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67년 만에 구속제도 개편 추진…인권보호 강화

입력 2021.09.03 (12:29) 수정 2021.09.0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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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은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발부와 기각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데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도 일정 조건을 달아 피의자를 석방해주는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60여 년간 이어져 온 구속제도가 개편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백인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군 복무 당시 아덴만 여명 작전 등 숱한 공을 세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2015년 군납 비리 의혹으로 구속됐습니다.

1심부터 3심까지 내리 무죄를 받아 누명을 벗었지만, 구속 기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황기철/보훈처장/2017년 : "저는 구속될 때 왜 구속이 되는지 몰랐습니다. 너무나 억울해서."]

이처럼 구속이 사실상 단기 징역형과 같은 효과가 나거나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많으면서 구속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대법원이 대안으로 '조건부 석방'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구속영장 발부, 기각에 더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증금이나 출석 서약서, 피해자 접근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붙여 석방해주는 제도입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도 구속 심사 단계에서 석방할 수 있도록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지난 5월 판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 2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조건부 석방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대법원은 오는 8일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조건부 석방 제도를 공식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춘수/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사실상 유죄판결을 받는 것 같은 그런 사회적 선고를 받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런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법원은 논의를 거쳐 법무부에 입법을 건의할 방침이지만, 실제 제도 개선까지는 난관이 예상됩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은 강제수사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유전무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2005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무산됐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윤성욱/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석훈 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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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67년 만에 구속제도 개편 추진…인권보호 강화
    • 입력 2021-09-03 12:29:07
    • 수정2021-09-03 12:32:28
    뉴스 12
[앵커]

지금은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발부와 기각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데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도 일정 조건을 달아 피의자를 석방해주는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60여 년간 이어져 온 구속제도가 개편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백인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군 복무 당시 아덴만 여명 작전 등 숱한 공을 세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2015년 군납 비리 의혹으로 구속됐습니다.

1심부터 3심까지 내리 무죄를 받아 누명을 벗었지만, 구속 기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황기철/보훈처장/2017년 : "저는 구속될 때 왜 구속이 되는지 몰랐습니다. 너무나 억울해서."]

이처럼 구속이 사실상 단기 징역형과 같은 효과가 나거나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많으면서 구속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대법원이 대안으로 '조건부 석방'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구속영장 발부, 기각에 더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증금이나 출석 서약서, 피해자 접근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붙여 석방해주는 제도입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도 구속 심사 단계에서 석방할 수 있도록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지난 5월 판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 2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조건부 석방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대법원은 오는 8일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조건부 석방 제도를 공식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춘수/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사실상 유죄판결을 받는 것 같은 그런 사회적 선고를 받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런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법원은 논의를 거쳐 법무부에 입법을 건의할 방침이지만, 실제 제도 개선까지는 난관이 예상됩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은 강제수사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유전무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2005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무산됐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윤성욱/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석훈 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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