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만도 못해요

입력 2003.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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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3년 7월 20일(일) 밤09:30~10:10 / KBS1
■취재 : 구본국 기자 bongug@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오프닝 멘트:
정부도 인정하는 불경기에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남대문 시장의 한 할머니는 장사를 시작한지 40년 만에 지금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INF당시보다 더한 불경기는 지방시장도 마찬가집니다. 불경기를 살아가는 상인들의 24시를 취재했습니다.

* 구본국 기자:
금요일 오후의 남대문 시장. 언제나처럼 손님을 부르는 노점상의 목소리는 활기차게 울려집니다.

* 녹취:
“자 오세요. 바지가 3장에 만원.”

* 구본국 기자:
노점상들의 판촉 전략은 초 저가의 세일입니다. 바지 하나에 3천원,구두 한 켤레 7천원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입니다.

* 임남철/(선글라스 판매 상인):
"5천원 넘어 지면 잘 안 산다니까요. 옛날에는 만원도,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만원이면 편하게 쓸 수 있었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니 까요."

* 류미옥/(주부):
“난 잘 안 나와요. 나오면은 돈 쓰니까.아예 사람이 눈으로 보면 다 사고 싶잖아요.”

* 구본국 기자:
초 저가의 노점상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서울로 온 78살의 김인실 할머니. 노점에서 시작해 남대문에서만 40년 청바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끊이지 않는 손님에 자리 앉을 시간도 없었지만 요즘은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습니다. 한시간을 기다려 봐야 찾는 손님은 겨우 2,3명. 그러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할머니의 40년 장사이력도 효과가 없습니다.

* 녹취:
손 님: “2만 오천원에 파세요.”
할머니: “2만 오천 원엔 안되고요.3만원이면 원가예요. 좋은 기에요. 저 번에도 사 가셨다며.”
손 님: “다음에 오지요 놔두세요.다음에 오겠습니다. 다음에 우리 아저씨하고 같이 오겠습니다.”
할머니: “왜 가. 하나 팔아주지. 아줌마 하나 팔아줘, 왜 가? ”

*김인실/(청바지 전문 점포 운영):
“바지 3개,4개 입어보고도 그냥 가. 입어보고 하나 팔려고 입어 보고도 보여주면 막 푸르고 하고 입어 보고도 그냥 가자나. ”

* 구본국 기자:
힘든 흥정 끝에 그나마 하나라도 팔면 김 할머니는 아이마냥 들뜹니다. 오늘 하루 할머니가 힘겹게 판 청바지는 모두 4벌. 노점에서 시작해 가게도 얻고 자녀 둘을 어엿하게 키웠지만40년 장사 생활에 이런 불경기는 처음입니다

* 김인실/(청바지 전문 점포 운영):
“제일 안 되는 거야. 지금 이렇게 안 돼 보지는 않거든요. 너무 안 되 안 될 정도가 아니야 나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도 4,5장 팔기가 힘들어요, 한 두 장 팔고 가는 날이 많아요.이 상가 안에는 개시 못하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 구본국 기자:
가게 숫자만 만 여 개의 시장 종사자가 약 5만 여명에 이르는 남대문 시장. 먹거리에서 의류, 액세서리까지 없는 게 없고 싼 가격과 흥정의 재미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유명한 관광 명소였지만 외국인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하루 많게는 백 20여명이나 찾아와 쉴 뜸이 없었던 관광안내소는 이제 가게 만큼이나 한적한 곳이 됐습니다.

* 김은배/(남대문 시장 관광 안내소 안내원):
“정보 같은 것을 가지고 가시려고 많이 들리셔서 많이 여쭤 보시고 그러셨는데 사스 이후에 뭐 그때는 정말 너무나 한산해서 뭐 이정도로 사람이 안 오나 싶을 정도로 안 왔었는데…”

* 구본국 기자:
이 같은 불황에 상인 절반정도가 장사를 포기하려 하지만 그것도 쉽진 않습니다.

* 김경환/(현대 부동산):
“프레미엄 붙어서 한 일억 3천정도 나왔어요. 지금 그렇게 나가던 가계가 지금 뭐 3천 이렇게 장사하십시오 이렇게 해도 안 들어와요.”

* 구본국 기자:
남대문시장에 밤이 찾아 왔습니다. 다른 시장과 달이 남대문 시장의 밤과 새벽은 전체매출의 70%가 팔리는 낮보다 더 분주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의 최대고객은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지방 상인들로 남대문 시장 매출액의 절반이상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목포에서 출발해 남대문에서 물건을 떼러 온 김순희씨. 4시간동안 쉬는 시간 없이 약 50여 곳의 여성복 가게를 둘러보며 다리품을 팝니다.

* 김순희/(목포 지방 상인):
“많이 들리죠. 엄청. 뭐 가계마다 정해 놓고 사는 게 아니라 반품 하지 않는 이상에는 보면서 오고 가면서 이자 그냥 맘에 드는 거는 그냥 사는 거예요. 그렇게 사죠. “

* 구본국 기자:
김순희씨가 오늘 가져온 돈은 2백 여만 원.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번에 3백만 원 어치 물건을 해갔지만 목포에서 팔리는 양이 줄어들다 보니 시장 오는 횟수와 물건 양을 3분의 1정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방 상인들의 이 같은 규모 줄이기는 새벽 동안 문을 여는 남대문 도매상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 오태옥/ (여성복 점포 운영):
“잘 될 때는 일을 열심히 하니까 뭐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되니까 배고플 땐 뭐 이거 그냥
뚝딱 언제 먹나 싶어 막 먹고. 손님 없으면 운동력이 없으니까 밥 맛이 없지. 소화도 안 되지. 먹으면”

* 녹취: 송정숙/ (여성복 점포 운영):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예를 들어서 옛날에 한 4,5벌씩 가지고 갈 사람들이 한 두벌로 끝이고 말지.”

* 구본국 기자:
새벽 4시, 한아름의 물건을 산 지방 상인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합니다. 상인별로 사 들고 온 상품들은 하나 둘 지방 행 버스에 실리지만 겨우 한 보따리 정도. 경기 좋을 때는 개인별로 4,5 보따리나 사와서 좌석까지 채웠지만 지금은 짐칸도 여유가 있습니다. 지방 상인들의 남대문시장 행이 줄어들면서 예전 남대문 시장 일대를 가득 채웠던 지방 의류조합의 버스도 절반이상 줄었습니다.

* 박재수/(전남 의류조합 직원):
“IMF 왔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그런 거는 못 느꼈어요. 그때 당시에는. 지금은 완전히 손님이 없어요. 그때만해도 4번씩 왔다 갔다 했어요. 꽉 채워 가지고 지금은 꽉 채워지고”

* 구본국 기자:
한 버스기사는 버스가 싣고 다니는 돈으로 불경기를 이야기합니다.

* 조성환/(전남 의류 조합 버스기사):
버스 기사: “돈은 평상시 1인 당 3백 정도인데요. 1억 정도 되죠. ”
기자: 지금은?
버스 기사: “지금은 한 5천 정도.”
가지: 움직이는 돈이?
버스 기사: “네.”

* 구본국 기자:
듬성 듬성 지방상인을 태운 버스는 각 지방을 향해 출발합니다. 오전 8시, 무 박 이일의 일정이 마무리 되고 각자의 생활터전에 도착합니다.

* 김순희/(목포 지방 상인):
“피곤하죠. 서울 갔다 왔으니까 팔아 야죠. 차에서 이제 타고 오면 좀 자니까…”

* 구본국 기자:
김 사장은 도착과 함께 그날 사온 물건을 정리하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새로 물건을 해 온 날은 그나마 손님이 붐비지만 대부분 구경꾼입니다.

* 정상숙/(손님):
“이제 생각보다 마음에 딱 들어서 왔는데 금액이 생각보다 저렴하다든가 그러면 사게 되고 좀 비싸면 아무래도 못 사게 되죠.”

* 구본국 기자:
김 사장은 그나마 젊은 시절 배웠던 재단 기술로 옷을 수선해 주고 있어 남보다 싼 가격에 팔 고 가게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주변 상가들은 옷 가게는 물론 상당수가 불경기에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 김순희/(목포 지방 상인):
“이 근체에 다 가계였어요.거기 식당 안하고 여기 중화요리 안 하고 다 안 해요. ”

* 구본국 기자:
3백 여대에 이르던 안강망 어선이 고기가 안 잡히는데다 정부의 감 척 정책에 약 백 여대만 남으면서 생기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 이정실/(안강망 어선 기관장):
“불경기에요. 밥 먹고 살기도 힘들어요. (어느 정도?) 말로 표현해야 되겠소.”

* 김순희/(목포 지방 상인)
“뱃 사람들이 한배에 열명씩 이었으면 3백 척이면 얼마나 많았겠어요. 아주배가 들어오면은 이런 상가들이 하나씩 다 찼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 없잖아요.”

* 구본국 기자:
한 밤 지방 상인들을 맞았던 남대문 시장이 다시 아침을 맞습니다. 남들과 거꾸로 사는 남대문 도매 상인 송정숙씨는 힘든 하루 장사를 마무리합니다. 퇴근 대신 송씨가 찾아 간 곳은 남대문 근처의 봉제 공장. 가을용으로 디자인한 옷의 샘플을 보고 수정을 하기 위해 섭니다.

* 녹취: 송정숙 /(여성복 점포 상인):
“언니 이게 더 깨끗하겠어. 내가 생각하는 건 이게 아닌데..소매가. 사장님 이게 아니잖아.”

* 구본국 기자:
피로회복제에 몸을 의지한 채 또 한 계절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 송정숙/(여성복 점포 상인):
“까 먹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샘플 가지고 새로운 걸 해 가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럼 또 잘되면 매력 있는 직업이니까. 힘들어도 그만큼 재미 있으니까.. 우리가 디자인해 가지고 그게 히트 치면 기분도 좋잖아요.”

* 구본국 기자:
또 다른 의류도매상인 오태호씨는 같은 시간 한 사진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이미 완성된 가을용 샘플을 가지고 홍보용 사진 촬영을 위해 섭니다. 준비한 옷은 모두 20여벌. 모델 2명에게 번 갈아 가면서 입혀보고 올 가을에는 히트예감을 가져 봅니다.

* 오태옥/여성복 점포 상인):
“아무래도 예전 좀 성수기 때는 웬만하면 다 통과되고 인기도 있고 좀 그랬는데 요즘은 좀 비수기기때문에 좀 더 디자인에 신경 써야 하고 예전에 비해 커트 수도 줄이기 때문에 ..”

* 구본국 기자:
목포에서는 한 무리의 지방 상인들이 역시 일주일을 준비하기 위해 남대문 시장으로 향합니다.

* 장정옥/(목포 지방 상인):
“그래도 물건 해다 놔야지. 더 안 가면 더 안되고 가면 좀 더 낫지.”

* 클로징 멘트:
IMF에도 그럭저럭 장사는 됐다는 상인들. 디자인에서부터 생산 홍보 판매까지 1인 4역에도 거뜬히 견디던 상인들이 경기가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한 숨을 내 쉬고 있습니다. 새벽시간 5,60킬로가 넘는 물건을 떼는 지방 상인들은 지방경기는 더 죽을 맛이라며 울상입니다. 차라리 IMF때가 더 나았다는 푸념 만큼이나 어려워진 경기 그러나 상인들은 내일이면 나아 지겠지 하는 기대 속에 가을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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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때만도 못해요
    • 입력 2003-07-20 00:00:00
    취재파일K
■방송 : 2003년 7월 20일(일) 밤09:30~10:10 / KBS1 ■취재 : 구본국 기자 bongug@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오프닝 멘트: 정부도 인정하는 불경기에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남대문 시장의 한 할머니는 장사를 시작한지 40년 만에 지금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INF당시보다 더한 불경기는 지방시장도 마찬가집니다. 불경기를 살아가는 상인들의 24시를 취재했습니다. * 구본국 기자: 금요일 오후의 남대문 시장. 언제나처럼 손님을 부르는 노점상의 목소리는 활기차게 울려집니다. * 녹취: “자 오세요. 바지가 3장에 만원.” * 구본국 기자: 노점상들의 판촉 전략은 초 저가의 세일입니다. 바지 하나에 3천원,구두 한 켤레 7천원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입니다. * 임남철/(선글라스 판매 상인): "5천원 넘어 지면 잘 안 산다니까요. 옛날에는 만원도,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만원이면 편하게 쓸 수 있었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니 까요." * 류미옥/(주부): “난 잘 안 나와요. 나오면은 돈 쓰니까.아예 사람이 눈으로 보면 다 사고 싶잖아요.” * 구본국 기자: 초 저가의 노점상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서울로 온 78살의 김인실 할머니. 노점에서 시작해 남대문에서만 40년 청바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끊이지 않는 손님에 자리 앉을 시간도 없었지만 요즘은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습니다. 한시간을 기다려 봐야 찾는 손님은 겨우 2,3명. 그러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할머니의 40년 장사이력도 효과가 없습니다. * 녹취: 손 님: “2만 오천원에 파세요.” 할머니: “2만 오천 원엔 안되고요.3만원이면 원가예요. 좋은 기에요. 저 번에도 사 가셨다며.” 손 님: “다음에 오지요 놔두세요.다음에 오겠습니다. 다음에 우리 아저씨하고 같이 오겠습니다.” 할머니: “왜 가. 하나 팔아주지. 아줌마 하나 팔아줘, 왜 가? ” *김인실/(청바지 전문 점포 운영): “바지 3개,4개 입어보고도 그냥 가. 입어보고 하나 팔려고 입어 보고도 보여주면 막 푸르고 하고 입어 보고도 그냥 가자나. ” * 구본국 기자: 힘든 흥정 끝에 그나마 하나라도 팔면 김 할머니는 아이마냥 들뜹니다. 오늘 하루 할머니가 힘겹게 판 청바지는 모두 4벌. 노점에서 시작해 가게도 얻고 자녀 둘을 어엿하게 키웠지만40년 장사 생활에 이런 불경기는 처음입니다 * 김인실/(청바지 전문 점포 운영): “제일 안 되는 거야. 지금 이렇게 안 돼 보지는 않거든요. 너무 안 되 안 될 정도가 아니야 나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도 4,5장 팔기가 힘들어요, 한 두 장 팔고 가는 날이 많아요.이 상가 안에는 개시 못하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 구본국 기자: 가게 숫자만 만 여 개의 시장 종사자가 약 5만 여명에 이르는 남대문 시장. 먹거리에서 의류, 액세서리까지 없는 게 없고 싼 가격과 흥정의 재미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유명한 관광 명소였지만 외국인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하루 많게는 백 20여명이나 찾아와 쉴 뜸이 없었던 관광안내소는 이제 가게 만큼이나 한적한 곳이 됐습니다. * 김은배/(남대문 시장 관광 안내소 안내원): “정보 같은 것을 가지고 가시려고 많이 들리셔서 많이 여쭤 보시고 그러셨는데 사스 이후에 뭐 그때는 정말 너무나 한산해서 뭐 이정도로 사람이 안 오나 싶을 정도로 안 왔었는데…” * 구본국 기자: 이 같은 불황에 상인 절반정도가 장사를 포기하려 하지만 그것도 쉽진 않습니다. * 김경환/(현대 부동산): “프레미엄 붙어서 한 일억 3천정도 나왔어요. 지금 그렇게 나가던 가계가 지금 뭐 3천 이렇게 장사하십시오 이렇게 해도 안 들어와요.” * 구본국 기자: 남대문시장에 밤이 찾아 왔습니다. 다른 시장과 달이 남대문 시장의 밤과 새벽은 전체매출의 70%가 팔리는 낮보다 더 분주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의 최대고객은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지방 상인들로 남대문 시장 매출액의 절반이상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목포에서 출발해 남대문에서 물건을 떼러 온 김순희씨. 4시간동안 쉬는 시간 없이 약 50여 곳의 여성복 가게를 둘러보며 다리품을 팝니다. * 김순희/(목포 지방 상인): “많이 들리죠. 엄청. 뭐 가계마다 정해 놓고 사는 게 아니라 반품 하지 않는 이상에는 보면서 오고 가면서 이자 그냥 맘에 드는 거는 그냥 사는 거예요. 그렇게 사죠. “ * 구본국 기자: 김순희씨가 오늘 가져온 돈은 2백 여만 원.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번에 3백만 원 어치 물건을 해갔지만 목포에서 팔리는 양이 줄어들다 보니 시장 오는 횟수와 물건 양을 3분의 1정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방 상인들의 이 같은 규모 줄이기는 새벽 동안 문을 여는 남대문 도매상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 오태옥/ (여성복 점포 운영): “잘 될 때는 일을 열심히 하니까 뭐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되니까 배고플 땐 뭐 이거 그냥 뚝딱 언제 먹나 싶어 막 먹고. 손님 없으면 운동력이 없으니까 밥 맛이 없지. 소화도 안 되지. 먹으면” * 녹취: 송정숙/ (여성복 점포 운영):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예를 들어서 옛날에 한 4,5벌씩 가지고 갈 사람들이 한 두벌로 끝이고 말지.” * 구본국 기자: 새벽 4시, 한아름의 물건을 산 지방 상인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합니다. 상인별로 사 들고 온 상품들은 하나 둘 지방 행 버스에 실리지만 겨우 한 보따리 정도. 경기 좋을 때는 개인별로 4,5 보따리나 사와서 좌석까지 채웠지만 지금은 짐칸도 여유가 있습니다. 지방 상인들의 남대문시장 행이 줄어들면서 예전 남대문 시장 일대를 가득 채웠던 지방 의류조합의 버스도 절반이상 줄었습니다. * 박재수/(전남 의류조합 직원): “IMF 왔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그런 거는 못 느꼈어요. 그때 당시에는. 지금은 완전히 손님이 없어요. 그때만해도 4번씩 왔다 갔다 했어요. 꽉 채워 가지고 지금은 꽉 채워지고” * 구본국 기자: 한 버스기사는 버스가 싣고 다니는 돈으로 불경기를 이야기합니다. * 조성환/(전남 의류 조합 버스기사): 버스 기사: “돈은 평상시 1인 당 3백 정도인데요. 1억 정도 되죠. ” 기자: 지금은? 버스 기사: “지금은 한 5천 정도.” 가지: 움직이는 돈이? 버스 기사: “네.” * 구본국 기자: 듬성 듬성 지방상인을 태운 버스는 각 지방을 향해 출발합니다. 오전 8시, 무 박 이일의 일정이 마무리 되고 각자의 생활터전에 도착합니다. * 김순희/(목포 지방 상인): “피곤하죠. 서울 갔다 왔으니까 팔아 야죠. 차에서 이제 타고 오면 좀 자니까…” * 구본국 기자: 김 사장은 도착과 함께 그날 사온 물건을 정리하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새로 물건을 해 온 날은 그나마 손님이 붐비지만 대부분 구경꾼입니다. * 정상숙/(손님): “이제 생각보다 마음에 딱 들어서 왔는데 금액이 생각보다 저렴하다든가 그러면 사게 되고 좀 비싸면 아무래도 못 사게 되죠.” * 구본국 기자: 김 사장은 그나마 젊은 시절 배웠던 재단 기술로 옷을 수선해 주고 있어 남보다 싼 가격에 팔 고 가게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주변 상가들은 옷 가게는 물론 상당수가 불경기에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 김순희/(목포 지방 상인): “이 근체에 다 가계였어요.거기 식당 안하고 여기 중화요리 안 하고 다 안 해요. ” * 구본국 기자: 3백 여대에 이르던 안강망 어선이 고기가 안 잡히는데다 정부의 감 척 정책에 약 백 여대만 남으면서 생기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 이정실/(안강망 어선 기관장): “불경기에요. 밥 먹고 살기도 힘들어요. (어느 정도?) 말로 표현해야 되겠소.” * 김순희/(목포 지방 상인) “뱃 사람들이 한배에 열명씩 이었으면 3백 척이면 얼마나 많았겠어요. 아주배가 들어오면은 이런 상가들이 하나씩 다 찼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 없잖아요.” * 구본국 기자: 한 밤 지방 상인들을 맞았던 남대문 시장이 다시 아침을 맞습니다. 남들과 거꾸로 사는 남대문 도매 상인 송정숙씨는 힘든 하루 장사를 마무리합니다. 퇴근 대신 송씨가 찾아 간 곳은 남대문 근처의 봉제 공장. 가을용으로 디자인한 옷의 샘플을 보고 수정을 하기 위해 섭니다. * 녹취: 송정숙 /(여성복 점포 상인): “언니 이게 더 깨끗하겠어. 내가 생각하는 건 이게 아닌데..소매가. 사장님 이게 아니잖아.” * 구본국 기자: 피로회복제에 몸을 의지한 채 또 한 계절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 송정숙/(여성복 점포 상인): “까 먹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샘플 가지고 새로운 걸 해 가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럼 또 잘되면 매력 있는 직업이니까. 힘들어도 그만큼 재미 있으니까.. 우리가 디자인해 가지고 그게 히트 치면 기분도 좋잖아요.” * 구본국 기자: 또 다른 의류도매상인 오태호씨는 같은 시간 한 사진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이미 완성된 가을용 샘플을 가지고 홍보용 사진 촬영을 위해 섭니다. 준비한 옷은 모두 20여벌. 모델 2명에게 번 갈아 가면서 입혀보고 올 가을에는 히트예감을 가져 봅니다. * 오태옥/여성복 점포 상인): “아무래도 예전 좀 성수기 때는 웬만하면 다 통과되고 인기도 있고 좀 그랬는데 요즘은 좀 비수기기때문에 좀 더 디자인에 신경 써야 하고 예전에 비해 커트 수도 줄이기 때문에 ..” * 구본국 기자: 목포에서는 한 무리의 지방 상인들이 역시 일주일을 준비하기 위해 남대문 시장으로 향합니다. * 장정옥/(목포 지방 상인): “그래도 물건 해다 놔야지. 더 안 가면 더 안되고 가면 좀 더 낫지.” * 클로징 멘트: IMF에도 그럭저럭 장사는 됐다는 상인들. 디자인에서부터 생산 홍보 판매까지 1인 4역에도 거뜬히 견디던 상인들이 경기가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한 숨을 내 쉬고 있습니다. 새벽시간 5,60킬로가 넘는 물건을 떼는 지방 상인들은 지방경기는 더 죽을 맛이라며 울상입니다. 차라리 IMF때가 더 나았다는 푸념 만큼이나 어려워진 경기 그러나 상인들은 내일이면 나아 지겠지 하는 기대 속에 가을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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