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반복…아프간 사태로 바라본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

입력 2021.08.18 (21:23) 수정 2021.08.1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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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급해진 미국은 아프간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하루 최대 9천 명까지 수송한다는 계획인데, 미국 시민과 특별이민비자를 받은 아프간인, 동맹국 국민 등이 대상입니다.

탈레반은 공항의 안전 이동을 약속했지만 불신은 여전합니다.

현재로선 급해진 미국이 내민 손을 탈레반이 잡은 모양샌데, 이게 가능한 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될 거라 볼 수는 없습니다.

국제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프간 사태로 바라본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금철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필사적인 탈출시도로 카불 공항이 아수라장이 된 그 순간에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단호해 보였습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 : "분쟁지역에 무기한 머물면서 싸우는 실수를 계속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은 아닙니다."]

20년 전 미국을 도왔던 아프간 북부동맹의 주요 도시들까지 차례로 탈레반 수중에 떨어졌지만 미군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프간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그러는 사이 탈레반의 아프간 전 지역 장악으로, 미국은 쫓기듯 헬기로 철수 인력을 실어날라야 하는 신셉니다.

20년간 2조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결과가 결국, 이거냐는 비판이 나올 법한 대목입니다.

미국은 이라크 내 주둔 중인 2천5백 명 미군 병력의 임무도 연내 종료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시리아 북부지역, 올해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에서까지 미군이 모두 철수하는 셈입니다.

20년 전 빈 라덴 체포와 테러단체 분쇄, 지역안정을 명분으로 아프간 침공을 단행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미국 내 시각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2019.10 : "우리는 이라크에 4조 달러나 돈을 지출했습니다. 그러고도 이라크에서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제 입장을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제 그들 자신이 스스로 싸우게 합시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에 따라 지정학적, 전략적 중심추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은 한국 등 주요 전략 거점에서의 미군 철수 계획은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이크 설리번/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듯이 한국과 유럽 등에서 미군을 철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오랜 시간 주둔해 왔고, 여기가 내전 상태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기존 아프간 정부를 배제하고 탈레반과 협상했다는 비판까지 받아가며 철군 일정을 논의해 왔던 터여서, 쫓기듯 짐을 싸고, 필사의 탈출극까지 벌어지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론,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과 위상은 무엇인지, 논란과 평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금철영입니다.

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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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역사’ 반복…아프간 사태로 바라본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
    • 입력 2021-08-18 21:23:49
    • 수정2021-08-18 22:10:22
    뉴스 9
[앵커]

다급해진 미국은 아프간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하루 최대 9천 명까지 수송한다는 계획인데, 미국 시민과 특별이민비자를 받은 아프간인, 동맹국 국민 등이 대상입니다.

탈레반은 공항의 안전 이동을 약속했지만 불신은 여전합니다.

현재로선 급해진 미국이 내민 손을 탈레반이 잡은 모양샌데, 이게 가능한 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될 거라 볼 수는 없습니다.

국제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프간 사태로 바라본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금철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필사적인 탈출시도로 카불 공항이 아수라장이 된 그 순간에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단호해 보였습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 : "분쟁지역에 무기한 머물면서 싸우는 실수를 계속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은 아닙니다."]

20년 전 미국을 도왔던 아프간 북부동맹의 주요 도시들까지 차례로 탈레반 수중에 떨어졌지만 미군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프간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그러는 사이 탈레반의 아프간 전 지역 장악으로, 미국은 쫓기듯 헬기로 철수 인력을 실어날라야 하는 신셉니다.

20년간 2조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결과가 결국, 이거냐는 비판이 나올 법한 대목입니다.

미국은 이라크 내 주둔 중인 2천5백 명 미군 병력의 임무도 연내 종료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시리아 북부지역, 올해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에서까지 미군이 모두 철수하는 셈입니다.

20년 전 빈 라덴 체포와 테러단체 분쇄, 지역안정을 명분으로 아프간 침공을 단행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미국 내 시각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2019.10 : "우리는 이라크에 4조 달러나 돈을 지출했습니다. 그러고도 이라크에서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제 입장을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제 그들 자신이 스스로 싸우게 합시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에 따라 지정학적, 전략적 중심추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은 한국 등 주요 전략 거점에서의 미군 철수 계획은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이크 설리번/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듯이 한국과 유럽 등에서 미군을 철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오랜 시간 주둔해 왔고, 여기가 내전 상태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기존 아프간 정부를 배제하고 탈레반과 협상했다는 비판까지 받아가며 철군 일정을 논의해 왔던 터여서, 쫓기듯 짐을 싸고, 필사의 탈출극까지 벌어지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론,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과 위상은 무엇인지, 논란과 평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금철영입니다.

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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