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반복된 여군의 비극…대책은 말 뿐이었다

입력 2021.06.04 (21:08) 수정 2021.06.0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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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사건에 앞서 4년 전 2017년에는 해군에서, 또 2013년엔 육군에서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군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그 때마다 군은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된 겁니다.

정유진 기잡니다.

[리포트]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생활을 편하게 해주겠다."

직속 상관의 요구를 거절한 뒤에도 성희롱과 가혹행위는 열 달 넘게 이어졌고 육군 15사단 오 대위는 2013년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인 노 소령에게 내려진 최종 처벌은 징역 2년에 불과했습니다.

1심 재판과정에서 부대측의 증거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육군 보통군사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를 교육하려는 동기였고 직무를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게 참작 사유 중 하나였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2014년/'시사기획 창' : "군대니까 이러지. 다 짜고 치는 북이라. 우리 딸이 하늘나라에서 보면 잠을 못 잘 겁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국방부는 2015년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대책 발표 2년 뒤, 이번엔 해군에서, 대위 A 씨가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당시 해군은 성폭력 예방을 위해 '회식 지킴이' 제도까지 운영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노선이/활동가/한국성폭력상담소 : "보호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게 너무 분명히 나타난 사건들이고요. 전면적인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할 거 같습니다."]

2019년 국방부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경험자 중 신고 경우는 33%에 그쳤습니다.

"아무 조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8년 전 딸을 떠나보낸 오 대위 아버지는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 : "이게 (사건이) 너무나 닮아놓으니까 내가 많이 울었어요. 너무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이게 변해야하는데… 이게 어떻게 해야 변하겠습니까…"]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영상편집:이윤진/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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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마다 반복된 여군의 비극…대책은 말 뿐이었다
    • 입력 2021-06-04 21:08:44
    • 수정2021-06-04 22:04:21
    뉴스 9
[앵커]

이번 사건에 앞서 4년 전 2017년에는 해군에서, 또 2013년엔 육군에서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군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그 때마다 군은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된 겁니다.

정유진 기잡니다.

[리포트]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생활을 편하게 해주겠다."

직속 상관의 요구를 거절한 뒤에도 성희롱과 가혹행위는 열 달 넘게 이어졌고 육군 15사단 오 대위는 2013년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인 노 소령에게 내려진 최종 처벌은 징역 2년에 불과했습니다.

1심 재판과정에서 부대측의 증거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육군 보통군사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를 교육하려는 동기였고 직무를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게 참작 사유 중 하나였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2014년/'시사기획 창' : "군대니까 이러지. 다 짜고 치는 북이라. 우리 딸이 하늘나라에서 보면 잠을 못 잘 겁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국방부는 2015년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대책 발표 2년 뒤, 이번엔 해군에서, 대위 A 씨가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당시 해군은 성폭력 예방을 위해 '회식 지킴이' 제도까지 운영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노선이/활동가/한국성폭력상담소 : "보호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게 너무 분명히 나타난 사건들이고요. 전면적인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할 거 같습니다."]

2019년 국방부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경험자 중 신고 경우는 33%에 그쳤습니다.

"아무 조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8년 전 딸을 떠나보낸 오 대위 아버지는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 : "이게 (사건이) 너무나 닮아놓으니까 내가 많이 울었어요. 너무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이게 변해야하는데… 이게 어떻게 해야 변하겠습니까…"]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영상편집:이윤진/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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