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내용 유출’ 신고했더니…피해 자료로 되려 고소

입력 2021.06.03 (19:34) 수정 2021.06.0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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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심리상담을 통해 마음의 위로와 치료를 받는 일, 더이상 특별한 얘기가 아니죠.

그런데 어렵게 털어놓은 상담 내용이 이혼소송 중인 전 남편에게 알려지고, 문제를 제기하자 되레 고소를 당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박연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전, 이혼 소송 과정에서 민간상담센터를 찾은 A 씨.

비밀보장 원칙을 믿고, 상담사에게 개인적인 속내를 모두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두 달쯤 뒤, 전 남편에게 자신의 상담 내용이 알려졌다는 사실을 이혼 조정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A 씨/상담유출 피해 호소자/음성변조 : "전 남편과 전 남편 변호사의 대화를 들으면서 알게 된 거죠. (제가) 이혼 조정 중에 상담사에게 찾아갔고, 상담사와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

A 씨는 상담사가 전 남편과의 친분관계나 유착을 통해 상담 내용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상담사가 소속된 학회에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상담사와 주고받은 채팅 내용과 유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A 씨에게 돌아온 건 상담사의 형사고소였습니다.

학회에 제출한 자료가 상담사에게 여과 없이 넘어가면서, 역으로 공갈과 명예훼손 등의 고소 근거로 사용 된 겁니다.

[A 씨/상담유출 피해 호소자/음성변조 : "압도당하는 기분이었죠. 저는 모든 제소를 포기하고 싶었어요. 포기하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할 테니 너희도 나를…."]

해당 학회는 자료를 넘기는 데 A 씨가 동의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고 상담사는 상담 내용을 유출한 적이 없으며 정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A 씨를 고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A 씨.

하지만 마음을 달래려 찾았던 심리상담은 되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KBS 뉴스 박연선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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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담 내용 유출’ 신고했더니…피해 자료로 되려 고소
    • 입력 2021-06-03 19:34:15
    • 수정2021-06-03 19: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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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심리상담을 통해 마음의 위로와 치료를 받는 일, 더이상 특별한 얘기가 아니죠.

그런데 어렵게 털어놓은 상담 내용이 이혼소송 중인 전 남편에게 알려지고, 문제를 제기하자 되레 고소를 당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박연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전, 이혼 소송 과정에서 민간상담센터를 찾은 A 씨.

비밀보장 원칙을 믿고, 상담사에게 개인적인 속내를 모두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두 달쯤 뒤, 전 남편에게 자신의 상담 내용이 알려졌다는 사실을 이혼 조정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A 씨/상담유출 피해 호소자/음성변조 : "전 남편과 전 남편 변호사의 대화를 들으면서 알게 된 거죠. (제가) 이혼 조정 중에 상담사에게 찾아갔고, 상담사와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

A 씨는 상담사가 전 남편과의 친분관계나 유착을 통해 상담 내용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상담사가 소속된 학회에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상담사와 주고받은 채팅 내용과 유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A 씨에게 돌아온 건 상담사의 형사고소였습니다.

학회에 제출한 자료가 상담사에게 여과 없이 넘어가면서, 역으로 공갈과 명예훼손 등의 고소 근거로 사용 된 겁니다.

[A 씨/상담유출 피해 호소자/음성변조 : "압도당하는 기분이었죠. 저는 모든 제소를 포기하고 싶었어요. 포기하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할 테니 너희도 나를…."]

해당 학회는 자료를 넘기는 데 A 씨가 동의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고 상담사는 상담 내용을 유출한 적이 없으며 정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A 씨를 고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A 씨.

하지만 마음을 달래려 찾았던 심리상담은 되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KBS 뉴스 박연선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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