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재연 요구에 기습 촬영까지” 성폭력 2차 가해 논란

입력 2021.08.27 (07:29) 수정 2021.08.27 (07: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해 조사를 요청했는데, 상황을 재연해보라고 요구하고 현장 조사라며 찾아와 기습 촬영을 벌이면 어떨까요?

경북 구미의 한 중견기업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입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구미의 한 반도체 중견기업에서 지난 5월 성희롱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사내 면담 과정에서 간부 직원이 여직원 2명에게 부적절한 발언과 신체 접촉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 직원 A 씨/음성변조 : "저는 얼마 뒤면 태어날 아기가 배 속에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태교라고는 울고 화내고 욕하고 불안에 떠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후 회사의 조사는 정부 지침에 규정된 외부 전문가도 없이, 내부 고충처리 위원 3명에 의해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 직원들은 "상황을 재연해보라"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라는 등의 추궁을 받고, 조사 위원들이 연락도 없이 피해 직원 근무 현장을 찾아 기습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피해 직원 B 씨/음성변조 :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저의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피해 직원들과 노조 측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사측도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조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김인현/기업 노사협력그룹장 : "(동료 직원) 13명에 대해서 참고인 조사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조사도 마쳤고요. 공정하게 저희는 피해자 입장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고용노동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에서 수년 전에도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고, 여성 직원만 진급을 제한해 2019년 인권위 권고를 받는 등 논란이 반복됐다는 겁니다.

[배태선/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 :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노사 자율에 맡겨졌을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회에 건의해 직장 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그래픽:김현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성희롱 재연 요구에 기습 촬영까지” 성폭력 2차 가해 논란
    • 입력 2021-08-27 07:29:37
    • 수정2021-08-27 07:34:02
    뉴스광장
[앵커]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해 조사를 요청했는데, 상황을 재연해보라고 요구하고 현장 조사라며 찾아와 기습 촬영을 벌이면 어떨까요?

경북 구미의 한 중견기업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입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구미의 한 반도체 중견기업에서 지난 5월 성희롱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사내 면담 과정에서 간부 직원이 여직원 2명에게 부적절한 발언과 신체 접촉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 직원 A 씨/음성변조 : "저는 얼마 뒤면 태어날 아기가 배 속에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태교라고는 울고 화내고 욕하고 불안에 떠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후 회사의 조사는 정부 지침에 규정된 외부 전문가도 없이, 내부 고충처리 위원 3명에 의해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 직원들은 "상황을 재연해보라"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라는 등의 추궁을 받고, 조사 위원들이 연락도 없이 피해 직원 근무 현장을 찾아 기습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피해 직원 B 씨/음성변조 :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저의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피해 직원들과 노조 측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사측도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조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김인현/기업 노사협력그룹장 : "(동료 직원) 13명에 대해서 참고인 조사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조사도 마쳤고요. 공정하게 저희는 피해자 입장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고용노동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에서 수년 전에도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고, 여성 직원만 진급을 제한해 2019년 인권위 권고를 받는 등 논란이 반복됐다는 겁니다.

[배태선/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 :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노사 자율에 맡겨졌을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회에 건의해 직장 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그래픽:김현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