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시간 중노동…2명이서 400인분 조리할 때도”

입력 2021.05.31 (21:32) 수정 2021.05.3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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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가야만' 하는 군대가 과연 '갈 만한 모습인지', 질문을 담아 기획 보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군 안전 문제에 이어서, 이번엔 최근 터져나온 군 부실급식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조리병들이 하루 13시간 일하면서 2명이 400인분을 만들 때도 있다는데 이런 현장 상황과 함께 이걸 개선하겠다는 국방부 대책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홍진아, 조빛나 기자입니다.

[리포트]

취재진은 현역 육군 조리병 2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있는 부대 인원은 각각 400명과 270명, 조리병은 4명 정도씩 배치돼 있습니다.

한 명이 70~100인분을 만드는 셈입니다.

결원이 생길 땐 2명이 400인분을 만든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조리병들도 휴가 나가고 하면서 그때 제가 아파서 (조리병이) 2명이 되다 보니까 맨 처음에는 다른 특별한 조치가 없다가 저희가 아프고 나서부터 조치를 하게 해줬던 것 같아요."]

새벽 5시 반 기상해 세끼 밥을 짓고, 설거지나 청소까지 하다 보면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일이 끝납니다.

[이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삽으로 고기 같은 것 볶을 때 거의 솥이 가득 차게 고기가 있으니까 그럴 때도 손목이 아프고 칼질할 때에도 손목이 많이 아프거든요."]

식재료도 직접 날라야 합니다.

[이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월, 수, 금마다 식재료들이 다 와서 그걸 다 내리고 정리를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무거운 걸 많이 들게 되고 쌀도 저희가 다 옮기거든요."]

하루 13시간이 넘는 중노동, 이런 일과는 주말에도 계속됩니다.

[김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주말에) '한 명씩 쉬어도 된다'라고 (지침이) 왔는데 식수(급식) 인원이 많은데 취사병은 적다 보니까 솔직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부실급식 사태에도 조리 인력은 그대로여서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전합니다.

[김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기존에 조리하던 양보다 더 늘어나서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격리자들한테 볶음밥을 따로 만들라고 하거나 따로 부가적인 반찬들을 만들어 달라고 위에서는 요구해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방부는 민간조리원을 지금보다 40% 이상 더 뽑고 조리병 편제도 확충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안용습 김준우/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안재우

정원 못 채우는데 인력 충원?…예산은 어떻게?

조리병은 어학병이나 군악병처럼 별도 지원을 받아서 선발합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모집 현황을 보면 거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죠.

때문에 요리에 소질이 없어도 조리병으로 차출되기도 합니다.

많이 뽑기 어렵다 보니 병력이 많은 육군 경우엔 조리병 1명이 75명 분의 식사를 담당하도록 돼 있습니다.

해군이나 공군보다 2배가량 더 많습니다.

부대 규모라도 크면 조리병이 여럿 있어 교대 근무라도 가능하지만 소규모 부대가 많은 육군은 대체 인력이 바로 투입되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민간조리원 배치도 부대별로 편차가 있습니다.

부대별로 이렇게 민간조리원 모집 공고를 내는데요.

80명 이상인 부대에서 1명을 배치할 수 있는데, 근무 여건이 어려운 최전방이나 도서지역에서는 늘 구인난에 시달립니다.

여기에 식자재 관리부터 배식까지를 맡는 부사관인 급양관리관도 부대마다 충원률이 다릅니다.

국방부는 급식 개선 대책으로 인력 충원 계획을 오늘(31일)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군무원 영양사를 사단급까지 확대하고 현재 2천 2백여 명인 민간조리원도 2교대가 가능하도록 910명 정도를 더 뽑겠다는 겁니다.

조리병은 물론 급양관 정원 확대도 검토 중인데, 급양관은 2-300명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 감소에 따라 입대 병사 수도 줄면서 군 편제를 전투병력 위주로 개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원 확충이 제대로 되겠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기호/국회 국방위원/국민의힘 : "지금 문제가 되는 곳들은 이러한 조리하는 분들을 확보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이런 걸 감안하지 않고 그냥 하겠다고만, 의지만 비춰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김진표/국회 국방위원/더불어민주당 : "민간인을 아무리 많이 써도 급식이 과연 개선될까요?"]

국방부는 또 내년 기본급식비를 현행 8,790원에서 11,000원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예산 당국은 급식비 인상 방침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데, 추가 인력 채용에 따른 예산은 이제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KBS 뉴스 조빛나입니다.

영상편집:양의정/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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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13시간 중노동…2명이서 400인분 조리할 때도”
    • 입력 2021-05-31 21:32:12
    • 수정2021-05-31 22: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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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가야만' 하는 군대가 과연 '갈 만한 모습인지', 질문을 담아 기획 보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군 안전 문제에 이어서, 이번엔 최근 터져나온 군 부실급식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조리병들이 하루 13시간 일하면서 2명이 400인분을 만들 때도 있다는데 이런 현장 상황과 함께 이걸 개선하겠다는 국방부 대책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홍진아, 조빛나 기자입니다.

[리포트]

취재진은 현역 육군 조리병 2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있는 부대 인원은 각각 400명과 270명, 조리병은 4명 정도씩 배치돼 있습니다.

한 명이 70~100인분을 만드는 셈입니다.

결원이 생길 땐 2명이 400인분을 만든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조리병들도 휴가 나가고 하면서 그때 제가 아파서 (조리병이) 2명이 되다 보니까 맨 처음에는 다른 특별한 조치가 없다가 저희가 아프고 나서부터 조치를 하게 해줬던 것 같아요."]

새벽 5시 반 기상해 세끼 밥을 짓고, 설거지나 청소까지 하다 보면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일이 끝납니다.

[이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삽으로 고기 같은 것 볶을 때 거의 솥이 가득 차게 고기가 있으니까 그럴 때도 손목이 아프고 칼질할 때에도 손목이 많이 아프거든요."]

식재료도 직접 날라야 합니다.

[이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월, 수, 금마다 식재료들이 다 와서 그걸 다 내리고 정리를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무거운 걸 많이 들게 되고 쌀도 저희가 다 옮기거든요."]

하루 13시간이 넘는 중노동, 이런 일과는 주말에도 계속됩니다.

[김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주말에) '한 명씩 쉬어도 된다'라고 (지침이) 왔는데 식수(급식) 인원이 많은데 취사병은 적다 보니까 솔직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부실급식 사태에도 조리 인력은 그대로여서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전합니다.

[김 모 씨/조리병/음성변조 : "기존에 조리하던 양보다 더 늘어나서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격리자들한테 볶음밥을 따로 만들라고 하거나 따로 부가적인 반찬들을 만들어 달라고 위에서는 요구해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방부는 민간조리원을 지금보다 40% 이상 더 뽑고 조리병 편제도 확충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안용습 김준우/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안재우

정원 못 채우는데 인력 충원?…예산은 어떻게?

조리병은 어학병이나 군악병처럼 별도 지원을 받아서 선발합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모집 현황을 보면 거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죠.

때문에 요리에 소질이 없어도 조리병으로 차출되기도 합니다.

많이 뽑기 어렵다 보니 병력이 많은 육군 경우엔 조리병 1명이 75명 분의 식사를 담당하도록 돼 있습니다.

해군이나 공군보다 2배가량 더 많습니다.

부대 규모라도 크면 조리병이 여럿 있어 교대 근무라도 가능하지만 소규모 부대가 많은 육군은 대체 인력이 바로 투입되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민간조리원 배치도 부대별로 편차가 있습니다.

부대별로 이렇게 민간조리원 모집 공고를 내는데요.

80명 이상인 부대에서 1명을 배치할 수 있는데, 근무 여건이 어려운 최전방이나 도서지역에서는 늘 구인난에 시달립니다.

여기에 식자재 관리부터 배식까지를 맡는 부사관인 급양관리관도 부대마다 충원률이 다릅니다.

국방부는 급식 개선 대책으로 인력 충원 계획을 오늘(31일)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군무원 영양사를 사단급까지 확대하고 현재 2천 2백여 명인 민간조리원도 2교대가 가능하도록 910명 정도를 더 뽑겠다는 겁니다.

조리병은 물론 급양관 정원 확대도 검토 중인데, 급양관은 2-300명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 감소에 따라 입대 병사 수도 줄면서 군 편제를 전투병력 위주로 개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원 확충이 제대로 되겠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기호/국회 국방위원/국민의힘 : "지금 문제가 되는 곳들은 이러한 조리하는 분들을 확보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이런 걸 감안하지 않고 그냥 하겠다고만, 의지만 비춰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김진표/국회 국방위원/더불어민주당 : "민간인을 아무리 많이 써도 급식이 과연 개선될까요?"]

국방부는 또 내년 기본급식비를 현행 8,790원에서 11,000원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예산 당국은 급식비 인상 방침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데, 추가 인력 채용에 따른 예산은 이제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KBS 뉴스 조빛나입니다.

영상편집:양의정/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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