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의 그늘-제 이름은 유채랍니다

입력 2000.01.15 (00:00) 수정 2004.04.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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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0년 1월 14일(금) 밤 10:00~10:40 / KBS1
■취재 : 이흥철 기자 leehech@kbs.co.kr
권오훈 PD ohoon@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이흥철 기자(즈문동이 출산 중계/1월1일, 광화문 앞):
새 천년을 맞는 화려한 축제의 정점은 밀레니엄 베이비의 출산이었습니다.이들의 탄생이 30여개 병원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고 특히 2천년이 되는 순간 광화문 대형 전광판에 첫 모습을 나타낸 즈문동이에게는 축하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산모의 출산을 기뻐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아기 울음)첫울음을 기다린 부모나 남편 없는 외로운 출산이었습니다.아기 이름은 유채, 유채 역시 새 천년의 아이지만 직접 이름을 붙여준 엄마는 결혼하지 않은,미혼모이기 때문입니다.


[밀레니엄의 그늘-제 이름은 유채랍니다]

*이흥철 기자:
에스더의 집은 미혼모 보호 시설. 출산을 앞둔 임부 10여명과 몸조리를 하고 있는 산모 등 20여명이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유채의 엄마는 20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남자 친구를 만난 지 한 달만에 임신했고 4개월이 넘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하지만 차마 아이를 지울 순 없었습다.

*김은주(가명/20살):
"=초음파 보면 중절 못 해요.4,5개월에 간 사람들은 아기 모습이 다 보이거든요,그러니까 전혀 못 떼는 거죠.특히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지금 이렇게 마음먹고 있는것도 아기가 다 안다.실제로 제가 슬픈 일이 있으면 아기가 안 움직여요.애가 움직이는 태동을 못느껴요.그런걸 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낙태를) 못하죠."

*이흥철 기자:
김은주 씨가 임신한 사실을 안 것은 아기 아빠와 헤어진 뒤였습니다.한때 혼자서 아기를 키워볼 생각도 했었습니다.

*김은주(가명/20살):
"방 얻으러 실제로 다녔거든요.어떻게 해야지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었는데 갈수록 내 머리에서만 돌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못하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애 키우는 게 한달 2,30만원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나중에.."

*이흥철 기자:
아기를 낳으면 입양을 위해 헤어지는 일을 대부분의 미혼모와 마찬가지로 현재로선 벗어날 도리가 없습니다.새 생명과 함께 한 지 이제 37주하고도 엿새,출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승호(평택 남서울병원 산부인과 과장):
"여기 밑에 움직이는 건 심장이고,쿵쾅쿵쾅 뛰죠,지금 그렇게 작아 보이지는 않는데,태동이 좌우에서 다 느껴지겠는데..."

*이흥철 기자:
은주 씨의 꿈은 새 천년 첫날,아기를 낳는 것이었습니다.특별한 아기,밀레니엄 베이비는 좋은 집으로 입양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하지만 예정일은 1월 중순,병원 측은 출산을 앞당기고 싶다는 뜻을 받아들여 일주일 가량 앞당긴 1월 5일로 출산 날짜를 잡았습니다.
(1월3일)새해를 맞이한 에스더의 집에 지난해 여느때처럼 새로운 미혼모들이 들어왔습니다.금연과 금주,시설 안의 규칙을 지키겠다는 서약,그리고 상담이 이어집니다.직장 생활을 하던 이 20살 미혼모는 주위 눈길을 피해 복대를 하다 산달이 가까워서야 결국 에스더의 집을 찾게 됐습니다.

*이광미(에스더의 집 원장):
"임신한 건 몇 개월 때 알았어요? =8개월 때.그 전에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고? =가을이라서 식욕이 당기는 줄 알았어요.임신한 사실,누가 알고 있어요? =아뇨."

*이흥철 기자:
또 다른 미혼모는 임신 사실을 숨기고 한 중소도시의 고등학교를 다니다 방학동안에 출산을 하기 위해 이 시설을 찾았습니다.

*ㅈ양(17살/고1):
"아기 아빠요. -기자(예, 아기 아빠)채팅해서 만났거든요. 몇 번 만나다가 처음에 6개월,7개월까지는 티가 안 났어요.근데 약간씩 배가 부르더라고요.교복이 작잖아요.큰 걸로 사고,좀 지나면 겉옷으로 가리고,배에다 힘주고 다니고 그랬어요."

*이흥철 기자:
99년 이 시설에 들어온 미혼모 190여명 가운데 10대 미혼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넘습니다.임신사실을 5개월이 지난 뒤에야 안 사람은 34%, 8개월을 넘어서야 안 사람도 13명이나 됩니다.이렇게 낙태 시기를 놓쳐 출산을 하게 된 미혼모가 절반 가까이되지만 낙태가 무서운 죄악임을 알기에 출산을 한다는 미혼모도 3명 가운데 한 명씩 나오고 있습니다.
(1월4일)임신 7-8개월 먹고 싶은 것도,먹기 싫은 것도 많은 때,에스더의 집 식구들은 군것질 거리나 필요한 물건을 한데 모아 사러나갑니다.진찰을 위해 병원 갈 때를 제외하곤 드문 외출입니다.내일 출산을 위해 입원하는 은주 씨는 아기를 위한 선물로 양말을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다른 미혼모들도 출산용품을 들춰보지만 대부분 아기를 입양시키기로 결정한 이들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이흥철 기자:
"특별히 고를게 없어요? =예. 이쁜 게 없어요."

*이흥철 기자:
장보러 나갔던 식구들이 돌아오자 서로 부탁했던 물건을 찾는데 부산합니다.양말을 들고 조용히 휴게실을 나간 은주 씨,아기에게 낳아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메어집니다.

*장보경(상담사):
"자기가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인상쓰고 울고 그러면 아기는 백 배로 스트레스 받거든,그럼 내일 유도분만 하는데 힘들어요.자기가 스트레스 안 받아야 돼."

*이흥철 기자:
출산을 하루 앞둔 은주 씨는 끝내 저녁도 거른 채 이불 속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1월5일)에스더의 집에선 새해 첫 출산,병원길에는 간호사만 함께 했습니다.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진통이 오기를 기다립니다.그러나 기미가 없습니다.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된 것은 그 이튿날부터였습니다.

*김은주(가명/20살):
"=수술해 주세요.-(간호사)힘내야지. =어제부터 애가 안나오쟎아요.-(간호사)아냐, 이제부터 시작이야,이제 될 거야."

*이흥철 기자:
아기는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산모를 달래보지만 이미 자연분만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결국 산모의 뜻에 따라 제왕 절개 수술이 결정됐습니다.전신 마취,그리고 절개.(아기 울음)숱한 망설임과 결심 속에서 맞이한 출산.산모의 얼굴에 눈물이 번집니다.3.4kg.큰 울음소리를 토하며 세상의 빛을 본 아기는 건강했습니다.엄마와 마음 고생을 함께 해온 아기는 이제 평안을 찾아 다른 가정의 신생아들과 함께 눕혀졌습니다.수술이 끝난 뒤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은주 씨는 아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은주(가명/20살):
"만져봤으면 좋겠다."

*이흥철 기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난 아기.엄마는 그 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이름을 불러봤습니다.

*김은주(가명/20살):
"유채야...유채야"

*이흥철 기자:
아길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회한이 가슴을 찍어누릅니다. 오래오래 아기의 모습을 간직하려는 산모는 30분 면회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발걸음을 돌렸습니다.내일이 오면 다시 보게될 지 알 수 없는 아기,차마 이게 마지막이라곤 생각할 수 없어 편지에 다시 만날 언젠가를 남겨둡니다.아기와 헤어져야 할 날엔 큰 눈이 왔습니다.그리고 은주의 입원실은 늦도록 불이 켜지질 않았습니다.에스더의 집 간호사가 이별을 위해 방문을 열었습니다.

*김현희(에스더의 집 간호사):
"-(은주)아기 지금 가요? 지금? =좋은데 갈 거야,좋은데 가도록 기도해주고,아기 장래 위해서 평생 기도해야돼.엄마랑 안녕해야지.가도 되겠어? 괜찮겠어?"

*이흥철 기자: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에도 눈을 뜨지 않는 아기를 뒤따라 나섰지만 엘리베이터 앞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의 끝입니다.
눈길을 달려 유채가 도착한 곳은 영아일시보호소. 유채는 이제 국내입양이 될 경우 일주일에서 보름 해외로 갈 때는 5개월 가량이 걸려 새 부모를 찾아가 게 됩니다.해마다 우리 나라에서 유채처럼 미혼모로부터 태어나는 아기는 4천 여명,그러나 한때 유채의 엄마 은주씨가 선택할 뻔했던 낙태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 한채 죽어 가는 뱃속 아기는 20여만 명에 이릅니다.

*아기에게 쓰는 편지:
"지난 10개월 동안 때론 너의 존재가 원망스럽고,고통스럽게도 느껴졌었지만 엄마는 한 순간도 널 사랑하지 않은 때가 없었어.언젠가 니가 나만큼 엄마만큼 성장하면 엄마에게 찾아와서 보고 싶었다고 할 날이 분명 있을 꺼라 의심치 않기 때문에 유채를 보낸다. 엄마도 그날에는 이렇게 약하고 초라한 모습이 아닌 당당하고 강한 모습으로 유채를 기다리기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살 거야.유채야 사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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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레니엄의 그늘-제 이름은 유채랍니다
    • 입력 2000-01-15 00:00:00
    • 수정2004-04-26 14: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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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0년 1월 14일(금) 밤 10:00~10:40 / KBS1 ■취재 : 이흥철 기자 leehech@kbs.co.kr 권오훈 PD ohoon@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이흥철 기자(즈문동이 출산 중계/1월1일, 광화문 앞): 새 천년을 맞는 화려한 축제의 정점은 밀레니엄 베이비의 출산이었습니다.이들의 탄생이 30여개 병원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고 특히 2천년이 되는 순간 광화문 대형 전광판에 첫 모습을 나타낸 즈문동이에게는 축하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산모의 출산을 기뻐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아기 울음)첫울음을 기다린 부모나 남편 없는 외로운 출산이었습니다.아기 이름은 유채, 유채 역시 새 천년의 아이지만 직접 이름을 붙여준 엄마는 결혼하지 않은,미혼모이기 때문입니다. [밀레니엄의 그늘-제 이름은 유채랍니다] *이흥철 기자: 에스더의 집은 미혼모 보호 시설. 출산을 앞둔 임부 10여명과 몸조리를 하고 있는 산모 등 20여명이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유채의 엄마는 20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남자 친구를 만난 지 한 달만에 임신했고 4개월이 넘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하지만 차마 아이를 지울 순 없었습다. *김은주(가명/20살): "=초음파 보면 중절 못 해요.4,5개월에 간 사람들은 아기 모습이 다 보이거든요,그러니까 전혀 못 떼는 거죠.특히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지금 이렇게 마음먹고 있는것도 아기가 다 안다.실제로 제가 슬픈 일이 있으면 아기가 안 움직여요.애가 움직이는 태동을 못느껴요.그런걸 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낙태를) 못하죠." *이흥철 기자: 김은주 씨가 임신한 사실을 안 것은 아기 아빠와 헤어진 뒤였습니다.한때 혼자서 아기를 키워볼 생각도 했었습니다. *김은주(가명/20살): "방 얻으러 실제로 다녔거든요.어떻게 해야지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었는데 갈수록 내 머리에서만 돌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못하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애 키우는 게 한달 2,30만원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나중에.." *이흥철 기자: 아기를 낳으면 입양을 위해 헤어지는 일을 대부분의 미혼모와 마찬가지로 현재로선 벗어날 도리가 없습니다.새 생명과 함께 한 지 이제 37주하고도 엿새,출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승호(평택 남서울병원 산부인과 과장): "여기 밑에 움직이는 건 심장이고,쿵쾅쿵쾅 뛰죠,지금 그렇게 작아 보이지는 않는데,태동이 좌우에서 다 느껴지겠는데..." *이흥철 기자: 은주 씨의 꿈은 새 천년 첫날,아기를 낳는 것이었습니다.특별한 아기,밀레니엄 베이비는 좋은 집으로 입양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하지만 예정일은 1월 중순,병원 측은 출산을 앞당기고 싶다는 뜻을 받아들여 일주일 가량 앞당긴 1월 5일로 출산 날짜를 잡았습니다. (1월3일)새해를 맞이한 에스더의 집에 지난해 여느때처럼 새로운 미혼모들이 들어왔습니다.금연과 금주,시설 안의 규칙을 지키겠다는 서약,그리고 상담이 이어집니다.직장 생활을 하던 이 20살 미혼모는 주위 눈길을 피해 복대를 하다 산달이 가까워서야 결국 에스더의 집을 찾게 됐습니다. *이광미(에스더의 집 원장): "임신한 건 몇 개월 때 알았어요? =8개월 때.그 전에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고? =가을이라서 식욕이 당기는 줄 알았어요.임신한 사실,누가 알고 있어요? =아뇨." *이흥철 기자: 또 다른 미혼모는 임신 사실을 숨기고 한 중소도시의 고등학교를 다니다 방학동안에 출산을 하기 위해 이 시설을 찾았습니다. *ㅈ양(17살/고1): "아기 아빠요. -기자(예, 아기 아빠)채팅해서 만났거든요. 몇 번 만나다가 처음에 6개월,7개월까지는 티가 안 났어요.근데 약간씩 배가 부르더라고요.교복이 작잖아요.큰 걸로 사고,좀 지나면 겉옷으로 가리고,배에다 힘주고 다니고 그랬어요." *이흥철 기자: 99년 이 시설에 들어온 미혼모 190여명 가운데 10대 미혼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넘습니다.임신사실을 5개월이 지난 뒤에야 안 사람은 34%, 8개월을 넘어서야 안 사람도 13명이나 됩니다.이렇게 낙태 시기를 놓쳐 출산을 하게 된 미혼모가 절반 가까이되지만 낙태가 무서운 죄악임을 알기에 출산을 한다는 미혼모도 3명 가운데 한 명씩 나오고 있습니다. (1월4일)임신 7-8개월 먹고 싶은 것도,먹기 싫은 것도 많은 때,에스더의 집 식구들은 군것질 거리나 필요한 물건을 한데 모아 사러나갑니다.진찰을 위해 병원 갈 때를 제외하곤 드문 외출입니다.내일 출산을 위해 입원하는 은주 씨는 아기를 위한 선물로 양말을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다른 미혼모들도 출산용품을 들춰보지만 대부분 아기를 입양시키기로 결정한 이들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이흥철 기자: "특별히 고를게 없어요? =예. 이쁜 게 없어요." *이흥철 기자: 장보러 나갔던 식구들이 돌아오자 서로 부탁했던 물건을 찾는데 부산합니다.양말을 들고 조용히 휴게실을 나간 은주 씨,아기에게 낳아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메어집니다. *장보경(상담사): "자기가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인상쓰고 울고 그러면 아기는 백 배로 스트레스 받거든,그럼 내일 유도분만 하는데 힘들어요.자기가 스트레스 안 받아야 돼." *이흥철 기자: 출산을 하루 앞둔 은주 씨는 끝내 저녁도 거른 채 이불 속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1월5일)에스더의 집에선 새해 첫 출산,병원길에는 간호사만 함께 했습니다.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진통이 오기를 기다립니다.그러나 기미가 없습니다.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된 것은 그 이튿날부터였습니다. *김은주(가명/20살): "=수술해 주세요.-(간호사)힘내야지. =어제부터 애가 안나오쟎아요.-(간호사)아냐, 이제부터 시작이야,이제 될 거야." *이흥철 기자: 아기는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산모를 달래보지만 이미 자연분만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결국 산모의 뜻에 따라 제왕 절개 수술이 결정됐습니다.전신 마취,그리고 절개.(아기 울음)숱한 망설임과 결심 속에서 맞이한 출산.산모의 얼굴에 눈물이 번집니다.3.4kg.큰 울음소리를 토하며 세상의 빛을 본 아기는 건강했습니다.엄마와 마음 고생을 함께 해온 아기는 이제 평안을 찾아 다른 가정의 신생아들과 함께 눕혀졌습니다.수술이 끝난 뒤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은주 씨는 아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은주(가명/20살): "만져봤으면 좋겠다." *이흥철 기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난 아기.엄마는 그 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이름을 불러봤습니다. *김은주(가명/20살): "유채야...유채야" *이흥철 기자: 아길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회한이 가슴을 찍어누릅니다. 오래오래 아기의 모습을 간직하려는 산모는 30분 면회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발걸음을 돌렸습니다.내일이 오면 다시 보게될 지 알 수 없는 아기,차마 이게 마지막이라곤 생각할 수 없어 편지에 다시 만날 언젠가를 남겨둡니다.아기와 헤어져야 할 날엔 큰 눈이 왔습니다.그리고 은주의 입원실은 늦도록 불이 켜지질 않았습니다.에스더의 집 간호사가 이별을 위해 방문을 열었습니다. *김현희(에스더의 집 간호사): "-(은주)아기 지금 가요? 지금? =좋은데 갈 거야,좋은데 가도록 기도해주고,아기 장래 위해서 평생 기도해야돼.엄마랑 안녕해야지.가도 되겠어? 괜찮겠어?" *이흥철 기자: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에도 눈을 뜨지 않는 아기를 뒤따라 나섰지만 엘리베이터 앞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의 끝입니다. 눈길을 달려 유채가 도착한 곳은 영아일시보호소. 유채는 이제 국내입양이 될 경우 일주일에서 보름 해외로 갈 때는 5개월 가량이 걸려 새 부모를 찾아가 게 됩니다.해마다 우리 나라에서 유채처럼 미혼모로부터 태어나는 아기는 4천 여명,그러나 한때 유채의 엄마 은주씨가 선택할 뻔했던 낙태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 한채 죽어 가는 뱃속 아기는 20여만 명에 이릅니다. *아기에게 쓰는 편지: "지난 10개월 동안 때론 너의 존재가 원망스럽고,고통스럽게도 느껴졌었지만 엄마는 한 순간도 널 사랑하지 않은 때가 없었어.언젠가 니가 나만큼 엄마만큼 성장하면 엄마에게 찾아와서 보고 싶었다고 할 날이 분명 있을 꺼라 의심치 않기 때문에 유채를 보낸다. 엄마도 그날에는 이렇게 약하고 초라한 모습이 아닌 당당하고 강한 모습으로 유채를 기다리기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살 거야.유채야 사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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