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학도병과 소년병…잊혀진 영웅들

입력 2021.06.19 (08:21) 수정 2021.06.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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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월은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인데요.

남북의 창이 2주간 특별한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네. 오늘은 6.25 전쟁에 학도병과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분들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 학도병과 소년병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답변]

자원입대한 학도병은 군번과 계급이 없는 비정규군이고요.

소년병은 만 17살 이하의 아동들인데, 군번과 계급이 있습니다.

[앵커]

전쟁에 참전했는데 어떻게 군번도 계급도 없는 거죠?

[답변]

학도병들은 비정규군이라서 그렇습니다.

소년병들은 심지어 강제징집을 통해 전쟁터로 끌려가기도 했는데요.

수많은 학도병과 소년병들이 나라를 위해 몸을 던져 싸우고도 아직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의 잊혀진 영웅들을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경상북도 영덕군 장사리 해변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찾을 때면 언제나 가슴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그 영혼 달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 우리 동료밖에 없으니까"]

18살 어린 나이에 6.25 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류병추 할아버지...

["아주 낡은 사진이었는데 복원을 했어요. 이게 학도호국단 복장인데 그때 중대장이라 그 당시."]

71년 전 장사리 해변의 치열한 전투를 잊을 수 없습니다.

[류병추/장사상륙작전유격동지회 회장 : "1950년도 9월 14일 날 여기 장사, 여기에 우리가 상륙했어요. 상륙하는데 그게 새벽 4시인데 오니까 우린 처음에는 몰랐죠."]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 북한군을 교란시킬 목적으로 학도병 772명이 장사리 해변에 투입됐는데요.

보름 동안 간단한 군사훈련만 받고 도착한 전쟁터는 그야말로 생지옥이었습니다.

[류병추/장사상륙작전유격동지회 회장 : "큰바람이 부는 데 알아봤더니 태풍 '케시아'라고 하는 태풍이 아주 강한 태풍이라. 그래서 처음에 뭣도 모르고 상륙하던 1중대는 다 물에 쓸려서 고기밥이 됐어요."]

태풍으로 배는 좌초되고, 변변한 상륙 장비도 없이 로프에 매달려 적진을 향해 전진해야만 했습니다.

엿새간의 혈투 끝에 고지를 점령하는 임무는 완수했지만, 139명의 전사자가 발생하는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실종자는 몇 명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류병추/장사상륙작전유격동지회 회장 : "우리가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거로 생각했는데 이후에 와서 생각하니까 그건 작전도 아니고 전투도 아니에요. 여기만 오면 우리 여기서 희생당한 우리 동료들이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자꾸 눈물이 나요."]

40여 년이 흐른 1997년 장사리 해변에서 작전에 사용됐던 문산호와 유해들이 발견되면서 그날의 아픔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나마 장사리 학도병들의 비극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는데요.

군번도 계급도 없이 숨져간 수많은 학도병의 원혼은 아직도 전장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류병추 할아버지는 학도병의 명예회복과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라고 있습니다.

[류병추/장사상륙작전유격동지회 회장 : "전쟁하다가 애석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자손만대로 쭉 내려가면 끝까지 기억이 된단 말이에요."]

전쟁에 직접 뛰어든 류병추 씨와 같은 학도병들은 현재 정확한 통계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여기에 더해서 소년병들 그러니까 17세 이하로서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아서 전쟁에 참전한 소년병들의 희생도 현재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점차 잊혀가고 있었습니다.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작은 법당... 백발의 박태승 할아버지가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소년병. 전사한 전우들. 이제 이 세상에서 못 한 거 훌훌 다 털어버리고..."]

소년병들의 위패를 모셔놓고 기도를 올린 지 올해로 47년째.. 박태승 할아버지는 17살 때 6·25전쟁에 참전했던 소년병이었습니다.

[박태승/6.25 전쟁 참전 소년병 :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18세 미만은 아동으로 정의돼있고 아동복지법에도 18세 미만은 아동으로 돼 있습니다."]

군번이나 계급이 없는 학도병과는 다르게 소년병은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은 정규군이었는데요.

대부분 병역 의무가 없는 아동을 무작위로 징집해 전선에 투입했습니다.

[박태승/6.25 전쟁 참전 소년병 : "어린이들을 군번 계급 줘서 전쟁터로 내보냈다는 거 군대를 만든 건 불법이고 만행입니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전쟁터에 끌려나가면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는데요.

전쟁 기간을 포함해 5년이라는 긴 세월을 군 복무를 하면서 가세도 기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평생 가슴 속에 큰 응어리를 안고 살아야 했던 박태승 할아버지...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14년 다른 소년병들과 힘을 합쳐 헌법 소원을 제기했지만, 청구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받았습니다.

[하경환/소년병 담당 변호사 : "이 자료가 2017년 10월 18일에 국방부가 6·25참전 소년 전우회 어르신들한테 민원 회신을 해준 자료인데요. 14세에서 17세의 아동을 강제로 현역병으로 징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확인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국방부 스스로 그 당시에 14세에서 17세 소년들을 징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걸 인정했어요."]

국방부가 소년병 강제 징집을 사실상 인정했지만, 소년병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를 원했던 고령의 소년병들은 점점 유명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박태승/6.25 전쟁 참전 소년병 : "자의든 타의든 어린 나이로 법적으로 병역의무가 없는 아이들이 참전했으면 참전한 자체를 좋게 평가를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6.25 전쟁 학도병과 소년병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만은 똑같았습니다.

잊혀진 영웅들의 원혼이 더 이상 떠돌아다니지 않도록 그들의 숭고한 희생은 후세가 꼭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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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학도병과 소년병…잊혀진 영웅들
    • 입력 2021-06-19 08:21:16
    • 수정2021-06-19 08:37:18
    남북의 창
[앵커]

6월은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인데요.

남북의 창이 2주간 특별한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네. 오늘은 6.25 전쟁에 학도병과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분들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 학도병과 소년병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답변]

자원입대한 학도병은 군번과 계급이 없는 비정규군이고요.

소년병은 만 17살 이하의 아동들인데, 군번과 계급이 있습니다.

[앵커]

전쟁에 참전했는데 어떻게 군번도 계급도 없는 거죠?

[답변]

학도병들은 비정규군이라서 그렇습니다.

소년병들은 심지어 강제징집을 통해 전쟁터로 끌려가기도 했는데요.

수많은 학도병과 소년병들이 나라를 위해 몸을 던져 싸우고도 아직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의 잊혀진 영웅들을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경상북도 영덕군 장사리 해변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찾을 때면 언제나 가슴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그 영혼 달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 우리 동료밖에 없으니까"]

18살 어린 나이에 6.25 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류병추 할아버지...

["아주 낡은 사진이었는데 복원을 했어요. 이게 학도호국단 복장인데 그때 중대장이라 그 당시."]

71년 전 장사리 해변의 치열한 전투를 잊을 수 없습니다.

[류병추/장사상륙작전유격동지회 회장 : "1950년도 9월 14일 날 여기 장사, 여기에 우리가 상륙했어요. 상륙하는데 그게 새벽 4시인데 오니까 우린 처음에는 몰랐죠."]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 북한군을 교란시킬 목적으로 학도병 772명이 장사리 해변에 투입됐는데요.

보름 동안 간단한 군사훈련만 받고 도착한 전쟁터는 그야말로 생지옥이었습니다.

[류병추/장사상륙작전유격동지회 회장 : "큰바람이 부는 데 알아봤더니 태풍 '케시아'라고 하는 태풍이 아주 강한 태풍이라. 그래서 처음에 뭣도 모르고 상륙하던 1중대는 다 물에 쓸려서 고기밥이 됐어요."]

태풍으로 배는 좌초되고, 변변한 상륙 장비도 없이 로프에 매달려 적진을 향해 전진해야만 했습니다.

엿새간의 혈투 끝에 고지를 점령하는 임무는 완수했지만, 139명의 전사자가 발생하는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실종자는 몇 명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류병추/장사상륙작전유격동지회 회장 : "우리가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거로 생각했는데 이후에 와서 생각하니까 그건 작전도 아니고 전투도 아니에요. 여기만 오면 우리 여기서 희생당한 우리 동료들이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자꾸 눈물이 나요."]

40여 년이 흐른 1997년 장사리 해변에서 작전에 사용됐던 문산호와 유해들이 발견되면서 그날의 아픔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나마 장사리 학도병들의 비극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는데요.

군번도 계급도 없이 숨져간 수많은 학도병의 원혼은 아직도 전장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류병추 할아버지는 학도병의 명예회복과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라고 있습니다.

[류병추/장사상륙작전유격동지회 회장 : "전쟁하다가 애석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자손만대로 쭉 내려가면 끝까지 기억이 된단 말이에요."]

전쟁에 직접 뛰어든 류병추 씨와 같은 학도병들은 현재 정확한 통계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여기에 더해서 소년병들 그러니까 17세 이하로서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아서 전쟁에 참전한 소년병들의 희생도 현재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점차 잊혀가고 있었습니다.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작은 법당... 백발의 박태승 할아버지가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소년병. 전사한 전우들. 이제 이 세상에서 못 한 거 훌훌 다 털어버리고..."]

소년병들의 위패를 모셔놓고 기도를 올린 지 올해로 47년째.. 박태승 할아버지는 17살 때 6·25전쟁에 참전했던 소년병이었습니다.

[박태승/6.25 전쟁 참전 소년병 :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18세 미만은 아동으로 정의돼있고 아동복지법에도 18세 미만은 아동으로 돼 있습니다."]

군번이나 계급이 없는 학도병과는 다르게 소년병은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은 정규군이었는데요.

대부분 병역 의무가 없는 아동을 무작위로 징집해 전선에 투입했습니다.

[박태승/6.25 전쟁 참전 소년병 : "어린이들을 군번 계급 줘서 전쟁터로 내보냈다는 거 군대를 만든 건 불법이고 만행입니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전쟁터에 끌려나가면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는데요.

전쟁 기간을 포함해 5년이라는 긴 세월을 군 복무를 하면서 가세도 기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평생 가슴 속에 큰 응어리를 안고 살아야 했던 박태승 할아버지...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14년 다른 소년병들과 힘을 합쳐 헌법 소원을 제기했지만, 청구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받았습니다.

[하경환/소년병 담당 변호사 : "이 자료가 2017년 10월 18일에 국방부가 6·25참전 소년 전우회 어르신들한테 민원 회신을 해준 자료인데요. 14세에서 17세의 아동을 강제로 현역병으로 징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확인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국방부 스스로 그 당시에 14세에서 17세 소년들을 징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걸 인정했어요."]

국방부가 소년병 강제 징집을 사실상 인정했지만, 소년병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를 원했던 고령의 소년병들은 점점 유명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박태승/6.25 전쟁 참전 소년병 : "자의든 타의든 어린 나이로 법적으로 병역의무가 없는 아이들이 참전했으면 참전한 자체를 좋게 평가를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6.25 전쟁 학도병과 소년병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만은 똑같았습니다.

잊혀진 영웅들의 원혼이 더 이상 떠돌아다니지 않도록 그들의 숭고한 희생은 후세가 꼭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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