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을 마셔야 하나?

입력 2003.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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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3년 7월20(일) 밤 9:30~10:10/ KBS1
■취재 : 박선규 기자 sunpark@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오프닝 멘트:
정수기 문제를 다뤘던 지난 달 '믿고 마셔야 하나' 방송 후 시청자들이 보여준 반응은 그렇다면 이제 어떤 물을 마셔야 하나라는 걱정이었습니다. 뒤늦게 제조업자들이 품질개선을 약속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했는지 또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은 어떤 것인지 취재했습니다.

*박선규 기자:
월곡동에 사는 주부 송윤영씨는요즘 정수기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합니다.특히 2살짜리 딸의 분유를 탈 때면굳이 왜 샀나 하는 후회도 밀려옵니다.

*송윤영(서울 월곡동):
(우유를 보니까 끓인 물로 타시네요?)
"네. 정수기 속에서 일반세균이 기준치보다 많이 나오니까 끓이면 좀 줄어지지 않을까해서 끓인 물로 타고 있습니다."

(정수기는 왜 사셨어요?)
"들어보니까 수돗물에 중금속도 좀 많이 녹아있다고 그러고..."

*박선규 기자:
청운동에 사는 김정희씨도 요즘 물을 끓여 마십니다.

*김정희(서울 청운동):
"그전에는 수돗물이 조금 안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정수기물을 먹었는데 TV를 보고는 조금 불안해서 정수기물을 다시 끓여먹고 있어요."

(조금 전에 보니까 아이들은 냉장고에 있는 물을 그대로 먹기도 하네요.)
"여름에는 뜨거운 걸 끓여야 되니까, 그때 그때 애들 양을 못 대니까 어떤 때는 그렇게 먹기도 하거든요."

*신미자(식당운영):
"회사를 믿기 때문에 믿고 손님들에게 줬는데 방송 나간 뒤로는 물 주기도 괜히 제 손이 부끄럽고 좀 좋지 않은 면도 있었고요."

*박선규 기자:
김씨와 신씨처럼 정수기 물을 그대로 먹자니 찝찝하고 그렇다고 수돗물을 마시자니 꺼림칙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선규 기자:
'지난달 믿고 마셔야 하나?' 방송 후A,B,C로 표시된 회사가 어디냐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습니다. 먼저 일반세균과 관련해 A,B,C는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모든 회사가 다 해당되는 문제였습니다. 정수기 구조상 어떤 제품도, 또 같은 형식으로 사용하는 먹는 샘물까지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제조회사들은 일반세균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강변하지만 이것은 몇 년 전 가습기에서 발견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던, 법으로 엄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OO정수기 연구실장:
(일반세균이 이정도 나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고 나가서 물건 파실 때 소비자들에게 얘기할 자신 있으세요?) "....."

*박선규 기자:
수돗물 통과실험에서 정수능력이 가장 뛰어난 A는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였습니다. 원수인 수돗물은 물론, 거즈를 통과시킨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B와 C는 중공사막과 복합필터 방식이었습니다. 방식이 같을 경우 회사나 제품과 관계없이 이런 결과는 거의 다르지 않았습니다.

*박석순(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역삼투압 방식은 물속에 들어있는 아주 미네랄 성분까지 다 거릅니다. 이렇게 거르면 오염물질은 제거될 지 몰라도 물속에 남아있는 모든 미네랄 성분을 다 제거하기 때문이 이 물이 결코 좋은 물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공사막이라든지 세라믹이라든지 이런 방법들은 수돗물에 남아있는 물질 이상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결국은 수돗물과 같은 물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박선규 기자:
KBS의 문제제기에 업계는 뒤늦게 자성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조 업자들은 일간지에 광고를 내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히고 철저한품질관리와 제도개선을 위해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수기 심의위원 3명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했습니다.

*정 용(연세대 교수/정수기 심의위원):
"저희 심의위원들은 현행 정수기 품질 심의의 내용과 구조가 국민건강과 안녕을 지키지 못한다는 불합리한 점들을 수년간 지적하고 그것을 개선할 것을 건의해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개선이 되고 있지를 않으므로 더 이상 심의위원으로써 부당한 심의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들은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박선규 기자:
이들은 KBS가 제기한 문제들은 내부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것으로 기형적인 심의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먹는 물 관리법에는 ‘정수기는 먹는 물을 처리해먹는 물의 수질기준에 적합하게 하는 기구’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마실 수 없는 물이 아니라 이미 마실 수 있는 물을 왜 굳이 처리해야 하는지, 또 처리된 물의 수질이 처리전과 같아도 된다면 정수기는 왜 필요한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규정입니다.

*박선규 기자:
이런 규정에 따라 정수기는 수돗물을 흘려 실험합니다. 일반세균과 냄새, 맛, 색, 맑기 등 5가지 검사만 통과하면 합격돼 판매가 가능해 집니다. 검사항목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 제거는 애초부터 들어있지 않습니다. 일반세균 검사는 수돗물 자체에 원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재나 마나 한 것, 여기에 맛이나 냄새 또한 기계가 아닌 사람의 감각으로 잴 뿐입니다. 단순히 거즈 장치만 하고도 합격될 수 있다는 얘기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부품의 재질이나 규격에 대한 규정도 전혀 없습니다.

*이정섭(환경부 수도관리과 과장):
"97년도 법이 개정돼서 정수기 관리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뭐 부분적으로는 보완을 해 왔지만 제도적으로 완비되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라는 부분 인정을 합니다. 이렇게 진행된 거는 어쨌든 간에 제도의 미비에서 비롯됐다고 인정을 하겠습니다."

*박선규 기자:
문제는 이 뿐이 아닙니다. 허술한 제품들의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다름 아닌 제조업자들이 중심이 된 기구입니다. 심의 위원회라는 타이틀을 붙여 놓고는 있지만 업자들의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나머지 위원들도 위원장에 의해 지명됩니다. 독립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놀랍게도 지난해에는 정수기를 감시해야 할 서울시의 수돗물 평가위원장과 부위원장까지심의위원으로 들러리를 섰습니다.

*김연화(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정수기 심의위원):
"사업자 단체의 대표성을 띤 분이 위원장으로 계시고 그 다음에 또 거기에서 검사기관의 설정, 그 다음에 검사위원의 위촉까지를 다 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확하고 그 다음에 정당한 심사가 될 수 없는 그런 현실적인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정규봉(한국 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지금까지 심의하신 것 중 불합격률은 어느정도나 되는 지 통계를 좀 볼 수 있을까요?)
"불합격률은 지금 우리가 몇 프로라는 얘기보다도 그때 심의가 안 되는 부분이 한 30%정도 됩니다. 그 당시에 안 돼 가지고..."

(그건 유예하는 거죠. 보류, 불합격이 아니고...)
"보류이고 그 다음에 보완을 해 가지고 두 번, 세 번 검사를 해 가지고 검사기준에 적합하면 해줘야 됩니다."

(검사기준이 사실은 불합격될 이유가 없지요?)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박선규 기자:
환경부는 또 자체 분석기구도 없는 조합을정수기 품질평가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당연히 조합은 외부 분석기관에 용역을 주고 그렇게 지정된 기관은 계약유지를 위해 조합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불합격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고 시중의 정수기들은 이런 과정을 거친 것들입니다.

*정규봉(한국 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검사 들어오잖아요? 간혹 불합격이 나와요.그러면 검사기관이 연락을 해 줘요. 이상하다. 그거 불합격인데 다른 걸로 한번 보내봐 그럽니다.)
"그렇죠. 그렇게 되겠지요. 검사기관에서는 그렇게 되겠지요. 맞아요."

(이상해. 다른 것으로 한번 보내봐 그래요.) "그렇죠."
(그럼 다른 것으로 보내줘요.) "그렇지요."
(그 제품을 성능을 향상시켜서 검사 받는 게 아니고 다른 제품을 가지고 와서 합격 날 때까지 하는 거예요. 그러니 불합격 날 이유가 있습니까?)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박선규 기자:
조합은 이렇게 통과한 제품들에 ‘물’ 마크를 내 주는데 지난 5년 동안 물 마크 판매수입만 20억원을 훨씬 넘습니다.

*이정섭(환경부 수도관리과 과장):
(지금 정수기 조합에는 이쪽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업권을 주셨지요? 환경부에서. 혹시 감사해보신 적 있습니까?)
"저희는 특별히 감사를 한 적은 없습니다. 저희가 특별히 문제 있다고 보는 것은 없습니다."

*빅산규 기자:
업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제품의 질보다는 수돗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왔습니다. 전기분해나 물 속 용해물질의 총량을 나타내는 TDS 는 영업 사원들이 써 먹는 대표적 방법이었습니다.

*정규봉(한국 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정수기를 하시는 입장에서 보면 수돗물 속에 중금속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없지요. 유해성분들은 많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음용수지요. 외국하고 다르게 우리나라는 음용수입니다."

(정수기 업자들이 판매망을 통해서, 영업사원들을 통해서 한 얘기는 ‘수돗물 이거 문제 많습니다. 중금속도 있고 유해성분 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먹으려고 그럽니까’ 하고 겁을 주신 거예요. 그리고 나서 우리 것은 다 걸러냅니다. 이렇게 됐던 거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거기에 대해서... 그 말씀 사실입니다."

*박선규 기자:
이런 상황에 정수기 검사 과정에서 수질검사 대상 시료를 바꿔 치기 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김 모씨(전 정수기 회사직원):
"고객이나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 가서 물을 저희가 채집을 해요. 채수를 하는데 그 물을 그대로 가져가서 맡기는 게 아니고 회사로 와서 바꿔서 간다는 얘기죠. 이상이 없는 물로... 봉인까지 하는데 봉인 필요 없거든요. 왜냐하면 어차피 저희가 경희 대학교 지구환경 연구소에 의뢰 하는데, 매일 가다 보니까 봉인이 있던 없던 거기는 무조건 검사를 해줘요. 그냥 비용만 내면 해주는 거니까. 그리고 나서 ‘적합하다’ 그게 소비자한테 통보가 날라가는 거거든요."

*박선규 기자:
그렇다면 정수기를 계속 써야 할까 말까, 그리고 어떤 물을 마셔야 할까? 한국환경수도연구소에 의뢰해 수돗물, 정수기 물에, 먹는 샘물까지 정밀 분석을 해 봤습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은 어디서도 거의 검출되지 않았고 수질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백영만(한국환경수도연구소 이사):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검출이 안되고요, 질산성 질소를 비롯해서 몇 가지 물질이 검출됩니다. 그런데 그거는 수돗물이나 정수기 통과수나 먹는 샘물 거의 대등소이한 정도로 그렇게 검출되고 있습니다. 다만 수돗물은 소독과정에서 소독 부산물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양은 우리가 무시해도 좋은 정도로 아주 극미량입니다. 정수기를 사용하면 이런 소독 부산물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반세균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히 소비자들께서 녹 찌꺼기가 중금속이 아닐까 그런 걱정을 하시는데 그 녹찌꺼기는 중금속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간단하게 거즈만 통해서도 우리가 거를 수 있는 겁니다."

*백영만(한국환경수도연구소 이사):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요?)
"소독 부산물이라고 하면 끓여주면 금방 제거가 되는 물질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가 소독 부산물을 끓여서 제거를 할 것인지, 아니면 비용을 들여서 정수기를 사용해서 제거를 하되 일반세균에 대해서 감수를 할 것인지 그거는 소비자의 선택 몫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클로징:
대부분 소비자들이 수돗물에 대해서는 필요이상의 불신을, 그리고 정수기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의 신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손놓은 정부의 지원까지... 이런 모든 것들이 오늘의 정수기 문제를 키워 온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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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물을 마셔야 하나?
    • 입력 2003-07-20 00:00:00
    취재파일K
■방송 : 2003년 7월20(일) 밤 9:30~10:10/ KBS1 ■취재 : 박선규 기자 sunpark@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오프닝 멘트: 정수기 문제를 다뤘던 지난 달 '믿고 마셔야 하나' 방송 후 시청자들이 보여준 반응은 그렇다면 이제 어떤 물을 마셔야 하나라는 걱정이었습니다. 뒤늦게 제조업자들이 품질개선을 약속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했는지 또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은 어떤 것인지 취재했습니다. *박선규 기자: 월곡동에 사는 주부 송윤영씨는요즘 정수기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합니다.특히 2살짜리 딸의 분유를 탈 때면굳이 왜 샀나 하는 후회도 밀려옵니다. *송윤영(서울 월곡동): (우유를 보니까 끓인 물로 타시네요?) "네. 정수기 속에서 일반세균이 기준치보다 많이 나오니까 끓이면 좀 줄어지지 않을까해서 끓인 물로 타고 있습니다." (정수기는 왜 사셨어요?) "들어보니까 수돗물에 중금속도 좀 많이 녹아있다고 그러고..." *박선규 기자: 청운동에 사는 김정희씨도 요즘 물을 끓여 마십니다. *김정희(서울 청운동): "그전에는 수돗물이 조금 안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정수기물을 먹었는데 TV를 보고는 조금 불안해서 정수기물을 다시 끓여먹고 있어요." (조금 전에 보니까 아이들은 냉장고에 있는 물을 그대로 먹기도 하네요.) "여름에는 뜨거운 걸 끓여야 되니까, 그때 그때 애들 양을 못 대니까 어떤 때는 그렇게 먹기도 하거든요." *신미자(식당운영): "회사를 믿기 때문에 믿고 손님들에게 줬는데 방송 나간 뒤로는 물 주기도 괜히 제 손이 부끄럽고 좀 좋지 않은 면도 있었고요." *박선규 기자: 김씨와 신씨처럼 정수기 물을 그대로 먹자니 찝찝하고 그렇다고 수돗물을 마시자니 꺼림칙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선규 기자: '지난달 믿고 마셔야 하나?' 방송 후A,B,C로 표시된 회사가 어디냐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습니다. 먼저 일반세균과 관련해 A,B,C는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모든 회사가 다 해당되는 문제였습니다. 정수기 구조상 어떤 제품도, 또 같은 형식으로 사용하는 먹는 샘물까지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제조회사들은 일반세균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강변하지만 이것은 몇 년 전 가습기에서 발견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던, 법으로 엄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OO정수기 연구실장: (일반세균이 이정도 나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고 나가서 물건 파실 때 소비자들에게 얘기할 자신 있으세요?) "....." *박선규 기자: 수돗물 통과실험에서 정수능력이 가장 뛰어난 A는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였습니다. 원수인 수돗물은 물론, 거즈를 통과시킨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B와 C는 중공사막과 복합필터 방식이었습니다. 방식이 같을 경우 회사나 제품과 관계없이 이런 결과는 거의 다르지 않았습니다. *박석순(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역삼투압 방식은 물속에 들어있는 아주 미네랄 성분까지 다 거릅니다. 이렇게 거르면 오염물질은 제거될 지 몰라도 물속에 남아있는 모든 미네랄 성분을 다 제거하기 때문이 이 물이 결코 좋은 물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공사막이라든지 세라믹이라든지 이런 방법들은 수돗물에 남아있는 물질 이상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결국은 수돗물과 같은 물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박선규 기자: KBS의 문제제기에 업계는 뒤늦게 자성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조 업자들은 일간지에 광고를 내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히고 철저한품질관리와 제도개선을 위해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수기 심의위원 3명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했습니다. *정 용(연세대 교수/정수기 심의위원): "저희 심의위원들은 현행 정수기 품질 심의의 내용과 구조가 국민건강과 안녕을 지키지 못한다는 불합리한 점들을 수년간 지적하고 그것을 개선할 것을 건의해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개선이 되고 있지를 않으므로 더 이상 심의위원으로써 부당한 심의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들은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박선규 기자: 이들은 KBS가 제기한 문제들은 내부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것으로 기형적인 심의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먹는 물 관리법에는 ‘정수기는 먹는 물을 처리해먹는 물의 수질기준에 적합하게 하는 기구’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마실 수 없는 물이 아니라 이미 마실 수 있는 물을 왜 굳이 처리해야 하는지, 또 처리된 물의 수질이 처리전과 같아도 된다면 정수기는 왜 필요한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규정입니다. *박선규 기자: 이런 규정에 따라 정수기는 수돗물을 흘려 실험합니다. 일반세균과 냄새, 맛, 색, 맑기 등 5가지 검사만 통과하면 합격돼 판매가 가능해 집니다. 검사항목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 제거는 애초부터 들어있지 않습니다. 일반세균 검사는 수돗물 자체에 원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재나 마나 한 것, 여기에 맛이나 냄새 또한 기계가 아닌 사람의 감각으로 잴 뿐입니다. 단순히 거즈 장치만 하고도 합격될 수 있다는 얘기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부품의 재질이나 규격에 대한 규정도 전혀 없습니다. *이정섭(환경부 수도관리과 과장): "97년도 법이 개정돼서 정수기 관리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뭐 부분적으로는 보완을 해 왔지만 제도적으로 완비되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라는 부분 인정을 합니다. 이렇게 진행된 거는 어쨌든 간에 제도의 미비에서 비롯됐다고 인정을 하겠습니다." *박선규 기자: 문제는 이 뿐이 아닙니다. 허술한 제품들의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다름 아닌 제조업자들이 중심이 된 기구입니다. 심의 위원회라는 타이틀을 붙여 놓고는 있지만 업자들의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나머지 위원들도 위원장에 의해 지명됩니다. 독립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놀랍게도 지난해에는 정수기를 감시해야 할 서울시의 수돗물 평가위원장과 부위원장까지심의위원으로 들러리를 섰습니다. *김연화(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정수기 심의위원): "사업자 단체의 대표성을 띤 분이 위원장으로 계시고 그 다음에 또 거기에서 검사기관의 설정, 그 다음에 검사위원의 위촉까지를 다 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확하고 그 다음에 정당한 심사가 될 수 없는 그런 현실적인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정규봉(한국 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지금까지 심의하신 것 중 불합격률은 어느정도나 되는 지 통계를 좀 볼 수 있을까요?) "불합격률은 지금 우리가 몇 프로라는 얘기보다도 그때 심의가 안 되는 부분이 한 30%정도 됩니다. 그 당시에 안 돼 가지고..." (그건 유예하는 거죠. 보류, 불합격이 아니고...) "보류이고 그 다음에 보완을 해 가지고 두 번, 세 번 검사를 해 가지고 검사기준에 적합하면 해줘야 됩니다." (검사기준이 사실은 불합격될 이유가 없지요?)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박선규 기자: 환경부는 또 자체 분석기구도 없는 조합을정수기 품질평가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당연히 조합은 외부 분석기관에 용역을 주고 그렇게 지정된 기관은 계약유지를 위해 조합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불합격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고 시중의 정수기들은 이런 과정을 거친 것들입니다. *정규봉(한국 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검사 들어오잖아요? 간혹 불합격이 나와요.그러면 검사기관이 연락을 해 줘요. 이상하다. 그거 불합격인데 다른 걸로 한번 보내봐 그럽니다.) "그렇죠. 그렇게 되겠지요. 검사기관에서는 그렇게 되겠지요. 맞아요." (이상해. 다른 것으로 한번 보내봐 그래요.) "그렇죠." (그럼 다른 것으로 보내줘요.) "그렇지요." (그 제품을 성능을 향상시켜서 검사 받는 게 아니고 다른 제품을 가지고 와서 합격 날 때까지 하는 거예요. 그러니 불합격 날 이유가 있습니까?)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박선규 기자: 조합은 이렇게 통과한 제품들에 ‘물’ 마크를 내 주는데 지난 5년 동안 물 마크 판매수입만 20억원을 훨씬 넘습니다. *이정섭(환경부 수도관리과 과장): (지금 정수기 조합에는 이쪽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업권을 주셨지요? 환경부에서. 혹시 감사해보신 적 있습니까?) "저희는 특별히 감사를 한 적은 없습니다. 저희가 특별히 문제 있다고 보는 것은 없습니다." *빅산규 기자: 업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제품의 질보다는 수돗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왔습니다. 전기분해나 물 속 용해물질의 총량을 나타내는 TDS 는 영업 사원들이 써 먹는 대표적 방법이었습니다. *정규봉(한국 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정수기를 하시는 입장에서 보면 수돗물 속에 중금속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없지요. 유해성분들은 많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음용수지요. 외국하고 다르게 우리나라는 음용수입니다." (정수기 업자들이 판매망을 통해서, 영업사원들을 통해서 한 얘기는 ‘수돗물 이거 문제 많습니다. 중금속도 있고 유해성분 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먹으려고 그럽니까’ 하고 겁을 주신 거예요. 그리고 나서 우리 것은 다 걸러냅니다. 이렇게 됐던 거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거기에 대해서... 그 말씀 사실입니다." *박선규 기자: 이런 상황에 정수기 검사 과정에서 수질검사 대상 시료를 바꿔 치기 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김 모씨(전 정수기 회사직원): "고객이나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 가서 물을 저희가 채집을 해요. 채수를 하는데 그 물을 그대로 가져가서 맡기는 게 아니고 회사로 와서 바꿔서 간다는 얘기죠. 이상이 없는 물로... 봉인까지 하는데 봉인 필요 없거든요. 왜냐하면 어차피 저희가 경희 대학교 지구환경 연구소에 의뢰 하는데, 매일 가다 보니까 봉인이 있던 없던 거기는 무조건 검사를 해줘요. 그냥 비용만 내면 해주는 거니까. 그리고 나서 ‘적합하다’ 그게 소비자한테 통보가 날라가는 거거든요." *박선규 기자: 그렇다면 정수기를 계속 써야 할까 말까, 그리고 어떤 물을 마셔야 할까? 한국환경수도연구소에 의뢰해 수돗물, 정수기 물에, 먹는 샘물까지 정밀 분석을 해 봤습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은 어디서도 거의 검출되지 않았고 수질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백영만(한국환경수도연구소 이사):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검출이 안되고요, 질산성 질소를 비롯해서 몇 가지 물질이 검출됩니다. 그런데 그거는 수돗물이나 정수기 통과수나 먹는 샘물 거의 대등소이한 정도로 그렇게 검출되고 있습니다. 다만 수돗물은 소독과정에서 소독 부산물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양은 우리가 무시해도 좋은 정도로 아주 극미량입니다. 정수기를 사용하면 이런 소독 부산물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반세균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히 소비자들께서 녹 찌꺼기가 중금속이 아닐까 그런 걱정을 하시는데 그 녹찌꺼기는 중금속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간단하게 거즈만 통해서도 우리가 거를 수 있는 겁니다." *백영만(한국환경수도연구소 이사):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요?) "소독 부산물이라고 하면 끓여주면 금방 제거가 되는 물질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가 소독 부산물을 끓여서 제거를 할 것인지, 아니면 비용을 들여서 정수기를 사용해서 제거를 하되 일반세균에 대해서 감수를 할 것인지 그거는 소비자의 선택 몫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클로징: 대부분 소비자들이 수돗물에 대해서는 필요이상의 불신을, 그리고 정수기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의 신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손놓은 정부의 지원까지... 이런 모든 것들이 오늘의 정수기 문제를 키워 온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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