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배달 기사도 노동자”…유럽 ‘근로자성’ 인정 늘어

입력 2021.05.14 (10:49) 수정 2021.05.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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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대부분의 배달기사들은 정식으로 고용된 게 아니어서 교통사고나 저임금에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데요.

최근 유럽에서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사법 기관과 당국의 판단이 나오고 있어 주목됩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호주 시드니에서 배달 기사로 일하는 스티브 쿠우 씨.

주문 요청을 받자 상품을 싣고 배달하러 나섭니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 보호장구라곤 고작 헬멧 하나뿐.

2차선 도로에선 아슬아슬하게 차량 사이를 이동합니다.

[스티브 쿠우/배달기사 : "공유 경제를 실행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해결된 곳들처럼 그간 없었던 보호 장치가 필요합니다."]

호주의 대부분의 배달기사들은 이민자 출신으로,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 많습니다.

사고를 당해도 제때 치료받기 어려운 형편인 데다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어서 사고를 당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동안 시드니에서는 5명의 배달기사가 배달 중 사망했지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웨이 리홀/배달기사 유족 : "배달 일이 매우 힘들었지만, 남편은 저와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 기꺼이 감당했습니다."]

배달기사의 이 같은 열악한 상황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관심사가 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 노동자들도 늘었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처우 개선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에스테반 리나레스/배달기사 : "항상 최악의 사고로 일할 수 없게 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에선 올해 들어 배달 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배달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인정하도록 법안을 개정했습니다.

[욜란다 디아스/노동부 장관 : "이제 배달기사들은 노동자 법령에 규정된 모든 권리, 노조 결성과 사회보장, 임금 등의 권리를 갖게 됩니다."]

지난 2월 이탈리아에서는 배달 기사를 정식 고용 노동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사법당국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밀라노검찰이 우버이츠 등 4개 음식배달업체에게 배달 기사 보호를 위한 안전 규정을 어겼다며 1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한 겁니다.

[티지아나 시실리아노/검사 : "배달기사는 사고보험 건강보험 등 어떤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것은 물론, 휴일과 유급 휴가 등 노동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법원에서도 배달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유사 판결이 나왔고, 유럽연합은 배달기사의 노동자성과 관련해 기업 규제 초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잇단 노동자성 인정 판결은 플랫폼 노동자 수를 줄이고 배달 서비스 지역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

배달기사와 물류시스템이 공공재가 된 사회.

이를 보호하라는 사회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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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배달 기사도 노동자”…유럽 ‘근로자성’ 인정 늘어
    • 입력 2021-05-14 10:49:01
    • 수정2021-05-14 11:04:01
    지구촌뉴스
[앵커]

전 세계 대부분의 배달기사들은 정식으로 고용된 게 아니어서 교통사고나 저임금에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데요.

최근 유럽에서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사법 기관과 당국의 판단이 나오고 있어 주목됩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호주 시드니에서 배달 기사로 일하는 스티브 쿠우 씨.

주문 요청을 받자 상품을 싣고 배달하러 나섭니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 보호장구라곤 고작 헬멧 하나뿐.

2차선 도로에선 아슬아슬하게 차량 사이를 이동합니다.

[스티브 쿠우/배달기사 : "공유 경제를 실행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해결된 곳들처럼 그간 없었던 보호 장치가 필요합니다."]

호주의 대부분의 배달기사들은 이민자 출신으로,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 많습니다.

사고를 당해도 제때 치료받기 어려운 형편인 데다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어서 사고를 당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동안 시드니에서는 5명의 배달기사가 배달 중 사망했지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웨이 리홀/배달기사 유족 : "배달 일이 매우 힘들었지만, 남편은 저와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 기꺼이 감당했습니다."]

배달기사의 이 같은 열악한 상황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관심사가 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 노동자들도 늘었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처우 개선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에스테반 리나레스/배달기사 : "항상 최악의 사고로 일할 수 없게 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에선 올해 들어 배달 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배달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인정하도록 법안을 개정했습니다.

[욜란다 디아스/노동부 장관 : "이제 배달기사들은 노동자 법령에 규정된 모든 권리, 노조 결성과 사회보장, 임금 등의 권리를 갖게 됩니다."]

지난 2월 이탈리아에서는 배달 기사를 정식 고용 노동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사법당국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밀라노검찰이 우버이츠 등 4개 음식배달업체에게 배달 기사 보호를 위한 안전 규정을 어겼다며 1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한 겁니다.

[티지아나 시실리아노/검사 : "배달기사는 사고보험 건강보험 등 어떤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것은 물론, 휴일과 유급 휴가 등 노동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법원에서도 배달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유사 판결이 나왔고, 유럽연합은 배달기사의 노동자성과 관련해 기업 규제 초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잇단 노동자성 인정 판결은 플랫폼 노동자 수를 줄이고 배달 서비스 지역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

배달기사와 물류시스템이 공공재가 된 사회.

이를 보호하라는 사회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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