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육지 속 섬이었던 곳…무주 ‘앞섬마을’은 지금

입력 2021.06.14 (19:36) 수정 2021.06.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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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이 크게 감싸고 돌아 나가는 전형적인 물돌이 지형을 지닌 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전라북도와 충청남북도의 3개 도 경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약 200m 가량의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육지 속 섬마을'로 일컬어져 왔습니다.

["내륙의 섬이라고 그러잖아요, 여기 마을이. 나룻배가 아니면 읍내나 학교를 갈 수 없는 상황이었었어요."]

통학을 하거나 시장만 가려 해도 노를 젓는 나룻배로만 강을 건널 수 있었던 이 오지마을에 다리가 놓이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1976년 여름 홍수로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을 주민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나룻배 전복사고로 인해섭니다.

대부분 나이 어린 학생들이 참변을 당해 더욱 안타까움이 컸기에, 같은 아픔을 또 겪지 않게 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다리를 놓은 겁니다.

현재 이장직을 맡고 있는 이종대 씨는, 당시 10살 나이로 전복된 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 사람입니다.

[이종대/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이장 : "수영을 잘한다고 그래가지고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서로 엉키고 이렇게 붙잡는 상황에서 저 같은 경우에는 운이 좋았다라고…."]

앞섬마을에 다리가 놓인 후 교통이 원활해져 고립을 면할 수 있게 되자, 주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무주는 일교차가 큰 지역이어서 사과농사가 적격이지만, 보기 드물게 복숭아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겁니다.

그 중 권해생 씨의 농장은 마을에 들어온 복숭아의 역사와 해를 같이 하며 올해로 40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병이 그렇게 안 들었는데요?) 병은 안 들었는데, 이렇게 훤하게 잘라줘야 병이 안 들지."]

복숭아는 타 작물에 비해 단기간에 수확이 가능한데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 꾸준히 농사를 지어올 수 있었습니다.

[권해생/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 "사과 하던 분들도 복숭아로 돌아서고, 지금 한 90%? 마을의 한 85%에서 90% 정도는 북숭아 (농사)예요, 전부 다."]

특히 금강 상류지역에 위치해 있는 앞섬마을 복숭아는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러워 갈수록 판로가 좋아지고 있는 추셉니다.

부모의 농장을 이어받은 젊은 청년 농부들이 늘어나면서 마을도 부쩍 젊어지고 있습니다.

[권주일/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 "내가 노력한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그걸로 인해서 젊은 분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택배로 판매도 할 수 있고, 그런 판로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이 이렇게 하다 보면 회사 다니는 것보다 나을 거예요. 농사도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열심히 하면 수익률도 높고 살아가기 괜찮을 겁니다."]

마을을 돌아 나온 긴 물줄기가 아픔도, 슬픔도 잊고 또 한 세월 흐를 것처럼 자꾸만 깊어가는 앞섬마을.

복숭아밭 너머 마을 뒤쪽 산언저리에는, 나룻배 전복사고 희생자들의 충혼비와 합동 묘소가 마련돼 있습니다.

["열여덟 송이의 아름다운 꽃들이 여기 잠들어 오늘도 묵묵히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여기 남아 있는 우리는 골육지천의 깊은 한숨 고르고 깊은 가슴의 물줄기에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당시 사고로 사촌누이와 함께 또래 친구 넷을 잃은 이종대 이장은 혼자 살아남았다는 미안함에 종종 묘소를 찾아 먹먹해진 가슴을 쓸어내리곤 합니다.

또 다시 찾아온 여름과 함께 살아남은 자들의 몫은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일입니다.

[이종대/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이장 : "거의 마을마다 소멸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젊은 사람들을 이리 끌어 들어올 수 있게 이런 식으로 한 번 노력하고 싶습니다."]

금강이 에워싼 천혜의 경관을 품어 안은 앞섬마을의 짙푸른 복숭아밭에서 또 그렇게 속절없이 복숭아는 익어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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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육지 속 섬이었던 곳…무주 ‘앞섬마을’은 지금
    • 입력 2021-06-14 19:36:44
    • 수정2021-06-14 19:40:59
    뉴스7(전주)
금강이 크게 감싸고 돌아 나가는 전형적인 물돌이 지형을 지닌 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전라북도와 충청남북도의 3개 도 경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약 200m 가량의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육지 속 섬마을'로 일컬어져 왔습니다.

["내륙의 섬이라고 그러잖아요, 여기 마을이. 나룻배가 아니면 읍내나 학교를 갈 수 없는 상황이었었어요."]

통학을 하거나 시장만 가려 해도 노를 젓는 나룻배로만 강을 건널 수 있었던 이 오지마을에 다리가 놓이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1976년 여름 홍수로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을 주민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나룻배 전복사고로 인해섭니다.

대부분 나이 어린 학생들이 참변을 당해 더욱 안타까움이 컸기에, 같은 아픔을 또 겪지 않게 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다리를 놓은 겁니다.

현재 이장직을 맡고 있는 이종대 씨는, 당시 10살 나이로 전복된 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 사람입니다.

[이종대/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이장 : "수영을 잘한다고 그래가지고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서로 엉키고 이렇게 붙잡는 상황에서 저 같은 경우에는 운이 좋았다라고…."]

앞섬마을에 다리가 놓인 후 교통이 원활해져 고립을 면할 수 있게 되자, 주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무주는 일교차가 큰 지역이어서 사과농사가 적격이지만, 보기 드물게 복숭아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겁니다.

그 중 권해생 씨의 농장은 마을에 들어온 복숭아의 역사와 해를 같이 하며 올해로 40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병이 그렇게 안 들었는데요?) 병은 안 들었는데, 이렇게 훤하게 잘라줘야 병이 안 들지."]

복숭아는 타 작물에 비해 단기간에 수확이 가능한데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 꾸준히 농사를 지어올 수 있었습니다.

[권해생/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 "사과 하던 분들도 복숭아로 돌아서고, 지금 한 90%? 마을의 한 85%에서 90% 정도는 북숭아 (농사)예요, 전부 다."]

특히 금강 상류지역에 위치해 있는 앞섬마을 복숭아는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러워 갈수록 판로가 좋아지고 있는 추셉니다.

부모의 농장을 이어받은 젊은 청년 농부들이 늘어나면서 마을도 부쩍 젊어지고 있습니다.

[권주일/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 "내가 노력한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그걸로 인해서 젊은 분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택배로 판매도 할 수 있고, 그런 판로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이 이렇게 하다 보면 회사 다니는 것보다 나을 거예요. 농사도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열심히 하면 수익률도 높고 살아가기 괜찮을 겁니다."]

마을을 돌아 나온 긴 물줄기가 아픔도, 슬픔도 잊고 또 한 세월 흐를 것처럼 자꾸만 깊어가는 앞섬마을.

복숭아밭 너머 마을 뒤쪽 산언저리에는, 나룻배 전복사고 희생자들의 충혼비와 합동 묘소가 마련돼 있습니다.

["열여덟 송이의 아름다운 꽃들이 여기 잠들어 오늘도 묵묵히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여기 남아 있는 우리는 골육지천의 깊은 한숨 고르고 깊은 가슴의 물줄기에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당시 사고로 사촌누이와 함께 또래 친구 넷을 잃은 이종대 이장은 혼자 살아남았다는 미안함에 종종 묘소를 찾아 먹먹해진 가슴을 쓸어내리곤 합니다.

또 다시 찾아온 여름과 함께 살아남은 자들의 몫은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일입니다.

[이종대/무주군 내도리 앞섬마을 이장 : "거의 마을마다 소멸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젊은 사람들을 이리 끌어 들어올 수 있게 이런 식으로 한 번 노력하고 싶습니다."]

금강이 에워싼 천혜의 경관을 품어 안은 앞섬마을의 짙푸른 복숭아밭에서 또 그렇게 속절없이 복숭아는 익어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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