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야생 산양도 남북 따로…보호 협력 절실

입력 2021.08.07 (08:19) 수정 2021.08.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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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은 체구에 짧은 다리 그리고 긴 꼬리까지.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산양’보신 분 많지 않으실 텐데요.

산양은 남북한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희귀 동물인데요.

최효은 리포터! 산양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고요?

[답변]

네,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산양증식복원센터인데요.

저희가 취재를 하러 간 날 마침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산양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요?

[답변]

네. 남한에 있는 산양만으로 번식하다 보니, 유전자 유형이 단순해지면서 불임이라든지 기형의 위험성이 높다고 합니다.

특히 비무장지대 안에는 산양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천연기념물을 어떻게 보호할지 남북한 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생태계 보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현장으로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굽이굽이 험한 산세로 유명한 강원도 양구군.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한데요.

이곳에 멸종 위기에 처한 산양들의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2007년 문을 연 양구산양 사향노루증식복원센터입니다.

["나무에 뿔질한 흔적이에요. 산양은 뿔질하면서 뒤에 분비샘이 있어서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거죠."]

크고 작은 바위들과 울창한 숲 등 야생 환경을 최대한 살려놨는데요.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 48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산양들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여기만 생존해서 살아남았다고 하는 게 이해가 빠를 거 같아요."]

현재 남한에는 비무장지대 DMZ와 양구, 설악산 등 백두대간을 따라 약 1,000마리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데요.

1950년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산양.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개체 수가 급감하게 됐는데요.

이 센터에서는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안재용/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주무관 : "저건 지난달에 홍천 쪽에서 구조됐던 개체예요. 밭 주변에 설치된 그물망에 걸려서 며칠 동안 물이나 먹이를 거의 먹지 못하고 반 탈진 상태로 구조됐던 상태라서..."]

얼마나 그물에 걸려 있었을까요?

구조 당시 많이 지쳐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안재용/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주무관 : "인위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올무나 아니면 밭 주변에 설치돼 있는 그물 그런데 감긴 사고. 그리고 차량 추돌 그런 사고들로 인해서 구조가 되는데 그런 사고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죠."]

애정 어린 보살핌 때문이었을까요? 지금은 그 어떤 산양보다 활발한 모습입니다.

여러분들 보이시나요.

오늘 이곳 강원도 양구의 산양증식복원센터에선 새끼 한 마리가 탄생했습니다.

막둥이 12번째 새끼라고 하는데요.

조재운 센터장과 안재용 주무관이 산양들한테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아직 제대로 서 있지도 걷지도 못하는 새끼 산양을 품에 안아봅니다.

["탯줄도 안 말랐네. 빨게. 오늘 아침에 새벽에 태어난 거 같아요."]

보통 산양은 봄과 여름 사이에 출산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촬영 당일 새벽에 태어난 새끼 산양은 예정보다 한두 달 늦게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혹시라도 다치지는 않을까, 이표를 귀에 달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손길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이럴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작년 가을부터 짝짓기가 돼서 올해 1년 2년 걸린 거잖아요. 이런 거 보면 산양 복원에 도움이 되고 되게 뿌듯해요.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얼마 전에는 베일에 싸여 있던 산양 출산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태어난 산양들은 센터에서 야생 적응훈련을 마친 뒤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서식지와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겁니다.

["수컷이 내려 온 거예요. 암컷은 방사 지점에서 바로 위쪽에서 놀았고 (수컷이 내려왔죠?) 네. (결국 이건 경쟁에서 밀렸단 얘기잖아)."]

조재운 센터장이 화면으로 비무장지대 근처의 산양들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센터에서 번식을 시켜서 야생에 풀어준 산양들인데요.

하지만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산양들은 관찰 추적이 힘들다고 합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야생동물의 정의가 국경이나 경계 없이 자유롭게 다니는 동물을 야생동물이라고 정의해요. 그런데 산양은 가축 아닌 가축이 된 거잖아요. 저희가 인위적으로 휴전선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지금 제 뒤로는 더위를 식히고 있는 산양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는데요.

센터 측에선 한반도 생태계 다양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이 가지고 있는 산양의 유전자만으로는 증식과 복원이 힘들다고 합니다.

산양을 안정적으로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공동 연구가 절실하다고 하는데요.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남한에 있는 산양의 유전자 유형도 점점 줄었기 때문입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증식이 잘되지 않아요. 산양은. 왜냐면 개체가 한 마리밖에 안 낳고 낳더라도 중간에 폐사하거나 해서 어려움이 좀 있어요, 북한에 있는 타입을 같이 섞어 주면 유전적인 다양성이 되면 외부적인 병이나 이런 거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거거든요."]

북한도 묘향산 산양, 두류산 산양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 측에선 북한에 있는 산양 정보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센터도 1960년대에 발표된 북한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입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우리 산양이 방사되면 자연스럽게 DMZ 일원을 왔다 갔다 하고 앞으로 저희도 이런 교류 사업이라든지 공동연구나 이런 게 진행되면 학자들이나 연구 차원에서도 학술적으로 굉장히 좋을 거 같아요."]

한반도의 산양은 태초의 원시적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한반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희귀 동물들이 분단의 철조망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서식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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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야생 산양도 남북 따로…보호 협력 절실
    • 입력 2021-08-07 08:19:36
    • 수정2021-08-07 08: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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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은 체구에 짧은 다리 그리고 긴 꼬리까지.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산양’보신 분 많지 않으실 텐데요.

산양은 남북한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희귀 동물인데요.

최효은 리포터! 산양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고요?

[답변]

네,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산양증식복원센터인데요.

저희가 취재를 하러 간 날 마침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산양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요?

[답변]

네. 남한에 있는 산양만으로 번식하다 보니, 유전자 유형이 단순해지면서 불임이라든지 기형의 위험성이 높다고 합니다.

특히 비무장지대 안에는 산양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천연기념물을 어떻게 보호할지 남북한 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생태계 보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현장으로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굽이굽이 험한 산세로 유명한 강원도 양구군.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한데요.

이곳에 멸종 위기에 처한 산양들의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2007년 문을 연 양구산양 사향노루증식복원센터입니다.

["나무에 뿔질한 흔적이에요. 산양은 뿔질하면서 뒤에 분비샘이 있어서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거죠."]

크고 작은 바위들과 울창한 숲 등 야생 환경을 최대한 살려놨는데요.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 48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산양들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여기만 생존해서 살아남았다고 하는 게 이해가 빠를 거 같아요."]

현재 남한에는 비무장지대 DMZ와 양구, 설악산 등 백두대간을 따라 약 1,000마리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데요.

1950년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산양.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개체 수가 급감하게 됐는데요.

이 센터에서는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안재용/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주무관 : "저건 지난달에 홍천 쪽에서 구조됐던 개체예요. 밭 주변에 설치된 그물망에 걸려서 며칠 동안 물이나 먹이를 거의 먹지 못하고 반 탈진 상태로 구조됐던 상태라서..."]

얼마나 그물에 걸려 있었을까요?

구조 당시 많이 지쳐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안재용/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주무관 : "인위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올무나 아니면 밭 주변에 설치돼 있는 그물 그런데 감긴 사고. 그리고 차량 추돌 그런 사고들로 인해서 구조가 되는데 그런 사고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죠."]

애정 어린 보살핌 때문이었을까요? 지금은 그 어떤 산양보다 활발한 모습입니다.

여러분들 보이시나요.

오늘 이곳 강원도 양구의 산양증식복원센터에선 새끼 한 마리가 탄생했습니다.

막둥이 12번째 새끼라고 하는데요.

조재운 센터장과 안재용 주무관이 산양들한테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아직 제대로 서 있지도 걷지도 못하는 새끼 산양을 품에 안아봅니다.

["탯줄도 안 말랐네. 빨게. 오늘 아침에 새벽에 태어난 거 같아요."]

보통 산양은 봄과 여름 사이에 출산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촬영 당일 새벽에 태어난 새끼 산양은 예정보다 한두 달 늦게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혹시라도 다치지는 않을까, 이표를 귀에 달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손길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이럴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작년 가을부터 짝짓기가 돼서 올해 1년 2년 걸린 거잖아요. 이런 거 보면 산양 복원에 도움이 되고 되게 뿌듯해요.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얼마 전에는 베일에 싸여 있던 산양 출산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태어난 산양들은 센터에서 야생 적응훈련을 마친 뒤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서식지와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겁니다.

["수컷이 내려 온 거예요. 암컷은 방사 지점에서 바로 위쪽에서 놀았고 (수컷이 내려왔죠?) 네. (결국 이건 경쟁에서 밀렸단 얘기잖아)."]

조재운 센터장이 화면으로 비무장지대 근처의 산양들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센터에서 번식을 시켜서 야생에 풀어준 산양들인데요.

하지만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산양들은 관찰 추적이 힘들다고 합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야생동물의 정의가 국경이나 경계 없이 자유롭게 다니는 동물을 야생동물이라고 정의해요. 그런데 산양은 가축 아닌 가축이 된 거잖아요. 저희가 인위적으로 휴전선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지금 제 뒤로는 더위를 식히고 있는 산양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는데요.

센터 측에선 한반도 생태계 다양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이 가지고 있는 산양의 유전자만으로는 증식과 복원이 힘들다고 합니다.

산양을 안정적으로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공동 연구가 절실하다고 하는데요.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남한에 있는 산양의 유전자 유형도 점점 줄었기 때문입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증식이 잘되지 않아요. 산양은. 왜냐면 개체가 한 마리밖에 안 낳고 낳더라도 중간에 폐사하거나 해서 어려움이 좀 있어요, 북한에 있는 타입을 같이 섞어 주면 유전적인 다양성이 되면 외부적인 병이나 이런 거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거거든요."]

북한도 묘향산 산양, 두류산 산양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 측에선 북한에 있는 산양 정보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센터도 1960년대에 발표된 북한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입니다.

[조재운/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센터장 : "우리 산양이 방사되면 자연스럽게 DMZ 일원을 왔다 갔다 하고 앞으로 저희도 이런 교류 사업이라든지 공동연구나 이런 게 진행되면 학자들이나 연구 차원에서도 학술적으로 굉장히 좋을 거 같아요."]

한반도의 산양은 태초의 원시적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한반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희귀 동물들이 분단의 철조망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서식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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