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빨리빨리’ 아마존에 ‘사람’은 없었다…닮은꼴 ‘쿠팡’?

입력 2021.07.07 (18:11) 수정 2021.07.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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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최대의 이커머스 회사,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을 장악한 아마존.

그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베이조스 아마존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아마존을 쏙 빼닮은 한국의 쿠팡 얘기까지, <글로벌 ET> 오늘도 서영민 기자와 함께합니다.

베이조스가 월요일에 물러났는데, 물러남과 동시에 재산은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면서요?

[기자]

네. 아마존을 창업한 지 27년 만에, 딴 거 할래 하고 물러났습니다.

보름 뒤에는 우주선 타고 우주여행 합니다.

창업자는 이렇게 '다른 모험'에 나서는데, 공교롭게 아마존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오늘 아마존 주가가 거의 5% 올랐는데, 그래서 아마존 주식 11% 가진 베이조스 재산은 10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240조 원 정도 됩니다.

[앵커]

사업 시작한 지 30년도 안 돼서 이런 어마어마한 부를 일군 사람이 인류 역사에 거의 없지 않습니까?

[기자]

네, 멀쩡히 잘 다니던 뉴욕의 투자회사를 그만두고 시애틀에 건너가서 온라인에서 책을 파는 사업을 시작한 게 1994년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책을 편하게 살 수 있어서 아마존 이용을 시작했지만, 베이조스는 책보다는 '온라인 상거래' 자체에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점차 거의 모든 것을 파는 회사로 성장했고,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 온라인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이후로는 점유율을 더 높였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렇게 시장을 혼자 장악하면서 아마존이 끼친 나쁜 영향이 많다는 비판도 있잖아요?

[기자]

네, '아마존드'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아마존이 진출해서 기존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경쟁자를 무너뜨리는 일이 너무 잦아서 생긴 단어입니다.

온라인 상거래는 소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딱 한두 개 업체만 살아남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데, 아마존이 최고 포식자였던 거죠.

미국은 이런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는걸 경계하는 나라입니다.

당장 워싱턴DC 검찰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소매업체들한테 제일 싸게 팔아라, 부당한 압박 했다는 취지인데, 결과에 따라서는 회사가 쪼개질 수도 있습니다.

[앵커]

또 아마존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열악한 근무환경에 고통받는다는 비판이 많아요?

[기자]

현재 미국 내 아마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은 95만 명, 월마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데,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거든요.

작업대 옆에는 1분 단위로 작업 속도를 측정하는 모니터가 놓여 있어 끊임없이 감시했고, 심지어 기계가 고장 나서 일을 못 해도 근무 시간에서 뺐다고 말했습니다.

한 직원은 코로나에 감염돼 뇌 손상을 입었지만, '야간 조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직원의 가족은 "우리가 일회용이냐, 그냥 교체하면 되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앵커]

해고나 산재도 유독 많다고요?

[기자]

네, 시간제 노동이 대부분인데, 쉽게 일자리를 구하지만 쉽게 해고됩니다.

이직률도 높은데요.

연간 150%, 이는 유통·물류 산업 평균 이직률의 2배에 달합니다.

'빨리빨리'의 결과는 안전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아마존 물류창고에서만 2만 7천 건의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습니다.

작업자 100명당 5.9건, 경쟁 업체의 두 배에 달합니다.

하청업체 소속인 배송기사들 상황은 더 좋지 않습니다.

일하다가 다친 비율이 아마존이 100명당 7.9건, 경쟁업체인 UPS보다 3배가량 많습니다.

[앵커]

음. 뭔가 우리나라에 아마존과 명과 암이 유사한 쌍둥이 회사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쿠팡이 떠오릅니다?

[기자]

네, 쿠팡은 아마존 모델로 한국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회사입니다.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목표로, 최저가, 당일 배송 등 공격적인 투자, 마케팅 펼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마존처럼 쿠팡도 물류센터 내 노동자 처우나 집단감염 문제, 그리고 직원들의 과로사, 입점 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탈팡'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탈팡이요?

[기자]

네, '탈 쿠팡' 원래는 쿠팡에서 배달하던 친구들이 퇴사할 때 쓰는 신조어였는데, 최근 물류센터 화재 이후 '사회적 책임 경영'을 하지 않는 쿠팡 불매한다며 수십만 명이 앱을 삭제했습니다.

지금 온라인에선 해시태그를 활용한 불매운동이 번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앵커]

아마존의 빠른 성장 뒤에는 소매상인들이나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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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7 18:11:58
    • 수정2021-07-07 18:28:50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 최대의 이커머스 회사,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을 장악한 아마존.

그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베이조스 아마존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아마존을 쏙 빼닮은 한국의 쿠팡 얘기까지, <글로벌 ET> 오늘도 서영민 기자와 함께합니다.

베이조스가 월요일에 물러났는데, 물러남과 동시에 재산은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면서요?

[기자]

네. 아마존을 창업한 지 27년 만에, 딴 거 할래 하고 물러났습니다.

보름 뒤에는 우주선 타고 우주여행 합니다.

창업자는 이렇게 '다른 모험'에 나서는데, 공교롭게 아마존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오늘 아마존 주가가 거의 5% 올랐는데, 그래서 아마존 주식 11% 가진 베이조스 재산은 10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240조 원 정도 됩니다.

[앵커]

사업 시작한 지 30년도 안 돼서 이런 어마어마한 부를 일군 사람이 인류 역사에 거의 없지 않습니까?

[기자]

네, 멀쩡히 잘 다니던 뉴욕의 투자회사를 그만두고 시애틀에 건너가서 온라인에서 책을 파는 사업을 시작한 게 1994년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책을 편하게 살 수 있어서 아마존 이용을 시작했지만, 베이조스는 책보다는 '온라인 상거래' 자체에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점차 거의 모든 것을 파는 회사로 성장했고,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 온라인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이후로는 점유율을 더 높였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렇게 시장을 혼자 장악하면서 아마존이 끼친 나쁜 영향이 많다는 비판도 있잖아요?

[기자]

네, '아마존드'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아마존이 진출해서 기존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경쟁자를 무너뜨리는 일이 너무 잦아서 생긴 단어입니다.

온라인 상거래는 소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딱 한두 개 업체만 살아남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데, 아마존이 최고 포식자였던 거죠.

미국은 이런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는걸 경계하는 나라입니다.

당장 워싱턴DC 검찰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소매업체들한테 제일 싸게 팔아라, 부당한 압박 했다는 취지인데, 결과에 따라서는 회사가 쪼개질 수도 있습니다.

[앵커]

또 아마존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열악한 근무환경에 고통받는다는 비판이 많아요?

[기자]

현재 미국 내 아마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은 95만 명, 월마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데,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거든요.

작업대 옆에는 1분 단위로 작업 속도를 측정하는 모니터가 놓여 있어 끊임없이 감시했고, 심지어 기계가 고장 나서 일을 못 해도 근무 시간에서 뺐다고 말했습니다.

한 직원은 코로나에 감염돼 뇌 손상을 입었지만, '야간 조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직원의 가족은 "우리가 일회용이냐, 그냥 교체하면 되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앵커]

해고나 산재도 유독 많다고요?

[기자]

네, 시간제 노동이 대부분인데, 쉽게 일자리를 구하지만 쉽게 해고됩니다.

이직률도 높은데요.

연간 150%, 이는 유통·물류 산업 평균 이직률의 2배에 달합니다.

'빨리빨리'의 결과는 안전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아마존 물류창고에서만 2만 7천 건의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습니다.

작업자 100명당 5.9건, 경쟁 업체의 두 배에 달합니다.

하청업체 소속인 배송기사들 상황은 더 좋지 않습니다.

일하다가 다친 비율이 아마존이 100명당 7.9건, 경쟁업체인 UPS보다 3배가량 많습니다.

[앵커]

음. 뭔가 우리나라에 아마존과 명과 암이 유사한 쌍둥이 회사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쿠팡이 떠오릅니다?

[기자]

네, 쿠팡은 아마존 모델로 한국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회사입니다.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목표로, 최저가, 당일 배송 등 공격적인 투자, 마케팅 펼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마존처럼 쿠팡도 물류센터 내 노동자 처우나 집단감염 문제, 그리고 직원들의 과로사, 입점 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탈팡'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탈팡이요?

[기자]

네, '탈 쿠팡' 원래는 쿠팡에서 배달하던 친구들이 퇴사할 때 쓰는 신조어였는데, 최근 물류센터 화재 이후 '사회적 책임 경영'을 하지 않는 쿠팡 불매한다며 수십만 명이 앱을 삭제했습니다.

지금 온라인에선 해시태그를 활용한 불매운동이 번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앵커]

아마존의 빠른 성장 뒤에는 소매상인들이나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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