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폭염 피해를 줄여라!”…식량난 속 이중고

입력 2021.07.24 (08:10) 수정 2021.07.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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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한도 요즘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북한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8도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요.

네, 장마를 대비하고 있던 북한은 예상치 못한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북한이 지금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식량 사정일 텐데요.

이번 더위를 2018년 폭염과 비교하면서 농작물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휴가지에선 주민들 접근까지 통제하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작열하는 태양 아래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

양산으로 해를 가리고, 부채와 손 선풍기까지 든 주민들.

폭염이 불어닥친 북한의 최근 모습이다.

중복이었던 지난 21일, 일부 북한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38도를 넘어섰다.

[평양 시민 : "점심시간의 경우 11시부터는 좀 다니기가 힘들긴 힘듭니다, 너무 더워서."]

[평양 시민 : "가슴도 좀 답답하고, 그 다음에 건강 상태에서 땀이 자꾸 나고 하니까 좀 불안하단 말입니다."]

[평양 시민 : "그늘에 가고 싶고, 정말 시원한 데만 찾게 됩니다. 그리고 물도 자주 마시게 되고."]

우리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북한 기상수문국은 이달 하순 이후에도 북한 전역의 낮 기온이 35도를 넘는 고온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리영남/北 기상수문국 부대장 : "현재 고온주의 경보가 지금 발표된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7월 하순에 들어가면서 다시 태평양 아열대 고기압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고온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갑작스러운 폭염에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6월 조직된 '비상재해 위기대응 지휘조'는 기상 정보를 분석해 지역별, 분야별로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철민/北 국가비상재해위원회 부국장 : "폭염에 의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찾아가지고 사전에 대책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폭염 속 '인민 생명안전'과 '인민경제 생산의 안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북한.

열사병과 뇌졸중 등 온열 질환 안내 프로그램을 매일 방영하고 있고, 평양 만 세대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야외 노동 시간도 대폭 축소했다.

[홍신혁/北 대외건설국 : "폭염에 의한 피해를 철저히 극복하기 위한 사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만장(지붕) 공사를 비롯한 작업을 11시부터 16시까지 일체 중지시키며 그 시간에 내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살인적인 더위에도 농장 근로자들은 일손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온 현상에 가뭄까지 예상되면서 북한 당국이 농작물 작황 관리의 고삐를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TV 방송원/7월 16일 : "지금이야말로 올해 농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가물을 타지 않는다고 요행수를 바라고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지금껏 품 들여온 모든 것이 응당한 결실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전국 각지의 북한 협동농장에선 농작물을 지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학/신의주 협동농장 기사장 : "농장에서는 흐르는 물을 모조리 잡아서 물 원천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습니다."]

[윤순희/해주시 협동농장 위원장 : "농장에서는 고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여러 가지 과학 기술적 물대기 방법들로 논벼의 생육을 촉진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폭염 속 농작물 관리에 사활을 거는 것은 심각한 식량난 때문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식량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최근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조선중앙TV/6월 16일 :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의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하시면서..."]

[최용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대북 제재, 코로나19, 수해 삼중고로 북한의 식량 생산량, 수입량, 지원량 모두가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공급 감소의 영향이 작년 가을에 생산된 식량이 거의 소진된 지금 시점에 매우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올가을 햇곡식을 수확하기 전까지 식량 상황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큽니다."]

관개시설이 부족하고 고질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자연재해는 식량 생산량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된다.

특히 지하수 확보가 어렵고, 댐 등의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한 만큼 한해 농사는 가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2015년 북한 당국이 '100년 만의 가뭄'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던 북한.

당시 강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냈고, 여기저기 논바닥도 쩍쩍 갈라졌다.

[北 농부/2015년 인터뷰 : "20년 동안 농사하면서 이런 가뭄 피해가 처음입니다."]

2018년엔 가뭄과 함께 고온 현상까지 이어졌다.

[조선중앙TV/2018년 8월 :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고온 현상과 무더위에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농업 부문입니다."]

이런 영향으로 2018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08년 이후 최저인 약 490만 톤에 그쳤다.

[니콜라스 비도/유엔 세계식량계획 지역 담당/2019년 인터뷰 : "우리는 북한의 식량 안보와 영양 상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가뭄과 폭염, 홍수가 농작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 농사 상황이 2018년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짧은 장마 이후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했고, 여름 가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북한 당국이 폭염과 가뭄에 적극 대응하는 것 같지만, 물 부족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 북한 농장 대부분은 근로자들의 노동력에 의존해 가뭄을 극복한다는 게 농장 근로자 출신 탈북민의 이야기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양수기도 전기로 돌려야 하지 않습니까. 전기가 없으니까. 모든 작업반마다 양수기는 다 있습니다. 산지에 있는 농장에도 양수기가 있는데 양수기는 무용지물 된 지 오래입니다. 새벽부터 물지게로 물을 나르노라면 어깨에 살 껍데기가 벗겨질 정도로 그렇게 물을 날라서 물을 준단 말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까지 지속되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용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국경 봉쇄가) 직접적으로 식량을 외부로부터 수입하거나 지원받는 것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농업생산의 필수적인 비료, 원료 등 농자재 수입도 크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농자재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생산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요."]

인터뷰를 이어 가던 탈북민은 얼마 전 북한에 사는 지인과의 통화 내용을 남북의 창 제작진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이) 굶고 있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최송죽/2016년 탈북 : "사실이랍니다. 너무 힘들답니다. (국경을) 모두 봉쇄했으니까 전화를 한 사람이 너무 속상해서 '야, 정말 힘들다. 이렇게 어떻게 살겠는가' 하면서 올해 여름은 나기가 너무 힘들다고. 보릿고개를 넘기도 바쁘게 이런 고난이 와서 힘들어서 어떻게 살겠냐 하더라고요."]

북한 전체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식량 수급이 제대로 안 되는 일부 지역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매체들은 식량생산을 보장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선중앙TV/7월 16일 : "만일 재해성 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직면한 식량난은 북한의 주장처럼 자력갱생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한국 정부는 물론 세계식량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우선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용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일단 당장 필요한 물품인 식량, 농자재 이런 것들이 필요한 곳에 적시에 공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기구들은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코로나19 상황에도 북한 당국이 (국경을) 열어만 준다면 그런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다양한 피서지를 소개하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렸던 북한.

하지만 올해 여름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민들이 강이나 호수, 바닷가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폭염 속 휴가지까지 단속에 나선 걸로 보인다.

[조선중앙TV/7월 21일 : "최대로 각성하고 분발해서 국가의 방역 전선을 굳건히 지켜 나갑시다."]

코로나19와 식량난, 여기에 폭염까지 겹친 북한의 현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여름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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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폭염 피해를 줄여라!”…식량난 속 이중고
    • 입력 2021-07-24 08:10:24
    • 수정2021-07-24 08: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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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한도 요즘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북한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8도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요.

네, 장마를 대비하고 있던 북한은 예상치 못한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북한이 지금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식량 사정일 텐데요.

이번 더위를 2018년 폭염과 비교하면서 농작물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휴가지에선 주민들 접근까지 통제하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작열하는 태양 아래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

양산으로 해를 가리고, 부채와 손 선풍기까지 든 주민들.

폭염이 불어닥친 북한의 최근 모습이다.

중복이었던 지난 21일, 일부 북한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38도를 넘어섰다.

[평양 시민 : "점심시간의 경우 11시부터는 좀 다니기가 힘들긴 힘듭니다, 너무 더워서."]

[평양 시민 : "가슴도 좀 답답하고, 그 다음에 건강 상태에서 땀이 자꾸 나고 하니까 좀 불안하단 말입니다."]

[평양 시민 : "그늘에 가고 싶고, 정말 시원한 데만 찾게 됩니다. 그리고 물도 자주 마시게 되고."]

우리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북한 기상수문국은 이달 하순 이후에도 북한 전역의 낮 기온이 35도를 넘는 고온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리영남/北 기상수문국 부대장 : "현재 고온주의 경보가 지금 발표된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7월 하순에 들어가면서 다시 태평양 아열대 고기압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고온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갑작스러운 폭염에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6월 조직된 '비상재해 위기대응 지휘조'는 기상 정보를 분석해 지역별, 분야별로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철민/北 국가비상재해위원회 부국장 : "폭염에 의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찾아가지고 사전에 대책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폭염 속 '인민 생명안전'과 '인민경제 생산의 안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북한.

열사병과 뇌졸중 등 온열 질환 안내 프로그램을 매일 방영하고 있고, 평양 만 세대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야외 노동 시간도 대폭 축소했다.

[홍신혁/北 대외건설국 : "폭염에 의한 피해를 철저히 극복하기 위한 사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만장(지붕) 공사를 비롯한 작업을 11시부터 16시까지 일체 중지시키며 그 시간에 내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살인적인 더위에도 농장 근로자들은 일손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온 현상에 가뭄까지 예상되면서 북한 당국이 농작물 작황 관리의 고삐를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TV 방송원/7월 16일 : "지금이야말로 올해 농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가물을 타지 않는다고 요행수를 바라고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지금껏 품 들여온 모든 것이 응당한 결실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전국 각지의 북한 협동농장에선 농작물을 지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학/신의주 협동농장 기사장 : "농장에서는 흐르는 물을 모조리 잡아서 물 원천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습니다."]

[윤순희/해주시 협동농장 위원장 : "농장에서는 고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여러 가지 과학 기술적 물대기 방법들로 논벼의 생육을 촉진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폭염 속 농작물 관리에 사활을 거는 것은 심각한 식량난 때문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식량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최근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조선중앙TV/6월 16일 :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의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하시면서..."]

[최용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대북 제재, 코로나19, 수해 삼중고로 북한의 식량 생산량, 수입량, 지원량 모두가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공급 감소의 영향이 작년 가을에 생산된 식량이 거의 소진된 지금 시점에 매우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올가을 햇곡식을 수확하기 전까지 식량 상황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큽니다."]

관개시설이 부족하고 고질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자연재해는 식량 생산량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된다.

특히 지하수 확보가 어렵고, 댐 등의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한 만큼 한해 농사는 가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2015년 북한 당국이 '100년 만의 가뭄'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던 북한.

당시 강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냈고, 여기저기 논바닥도 쩍쩍 갈라졌다.

[北 농부/2015년 인터뷰 : "20년 동안 농사하면서 이런 가뭄 피해가 처음입니다."]

2018년엔 가뭄과 함께 고온 현상까지 이어졌다.

[조선중앙TV/2018년 8월 :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고온 현상과 무더위에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농업 부문입니다."]

이런 영향으로 2018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08년 이후 최저인 약 490만 톤에 그쳤다.

[니콜라스 비도/유엔 세계식량계획 지역 담당/2019년 인터뷰 : "우리는 북한의 식량 안보와 영양 상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가뭄과 폭염, 홍수가 농작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 농사 상황이 2018년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짧은 장마 이후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했고, 여름 가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북한 당국이 폭염과 가뭄에 적극 대응하는 것 같지만, 물 부족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 북한 농장 대부분은 근로자들의 노동력에 의존해 가뭄을 극복한다는 게 농장 근로자 출신 탈북민의 이야기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양수기도 전기로 돌려야 하지 않습니까. 전기가 없으니까. 모든 작업반마다 양수기는 다 있습니다. 산지에 있는 농장에도 양수기가 있는데 양수기는 무용지물 된 지 오래입니다. 새벽부터 물지게로 물을 나르노라면 어깨에 살 껍데기가 벗겨질 정도로 그렇게 물을 날라서 물을 준단 말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까지 지속되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용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국경 봉쇄가) 직접적으로 식량을 외부로부터 수입하거나 지원받는 것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농업생산의 필수적인 비료, 원료 등 농자재 수입도 크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농자재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생산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요."]

인터뷰를 이어 가던 탈북민은 얼마 전 북한에 사는 지인과의 통화 내용을 남북의 창 제작진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이) 굶고 있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최송죽/2016년 탈북 : "사실이랍니다. 너무 힘들답니다. (국경을) 모두 봉쇄했으니까 전화를 한 사람이 너무 속상해서 '야, 정말 힘들다. 이렇게 어떻게 살겠는가' 하면서 올해 여름은 나기가 너무 힘들다고. 보릿고개를 넘기도 바쁘게 이런 고난이 와서 힘들어서 어떻게 살겠냐 하더라고요."]

북한 전체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식량 수급이 제대로 안 되는 일부 지역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매체들은 식량생산을 보장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선중앙TV/7월 16일 : "만일 재해성 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직면한 식량난은 북한의 주장처럼 자력갱생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한국 정부는 물론 세계식량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우선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용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일단 당장 필요한 물품인 식량, 농자재 이런 것들이 필요한 곳에 적시에 공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기구들은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코로나19 상황에도 북한 당국이 (국경을) 열어만 준다면 그런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다양한 피서지를 소개하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렸던 북한.

하지만 올해 여름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민들이 강이나 호수, 바닷가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폭염 속 휴가지까지 단속에 나선 걸로 보인다.

[조선중앙TV/7월 21일 : "최대로 각성하고 분발해서 국가의 방역 전선을 굳건히 지켜 나갑시다."]

코로나19와 식량난, 여기에 폭염까지 겹친 북한의 현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여름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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