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EU, 친러 벨라루스 제재 ‘쉽지 않네’

입력 2021.06.03 (18:05) 수정 2021.06.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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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투기를 동원해 EU 회원국의 민간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벨라루스에 대해 EU가 강력한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감싸고 나서면서 EU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파리 유원중 특파원 나와 계시죠?

우선 유럽연합 EU는 벨라루스가 민간 여객기를 강제 착륙 시킨 이유가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적을 체포하기 위한 거로 보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 23일 벨라루스 당국이 자국의 영공을 지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습니다.

그리스를 떠나 벨라루스 옆 나라인 리투아니아로 가던 여객기를 전투기가 출격해 항로를 바꾸게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요.

여객기에 폭탄이 실렸다며 강제 착륙을 시킨 건데 착륙 후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고, 비행기에 타고 있던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정적이 체포됐습니다.

체포된 사람은 26살 라마 프라타세비치인데요.

야권 활동가 겸 20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SNS 채널의 전 편집장입니다.

지난해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망명 생활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유럽연합 EU는 EU 회원국 여객기를 상대로 한 이번 사태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번 국제법 위반에 가장 강력한 비난과 대응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벨라루스의 개인 및 경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방금 들으신 것처럼 EU가 이 문제를 규탄만 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벨라루스에 대한 경제제재 내용, 어떤 거죠?

[기자]

EU 정상들은 벨라루스 여객기가 EU의 영공이나 공항에 근접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자국 여객기들도 벨라루스 영공에 들어가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별명을 가진 루카셴코 대통령이 27년째 철권통치를 하는 나라인데요.

그동안에도 각종 제재로 경제가 어려웠던 벨라루스가 이번 사건으로 유럽 내에서 더욱더 고립될 위기에 처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러시아가 벨라루스 편을 들고 나선 거죠?

[기자]

옛 소련 해체된 이후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러시아 편에 선 나라가 벨라루스입니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루카셴코 대통령 곧바로 러시아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났는데요.

루카셴코 대통령은 여객기에 폭탄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 여객기를 돌려세운 거라며 착륙은 여객기 기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변명했습니다.

두 정상은 EU가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특히 푸틴 대통령은 2013년 미국이 국가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잡겠다며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오스트리아에 인위적으로 착륙하게 한 사건을 언급하며 EU를 비난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 : "볼리비아 대통령 비행기를 강제 착륙시키고 대통령을 내리게 했는데 이때는 모두(EU)가 침묵했었습니다."]

[앵커]

러시아가 이렇게 나오면 EU의 제재가 힘을 발휘하기 힘든 건가요?

어떻게 분석되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 같은데요.

벨라루스는 인구가 천만 명이 안 되고, 오랜 독재 통치 아래에서 대외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가 아닙니다.

따라서 EU가 추가적인 제재를 하더라도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 큰 어려움은 피할 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도를 잠시 보면 러시아 코앞에 있는 벨라루스를 제외하곤 대부분 과거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여러 나라가 지금은 NATO 회원국인 걸 알 수 있는데요.

벨라루스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절대 벨라루스가 EU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여객기의 영공 통과 싸움도 마찬가지인데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공로인 벨라루스, 여기에 러시아가 이 분쟁에 끼어들면 유럽도 손해를 크게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죠?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도 이번 사태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기는 힘들다 보니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미-러 정상회담의 성격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따라서 미-러 정상이 확전을 원치 않을 경우 EU와 벨라루스 간의 갈등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벨라루스 사태가 양측 갈등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긴 합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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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EU, 친러 벨라루스 제재 ‘쉽지 않네’
    • 입력 2021-06-03 18:05:32
    • 수정2021-06-03 18: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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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투기를 동원해 EU 회원국의 민간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벨라루스에 대해 EU가 강력한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감싸고 나서면서 EU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파리 유원중 특파원 나와 계시죠?

우선 유럽연합 EU는 벨라루스가 민간 여객기를 강제 착륙 시킨 이유가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적을 체포하기 위한 거로 보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 23일 벨라루스 당국이 자국의 영공을 지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습니다.

그리스를 떠나 벨라루스 옆 나라인 리투아니아로 가던 여객기를 전투기가 출격해 항로를 바꾸게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요.

여객기에 폭탄이 실렸다며 강제 착륙을 시킨 건데 착륙 후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고, 비행기에 타고 있던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정적이 체포됐습니다.

체포된 사람은 26살 라마 프라타세비치인데요.

야권 활동가 겸 20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SNS 채널의 전 편집장입니다.

지난해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망명 생활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유럽연합 EU는 EU 회원국 여객기를 상대로 한 이번 사태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번 국제법 위반에 가장 강력한 비난과 대응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벨라루스의 개인 및 경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방금 들으신 것처럼 EU가 이 문제를 규탄만 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벨라루스에 대한 경제제재 내용, 어떤 거죠?

[기자]

EU 정상들은 벨라루스 여객기가 EU의 영공이나 공항에 근접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자국 여객기들도 벨라루스 영공에 들어가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별명을 가진 루카셴코 대통령이 27년째 철권통치를 하는 나라인데요.

그동안에도 각종 제재로 경제가 어려웠던 벨라루스가 이번 사건으로 유럽 내에서 더욱더 고립될 위기에 처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러시아가 벨라루스 편을 들고 나선 거죠?

[기자]

옛 소련 해체된 이후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러시아 편에 선 나라가 벨라루스입니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루카셴코 대통령 곧바로 러시아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났는데요.

루카셴코 대통령은 여객기에 폭탄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 여객기를 돌려세운 거라며 착륙은 여객기 기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변명했습니다.

두 정상은 EU가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특히 푸틴 대통령은 2013년 미국이 국가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잡겠다며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오스트리아에 인위적으로 착륙하게 한 사건을 언급하며 EU를 비난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 : "볼리비아 대통령 비행기를 강제 착륙시키고 대통령을 내리게 했는데 이때는 모두(EU)가 침묵했었습니다."]

[앵커]

러시아가 이렇게 나오면 EU의 제재가 힘을 발휘하기 힘든 건가요?

어떻게 분석되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 같은데요.

벨라루스는 인구가 천만 명이 안 되고, 오랜 독재 통치 아래에서 대외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가 아닙니다.

따라서 EU가 추가적인 제재를 하더라도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 큰 어려움은 피할 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도를 잠시 보면 러시아 코앞에 있는 벨라루스를 제외하곤 대부분 과거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여러 나라가 지금은 NATO 회원국인 걸 알 수 있는데요.

벨라루스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절대 벨라루스가 EU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여객기의 영공 통과 싸움도 마찬가지인데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공로인 벨라루스, 여기에 러시아가 이 분쟁에 끼어들면 유럽도 손해를 크게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죠?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도 이번 사태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기는 힘들다 보니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미-러 정상회담의 성격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따라서 미-러 정상이 확전을 원치 않을 경우 EU와 벨라루스 간의 갈등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벨라루스 사태가 양측 갈등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긴 합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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