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동반 탈출’ 대사가 본 아프간 사태는?

입력 2021.08.28 (08:11) 수정 2021.08.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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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앞서 보셨지만,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금도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30년 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요?

네. 최근 개봉된 영화 ‘모가디슈’의 배경이 1991년 소말리아였는데요.

당시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우리나라와 북한의 현지 외교관들이 힘을 합쳐서 이탈리아 공군 수송기를 타고 탈출하기도 했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을 만나보고 오셨다고요?

[답변]

네 맞습니다.

30년 전에 소말리아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했던 강신성 전 대사를 만나보고 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30년 전 소말리아 상황이 내전의 아픔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답변]

네. 강 대사도 요즘 아프간 상황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워 하더라고요.

총탄이 빗발치는 혼돈 속에서 남북한의 대사관 직원들을 이끌고 탈출했던 당시 상황을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만리타국의 전쟁터에서 한민족의 진한 동포애가 피어났던 건데요. 함께 만나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도착한 곳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80대 노부부가 착잡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화면에선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치안이 부재 되니까 무장강도가 횡행하는 거예요. 자기 마음대로예요. 그래서 약탈하고 물건 안 내놓으면 죽이기까지 하고."]

요즘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취재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강신성 전 대사.

1987년부터 1991년 1월까지 소말리아 주재 대사를 지냈습니다.

극한으로 치달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면 목숨을 걸고 소말리아를 탈출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30년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아프간 시민들이 대탈출극 대혼란 속에서 구조기가 오고 타려고 아우성이고 그것이 내가 탈출할 때 내가 소말리아 탈출하기 위해서 공항에 갔을 때 상황하고 아주 비슷해요."]

수많은 아프간인들이 미군 수송기를 에워싸고 있는 이 화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는데요.

심지어 맨 몸으로 수송기에 매달려 이륙했다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도 포착됐습니다.

강신성 대사는 30년 전에 소말리아에서 전쟁의 공포를 경험하기도 했는데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강 대사의 탈출기엔 어떤 얘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22년간 소말리아에서 독재를 이어오던 바레 정권에 대항해 반군이 조직되는데요.

1990년 12월 31일 반군들은 수도 모가디슈를 점령합니다.

[1991년 당시 kbs뉴스 : "반군의 한 대변인은 시내 중심가의 대통령 궁 주변에서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도시 곳곳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남과 북이 UN 가입을 앞두고 갈등이 심화 됐던 시기였는데요.

[고영환/前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 : "(북한이) 정말 거의 목숨 걸고 UN 외교를 했어요. 주한미군 철수시키는 것이 (북한) 외교부의 제1임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 외교관들하고 굉장히 많이 충돌하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강 대사는 작은 통일을 이뤄내는데요.

강 대사의 제안으로 남한과 북한의 외교관들이 합동으로 소말리아 탈출 작전을 펴게 된 것입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북한 사람들이 우리 집 오기 전에 자기 공관에 가서 자기들 마당에 파묻어 놓은 쌀하고 채소들 부식을 갖고 왔어요. 완전히 우리랑 함께 살기로 한 거예요. 그걸 보니 완전히 한 가족이구나."]

강 대사의 소말리아 탈출 이야기는 최근 영화로도 개봉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영화 속 장면처럼 남북한의 외교관 가족들은 긴박했던 3박 4일을 보냈습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한국 외교관들 왔다 문 여시오.” 해서 보니까 북한 외교관이요. 얼마나 감동이에요. 그런 와중에서도 단말마 같은 와중에서도 가슴이 뭉클하더라고. 그땐 완전히 태극기 아래 남북이 하나로 뭉친 거예요."]

이탈리아 대사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함께 이동하는 과정에서 북측 직원 한 명이 총격을 당해 숨을 거두기도 했는데요.

남북한 외교관들은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 수송기에 몸을 실었고, 케냐에 도착한 뒤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고영환/前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 : "이탈리아 대사와 연결해 주고 이런 건 한국 대사관이 했다. 그래서 그때 사실 이게 주된 적인데 한국 대사관 사람들 만나고 이런 것들이 처벌받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살아왔으면 됐지 이게 기본 기조였습니다."]

남북 외교관이 힘을 합쳐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내용을 담은 '모가디슈'.

이 영화는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과연 영화는 관람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전해줬을까요?

영화의 배경은 소말리아였지만, 관객들은 최근의 아프간 사태를 떠올렸습니다.

[권기환/영화 관람객 :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가능한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아프간의) 일반 시민들 탈출하는 시민들이 불쌍해 보였고 무서움도 느꼈어요."]

또 소말리아 탈출 이야기를 통해 한민족의 진한 동포애를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남현호/영화 관람객 : "아무래도 같은 민족이다 보니까 피도 섞여 있고 그 부분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강 대사는 더 늦기 전에 30년 전 함께 탈출했던 북한 외교관들을 한 번 만나봤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내가 오래 살면 혹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만나면 그때 안 죽고 잘 나와서 30년 후에 보는구나 그렇게 회포를 풀겠지."]

“다 살 방법이 있다는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지.” 영화 속 대사처럼...소모적인 대립을 끝내고 남과 북은 언제 함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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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동반 탈출’ 대사가 본 아프간 사태는?
    • 입력 2021-08-28 08:11:16
    • 수정2021-08-28 08: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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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앞서 보셨지만,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금도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30년 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요?

네. 최근 개봉된 영화 ‘모가디슈’의 배경이 1991년 소말리아였는데요.

당시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우리나라와 북한의 현지 외교관들이 힘을 합쳐서 이탈리아 공군 수송기를 타고 탈출하기도 했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을 만나보고 오셨다고요?

[답변]

네 맞습니다.

30년 전에 소말리아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했던 강신성 전 대사를 만나보고 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30년 전 소말리아 상황이 내전의 아픔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답변]

네. 강 대사도 요즘 아프간 상황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워 하더라고요.

총탄이 빗발치는 혼돈 속에서 남북한의 대사관 직원들을 이끌고 탈출했던 당시 상황을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만리타국의 전쟁터에서 한민족의 진한 동포애가 피어났던 건데요. 함께 만나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도착한 곳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80대 노부부가 착잡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화면에선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치안이 부재 되니까 무장강도가 횡행하는 거예요. 자기 마음대로예요. 그래서 약탈하고 물건 안 내놓으면 죽이기까지 하고."]

요즘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취재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강신성 전 대사.

1987년부터 1991년 1월까지 소말리아 주재 대사를 지냈습니다.

극한으로 치달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면 목숨을 걸고 소말리아를 탈출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30년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아프간 시민들이 대탈출극 대혼란 속에서 구조기가 오고 타려고 아우성이고 그것이 내가 탈출할 때 내가 소말리아 탈출하기 위해서 공항에 갔을 때 상황하고 아주 비슷해요."]

수많은 아프간인들이 미군 수송기를 에워싸고 있는 이 화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는데요.

심지어 맨 몸으로 수송기에 매달려 이륙했다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도 포착됐습니다.

강신성 대사는 30년 전에 소말리아에서 전쟁의 공포를 경험하기도 했는데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강 대사의 탈출기엔 어떤 얘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22년간 소말리아에서 독재를 이어오던 바레 정권에 대항해 반군이 조직되는데요.

1990년 12월 31일 반군들은 수도 모가디슈를 점령합니다.

[1991년 당시 kbs뉴스 : "반군의 한 대변인은 시내 중심가의 대통령 궁 주변에서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도시 곳곳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남과 북이 UN 가입을 앞두고 갈등이 심화 됐던 시기였는데요.

[고영환/前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 : "(북한이) 정말 거의 목숨 걸고 UN 외교를 했어요. 주한미군 철수시키는 것이 (북한) 외교부의 제1임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 외교관들하고 굉장히 많이 충돌하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강 대사는 작은 통일을 이뤄내는데요.

강 대사의 제안으로 남한과 북한의 외교관들이 합동으로 소말리아 탈출 작전을 펴게 된 것입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북한 사람들이 우리 집 오기 전에 자기 공관에 가서 자기들 마당에 파묻어 놓은 쌀하고 채소들 부식을 갖고 왔어요. 완전히 우리랑 함께 살기로 한 거예요. 그걸 보니 완전히 한 가족이구나."]

강 대사의 소말리아 탈출 이야기는 최근 영화로도 개봉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영화 속 장면처럼 남북한의 외교관 가족들은 긴박했던 3박 4일을 보냈습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한국 외교관들 왔다 문 여시오.” 해서 보니까 북한 외교관이요. 얼마나 감동이에요. 그런 와중에서도 단말마 같은 와중에서도 가슴이 뭉클하더라고. 그땐 완전히 태극기 아래 남북이 하나로 뭉친 거예요."]

이탈리아 대사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함께 이동하는 과정에서 북측 직원 한 명이 총격을 당해 숨을 거두기도 했는데요.

남북한 외교관들은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 수송기에 몸을 실었고, 케냐에 도착한 뒤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고영환/前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 : "이탈리아 대사와 연결해 주고 이런 건 한국 대사관이 했다. 그래서 그때 사실 이게 주된 적인데 한국 대사관 사람들 만나고 이런 것들이 처벌받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살아왔으면 됐지 이게 기본 기조였습니다."]

남북 외교관이 힘을 합쳐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내용을 담은 '모가디슈'.

이 영화는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과연 영화는 관람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전해줬을까요?

영화의 배경은 소말리아였지만, 관객들은 최근의 아프간 사태를 떠올렸습니다.

[권기환/영화 관람객 :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가능한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아프간의) 일반 시민들 탈출하는 시민들이 불쌍해 보였고 무서움도 느꼈어요."]

또 소말리아 탈출 이야기를 통해 한민족의 진한 동포애를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남현호/영화 관람객 : "아무래도 같은 민족이다 보니까 피도 섞여 있고 그 부분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강 대사는 더 늦기 전에 30년 전 함께 탈출했던 북한 외교관들을 한 번 만나봤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강신성/前 소말리아 주재 대사 : "내가 오래 살면 혹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만나면 그때 안 죽고 잘 나와서 30년 후에 보는구나 그렇게 회포를 풀겠지."]

“다 살 방법이 있다는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지.” 영화 속 대사처럼...소모적인 대립을 끝내고 남과 북은 언제 함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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