.05.07 (21:46) 수정 2021.05.0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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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장기화로 바깥활동과 신체활동이 줄며 치매증세를 보이거나 증상이 심해진 고령의 부모님이 계신 가정도 있으실 텐데요

가족들이 한곳에 모이기도 힘든 요즘,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들의 일상과 속마음은 어떨까요?

내일(8일) 어버이날을 맞아 강인희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94살 양영자 할머니.

코로나19로 경로당에 가질 못하자, 텃밭을 가꾸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게 하루 일과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년사이 기억력이 떨어지며 냄비를 태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반찬 올려두고 그냥 잊어버려서, 내가 그렇게 하고 있어 건망증…."]

어머니의 증상을 염려해 70대 아들이 24시간 곁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전유섭/제주시 화북동 :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없다 보니까 어머니 모시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지만 밀착해서 관심을 가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남편마저 떠나 보낸 양 할머니, 그래도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건 자식뿐이라고 말합니다.

[양영자/제주시 화북동 : "자식들이 찾아오겠다고 하면 몇 시에 가겠다고 '밥 먹지 말고 있으세요. 뭐 사서 가고 있어요.' 할 때가 제일 반가워."]

["여기 누구네 집이지? 아휴 기가 막히지. 이 얘기하면 내가…. 너무 속상해서 못 살겠어요."]

3년 전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고 있는 90살 현천권 할아버지.

요양보호사가 하루 3시간 있다 가면 나머지는 온전히 할아버지 몫입니다.

[현천관/조천읍 함덕리 : "목욕하는 게 상당히 힘들어요. 왜냐하면, 나도 이제 90이나 된 사람이 몸을 같이 들어야 하니까. 간병인하고 같이 들어도 상당히 무거워요."]

경로당 등 바깥 활동까지 중단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많습니다.

자녀들에게 하소연할 법도 하지만 짐이 되기 싫다며, 현 할아버지는, 섭섭함 대신 감사를 전합니다.

[현천관/조천읍 함덕리 : "자식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손자들도 마찬가지고, 한 아이한테도 섭섭한 게 없어요."]

코로나19 장기화 속 지난해 제주에서 치매 등급을 받았거나 치매 의심증세를 보이는 노인은 만 천400여 명.

2년 전보다 천명 이상 늘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처음 겪는 코로나19 시대.

사회 전체가 방역에만 힘쓰는 사이 정작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지금부터라도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양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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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장기화…“그래도 자식 걱정”
    • 입력 2021-05-07 21:46:55
    • 수정2021-05-07 22:33:38
    뉴스9(제주)
[앵커]

코로나19 장기화로 바깥활동과 신체활동이 줄며 치매증세를 보이거나 증상이 심해진 고령의 부모님이 계신 가정도 있으실 텐데요

가족들이 한곳에 모이기도 힘든 요즘,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들의 일상과 속마음은 어떨까요?

내일(8일) 어버이날을 맞아 강인희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94살 양영자 할머니.

코로나19로 경로당에 가질 못하자, 텃밭을 가꾸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게 하루 일과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년사이 기억력이 떨어지며 냄비를 태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반찬 올려두고 그냥 잊어버려서, 내가 그렇게 하고 있어 건망증…."]

어머니의 증상을 염려해 70대 아들이 24시간 곁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전유섭/제주시 화북동 :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없다 보니까 어머니 모시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지만 밀착해서 관심을 가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남편마저 떠나 보낸 양 할머니, 그래도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건 자식뿐이라고 말합니다.

[양영자/제주시 화북동 : "자식들이 찾아오겠다고 하면 몇 시에 가겠다고 '밥 먹지 말고 있으세요. 뭐 사서 가고 있어요.' 할 때가 제일 반가워."]

["여기 누구네 집이지? 아휴 기가 막히지. 이 얘기하면 내가…. 너무 속상해서 못 살겠어요."]

3년 전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고 있는 90살 현천권 할아버지.

요양보호사가 하루 3시간 있다 가면 나머지는 온전히 할아버지 몫입니다.

[현천관/조천읍 함덕리 : "목욕하는 게 상당히 힘들어요. 왜냐하면, 나도 이제 90이나 된 사람이 몸을 같이 들어야 하니까. 간병인하고 같이 들어도 상당히 무거워요."]

경로당 등 바깥 활동까지 중단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많습니다.

자녀들에게 하소연할 법도 하지만 짐이 되기 싫다며, 현 할아버지는, 섭섭함 대신 감사를 전합니다.

[현천관/조천읍 함덕리 : "자식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손자들도 마찬가지고, 한 아이한테도 섭섭한 게 없어요."]

코로나19 장기화 속 지난해 제주에서 치매 등급을 받았거나 치매 의심증세를 보이는 노인은 만 천400여 명.

2년 전보다 천명 이상 늘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처음 겪는 코로나19 시대.

사회 전체가 방역에만 힘쓰는 사이 정작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지금부터라도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양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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