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포가 사라진다

입력 2002.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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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2년 4월 28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모은희 기자 monnie@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모은희 기자:
벌거숭이로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누구나 입고 가는 옷. 바로 수의입니다. 값싼 중국산 수의가 10년째 시장을 점령하면서 국산 전통수의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특히 수의 중에서도 안동수의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될만큼 으뜸으로 치지만, 시중에 팔리는 비싼 안동수의의 90%가 중국산 가짜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전통삼베의 설 자리를 빼앗는 중국산 삼베의 실태와, 중국산을 안동포로 거짓 유통하는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모은희 기자:
경기도에 사는 일흔 살의 전춘식 할머니는 우리나라 삼베라는 말을 믿고 비싸지만 280만원에 수의 한 벌을 구입했습니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지금도 다달이 10만원씩 할부금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산 수의는 알고 보니 국산이 아닌 중국산이었습니다. 원가는 80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전춘식(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팔 때는 그 장사가 와서는 확실하단 얘기를 얼마나 선전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어리석고 순진한 할머니들이 속지.”

*모은희 기자:
이처럼 소비자들이 안동포 등 우리 나라 수의를 값싼 중국산 수의로 잘못 알고 사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상점에 들어가 수의를 만든다며 안동포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포목점 상인:
“안동포는 (한 필에) 100만 원까지 있어요. (안동포 확실해요?) 안동에서 사람이 가지고 올라온 거니까 그렇게 아시면 돼요.”

*모은희 기자:
하지만 이 곳에서 내 놓은 삼베는 진짜 안동포가 아닙니다. 일반인이 봐서는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강성구(안동포 바로 알리고 제값받기 운동):
“안동포는 적어도 고르게 짜여 있어요. 이런 빈 틈이 없어요. 이런 공간이. 이렇게 얼룩이 지게끔 특별히 넓은 데나 이런 데가 없고 조직이 색깔도 고루 분포돼 있어요.”

*모은희 기자:
안동포 전문가가 진짜가 아니라고 따지자 상인은 말꼬리를 흐립니다.

*모은희 기자:
“어느 분한테 샀어요?”

*포목점 상인:
“이거는 아까 내가 보따리 상인한테.”

*모은희 기자:
“보따리 상인은 어떤 사람인데요?”

*포목점 상인:
“안동에서 왔다고 그래서 안동포라고 해달라고 그래서 산 거라니까요. 개인한테 산 거라 저희도 안동폽니다라고 확신하고 얘기를 못 드리는 게…”

*모은희 기자:
부근의 다른 포목점에 들렀습니다. 상인은 안동포라며 서너 필을 내놓습니다.

*포목점 상인:
“근데 (도장) 찍는 게 있고 안 찍는 게 있고 그래요, 그거는. (기자: (도장)안 찍은 것도 안동포에요?) 그렇죠. 안동에서 짰으면 안동포죠.”

*모은희 기자:
하지만 안동명산이나 안동특산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삼베는 안동포가 아니라고 전문가는 설명합니다.

대형 종합병원 장례식장, 품질을 비교해 보고 살 수 있도록 견본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수의 가운데 안동 수의도 진열돼 있습니다.

*안동포 전문가:
“사실은 안동에서는 이렇게 짜이는 예가 극히 실수가 아니면 없어요.”

*모은희 기자:
병원 관계자는 업체에서 안동수의라고 공급했기 때문에 안동포로 믿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
“직영처리를 하기 때문에 업체를 선정하면 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선정해요. 회사에서도 원단이나 원사를 검수 다 하고…”

*모은희 기자:
그렇다면 유명 종합병원에 수의를 납품하는 제조업체는 어떤지 찾아갔습니다.

업체에서 안동포라고 보여준 삼베에는 어찌 된 일인지 안동포에 표시돼 있어야 할 제조자의 이름이나 도장이 찍혀있지 않습니다.

*모은희 기자:
“다른 거는 도장이 왜 없어요?”

*업체 관계자:
“부업으로 농가에서 가끔 할머니들이 짜는 것이기 때문에 표준화, 규격화된 내용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안동 산지에서 직접 구입을 하죠. 원단 중에 (가짜가) 섞였는지 안 섞였는지 우리는 모르죠. 속여도 모를 수는 있죠. 우리가 육안으로 봤을 때 안동포로 통상 나오는 질을 기준으로 사오는 거죠.”

*모은희 기자:
안동포가 가짜 아니냐고 캐묻자 제조업자는 안동에서 사오는 원단을 가공할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업체 관계자:
“안동의 베전 골목의 상회라든가… 베전골목이라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리지널만 사겠습니까? 가짜도 만들겠죠. 도둑질도 하겠죠? 중국산 사다가 염색도 하겠죠. 그런 것까지 우리는 어떻게 못하죠.”

*모은희 기자: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안동포는 중국산 삼베보다 많게는 서른 배 이상 비쌉니다.

가장 정교하게 만든 중국산 특품은 한 필에 20만원 선. 수의 한 벌에 다섯 필이 들어가니까 백만원 정도가 듭니다. 안동 수의의 가격은 이보다 세 배 이상 높아 최하 3백만원입니다.

안동의 한 염색 업체입니다. 안동포 염색도 일부 하고 있지만, 염색하는 원단의 대부분은 중국산입니다.

*모은희 기자:
순수 안동산이든, 수입한 중국산이든 간에 원단은 이렇게 표백과 염색 과정을 거쳐 원래의 색에서 새로운 색으로 탈바꿈합니다.

색깔로 구별이 가능했던 안동포와 중국포가 염색 뒤에는 안동포 종사자들이나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해지는 것입니다.

*모은희 기자:
“전혀 모르겠는데요. 촬영해도 모르겠는데요.”

*염색업자:
“전혀 모르죠. 서울에서 베 지어 놓았다는 안동포는 전부다 이런 걸로 둔갑이 돼서 지었죠.”

*모은희 기자:
이렇게 중국에서 수입한 삼베를 굳이 안동까지 가져와 염색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값비싼 안동포로 둔갑하기 위해서입니다.

*염색업자:
“예전부터 우리는 안동포만 전문적으로 했는데, 중국포가 들어오면서 상인들이 안동포와 거의 비슷하게 해다오, 그렇게 원을 하죠. 중국산 좋은 놈을… 중국산도 질이 여러 개니까 둔갑이 되겠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야 그냥 가공만 해주니까 그걸로 끝나는데, 판매할 때는 둔갑이 된다고 봐야 되겠죠. (기자: 다른 데선 이런 색깔을 못 내요?) 못 내죠. 경기도 지방에도 가공업소가 있어요. 있는데, 이 색깔을 못 내는가 봐.”

*모은희 기자:
중국삼베가 우리 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9년 전인 지난 1983년. 이제 시장의 80%가 중국산 차지입니다.

안동의 한 업자도 실제로 안동포가 그렇게 많이 팔리지 못한다고 증언합니다.

*안동현지업자:
“병원에서 (안동수의를) 한 달에 열 벌 판다고 치면 열벌이면 안동포가 50필 들어갑니다. 50필이면 장날에 매일 여기 와야 하는데 여기로 온 흔적이 없거든요. 거의 매번 안동 와서 소문이 계속 나야 할 정도여야죠”

*모은희 기자:
전국에 나도는 안동포의 90%는 가짜 안동포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안동에 위치한 이 공장은 중국에서 수입한 실을 기계에 넣어 짜고 있습니다. 순수 안동포가 1년 동안 생산되는 양을 한 달이면 거뜬히 만들어 냅니다. 수입산 기계직이지만 완제품은 ‘안동삼베’ 이름을 달고 팔립니다.

*김규원(안동삼베㈜ 대표):
“기계직도 안동서 생산하면 안동포고, 재래식도 안동포고, 마찬가지로 생산할 수 있다고 얘기를 들었지만 길쌈과 기계직은 구분을 하고 싶죠.”

*모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의에 원산지와 제조방법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표기가 안 된 것들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을 뿐더러, 표기한 내용이 진짜인지를 가릴 전문가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석준(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과장):
“소비자가 우리한테 신고를 한다든가 아니면 소비자보호위원회에 신고를 한다든가 하면은 우리가 그것을 구체적으로 조사를 해 가지고 판명이 나면은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거죠.”

*모은희 기자:
소비자 피해나 제보가 접수된 뒤에야 움직여 지난 3년간 단 한차례 적발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막상 중국산을 구입하고도 진품과 구별이 힘들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거의 신고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안동포 생산 마을인 이 곳에선 오늘도 할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삶아 말려 놓은 삼껍질을 손톱으로 일일이 째고 훑어 내려 가닥을 냅니다. 가늘게 쨀 수록 고운 베가 나오기 때문에 세심한 정성이 들어갑니다. 만들어진 올을 하나하나 무릎에 놓고 비벼 꼬아 실을 만듭니다.

*모은희 기자:
“하루 종일 일해서 한 필 만들려면 몇 일 걸려요?”

*할머니:
“며칠 걸리다니? 몇 달 걸리는데, 이 아가씨야… 생냉이 한 필 하는 데는 눈물이 서 말이야. 그만큼 힘이 든다구.”

*모은희 기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1년에 두 필 만들어 봤자 손에 들어오는 건 고작 100만 원입니다.

*박분주(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중국산이 워낙 싸 가지고 안동포가 대접을 못 받는다카이. 중국산이라고는 참말로 구경도 못 해봤는데… 우리 자식들도 객지에 나가서 베 살려고 하면 몰라.”

*모은희 기자:
이렇게 집집마다 짠 안동포는 모두 합쳐 한 해 5천 필밖에 되지 않습니다. 천 벌의 수의를 만들 수 있는 분량입니다.

*조명석(안동포특산단지 대표):
“젊은 사람들은 배우지를 않아요. 타산도 안 맞을 뿐더러 딴 일보다 하기가 어렵습니다. 무릎에 대고 비비면 무릎이 까지잖아요. 그리고 손톱으로 째야 되죠. 잇는데도 물어뜯고 해야 하죠. 이러니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모은희 기자:
중국삼베가 들어오면서 안동포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안동시는 그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김연진(안동시청 지역경제과장):
“안동포는 안동지역에서 생산된 대마를 가지고 원료로 해서 손으로 짜서 만든 것을 진짜 안동포라고 합니다.”

*모은희 기자:
“기계로 짠 것이나 중국에서 들여 온 대마를 안동에서 짠 것은 모두 진짜 안동포가 아닌가요?”

*김연진(안동시청 지역경제과장) :
“그런 건 안동포가 아닙니다.”

*모은희 기자:
안동시는 또 순수 안동포에 대해 연말부터 위조방지 표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김연진(안동시청 지역경제과장):
“롤 끝부분에 수술이 있습니다. 이 수술은 기계직으로는 이렇게 나올 수 없습니다. 수작업에 의해서만 나올 수가 있는 것이고 또 짜는 사람 이름이 직접 자기네들이 자기 이름을 새기도록 돼 있습니다. 홀로그램에는 일련 넘버가 붙게 돼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다 있는 것만이 진짜 안동포입니다.”

*모은희 기자:
오로지 안동 임하농협에서만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박미자(임하농협 과장):
진품을 사시려면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가 원산지이거든요. 그 할머니가 몇 필 짜는 것까지다 알고 있거든요.”

*모은희 기자:
우리 나라의 한 해 사망자 수는 약 25만 명.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75%인 19만 명이고, 이 중에 진짜 안동수의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천 명에 불과합니다. 물 밀듯이 들어오는 중국산 수의 때문에 장인들의 땀과 정성이 올올이 담긴 안동 수의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엔 4천만 원, 심지어 1억 원을 호가하는 황금 수의까지 등장했습니다. 매장보다 화장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수의를 선호하는 것도 안동포가 사라지는 커다란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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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포가 사라진다
    • 입력 2002-04-28 00:00:00
    취재파일K
■방송 : 2002년 4월 28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모은희 기자 monnie@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모은희 기자: 벌거숭이로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누구나 입고 가는 옷. 바로 수의입니다. 값싼 중국산 수의가 10년째 시장을 점령하면서 국산 전통수의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특히 수의 중에서도 안동수의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될만큼 으뜸으로 치지만, 시중에 팔리는 비싼 안동수의의 90%가 중국산 가짜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전통삼베의 설 자리를 빼앗는 중국산 삼베의 실태와, 중국산을 안동포로 거짓 유통하는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모은희 기자: 경기도에 사는 일흔 살의 전춘식 할머니는 우리나라 삼베라는 말을 믿고 비싸지만 280만원에 수의 한 벌을 구입했습니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지금도 다달이 10만원씩 할부금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산 수의는 알고 보니 국산이 아닌 중국산이었습니다. 원가는 80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전춘식(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팔 때는 그 장사가 와서는 확실하단 얘기를 얼마나 선전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어리석고 순진한 할머니들이 속지.” *모은희 기자: 이처럼 소비자들이 안동포 등 우리 나라 수의를 값싼 중국산 수의로 잘못 알고 사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상점에 들어가 수의를 만든다며 안동포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포목점 상인: “안동포는 (한 필에) 100만 원까지 있어요. (안동포 확실해요?) 안동에서 사람이 가지고 올라온 거니까 그렇게 아시면 돼요.” *모은희 기자: 하지만 이 곳에서 내 놓은 삼베는 진짜 안동포가 아닙니다. 일반인이 봐서는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강성구(안동포 바로 알리고 제값받기 운동): “안동포는 적어도 고르게 짜여 있어요. 이런 빈 틈이 없어요. 이런 공간이. 이렇게 얼룩이 지게끔 특별히 넓은 데나 이런 데가 없고 조직이 색깔도 고루 분포돼 있어요.” *모은희 기자: 안동포 전문가가 진짜가 아니라고 따지자 상인은 말꼬리를 흐립니다. *모은희 기자: “어느 분한테 샀어요?” *포목점 상인: “이거는 아까 내가 보따리 상인한테.” *모은희 기자: “보따리 상인은 어떤 사람인데요?” *포목점 상인: “안동에서 왔다고 그래서 안동포라고 해달라고 그래서 산 거라니까요. 개인한테 산 거라 저희도 안동폽니다라고 확신하고 얘기를 못 드리는 게…” *모은희 기자: 부근의 다른 포목점에 들렀습니다. 상인은 안동포라며 서너 필을 내놓습니다. *포목점 상인: “근데 (도장) 찍는 게 있고 안 찍는 게 있고 그래요, 그거는. (기자: (도장)안 찍은 것도 안동포에요?) 그렇죠. 안동에서 짰으면 안동포죠.” *모은희 기자: 하지만 안동명산이나 안동특산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삼베는 안동포가 아니라고 전문가는 설명합니다. 대형 종합병원 장례식장, 품질을 비교해 보고 살 수 있도록 견본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수의 가운데 안동 수의도 진열돼 있습니다. *안동포 전문가: “사실은 안동에서는 이렇게 짜이는 예가 극히 실수가 아니면 없어요.” *모은희 기자: 병원 관계자는 업체에서 안동수의라고 공급했기 때문에 안동포로 믿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 “직영처리를 하기 때문에 업체를 선정하면 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선정해요. 회사에서도 원단이나 원사를 검수 다 하고…” *모은희 기자: 그렇다면 유명 종합병원에 수의를 납품하는 제조업체는 어떤지 찾아갔습니다. 업체에서 안동포라고 보여준 삼베에는 어찌 된 일인지 안동포에 표시돼 있어야 할 제조자의 이름이나 도장이 찍혀있지 않습니다. *모은희 기자: “다른 거는 도장이 왜 없어요?” *업체 관계자: “부업으로 농가에서 가끔 할머니들이 짜는 것이기 때문에 표준화, 규격화된 내용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안동 산지에서 직접 구입을 하죠. 원단 중에 (가짜가) 섞였는지 안 섞였는지 우리는 모르죠. 속여도 모를 수는 있죠. 우리가 육안으로 봤을 때 안동포로 통상 나오는 질을 기준으로 사오는 거죠.” *모은희 기자: 안동포가 가짜 아니냐고 캐묻자 제조업자는 안동에서 사오는 원단을 가공할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업체 관계자: “안동의 베전 골목의 상회라든가… 베전골목이라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리지널만 사겠습니까? 가짜도 만들겠죠. 도둑질도 하겠죠? 중국산 사다가 염색도 하겠죠. 그런 것까지 우리는 어떻게 못하죠.” *모은희 기자: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안동포는 중국산 삼베보다 많게는 서른 배 이상 비쌉니다. 가장 정교하게 만든 중국산 특품은 한 필에 20만원 선. 수의 한 벌에 다섯 필이 들어가니까 백만원 정도가 듭니다. 안동 수의의 가격은 이보다 세 배 이상 높아 최하 3백만원입니다. 안동의 한 염색 업체입니다. 안동포 염색도 일부 하고 있지만, 염색하는 원단의 대부분은 중국산입니다. *모은희 기자: 순수 안동산이든, 수입한 중국산이든 간에 원단은 이렇게 표백과 염색 과정을 거쳐 원래의 색에서 새로운 색으로 탈바꿈합니다. 색깔로 구별이 가능했던 안동포와 중국포가 염색 뒤에는 안동포 종사자들이나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해지는 것입니다. *모은희 기자: “전혀 모르겠는데요. 촬영해도 모르겠는데요.” *염색업자: “전혀 모르죠. 서울에서 베 지어 놓았다는 안동포는 전부다 이런 걸로 둔갑이 돼서 지었죠.” *모은희 기자: 이렇게 중국에서 수입한 삼베를 굳이 안동까지 가져와 염색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값비싼 안동포로 둔갑하기 위해서입니다. *염색업자: “예전부터 우리는 안동포만 전문적으로 했는데, 중국포가 들어오면서 상인들이 안동포와 거의 비슷하게 해다오, 그렇게 원을 하죠. 중국산 좋은 놈을… 중국산도 질이 여러 개니까 둔갑이 되겠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야 그냥 가공만 해주니까 그걸로 끝나는데, 판매할 때는 둔갑이 된다고 봐야 되겠죠. (기자: 다른 데선 이런 색깔을 못 내요?) 못 내죠. 경기도 지방에도 가공업소가 있어요. 있는데, 이 색깔을 못 내는가 봐.” *모은희 기자: 중국삼베가 우리 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9년 전인 지난 1983년. 이제 시장의 80%가 중국산 차지입니다. 안동의 한 업자도 실제로 안동포가 그렇게 많이 팔리지 못한다고 증언합니다. *안동현지업자: “병원에서 (안동수의를) 한 달에 열 벌 판다고 치면 열벌이면 안동포가 50필 들어갑니다. 50필이면 장날에 매일 여기 와야 하는데 여기로 온 흔적이 없거든요. 거의 매번 안동 와서 소문이 계속 나야 할 정도여야죠” *모은희 기자: 전국에 나도는 안동포의 90%는 가짜 안동포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안동에 위치한 이 공장은 중국에서 수입한 실을 기계에 넣어 짜고 있습니다. 순수 안동포가 1년 동안 생산되는 양을 한 달이면 거뜬히 만들어 냅니다. 수입산 기계직이지만 완제품은 ‘안동삼베’ 이름을 달고 팔립니다. *김규원(안동삼베㈜ 대표): “기계직도 안동서 생산하면 안동포고, 재래식도 안동포고, 마찬가지로 생산할 수 있다고 얘기를 들었지만 길쌈과 기계직은 구분을 하고 싶죠.” *모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의에 원산지와 제조방법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표기가 안 된 것들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을 뿐더러, 표기한 내용이 진짜인지를 가릴 전문가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석준(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과장): “소비자가 우리한테 신고를 한다든가 아니면 소비자보호위원회에 신고를 한다든가 하면은 우리가 그것을 구체적으로 조사를 해 가지고 판명이 나면은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거죠.” *모은희 기자: 소비자 피해나 제보가 접수된 뒤에야 움직여 지난 3년간 단 한차례 적발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막상 중국산을 구입하고도 진품과 구별이 힘들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거의 신고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안동포 생산 마을인 이 곳에선 오늘도 할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삶아 말려 놓은 삼껍질을 손톱으로 일일이 째고 훑어 내려 가닥을 냅니다. 가늘게 쨀 수록 고운 베가 나오기 때문에 세심한 정성이 들어갑니다. 만들어진 올을 하나하나 무릎에 놓고 비벼 꼬아 실을 만듭니다. *모은희 기자: “하루 종일 일해서 한 필 만들려면 몇 일 걸려요?” *할머니: “며칠 걸리다니? 몇 달 걸리는데, 이 아가씨야… 생냉이 한 필 하는 데는 눈물이 서 말이야. 그만큼 힘이 든다구.” *모은희 기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1년에 두 필 만들어 봤자 손에 들어오는 건 고작 100만 원입니다. *박분주(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중국산이 워낙 싸 가지고 안동포가 대접을 못 받는다카이. 중국산이라고는 참말로 구경도 못 해봤는데… 우리 자식들도 객지에 나가서 베 살려고 하면 몰라.” *모은희 기자: 이렇게 집집마다 짠 안동포는 모두 합쳐 한 해 5천 필밖에 되지 않습니다. 천 벌의 수의를 만들 수 있는 분량입니다. *조명석(안동포특산단지 대표): “젊은 사람들은 배우지를 않아요. 타산도 안 맞을 뿐더러 딴 일보다 하기가 어렵습니다. 무릎에 대고 비비면 무릎이 까지잖아요. 그리고 손톱으로 째야 되죠. 잇는데도 물어뜯고 해야 하죠. 이러니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모은희 기자: 중국삼베가 들어오면서 안동포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안동시는 그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김연진(안동시청 지역경제과장): “안동포는 안동지역에서 생산된 대마를 가지고 원료로 해서 손으로 짜서 만든 것을 진짜 안동포라고 합니다.” *모은희 기자: “기계로 짠 것이나 중국에서 들여 온 대마를 안동에서 짠 것은 모두 진짜 안동포가 아닌가요?” *김연진(안동시청 지역경제과장) : “그런 건 안동포가 아닙니다.” *모은희 기자: 안동시는 또 순수 안동포에 대해 연말부터 위조방지 표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김연진(안동시청 지역경제과장): “롤 끝부분에 수술이 있습니다. 이 수술은 기계직으로는 이렇게 나올 수 없습니다. 수작업에 의해서만 나올 수가 있는 것이고 또 짜는 사람 이름이 직접 자기네들이 자기 이름을 새기도록 돼 있습니다. 홀로그램에는 일련 넘버가 붙게 돼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다 있는 것만이 진짜 안동포입니다.” *모은희 기자: 오로지 안동 임하농협에서만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박미자(임하농협 과장): 진품을 사시려면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가 원산지이거든요. 그 할머니가 몇 필 짜는 것까지다 알고 있거든요.” *모은희 기자: 우리 나라의 한 해 사망자 수는 약 25만 명.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75%인 19만 명이고, 이 중에 진짜 안동수의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천 명에 불과합니다. 물 밀듯이 들어오는 중국산 수의 때문에 장인들의 땀과 정성이 올올이 담긴 안동 수의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엔 4천만 원, 심지어 1억 원을 호가하는 황금 수의까지 등장했습니다. 매장보다 화장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수의를 선호하는 것도 안동포가 사라지는 커다란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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