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국산화’ 총력…대북제재 속 한계는?

입력 2021.06.19 (08:18) 수정 2021.06.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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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저희 앞에는 여러 종류의 북한 과자와 사탕들이 놓여있습니다.

저희 제작진이 어렵게 구한 것인데요.

치즈 과자도 있고, 초콜릿 과자도 있고요.

겉으로 보면 우리 과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개성 고려인삼 성분이 들어간 기능성 화장품도 있고요.

‘삼지연’이라는 상표의 태블릿 PC도 보이는데요.

이런 태블릿 PC는 북한에서 ‘판형 컴퓨터’라고 불리는데 이런 제품들이 북한 사회 정보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죠.

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부터 국산품 애용을 강조해왔는데요.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이 북한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북제재와 국경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국산품 생산을 계속 늘릴 수 있을까요? 북한의 국산화 정책 실태,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제작한 한편의 영상. 한 어린이가 집을 향해 뛰어간다.

["할머니 나 우유! (원홍이 우유가 떨어졌구나. 단물 먹을까?) 싫어요. 우유 먹을래요. (그래? 그럼 상점에 가서 사다줄게)"]

우유를 사기 위해 할머니가 향한 곳은 광복 백화점으로도 잘 알려진 평양의‘광복지구 상업중심’이다.

["우리 손주가 이 우유를 제일 좋아합니다. 하루에 세네 병씩 마시다 보니까 일주일이면 바닥이 납니다."]

북한 최대 규모의 상업시설인 만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백화점 내부는 마스크를 낀 고객들로 붐빈다.

물건을 카드로 계산하는 모습은 우리의 대형마트 풍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모두 국산품이라고 북한 매체는 강조한다.

["우리 식료품이 제일입니다."]

["이제 외국 상품은 볼 수 없습니다. 모두 우리 상품이고 손님들은 우리 것만 찾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국산품 이용을 장려하는 북한이 매체를 통해 북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공업품과 식료품. 그 어느 것이라 할 것 없이 우리 것이 제일이라는 것이 이제 우리 모두의 가슴 가슴에 꽉 들어차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국산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2013년, ‘당의 국산화 방침’을 바탕으로 수입제한 조치와 함께 ‘국산화 실현을 위한 전투’까지 선포했다.

같은 해 북한산 휴대전화인 ‘아리랑 손전화’ 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TV/2013년 8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손전화기를 우리기술로 척척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라고 하시면서 우리 상표를 단 제품들을 많이 생산해야 인민들에게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평양 양말 공장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에선 자못 심각한 표정도 포착됐다.

생산된 양말의 품질까지 꼼꼼히 살피던 김 위원장. 국산품 생산을‘국산화 투쟁’이라 강조했다.

[조선중앙TV/2014년 8월 :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자면 원료, 자재 보장 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양말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국산화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며..."]

그러나 북한의 초창기 국산화 정책은 당국의 의지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북한의 공장들은 전력난 등으로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중국산 수입 제품이 북한의 생필품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지영/2020년 탈북 : "국산품을 만들어야지 국산품을 쓰죠. 너무 중국제품이 많다 보니까 심지어는 이쑤시개까지 중국 걸 쓰는 그런 실정이었어요. 그래서 국산품을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어서,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이었죠."]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수입품을 선호하는 세태를 ‘수입병’이라고까지 질타하기도 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5년 신년사 :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며..."]

평양화장품 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인데 북한산은 하품만 하면 너구리 눈이 된다’고 공개 질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부터 국산화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침체된 경공업 분야를 되살리려는 경제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중공업 경제 구조 중심의 경제 구조로 되어 있는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경공업과 상업체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을 했고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북한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자국 내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좀 만들어 나가면서 국산품으로 수입산을 대체하는 전략을 펴왔었고..."]

이후 북한의 경공업품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의 경우 기초제품을 중심으로 보습, 미백, 노화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출시됐고 가공식품의 경우 한국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제품들을 표방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즉석국수라 불리는 라면도 우리와 비슷한 제품이 있다.

2016년부터 강화된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제재도 북한의 국산화 전략에 불을 지폈다.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자력자강을 강조하며 국산화에 중점을 둘 것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7년 신년사 :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치자 이것이 새해의 행군길에서 우리가 들고나가야 할 전투적 구호입니다."]

북한은 국산 제품의 질 개선과 함께 원료와 연료 부분의 국산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북한산 콩으로 만든 가공식품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만화 영화까지 제작했다.

[北 만화영화 ‘찰칵이가 찍은 사진’ : "저 콩 우유도 소젖 우유보다 영양가가 더 높기 때문에 금메달까지 받은 거야."]

탄력을 받은 북한의 국산화 정책. 2017년엔 새로 개발된 경공업 제품이 9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국산품은 식품 종류로 알려져 있다.

막걸리와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100여 가지에 이르는 가공식품들도 새롭게 개발한 바 있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아이스크림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만들어져요. 근데 아이스크림이 엄청 인기가 좋아요. 얼마나 인기가 좋냐면 아이스크림이 북한 돈으로 7천원까지 해요. 입쌀 1킬로 가격이 4천원이니까 1.8kg에 해당하는 가격인데 그렇게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으니까 사람들이 사 먹는 정도예요."]

2019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 대성백화점. 해외 명품 화장품까지 입점한 이곳도 식품 매장만큼은 북한 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한주에 세 번씩 옵니다. 우리 식료가 맛도 좋고 가격도 편안합니다."]

["제가 요구하는 건 다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많습니까?) 네, 우리 대성백화점은 사람들이 매우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상품도 그만큼 보장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엔 최신 스마트폰인 ‘진달래 3’을 개발해 국산화를 실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슨 전화기 사러 오셨습니까? (평양 2425 구입하러 왔습니다.) 화면이 6.2인치란 말입니다. 그 전에 나온 건 5.5인치고요."]

["이번에 나온 게 화면이 크니까 손님들이 무척 편리해 합니다. 그리고 지문인식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물론 북한 자체 기술로 전 품목의 국산화를 이루진 못했지만, 상당히 많은 북한 제품들이 시장을 채우고 있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실제로 많이 늘어났어요. 담배는 원래 국산품이 있었고요. 식품에서 압도적으로 국산품이 많이 늘어났고 치약이라든지 삔 침(옷핀)이라든지 이런 게 국산화가 많이 됐거든요. 이제는 심지어는 구두까지도 국산화를 해서 팔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생활필수품 모든 게 국산화가 됐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난 10년간 북한의 국산화 정책은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이 나름대로 표준화 작업도 하고 공정화 작업도 진행을 하면서 설비부품 개선도 해왔기 때문에 그런 지향과 목표가 꾸준하게 국산품이라든가 그다음에 품질 양산이라고 하는 쪽에 포인트를 두고 지향해 왔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많이 늘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북한 식품들을 보면 국제표준기구 ISO 인증 마크를 획득했고, 우리의 KS 마크에 해당하는 ‘국규’를 도입하는 등 체계화된 생산 공정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북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전 분야 국산화를 강조하는 북한의 정책은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어떤 나라든 간에 분업화되어 있고 효율성이 높은 경제적 이익이 높은 분야에 대한 것은 적절하게 수입과 내수 시장을 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그런데 그런 부분까지도 이렇게 국산화를 추진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이런 요소들도 있습니다."]

제작진이 입수한 이 북한 과자들은 계피나 깨, 호박씨 등 북한산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북한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원료 조달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박운룡/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 과장 : "이전에 단맛, 신맛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탕 가루를 비롯한 수입 원료를 이용하곤 했는데 지금은 과일을 가공해서 만든 농축 과일젖 가지고 단맛 신맛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원료의 국산화를 실현해서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생산해서 우리 인민들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극복과 경제 발전을 내세우며 국산화를 강조해 온 북한.

1년 넘게 국경을 걸어 잠근 가운데 국산화를 통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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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9 08:18:09
    • 수정2021-06-19 08: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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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저희 앞에는 여러 종류의 북한 과자와 사탕들이 놓여있습니다.

저희 제작진이 어렵게 구한 것인데요.

치즈 과자도 있고, 초콜릿 과자도 있고요.

겉으로 보면 우리 과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개성 고려인삼 성분이 들어간 기능성 화장품도 있고요.

‘삼지연’이라는 상표의 태블릿 PC도 보이는데요.

이런 태블릿 PC는 북한에서 ‘판형 컴퓨터’라고 불리는데 이런 제품들이 북한 사회 정보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죠.

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부터 국산품 애용을 강조해왔는데요.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이 북한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북제재와 국경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국산품 생산을 계속 늘릴 수 있을까요? 북한의 국산화 정책 실태,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제작한 한편의 영상. 한 어린이가 집을 향해 뛰어간다.

["할머니 나 우유! (원홍이 우유가 떨어졌구나. 단물 먹을까?) 싫어요. 우유 먹을래요. (그래? 그럼 상점에 가서 사다줄게)"]

우유를 사기 위해 할머니가 향한 곳은 광복 백화점으로도 잘 알려진 평양의‘광복지구 상업중심’이다.

["우리 손주가 이 우유를 제일 좋아합니다. 하루에 세네 병씩 마시다 보니까 일주일이면 바닥이 납니다."]

북한 최대 규모의 상업시설인 만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백화점 내부는 마스크를 낀 고객들로 붐빈다.

물건을 카드로 계산하는 모습은 우리의 대형마트 풍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모두 국산품이라고 북한 매체는 강조한다.

["우리 식료품이 제일입니다."]

["이제 외국 상품은 볼 수 없습니다. 모두 우리 상품이고 손님들은 우리 것만 찾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국산품 이용을 장려하는 북한이 매체를 통해 북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공업품과 식료품. 그 어느 것이라 할 것 없이 우리 것이 제일이라는 것이 이제 우리 모두의 가슴 가슴에 꽉 들어차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국산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2013년, ‘당의 국산화 방침’을 바탕으로 수입제한 조치와 함께 ‘국산화 실현을 위한 전투’까지 선포했다.

같은 해 북한산 휴대전화인 ‘아리랑 손전화’ 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TV/2013년 8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손전화기를 우리기술로 척척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라고 하시면서 우리 상표를 단 제품들을 많이 생산해야 인민들에게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평양 양말 공장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에선 자못 심각한 표정도 포착됐다.

생산된 양말의 품질까지 꼼꼼히 살피던 김 위원장. 국산품 생산을‘국산화 투쟁’이라 강조했다.

[조선중앙TV/2014년 8월 :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자면 원료, 자재 보장 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양말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국산화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며..."]

그러나 북한의 초창기 국산화 정책은 당국의 의지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북한의 공장들은 전력난 등으로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중국산 수입 제품이 북한의 생필품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지영/2020년 탈북 : "국산품을 만들어야지 국산품을 쓰죠. 너무 중국제품이 많다 보니까 심지어는 이쑤시개까지 중국 걸 쓰는 그런 실정이었어요. 그래서 국산품을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어서,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이었죠."]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수입품을 선호하는 세태를 ‘수입병’이라고까지 질타하기도 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5년 신년사 :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며..."]

평양화장품 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인데 북한산은 하품만 하면 너구리 눈이 된다’고 공개 질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부터 국산화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침체된 경공업 분야를 되살리려는 경제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중공업 경제 구조 중심의 경제 구조로 되어 있는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경공업과 상업체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을 했고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북한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자국 내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좀 만들어 나가면서 국산품으로 수입산을 대체하는 전략을 펴왔었고..."]

이후 북한의 경공업품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의 경우 기초제품을 중심으로 보습, 미백, 노화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출시됐고 가공식품의 경우 한국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제품들을 표방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즉석국수라 불리는 라면도 우리와 비슷한 제품이 있다.

2016년부터 강화된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제재도 북한의 국산화 전략에 불을 지폈다.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자력자강을 강조하며 국산화에 중점을 둘 것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7년 신년사 :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치자 이것이 새해의 행군길에서 우리가 들고나가야 할 전투적 구호입니다."]

북한은 국산 제품의 질 개선과 함께 원료와 연료 부분의 국산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북한산 콩으로 만든 가공식품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만화 영화까지 제작했다.

[北 만화영화 ‘찰칵이가 찍은 사진’ : "저 콩 우유도 소젖 우유보다 영양가가 더 높기 때문에 금메달까지 받은 거야."]

탄력을 받은 북한의 국산화 정책. 2017년엔 새로 개발된 경공업 제품이 9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국산품은 식품 종류로 알려져 있다.

막걸리와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100여 가지에 이르는 가공식품들도 새롭게 개발한 바 있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아이스크림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만들어져요. 근데 아이스크림이 엄청 인기가 좋아요. 얼마나 인기가 좋냐면 아이스크림이 북한 돈으로 7천원까지 해요. 입쌀 1킬로 가격이 4천원이니까 1.8kg에 해당하는 가격인데 그렇게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으니까 사람들이 사 먹는 정도예요."]

2019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 대성백화점. 해외 명품 화장품까지 입점한 이곳도 식품 매장만큼은 북한 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한주에 세 번씩 옵니다. 우리 식료가 맛도 좋고 가격도 편안합니다."]

["제가 요구하는 건 다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많습니까?) 네, 우리 대성백화점은 사람들이 매우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상품도 그만큼 보장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엔 최신 스마트폰인 ‘진달래 3’을 개발해 국산화를 실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슨 전화기 사러 오셨습니까? (평양 2425 구입하러 왔습니다.) 화면이 6.2인치란 말입니다. 그 전에 나온 건 5.5인치고요."]

["이번에 나온 게 화면이 크니까 손님들이 무척 편리해 합니다. 그리고 지문인식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물론 북한 자체 기술로 전 품목의 국산화를 이루진 못했지만, 상당히 많은 북한 제품들이 시장을 채우고 있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실제로 많이 늘어났어요. 담배는 원래 국산품이 있었고요. 식품에서 압도적으로 국산품이 많이 늘어났고 치약이라든지 삔 침(옷핀)이라든지 이런 게 국산화가 많이 됐거든요. 이제는 심지어는 구두까지도 국산화를 해서 팔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생활필수품 모든 게 국산화가 됐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난 10년간 북한의 국산화 정책은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이 나름대로 표준화 작업도 하고 공정화 작업도 진행을 하면서 설비부품 개선도 해왔기 때문에 그런 지향과 목표가 꾸준하게 국산품이라든가 그다음에 품질 양산이라고 하는 쪽에 포인트를 두고 지향해 왔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많이 늘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북한 식품들을 보면 국제표준기구 ISO 인증 마크를 획득했고, 우리의 KS 마크에 해당하는 ‘국규’를 도입하는 등 체계화된 생산 공정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북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전 분야 국산화를 강조하는 북한의 정책은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어떤 나라든 간에 분업화되어 있고 효율성이 높은 경제적 이익이 높은 분야에 대한 것은 적절하게 수입과 내수 시장을 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그런데 그런 부분까지도 이렇게 국산화를 추진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이런 요소들도 있습니다."]

제작진이 입수한 이 북한 과자들은 계피나 깨, 호박씨 등 북한산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북한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원료 조달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박운룡/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 과장 : "이전에 단맛, 신맛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탕 가루를 비롯한 수입 원료를 이용하곤 했는데 지금은 과일을 가공해서 만든 농축 과일젖 가지고 단맛 신맛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원료의 국산화를 실현해서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생산해서 우리 인민들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극복과 경제 발전을 내세우며 국산화를 강조해 온 북한.

1년 넘게 국경을 걸어 잠근 가운데 국산화를 통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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